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62화 (63/99)

강화도(5)

강화도로 들어오기 위한 관문 중 하나인 초지대교. 날카로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강건우와 송기현이 서 있었다.

“기현님, 여기부터는 정말 위험합니다. 제 주변에서 떨어지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강건우가 한손검과 방패를 고쳐잡으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다리의 한쪽으로 송기현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손을 재빠르게 놀리며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강건우의 눈에 강한 호기심이 떠올랐다. 송기현이 수인을 완성할 때마다 붉은색 스파크가 번쩍이고 있었다.

‘분명 각성자는 아닌데···. 어떻게 저런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거야?’

생각에서 빠져나온 강건우가 품속에 있는 카라를 향해 물었다.

“카라, 각성자가 아닌 거. 정말 확실한 거지?”

“사실 저도 헷갈려요. 지금 저 손에 맺힌 힘은 분명 각성자들의 스킬과 똑같아요.”

“카라의 판단이 틀린 건 아닐까?”

“제가요? 설마요.”

카라와 강건우가 송기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송기현의 얼굴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 꽉 깨문 입술에서는 피가 조금씩 배어 나오고 있었다. 강건우가 송기현의 말을 떠올렸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인 것 같군···.’

송기현은 차원 왜곡을 일으켜 크라켄을 다른 차원으로 날려버리겠다고 했었다. 송기현은 아마겟돈 이후에도 평범한 일반인이었다고 했다.

‘참성단에 있던 신의 힘이 영향을 준거 같은데 말이지···.’

강건우가 팔짱을 낀 채 송기현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크라켄을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송기현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때였다. 송기현의 손에서 터져 나온 빛이 바다를 향해 쏟아졌다. 파란색 바다를 향해 쏘아져 가는 붉은빛은 신비로웠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송기현이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헉···. 헉···. 됐습니다. 됐어요!”

말을 마친 송기현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몸은 무거웠지만, 표정은 밝았다. 강건우가 송기현을 부축해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일단 이거라도 드시죠.”

“으···. 으···. 감사합니다.”

강건우가 포션을 내밀었다. 송기현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받으려 했다. 그 모습에 강건우가 한숨을 쉬었다. 힘을 쏟아부은 송기현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강건우가 포션을 송기현의 입에 부어주었다.

“후아···. 이제 살겠습니다.”

“효과가 좋으신가 봅니다?”

“네, 감사합니다.”

포션을 마시고 기운을 차린 송기현이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을 강건우와 카라가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일반인에게는 포션의 효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 몸에서 모든 약효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강건우의 주머니에서 무전이 흘러나왔다.

-건우야, 바다 쪽을 확인해봐.-

“알겠어.”

이진호는 해병대원들의 보호와 바다 쪽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강건우가 초지대교의 위쪽으로 몸을 날렸다. 높은 곳에 오르자 바다의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송기현에게서 시작된 붉은색 힘이 바다를 뒤덮고 있었다. 그 속에서 크라켄이 거칠게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바다가 비명을 지르며 거칠게 울었다. 엄청난 광경에 강건우와 카라가 동시에 외쳤다.

“맙소사! 차원 왜곡?”

“건우님, 이건 정말 설명이 안 되는 일이에요.”

아무리 강력한 각성자라 해도 불가능한 수준의 일이었다. S 랭크에 이르는 거대한 크라켄이 차원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수호자와 파괴자 중에서도 이정도 강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차원 왜곡이 얼마나 유지될까?”

“크라켄의 힘을 생각한다면 금세 부수고 나올 거에요.”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는 속도가 생명이었다.

“카라, 아크로폴리스에서 연락은?”

“태정님이 강제 각성 3, 4팀과 수송수단을 출발시켰다고 했어요.”

시간이 부족했다. 크라켄이 돌아오기 전에 모든 것을 끝마쳐야 했다. 강건우가 빠르게 생각을 시작했다.

‘바다를 통해 건너편으로 간 후 차량을 이용해 빠르게 빠져나간다.’

생각을 마친 강건우가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진호야 들려?”

-지···. 직···. 들린다. 말해.-

무전기의 수신 상태가 좋지 않았다. 차원 왜곡 현상의 영향이었다. 강건우가 무전기의 불륜을 높인 후 입을 열었다.

“내가 지금 그쪽으로 갈게. 사람들을 옮길 준비를 해줘.”

-알겠어.-

무전을 마친 강건우가 카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

“카라, 너는 여기 남아서 지원팀을 맞이해줘.”

“네, 건우님!”

강건우가 송기현을 바라보았다. 기운을 전부 회복했는지 한결 편안한 표정이었다.

“건우님, 빨리 가시죠. 저는 여기 남아서 기다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리자드맨들을 조심하세요.”

크라켄은 사라졌지만, 리자드맨의 위협은 남아있었다. 강건우의 말에 송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건우가 땅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강건우의 모습이 순식간에 멀어졌다.

“기현님, 정말 괜찮으신 거예요? 분명 몸에 큰 무리가 갔을 거예요.”

“하하. 괜찮습······. 쿨럭!”

웃으며 말을 하던 송기현이 돌연 피를 토해냈다. 무리한 힘을 사용한 대가였다. 포션의 효과로 잠시 멀쩡했던 몸이 다시 망가지기 시작했다.

“기현님!”

“몸···. 몸이···. 억···!”

카라가 깜짝 놀라며 송기현에게 다가왔다. 자리에 주저앉은 송기현의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으음···.”

옅은 신음성과 함께 송기현이 의식을 잃었다.

*****

한편 강건우는 마니산의 방어진지에 도착해 있었다. 방어진지에는 이진호가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대기 중이었다.

“진호야, 혼자 고생했다. 이제 산 아래로만 옮기면 돼.”

“고생은 무슨. 빨리 옮기자.”

강건우와 송기현이 해병대원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람을 옮기는 것이기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각성자인 두 사람에게는 너무 쉬운 일이었다. 순식간에 모든 대원을 산 아래로 옮기는 것을 끝냈다.

“이제부터가 중요해. 시간이 별로 없어.”

“건우야, 빨리 오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두 사람이 초조한 눈빛으로 초지대교 쪽을 바라보았다. 지원팀과 수송단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피 말리는 시간이 지났다.

“어? 건우야, 저기 오는 거 같은데?”

“이제야 오는군.”

이진호가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십여 대의 트럭이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잠시 후 지원팀과 수송단이 도착했다. 트럭에서 강제 각성 3팀과 4 팀원들이 내렸다.

“건우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말을 건네오는 남자는 4팀장 정원석이었다. 이번 작전의 책임자였다. 강건우에게 인사를 마친 정원석이 뒤편을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해병대원들을 트럭으로 옮긴다. 어서 움직여!”

“네, 팀장님!”

“네!”

정원석의 명령에 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해병대원들을 트럭에 준비된 캡슐에 눕히고 생명 유지 장치를 작동시켰다. 처음 보는 장비에 강건우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건 못 보던 장비인데? 아크로폴리스에 이런 게 있었나?”

강건우의 말을 들은 정원석이 대답했다.

“카라님의 연락을 받고 팔크람님이 급하게 만드셨습니다. 작동시간이 길지 않으니 서두르라고도 전하셨습니다.”

“그렇군. 역시 팔크람이야.”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화도부터 아크로폴리스까지는 그리 멀지는 않은 거리였다. 하지만 의식을 잃은 해병대원들에게는 매 순간이 죽음의 위기였다. 그때 해병대원들을 옮기는 작업이 끝났다.

“지금부터 트럭을 보호하며 아크로폴리스로 돌아간다.”

강건우의 명령에 우렁찬 대답이 들려왔다. 그리고 해병대원들을 싫은 트럭들이 우렁찬 엔진소리를 내며 출발했다. 트럭이 모두 떠나가자 강건우와 이진호가 마지막으로 자리를 떠났다.

“진호야, 지원팀이 안전하게 빠져나갈 때까지 지켜줘.”

“건우 너는?”

“난 초지대교 위로 가볼게. 왠지 느낌이 안 좋아.”

이진호가 고개를 끄덕인 후 트럭을 뒤따라갔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강건우가 초지대교로 향했다.

얼마 후 강건우가 초지대교에 도착했다. 한쪽에는 송기현이 쓰러져 있었다. 그 옆을 카라가 안절부절못하며 지키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강건우가 재빠르게 다가갔다.

“카라, 무슨 일이야?”

“건우님, 아무래도 기현님의 몸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거 같아요.”

카라의 말에 강건우가 송기현이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온몸이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빨리 아크로폴리스로 옮기는 수밖에 없겠어.”

“네, 빨리요.”

강건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강화도 쪽을 바라보았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지원팀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건우님, 크라켄의 힘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요.”

“빨리 철수해야겠군.”

강건우가 바다를 바라보았다. 고요한 바다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차원 왜곡이 깨지는 현상이었다. 강건우가 무전기를 이용해 이진호에게 연락했다.

“진호야, 어디까지 왔어?”

-다 왔다. 중간에 크리쳐들이 덤비는 바람에 좀 늦었어.-

“그래? 다친 사람들은 없고?”

-응, 3, 4 팀원들이 순식간에 해치웠다. 많이들 강해졌네.-

“그렇군. 지금 기현 씨의 상태가 안 좋아. 빨리 와서 옮겨야 할 거 같다.”

-진짜? 알겠어. 최대한 빨리 갈게.-

무전을 마친 강건우가 포션을 꺼내 송기현의 입에 부어 넣었다. 잠시 안색이 돌아왔지만,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여기서는 손쓸 방도가 없겠어.’

잠시 후 이진호와 지원팀이 나타났다. 차에서 내린 이진호가 강건우에게 다가왔다. 그 사이 정원석은 강을 건널 준비를 시작했다. 트럭의 양옆에서 하얀 코팅막이 나와 차체를 감쌌다.

코팅이 끝난 트럭이 초지대교 밑쪽의 수심이 낮은 바다를 건너기 시작했다.

“팔크람님이 작품이래. 수륙양용 트럭. 대단하지?”

“드워프들의 솜씨는 역시나다.”

이진호의 설명에 강건우가 감탄했다. 짧은 시간에 이정도까지 준비했다니 정말 대단했다.

대화를 마친 강건우가 송기현을 부축해 남아있는 트럭으로 옮겼다. 잠시 후 송기현을 싫은 트럭이 마지막으로 바다를 건넜다.

“이제 우리도 가자.”

“진짜 몇 달 같은 며칠이었다.”

강건우와 이진호가 한숨을 쉬며 다리를 건넜다. 건너편에 도착한 두 사람이 바이크에 올라탔다. 그리고 트럭이 건너오고 있는 해변가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나타난 리자드맨들이 트럭에 달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각성자들에 의해 허무하게 죽어 나갔다.

“이제 C 랭크 크리쳐 따위는 일도 아니네.”

“이게 다 주환 형님의 스파르타식 훈련 덕택이지.”

잠시 후 모든 트럭이 바닷가에 도착했다. 그 장면을 확인한 두 사람이 시동을 걸고 바이크를 출발시켰다. 그 뒤를 트럭들이 줄지어 따르기 시작했다. 아크로폴리스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얼마 후. 바다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번쩍하는 빛과 함께 유리창이 깨지듯 바다가 깨지며 크라켄이 나타났다.

-꾸에에에엑!-

지구로 돌아온 크라켄이 분노에 찬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강화도를 향해 촉수를 휘둘렀다. 하지만 수호결계가 발동했다. 자신의 공격이 안 먹히자 크라켄이 더욱 미쳐 날뛰었다.

-미물! 따위가 나의 힘을 노리는가!-

하늘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참성단이 힘을 회수하기 위해 신이 나타난 것이었다. 참성단에 신비한 기운이 서렸다. 번쩍! 순간 빛이 터져 나오며 제단에 남아있던 신의 파편이 사라졌다.

신의 파편이 사라지자 크라켄이 바다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신과 크라켄이 떠난 강화도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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