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60화 (61/99)

강화도(3)

민족의 제 1 성지가 있는 마니산. 해발 472.1M 터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었다. 초입에 도착한 강건우와 이진호가 멍한 얼굴로 산을 바라보았다.

“이게 산이야 요새야?”

“지금 이거 실화냐?”

마니산 곳곳에 박격포는 물론 기관총 진지와 철조망이 잔뜩 둘려 있었다. 이 엄청난 광경에 카라가 입을 열었다.

“건우 님, 마니산 안쪽으로 크리쳐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요.”

“그래? 그럼 혹시 각성자는?”

“잠시만요.”

강건우의 말에 카라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온몸에서 흑백의 기운이 조화롭게 발산되었다. 강건우와 이진호가 숨을 죽인 채 카라를 쳐다보았다. 잠시 후 탐색을 마친 카라가 긴 숨을 내뱉었다.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카라의 모습은 처음 이었다.

“후···. 산이 넓기도 하고 신의 힘 때문인지 정말 힘드네요.”

“카라, 괜찮아?”

강건우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카라를 바라보았다.

“네, 힘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버틸 만해요.”

“다행이네. 각성자는?”

“없어요. 산정상에서 느껴지는 신의 힘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아요.”

카라의 말에 강건우가 턱을 쓰다듬었다. 마니산 안쪽의 상황은 아직 알 수 없었다. 만약 군부대가 아직 주둔하고 있다면 충돌이 있을 수도 있었다. 강서구에서 강제로 쫓아낸 이후 정부와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건우야, 진지의 상태가 좋은 게 최근까지도 사용한 것 같다.”

“병사들의 흔적은?”

“그건 진지까지 직접 가봐야 알 수 있어.”

이진호의 말에 강건우가 결심을 내렸다.

“어차피 참성단까지 가야 하니까. 진입하자.”

“알겠어. 그럼 출발하자.”

두 사람이 대화를 마치고 마니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산 안에서 느껴지는 상쾌한 공사 기간은 여느 때와 다를 것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나아가던 두 사람이 방어 진지에 도착했다.

“역시, 장비들도 멀쩡하고 취사를 한 흔적도 있어. 이곳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사람이 있던 게 확실해.”

“그래? 그럼 꽤 많은 수의 병사들이 있었다는 말인데 어디 간 거야?”

“진지 안에 탄약들도 그대로고 작전계획도도 회수 못한 거로 봐서는 급하게 후퇴한 거 같은데.”

강건우와 이진호가 방어 진지 내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조사를 했지만 특별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그때 품속의 카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건우 님, 느낌이 안 좋아요. 지난번 하늘 요새로 가기 전 왕국의 수도 기억나시죠?”

“무슨 말이야. 마니산이 던전일 리가 없잖아?”

강건우가 지난 일을 떠올렸다. 사람의 흔적이 없던 잊힌 고대왕국의 수도. 그곳과 지금 마니산의 느낌이 너무나도 비슷했다.

“참성단에 있는 신의 힘! 누군가 그걸 이용해 마니산을 던전화 하려 하고 있어요.”

“누가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이야?”

카라가 심각한 표정으로 강건우에게 말했다.

“던전을 만들 수 있는 존재···. 누구겠어요?”

“설마! 신을 말하는 거야 지금?”

강건우가 깜짝 놀라 크게 외쳤다. 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건우가 신음성을 내뱉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구의 신들은 힘을 모두 잃은 상태라고 했다. 수호신과 파괴신은 지구에 존재하는 것으로는 던전을 만들 수 없었다.

그때였다. 주변을 살펴보던 이진호가 참성단이 있는 산의 정상을 가리켰다.

“건우야, 참성단 쪽이 이상해!”

이진호의 외침에 강건우가 참성단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붉은색의 기운이 용광로처럼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 장면을 목격한 카라가 다급하게 말했다.

“누군가 참성단에 축적돼있던 신의 힘을 개방하려 하고 있어요. 빨리 막아야 해요.”

“제길! 뭐하나 쉽게 가는 게 없어.”

이진호가 투덜거리며 마나 런쳐를 꺼내 들었다.

“진호야, 나 먼저 갈 테니까 뒤에서 지원 부탁한다.”

강건우가 참성단이 있는 정상을 향해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강건우였다. 이진호가 마나 런쳐로 산 정상을 조준했다. 붉은색 기운 사이로 흐릿하게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사람? 각성자인가?’

이진호가 입술을 깨물며 마나 런쳐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는 무전기를 통해 강건우에게 사람의 존재를 알렸다.

“건우야, 참성단 근처에 사람의 형상이 보였어. 조심해.”

-사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아차 하면 쏴버릴게.”

-내가 신호 할 때까지 함부로 쏘지는 마.-

“알겠어.”

이진호가 긴 숨을 내쉬며 참성단을 제 조준 했다. 사람의 형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한편 강건우는 어느새 참성단의 근처까지 도착했다. 길이 없는 곳을 일직선으로 뚫고 온 것이었다. 강건우가 온몸에 묻은 나무 파편과 먼지를 털어냈다.

“카라, 수호결계는 준비됐어?

“네, 하지만 여기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멀어요.”

강건우가 참성단을 슬쩍 바라보았다. 넘실거리는 붉은 기운 때문인지 매우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가까이 가야 하는데?”

“바로 앞까지요.”

카라가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강건우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쉽게 가는 법이 없지.”

“건우님, 힘내세요.”

카라가 강건우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으아!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화이팅!”

강건우가 기합을 잔뜩 넣으며 참성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흘러나오는 강력한 기운에 피부가 따끔거렸다. 가까워질수록 느껴지는 힘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한발씩 조심스럽게 나아가던 강건우가 참성단에 도착했다. 참성단의 한가운데에는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발견한 카라가 강건우의 품속에서 나왔다.

“건우 님, 저 사람에게서 초기 각성자의 힘이 느껴져요.”

“뭐라고? 역시 신들이 꾸민 짓이 확실한 거야?”

“모르겠어요. 일단 저 사람 힘이 폭주하고 있어요. 저대로 놔두면 참성단과 함께 터져 버릴 거에요.”

카라의 말에 강건우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참성단에 응축되어있는 힘이 폭발한다면 자신과 이진호는 물론 강화도도 지도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었다. 빨리 남성과 참성단의 폭주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라, 내가 남성을 구할 테니까 넌 참성단에 가까워지면 바로 결계석을 사용해.”

“네, 건우님.”

말을 마친 강건우가 참성단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강력한 반발력이 느껴졌지만 이를 악물고 발을 뗐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 참성단의 지척까지 도착했다. 한쪽에는 개량 한복을 입은 젊은 남성이 쓰러져 있었다.

“카라, 저 사람 의식이 없는 거 같은데?”

“일단 구하고 보죠. 제가 참성단의 폭주를 멈출게요. 그 사이 저 사람을 참성단 밖으로 끌어내세요.”

“알겠어.”

강건우의 품에 있던 카라가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결계석을 제단의 중심부로 던졌다. 결계석에서 녹색의 빛이 터져 나왔다.

“으악!”

“꺅!”

강력한 힘의 파동이 퍼져나가며 강건우와 카라가 뒤로 튕겨 나갔다. 잠시 후 몸을 일으킨 강건우가 구해낸 남성을 옆으로 눕혔다. 그리고 구석에 처박혀있는 카라에게 다가갔다.

“카라!”

“으으···. 건우님, 저는 괜찮아요.”

붉은색 기운이 폭주하던 제단은 어느새 잠잠해져 있었다. 참성단의 주변으로는 은은한 녹색의 장막이 둘려 있었다. 수호결계가 발동한 것이었다.

강건우가 더러워진 옷을 툭툭 털어내며 투덜거렸다.

“아···. 이거 퀘스트 가성비가 너무 나쁜데?”

“가성비요?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 게 있어.”

눈을 껌뻑이며 묻는 카라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어준 강건우가 제단이 중심부를 향해 나아갔다.

“카라, 역시 있네. 신의 파편.”

강건우가 제단의 중심부에서 반짝이는 파편을 꺼내 들었다. 손에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건우 님, 일단 이거는 지구의 신들이 회수하게 내버려 두죠.”

“쩝···.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강건우가 아쉬움을 달래며 파편을 내려놓았다. 그때 뒤편에 쓰러져 있던 남성이 신음성을 뱉으며 정신을 차렸다.

“으으······. 제단이···. 당신들은 누구 십니까? 신의 사자입니까?”

“정신이 드십니까?”

“건우님, 포션이요. 어서요.”

강건우가 카라의 재촉에 포션을 꺼내 남성에게 먹여주었다. 남성의 몸에 나 있는 상처가 아물고 활력이 돌아왔다. 순식간에 몸이 가벼워진 남성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역시! 신의 사자들이 맞군요.”

“네? 신의 사자 아닙니다.”

“건우님, 지구의 신들이 보냈으니 틀린 말은 아니죠.”

강건우와 카라의 대화를 듣던 남성이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강건우의 손을 덥석 잡았다. 눈가에 눈물이 글썽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역시 신께서는 인간을 버리지 않으셨군요.”

“하하.”

남자의 말에 강건우가 어색한 웃음을 터트렸다.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남성에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닌 게 문제네···.’

생각에 빠진 강건우의 귓가에 남성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저는 대종교 소속의 참성단 지킴이 송기현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강건우입니다.”

“카라에요.”

인사를 끝낸 강건우가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을 향한 송기현의 뜨거운 시선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강건우의 질문에 송기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마니산을 지키기 위한 지난 노력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한숨을 내쉰 송기현이 담담히 설명을 시작했다.

“아마겟돈이 시작되고 나서 한동안은 잠잠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쳐 들이 강화도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남성의 말에 카라가 강건우에게 속삭였다.

“지구의 신들이 깨어난 후부터인가 봐요.”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송기현의 말에 다시 집중했다.

“강화도를 지키던 해병대의 연대장은 몰려드는 크리쳐에 특별 조처를 내렸습니다.”

“강화대교를 폭파하고 초지대교로 방어병력을 집중 시킨 거군요?”

“네, 맞습니다. 끝없이 몰려드는 크리쳐 들을 막아내는 도중에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거대한 바다 괴물이 초지대교를 지키던 병력을 공격했습니다.”

당시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 송기현의 얼굴에 괴로움이 떠올랐다.

“결국, 해병대는 다리를 포기하고 강화도로 후퇴했습니다. 그러다 크리쳐들의 목적지가 마니산인 것을 확인하고 이곳을 최후의 방어선으로 삼았습니다.”

“군대에서도 마니산을 지키려 한 이유가 있습니까? 크리쳐 들이 목적이 오직 마니산이었다면 후퇴해도 됐을 텐데요?”

강건우의 질문에 송기현의 목소리가 더욱 가라앉았다.

“사실, 강화도에 남은 해병대의 지휘관은 저와 같은 대종교 소속의 선배이십니다.”

“아······. 그럼?”

“네, 마니산이 참성단을 지키기 위해 부하 병사들과 끝까지 남으신 겁니다.”

“그렇군요.”

이어지는 송기현의 설명은 이러했다. 마니산을 중심으로 크리쳐를 막아내던 도중 참성단의 힘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송기현은 제단을 살펴보기 위해 이곳에 왔었다. 그 순간 송기현의 내부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폭발하며 참성단의 기운과 공명을 일으켰다.

“온몸에 터질 듯한 고통에 저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 상황입니다.”

송기현의 말에 카라가 강건우에게 속삭였다.

“아마, 건우님이 크라켄과 싸우면 사용한 태초의 힘에 제단의 힘이 반응을 일으킨 거 같아요.”

“그럼, 사람들이 사라진 일도 그것과 관련이 있겠네?”

강건우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말했다. 카라는 아무런 말 없이 강건우를 바라보았다.

“......”

그때였다. 송기현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혹시···. 여기까지 오시기 전 해병대원들은 만나 보셨습니까?”

“......”

강건우가 침묵하자 송기현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말씀해 주십시오. 다들 무사합니까?”

당장이라도 뛰어 내려갈 것 같은 송기현이였다. 카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 말이죠···.”

카라가 자신들이 보았던 일을 설명했다. 송기현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정신을 차린 송기현이 방어 진지가 있는 쪽으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안돼! 믿을 수 없어.”

절규하며 내려가는 송기현을 강건우와 카라가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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