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51화 (52/99)

다가오는 위협(1)

하얀 비석과 검은 비석의 사이에 싱그러운 녹색의 빛으로 빛나는 상자가 놓여있었다. 바로 지구의 신들과의 계약으로 얻은 보상 ‘가이아의 상자’ 였다. 상자를 바라보는 강건우의 입가가 귀에 걸려 내려올 줄을 몰랐다.

“카라, 빨리 설명해줘. 궁금해 죽겠다.”

“잠시만요. 저도 정보를 정리하고요.”

강건우의 재촉에 카라가 잠시 시간을 달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카라가 눈을 떴다.

“후아···. 이 가이아의 상자, 정말 대단한 물건이네요.”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줘.”

아이같이 재촉하는 강건우의 모습에 카라가 웃음을 터트렸다. 강건우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카라가 자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첫째, 지구의 신들이 힘을 회복하면서 모인 포인트로 아이템을 제공해요.”

“어떤 아이템? 그리고 힘은 어떻게 회복하는데?”

“아이템은 사용되는 포인트에 따라 다르겠죠? 힘을 회복하는 방법은 지구의 신들이 부탁한 퀘스트를 해결하거나 A 랭크 이상의 보스에게서 나오는 마정석을 사용하면 돼요.”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렇군···. 그럼 두 번째 기능은?”

카라가 대답했다.

“두 번째, 신들의 축복을 적용할 수 있는 스킬스톤이 주기적으로 생겨나요.”

“주기적이라면 어느 정도야?”

“잠시만요. 음···. 1년에 한 번이네요.”

“음···. 일단 1년을 기다려봐야 정확히 알겠군.”

강건우가 턱을 쓰다듬었다. 지구의 신들이 관련된 축복이라 했다. 크게 쓸모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했다.

“기능은 이게 끝이야?”

“신들의 말에 의하면 자신들의 힘이 강해질수록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할 거라고 했어요.”

“알겠어. 당장은 이 정도군.”

약간은 실망한듯한 강건우의 표정이었다. 그 모습에 카라가 강건우의 눈앞으로 날아들었다.

“아직 실망은 일러요. 지구의 신들이 남은 힘을 모두 모아서 선물을 넣어놨다고 했어요.”

“선물? 어서 확인해보자.”

선물이라는 단어에 강건우의 얼굴에 호기심이 떠올랐다. 신들의 선물이라고 하니 기대가 되기도 했다. 강건우가 설레는 마음으로 상자의 열쇠 구멍에 나무 열쇠를 끼워 넣었다.

찰칵. 열쇠가 돌아가며 상자가 열렸다. 푸른빛이 번쩍하고 상장의 안쪽으로 아이템의 모습이 보였다.

“헐! 대박! 건우 님 축하드려요.”

“와우! 신들이 무리 좀 했나 본데?”

강건우와 카라가 연신 대박을 외치며 아이템을 꺼내려던 순간이었다. 조율자의 방문이 벌컥 열리며 다급한 표정의 박태정이 나타났다.

“건우 님, 비상입니다. 파괴자 2명이 연합해서 아크로폴리스로 향하고 있다는 정찰대의 소식입니다.”

박태정의 보고를 들은 강건우가 얼굴을 찌푸리며 상자의 문을 닫았다. 조금 전까지의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 호사다마라더니. 이번엔 파괴자냐···.”

“건우 님, 아이템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니까요. 급한 일부터 해결하고 와요.”

“그러자.”

강건우가 박태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파괴자 2명이면 초기 각성자들도 수가 많을 것이고···. 대동하고 오는 크리쳐의 종류와 숫자는 어떻게 돼?”

“초기 각성자 10명. 그리고 크리쳐의 종류는 오우거, 트롤, 오크가 섞여 있습니다. 숫자는 500기로 정도로 확인됐습니다.”

“정찰 나간 팀원들은?”

강건우가 아크로폴리스 주변을 순찰하던 팀원들의 안부를 물었다. 파괴자를 발견했다면 마찰이 있었을 수도 있었다.

“모두 무사합니다.”

“다행이네. 형 지금 즉시 비상사태로 돌입해줘. 주환이 형이랑 진호 그리고 각 팀의 팀장들까지 원탁회의실로 모이라고도 전해줘.”

“네, 알겠습니다.”

박태정이 우렁차게 대답하며 조율자의 방을 나섰다. 혼자 남은 강건우가 가이아의 상자를 열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마치 지금의 사태를 예상한 듯 딱 맞는 선물을 줬네.’

지구의 신들을 떠올린 강건우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상자를 열어 영롱하게 빛나는 물약을 꺼내 들었다.

[가이아의 보물상자에서 초기 각성물약을 획득하셨습니다.]

[다음 보상까지 필요한 포인트는 100000P입니다.]

물약을 확인하던 강건우가 카라를 바라보았다.

“어? 카라 100만 포인트만 있으면 다음 보상이라는데?”

“그 포인트는 지구의 신들이 모아야 할 포인트에요.”

“내가 퀘스트를 해야만 모이는 거겠지?”

강건우의 질문에 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퀘스트를 몇 개 진행해 보시겠어요?”

“퀘스트를 중복해서 진행할 수도 있는 거야?”

“네, 여러 개를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어요.”

강건우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의 신들이 주는 퀘스트는 마치 게임 속의 일일 퀘스트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 적당한 거 몇 개 골라봐야겠어.”

강건우의 말에 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푸른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강건우가 눈앞으로 퀘스트 목록이 떠올랐다.

‘음···. 어디 보자. 크리쳐 토벌 퀘스트, 유물 회수 퀘스트···.’

강건우가 눈앞에 떠오른 여러 종류의 퀘스트를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한군데의 퀘스트에서 시선이 멈췄다.

“마침 적당한 퀘스트가 있네. 카라 크리쳐 토벌 퀘스트 부탁해.”

“네, 알겠어요.”

강건우의 눈앞으로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토벌 퀘스트]

목표 - 크리쳐 100마리 처치 (0 / 100)

내용: 타 행성 신들의 피조물들이 지구를 어지럽히고 있다. 지구의 신들은 이 상황이 매우 불쾌한 상태이다. 크리쳐를 처치해 지구를 정화하라.

보상 : 200000P

강건우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크리쳐들은 파괴자들과 함께 아크로폴리스로 향하는 중이었다. 어차피 물리쳐야 할 적이었다. 꿩먹고알먹고는 지금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때 조율자의 방에 박태정이 돌아왔다. 조금 전과는 달리 차분한 모습이었다. 작은 일에는 섬세하지만, 큰일에는 강한 성격다웠다.

“건우 님, 팔크람님을 제외한 전원이 모였습니다.”

“팔크람은 못 온다는 거야?”

“네, 급히 해결해야 할 연구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응, 알겠어.”

강건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원탁회의실로 향했다. 박태정이 그 뒤를 따라나섰다.

“형, 이번에 초기 각성물약 하나가 생겼어.”

강건우의 말에 박태정의 눈이 크게 떠졌다. 초기 각성물약이라니 엄청난 소식이었다.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어렵지. 지구의 신들이 포인트를 있는 데로 끌어모아서 간신히 하나 준비했데.”

“역시 지구의 신들과 계약하시길 잘한 것 같습니다.”

강건우가 걸음을 멈추고 박태정을 바라보았다. 초기 각성물약을 누구에게 사용할 것인지가 고민이었다. 모든 각성자의 상태를 한눈에 꿰고 있는 박태정이였다.

“그래서 말인데. 누구 추천할 사람 있어?”

강건우의 말에 박태정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크로폴리스의 중요한 전력을 보충할 선택이었다. 머릿속으로 여러 사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한동안 후보자들을 떠올리던 박태정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현재로서는 마땅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 너무 신중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아크로폴리스의 중요전력이 될 인물을 고르는 일입니다. 적당한 인물이 없다면 보류하는 게 맞습니다.”

단호한 박태정의 표정에 강건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건우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원탁회의실에 김주환과 이진호를 비롯한 주요인물들이 모여있었다. 숨 막히는 침묵과 걱정스러운 사람들의 표정이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었다.

“다들 분위기가 왜 이래? 누가 죽기라도 한 거야?”

강건우가 심각한 분위기를 깨며 원탁회의실로 들어섰다. 사람들이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김주환이 강건우를 반기며 입을 열었다.

“건우야, 다들 걱정이 많아. 이번에 쳐들어오는 적들이 저번의 두 배는 훌쩍 넘는데.”

“응, 태정이 형한테 들었다. 그래서 다들 표정이 어두운 거야?”

강건우가 분위기를 바꿔보려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걸렸다.

“하···. 다들 사기가 말이 아니란다. 파괴자 2명에 10명이 넘는 초기 각성자들 그리고 고 랭크의 크리쳐 들까지···.”

김주환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강건우와 자신 그리고 몇 명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C 랭크에 불과한 강제 각성자였다. 오우거와 트롤을 상대하는 것도 혼자서는 버거웠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몇몇 팀장들의 모습에 김주환이 말을 이어갔다.

“아무리 장비도 보강하고 크리쳐 사냥에도 익숙해졌다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겠지.”

“건우 님, 너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아 주십시오. 얼마 전의 저라면 똑같은 심정이었을 겁니다.”

이진호가 강제 각성자들의 마음을 대변해주었다. 자신도 얼마 전까지는 같은 처지였기 때문이었다. 묵묵히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던 강건우가 자세를 고쳐잡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강건우에게로 쏟아졌다.

“다들 걱정하는 게 정상이지. 내 눈치 볼 것 없어.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법이니까.”

강건우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박태정이 그런 강제 각성자들을 못마땅한 듯 바라보았다. 아크로폴리스가 안전하지 않다면 존재할 수 없는 평화였다. 박태정은 모두가 죽을 각오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들.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닌가? 누구 때문에 지금의 평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태정이 형, 난 괜찮아 너무 화내지 마.”

그때 원탁의 맨 끝쪽에 앉아있던 강제 각성 4팀장 정원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다들 겁부터 먹지 맙시다. 아크로폴리스가 없다면 어차피 죽은 목숨 아닙니까? 설마 건우 님이 우리한테 초기 각성자들과 싸우라고 하시겠습니까?”

정확한 상황분석이었다. 강건우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정원석을 바라보았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에 다부진 몸을 가진 남자였다. 강건우의 기색을 눈치챈 박태정이 입을 열었다.

“4팀의 팀장 정원석입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지만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으로 싸움에 익숙하고 머리도 비상해 상황판단이 빠릅니다. 성격도 호탕해서 4 팀원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박태정의 설명에 강건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지만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원석이라···. 그럼 초기 각성자 후보로 적당한 거 아니야?”

“너무 호전적인 성격이 마음에 걸립니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그런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

박태정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자신은 아크로폴리스의 안전에만 모든 신경이 집중돼있었다. 앞으로 있을 전쟁을 생각한다면 강건우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했습니다.”

“아니야. 난 형의 그런 점이 좋아.”

강건우가 미소를 지어준 후 정원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정원석은 당장이라도 싸우고 싶은지 표정에는 흥분감이 가득했다. 다른 팀장들도 정원석이 토해내는 열변에 점점 마음을 바꾸고 있었다.

강건우가 정원석에게 눈빛으로 자리에 앉으라는 신호를 주었다. 그 시선에 정원석이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 앉았다.

“4팀장의 말처럼 여러분이 초기 각성자들과 싸울 일은 없을 겁니다.”

강건우의 말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여러분은 아크로폴리스의 방어와 무리에서 낙오된 크리쳐 사냥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럼 파괴자와 초기 각성자는 어떻게 상대하려고 그래?”

김주환이 강건우에게 물었다. 강건우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주환이 형, 걱정하지 마. 파괴자와 초기 각성자들은 내가 맡을 거야.”

“뭐?! 안돼 너무 위험해!”

“건우 님,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강건우의 말에 박태정과 김주환이 펄쩍 뛰었다. 강건우가 두 사람을 향해 자신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얼마 전의 내가 아니니까. 랭크 업도 했고. 스킬도 맞춤으로 장착했어. 그리고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칠 거야.”

“건우님 혼자서 요격을 하러 나가실 생각이시군요.”

이진호의 말에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들이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하기 전 지옥을 맛보게 해줄 생각이었다. 자신도 있었다. S 랭크인 자신이 질 거라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내가 없는 동안 아크로폴리스의 방어태세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래. 그리고 이번에 가장 높은 성과를 올리는 팀원 중 한 명에게 엄청난 기회가 주어 질 거야.”

강건우가 품속에서 초기 각성물약을 꺼내놓았다. 잠시 어리둥절하던 사람들이 물약의 정체를 알아채고는 경악스러운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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