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54화 (55/99)

파괴자(3)

타임스퀘어의 넓은 광장 한가운데에 강건우와 오민석이 등을 맞대고 있었다. 그리고 주상혁과 부하들이 두 사람을 포위하고 있었다.

주상혁이 어깨로 매고 있던 대검을 땅에 꽂아 넣으며 비아냥거렸다.

“본거지에 처박혀 있으면 알아서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뭐가 급해서 몸소 오셨나?”

강건우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쎈 척 하나는 일품이었다.

“말하는 버릇은 여전하네?”

“뭐?! 이 새끼가 겁을 상실했나. 여기가 아직도 네놈 앞마당인 줄 알아?!”

주상혁의 얼굴이 분노로 터질 듯 벌게졌다. 땅에 꽂아놓은 대검을 뽑아 강건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야! 저 새끼는 내 거다. 아무도 방해하지 마.”

“알겠습니다. 대장!”

“네!”

주상혁이 강건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 모습에 강건우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오민석에게 속삭였다.

“민석이 형님, 주상혁을 빠르게 처치하고 합류하겠습니다. 잠깐만 버티고 계세요.”

“가능하겠습니까? 상대는 파괴자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본인 위험할 거 같으면 아끼지 말고 신의 가호 써서 버티세요.”

“네, 알겠습니다.”

강건우가 말을 마치고 주상혁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런 강건우를 바라보는 오민석이 경악스러운 얼굴을 지었다. 강건우는 자신의 스킬 명을 알고 있었다. 직업을 얻은 이후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스킬이었다. 재사용 대기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었다.

“어···. 어떻게 내 스킬을 알고 있는 거지?”

오민석의 등으로 한줄기 땀이 흘러내렸다.

전방에는 강건우와 주상혁의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때 나머지 각성자들이 오민석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왔다.

“여어! 오민석. 콜로세움에서 돌아오고 처음 만나네?”

“오늘 네놈의 허리가 언제까지 꼿꼿할지 확인해볼까?”

사방에서 비아냥거림이 들려왔다. 콜로세움 시절부터 파괴진영을 선택한 각성자들과는 상극인 오민석이였다.

‘오늘 일진이 사납군···. 살아남을 수나 있을지.’

오민석이 씁쓸하게 웃고는 강건우가 싸우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한편 강건우와 칼을 맞대기 시작한 주상혁은 매우 당황한 상태였다. 강건우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지난번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쾅! 쾅! 강건우가 휘두른 쌍검을 간신히 막아낸 주상혁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크 흑···. 네놈 벌써 랭크 업이라도 했단 말이야?”

한 차례 공격을 퍼부은 강건우가 검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 당황한 얼굴의 주상혁에게 비웃음을 날렸다.

“내가 대답이라도 해줘야 하는 건가?”

“도대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뭐냐고?! 본거지까지 모자라 본인의 랭크 업까지?”

주상혁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강서구를 아우르는 본거지 규모에 본인의 랭크 업까지. 도대체 저 정도 포인트를 어떻게 모으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게임처럼 경험치 부스터라도 존재하는가 생각도 했다.

“흐압!”

강건우가 공격을 재개했다. 왼손에 들린 검을 아래로 휘둘렀다. 캉! 주상혁이 대검을 들어 검을 막았다. 확연한 힘의 차이에 주상혁의 양발이 땅으로 움푹 박혔다. 찍어누르는 강건우의 힘에 주상혁의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이래서 남자 구실은 하겠냐?

강건우가 오른손에 들린 검으로 대검을 마구 내리쳤다. 강력한 힘이 실린 공격에 주상혁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다리의 힘도 풀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위기에 몰린 주상혁이 비장의 스킬인 광폭화[Unique]를 시전했다. 두 눈이 붉게 물들고 온몸에서 불긴 한 검은색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터져 나온 힘에 강건우가 뒤로 물러났다.

“비장의 수는 있었다. 이거야?”

말을 마친 강건우가 오민석이 있는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수많은 각성자에 둘러싸인 오민석은 악전고투 중이었다. 커다란 방패로 전면을 가린 채 힘겹게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나마 나상천을 비롯한 강자들이 싸움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주상혁이 일방적으로 밀리자 끼어들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었다.

‘주상혁을 빠르게 처치하고 민석이 형을 도와줘야겠군.’

강건우가 생각에서 빠져 나왔다. 정면에서 주상혁의 주먹이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황급히 몸을 뒤로 날려 피했다. 엄청난 풍압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뒤로 물러난 강건우를 주상혁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새끼 나를 두고 한눈을 팔아? 내가 아주 만만하지?”

“기분 나빴냐? 그럼 미안.”

“새끼가 끝까지!”

강건우의 비아냥에 주상혁의 성질이 폭발했다.

땅을 박차며 대검에 온 힘을 집중했다. 주상혁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커다란 검을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대검에서 검은색 기운이 쭈욱 늘어나며 강건우를 덮쳤다.

‘얼마나 강력한지 부딪혀 볼까?’

강건우가 쌍검을 엑스자로 교차해 전면을 가렸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프로텍트 쉴드 스킬스톤을 꺼내 사용했다. 강건우의 몸 주변으로 연한 빛의 장막이 생겨났다.

콰쾅! 귀를 찢는듯한 폭음과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강건우가 서 있던 자리에 커다란 크리에이터가 생겨났다. 실로 무지막지한 공격력이었다. 전투를 주시하고 있던 주상혁의 부하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런 공격에 살아남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아니야! 저 새끼 멀쩡하잖아!”

“뭐?! 저 공격을 버텨냈다고?”

“씨발! 말도 안 돼!”

먼지가 걷히며 나타난 강건우의 모습은 멀쩡했다. 주상혁의 부하들이 경악스러운 얼굴로 강건우를 쳐다보았다. 강건우가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쉴드가 깨지긴 했지만 버틸만하네.’

주상혁의 온 힘을 모은 일격이었다. 이 정도까지 멀쩡할 줄 강건우 자신도 몰랐다. 강건우의 품속에서 카라가 고개를 내밀었다.

“건우 님, 아무리 그래도 다음부터는 조심하세요. 몸으로 막아서다니 너무 무모해요.”

“랭크 업에 조율의 힘까지. 뭐 별일 생기겠나 싶었지.”

강건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카라에게 말했다. 그리고 주상혁을 바라보았다. 멀쩡한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던 주상혁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크아악! 죽여버리겠어!”

강건우가 차가운 시선으로 주상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양손의 검을 굳게 움켜잡았다. 화르륵 하는 소리와 홍염이 검날에 피어올랐다. 강건우가 주상혁을 향해 마주 달려나갔다.

“강건우!”

“흐압!”

주상혁이 대검과 강건우의 쌍검이 큰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쾅! 강력한 두 힘이 부딪힌 여파로 주변에 강력한 기파가 퍼져나갔다. 힘에서 밀린 주상혁의 몸이 잠시 경직됐다.

그 틈을 노린 강건우가 옆구리로 발차기를 날렸다. 퍽! 주상혁의 몸에 강건우의 발차기가 꽂혔다.

“크악!”

주상혁이 외마디 비명과 날아갔다. 쿵! 주상혁의 몸이 옆쪽의 건물에 처박혔다.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재를 뚫고 주상혁이 황급히 일어섰다.

하지만 강건우가 한발 앞서 다가왔다. 주상혁이 다급히 건물잔해를 뚫고 자세를 잡았다.

캉! 캉! 캉! 강건우의 쌍검이 유성우처럼 쏟아졌다. 주상혁이 커다란 대검의 옆면으로 공격을 간신히 막았다.

“시발! 당하구만 있을소냐!”

주상혁이 거친 욕을 내뱉으며 대검이 옆면을 세운 체 앞으로 달려 나왔다. 강건우가 대검의 옆면에 검을 맞댄 자세로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강건우를 떨쳐낸 주상혁의 대검에 파괴적인 기운이 깃들었다. 지난번 보호막을 공격하던 스킬이었다.

“이것도 막아내나 보자!”

주상혁의 외침에 강건우가 피식 웃었다. 근성 하나는 인정해야 하나 싶었다. 그 순간 주상혁이 대검을 앞쪽으로 쭈욱 내질렀다. 그러자 검은색 기운이 마치 광선처럼 쏘아져 나왔다.

“흐압!”

강건우가 태초의 함성을 시전 했다. 온몸에 힘이 차올랐다. 날아오는 검은색 기운을 쌍검으로 후려쳤다.

쾅! 쌍검에 후려쳐진 주상혁의 공격이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잔뜩 화가 난 주상혁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때 그놈들의 숨통이라도 끊어 놨어야 하는 거였어! 내가 반드시 네놈 가족들이랑 싹 다 갈기갈기 찢어주마!”

주상혁의 말을 들은 강건우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주상혁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역린을 건드린 것이었다.

“죽여달라고 재촉을 하는구나?!”

강건우가 몸을 날려 주상혁의 앞에 나타났다. 주상혁이 깜짝 놀라 대검을 휘둘렀다. 텅! 강건우가 발차기로 대검의 옆면을 때렸다. 손아귀가 찢어질 듯한 고통에 주상혁이 대검을 떨궜다.

“헙!”

깜짝 놀란 주상혁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강건우의 손이 훨씬 빨랐다. 검면으로 주상혁의 뺨을 후려쳤다.

“큭!”

비틀거리는 주상혁의 멱살을 강건우가 움켜잡았다.

“너 말실수 한 거야.”

퍽! 퍽! 퍽! 강건우의 무자비한 구타가 이어졌다.

“이건 진호 몫이고. 이건 태정이 형 몫. 아 그리고 이건 너 때문에 엿 같았던 내 기분 몫이다.”

“우으어! 우어!”

주상혁의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엉망진창이 되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을 바라만 보던 나상천과 각성자들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상혁님을 구해!”

“한꺼번에 달려들어! 죽여 저 새끼!”

“상혁님! 조금만 기다리십쇼!”

강건우가 주먹질을 멈추고 달려오는 각성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의리는 있다. 이거냐?’

강건우가 결심을 내렸다. 의식을 잃고 늘어져 있는 주상혁의 목을 검으로 날려버렸다. 피 분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제길···. 기분 더럽군.’

살인은 처음이었다. 전생에서도 크리쳐 들만을 상대했을 뿐이었다. 숨이 끊어져 뒤로 넘어가는 주상혁의 몸을 떨리는 눈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이젠 너무 많아···.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겠지.’

동요하던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인벤토리에서 전투집중[Epic] 스킬스톤을 꺼내 사용했다. 고양감이 차오르며 전투에 대한 갈망이 온몸을 지배했다. 강건우의 몸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각성자들 사이에 나타났다.

“이 새끼가 상혁님을 죽였어!”

“제길! 상혁님!”

분노에 찬 각성자들이 강건우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무심한 눈길로 바라보던 강건우의 몸이 갑자기 사라졌다.

“으악!”

“살려줘!”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 검에 한 명씩. 무시 못 할 강자인 초기 각성자들이 썰려 나가고 있었다. 그 장면을 나상천이 찢어질 듯 눈을 뜨고 목격하고 있었다.

‘제길···. 저번보다 더 괴물이 됐어···. 빨리 민철님에게 알려야 해.’

잠시 주상혁의 시체를 바라보던 나상천이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지는 모습을 오민석과 주변의 각성자들이 넋 나간 얼굴로 바라보았다. 바로 전에까지 칼을 맞대던 기억도 잊어버렸다.

“으으으···. 도망쳐!”

“난 죽기 싫어!”

오민석을 포위하고 있던 각성자들이 하나둘씩 도망갔다. 오민석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더 버틸 수 없는 한계가 찾아왔었다. 방패에 의지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대단하군. 한번 마음을 정하니 자비는 찾아볼 수가 없네.’

잠시 후 파괴자 진영의 각성자들이 모두 사라졌다. 강건우의 주변에는 시체가 가득했다. 피로 범벅된 강건우가 오민석에게 다가왔다.

“형, 무사했구나?”

왜인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눈이었다.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했다. 오민석이 강건우의 눈을 마주 보면 말했다.

“건우, 괜찮은 거냐?”

강건우의 눈이 붉어졌다. 분위기 때문이었을지 몰랐다.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듣는 말투였다. 고개를 끄덕인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가시죠. 여기까지 온 김에 끝장을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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