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59화 (60/99)

강화도(2)

초지대교 근처의 해안가에 검과 방패를 든 남성이 사방을 주시하며 서 있었다. 바다는 잠잠했지만 남자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남성의 품에서 작은 요정이 고개를 내밀었다.

“진호님이 잘 해내시겠죠?”

“카라, 걱정하지 마. 진호의 직업이 창공의 사수잖아. 저격술 하나는 끝내주는 거 알잖아?”

대화를 나누는 한 명의 사람과 요정의 정체는 강건우와 카라였다.

“그래도, 아까 제가 쳐다보니까 잔뜩 얼어서는 몸을 부르르 떠시던데요?”

“그건, 네가 먹잇감 보듯 쳐다보니까 그런 거지.”

“헤헤. 장난이었는데요.”

“하여간. 카라 너도 참.”

강건우는 카라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계속해서 사방을 주시했다. 카라가 설명한 작전은 간단했다. 강건우가 태초의 함성을 이용해 크라켄의 촉수를 유인한다. 나타난 촉수를 이진호가 수면탄으로 저격한다. 간단했지만 위험한 작전이기도 했다.

‘일단 상점에서 수면 마법 스크롤을 구해 마나 런쳐에 인첸트 하긴 했지만, 잘 통할지는 모르겠군.’

수면탄을 맞은 촉수를 통해 크라켄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당장 거대하고 강력한 크라켄을 처치할 방법은 없었다. 그때 강건우의 무전기에서 이진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건우야, 저격 포인트 확보 완료했다.-

“응, 크라켄이 저격이 날아온 방향을 눈치챌 수 있으니까 몸조심해.”

-나보단 네가 몸조심해야지. 그 집채만 한 촉수에 스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끔찍하다.-

“걱정하지 마 그렇게 느려터진 공격에 당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래, 조율자 강건우답네.-

무전을 끝낸 강건우가 인벤토리에서 프로텍트 쉴드[Epic] 스킬스톤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3번이나 중첩했다. 촉수에 맞아줄 생각은 없었지만 만약은 대비해야 했다.

“카라, 그럼 시작한다?”

“네, 저도 준비됐어요.”

카라가 강건우의 품 안으로 몸을 숨겼다. 무전기에서 이진호의 레디 사인도 흘러나왔다.

“좋아! 시작한다. 흐압!”

준비를 마친 강건우의 입에서 우렁찬 소리가 터져 나왔다. 태초의 함성을 사용한 것이었다. 강건우의 온몸에 활력이 돌았다. 불끈 쥔 주먹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 전투를 준비하는 강건우의 마음에 묘한 고양감이 생겨났다.

‘신화 속에서나 보던 크라켄을 내가 직접 볼 줄이야.’

약간의 시간이 지났다. 잠잠하던 바다가 거칠게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발견한 카라가 뾰족하게 소리쳤다.

“크라켄의 촉수에요! 역시 반응을 보여요!”

“카라, 이제 안으로 숨어.”

카라가 강건우의 품으로 숨어들었다. 강건우가 검과 방패를 고쳐 잡았다. 자칫 잘못하다 촉수에 휘감겨 바다로 끌려간다면 큰일이었다. 정신을 집중하고 바다를 주시했다. 그 순간이었다. 눈앞의 바다가 갈라지며 촉수가 하늘로 솟구쳤다. 갈라진 바다 사이로 바닥이 보일 정도였다.

“진호야! 실수하면 안 돼!”

-라져. 걱정하지 마.-

크라켄의 촉수들이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강건우를 향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쾅! 쾅! 쿵!

엄청난 소리와 함께 촉수가 꽂힌 바닥이 크게 진동했다. 마치 지진이 난 것 같았다. 강건우는 쏟아지는 공격을 재빠른 몸놀림으로 피했다. 번개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계속되는 공격에 강건우가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

“진호야, 나 죽는다!”

-촉수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이대로라면 명중률이 떨어져.-

“제길! 알았어.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강건우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들의 생각보다 촉수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섣부른 저격으로 크라켄의 경계심을 키워줄 수는 없었다.

‘생각하자. 생각을 강건우.’

쾅! 쾅!

강건우가 공격을 피하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적당한 방법을 찾아냈다.

“카라, 방패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 검색 부탁해!”

“역시! 센스 있으세요. 잠시만요.”

강건우의 말을 단박에 알아들은 카라가 조율자의 상점에 접속했다.

“찾았어요! 쉴드스턴[Epic].”

“잘했어. 내가 찾던 게 바로 그거야.”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서 전투집중[Epic]과 쉴드스턴[Epic]을 구매했다. 두 개의 스킬스톤이 은은한 빛을 내뿜고는 사라졌다. 방패에 스파크가 튀며 스턴효과가 적용되었다. 집중력이 더욱 높아지고 미미하지만, 능력치도 상승했다.

‘집중해서 날아오는 촉수를 방패로 쳐내야 해.’

거대한 크라켄의 촉수에 스턴효과가 나타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잠깐의 경직만 생겨도 성공이었다. 강건우가 날아드는 촉수들을 바라보았다. 전투집중의 효과 덕인지 전보다 느리다는 느낌을 받았다.

“흐압!”

텅! 강건우가 촉수를 방패로 후려쳤다. 스파크가 튀며 촉수가 움찔거렸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진호야, 효과가 있다. 내가 경직시키는 촉수를 노려.”

-라져.-

텅! 텅! 강건우가 재빠르게 움직이며 방패로 촉수를 공격했다. 충격이 쌓일수록 촉수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건우의 공격이 계속되었다. 멀리서 촉수를 몸을 숨긴 채 대기하던 이진호가 저격을 시작했다. 지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마나 런쳐에서 수면탄이 쏘아져 나갔다.

-쿠어어어!-

이진호의 정확한 사격에 명중당 한 촉수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저 멀리 바다로부터 크라켄의 괴성이 들려왔다. 계속되는 저격에 몇몇 촉수가 바다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면탄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었다.

“진호야, 조금만 더 맞추면 될 거 같다.”

-좋았어. 좀 더 고생해줘.-

강건우가 날아오는 촉수를 피하며 무전을 끝마쳤다. 크라켄의 공격은 점점 둔해지고 있었다. 강건우의 스턴효과와 이진호의 수면탄이 함께 작용해 상승효과가 나타난 것이었다. 잠시 후 마지막 남은 촉수가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에 떨어졌다.

“건우 님, 다리로 빨리 가죠!”

“좋았어. 진호야, 다리러 와.”

-라져. 수고했다 건우야.-

강건우가 바다를 잠시 쳐다보았다. 바로 전에까지 성나 날뛰던 바다는 잠잠해져 있었다. 긴 숨을 내뱉은 강건우가 다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건우야, 얼른 건너가자.”

“진호, 저격 끝내줬다.”

“흐흐. 그런 거라도 잘해야지.”

다리 위에는 이진호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강건우와 이진호가 다리가 끊겨 있던 부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전력을 다해 뛰면 넘어갈 수 있을 거야.”

“으아···. 바다로 떨어지면 어떡하지?”

이진호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각성자였다. 하지만 끊겨 있는 다리 너머까지는 거리가 제법 멀었다.

-크르르-

-키륵 키륵-

잠시 후 다리가 끊긴 곳에 도착한 강건우와 이진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느새 다시 나타난 리자드맨들이 동족의 시체를 포식하고 있었다.

“하···. 저게 뭐냐?”

“진호, 쓸어버리자.”

말을 끝낸 강건우의 한손검에 홍염이 둘러졌다. 방패에는 아직 스턴의 효과가 남아 있었다. 강건우가 땅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끼아악!-

-키륵! 키륵!-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강건우가 리자드맨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C 랭크에 불과한 리자드맨은 일검에 하나씩 죽어 나갔다. 멍하니 그 장면을 쳐다보던 이진호가 중얼거렸다.

“날이 갈수록 전투능력이 향상되네. 무슨 사이어인도 아니고···.”

이진호의 중얼거림이 끝나자 리자드맨의 정리도 끝났다. 강건우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다가왔다. 그리고 별일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정리 끝. 이제 다리 건너자.”

“응···. 그래. 가야지.”

이진호가 혀를 내둘렀다. 처음 던전을 같이 돌 때만 해도 전투에 미숙한 부분이 있었던 강건우였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전투기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진호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쪽에서 강건우가 다리 밑을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멍청한 도마뱀놈들!”

“건우님, 서둘러야겠어요.”

강건우와 카라의 말에 이진호가 다리 밑을 바라보기 위해 다가갔다. 다리 밑을 확인한 이진호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새끼들 지금 뭐 하는 거냐?”

“아무리 멍청한 크리쳐라지만 지금 저게 실화냐?”

다리 밑 해안가로 많은 수의 리자드맨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선두의 리자드맨들은 이미 바다로 들어가 크라켄의 촉수를 해안가로 끌어내려 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크라켄이 깨어나겠어요.”

“제길! 일단 다리부터 건너자!”

“라져!”

다리 밑의 상황에 기겁하던 두 사람이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힘차게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으아아아!”

“흐압!”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두 사람이 건너편을 향해 힘차게 뛰어올랐다. 강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을 방해했다. 어렵게 균형을 잡은 강건우는 다리 너머로 안전히 착지했다. 바람에 중심을 잃은 이진호는 데굴데굴 구르며 착지에 성공했다.

“후···. 일단 건너긴 했는데.”

“건우야, 돌아 갈 때도 이래야 하는 거냐?”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으니까.”

“크라켄은 계속 잠들어 있을까?”

이진호의 질문에 카라가 고개를 저었다. S 랭크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의 크라켄에게 수면의 효과가 길지는 않을 것이었다. 더군다나 리자드맨들의 멍청한 행동으로 깨어날 시간이 앞당겨질 처지였다.

“금세 깨어날 거에요. 일단 마니산에 있는 신의 힘을 회수해서 크라켄의 관심이 멀어지기를 바라는 수밖에요.”

카라의 말이 끝나자 강건우와 이진호가 강화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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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으로 향하는 도로 위로 부서진 장갑차와 참호들이 곳곳에 있었다. 강화도를 지키기 위한 전투가 꽤나 격렬했는지 아직 부패하지 않은 군인들의 시체도 보였다. 참담한 광경에 이진호가 흥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제길! 정부 놈들!”

“진호야, 왜 그래?”

강건우의 질문에 이진호가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둘러봐. 전부 낡은 장갑차에 죽어있는 건 전부 병사들 시체뿐이야. 포격으로 지원한 흔적도 없어.”

“그럼 정부가 강화도를 버렸단 말이야?”

“그래, 예전에 내가 속해있던 부대의 지역을 버린 것처럼 여기도 최소한의 병력만 남겨두고 해병대나 신식 장갑 병력은 전부 불러들인 거지.”

이진호가 분하다는 얼굴을 지었다. 지금 정부는 대부분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저 김한나의 보호 아래서 명맥만 이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애꿎은 사병들만 불쌍하게 된 거지. 애초에 다리를 버려진 거야 이들은.”

“.....”

이진호의 말에 강건우가 침묵했다. 정부가 국민을 버렸다. 선택받은 고위층들과 정부 지도자들을 지키기 위해 군대를 한곳에 집중시켰다. 지금도 김한나에게 빌붙어 아부하며 살아남고 있을 터였다.

“가자. 강화도에 남아 있는 생존자가 있다면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보자고.”

강건우의 말에 이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라면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진호님, 힘내세요.”

“고맙습니다. 카라님.”

대화를 마친 강건우와 일행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마니산에 가까워질수록 느껴지는 강력한 힘에 카라의 눈에 흑백의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강건우도 멀리 모습을 드러낸 마니산을 바라보았다. 빨간색 운무에 휩싸인 마니산의 정상 쪽에 하얀색 빛이 애처롭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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