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49화 (50/99)

시련과 보상(2)

늦은 밤 조율자의 방에 강건우와 아크로폴리스의 핵심 전력 세 명이 모여있었다. 카라와의 연결이 끊어진 것을 느낀 강건우가 급히 호출을 한 것이었다.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이었다.

“.....”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을 하던 강건우가 주위를 한차례 둘러보았다.

“그러니까 아린이 아버지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는 거지?”

“네, 건우 님. 강제 각성자 1팀과 2팀을 급히 파견했지만 이미 사라지고 난 후였습니다.”

“병원 내의 CCTV나 목격자는?:

“그게···. 유아린 대원과 카라 님이 병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만 녹화되어 있었습니다. 목격자는 없습니다.”

박태정의 말에 김주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건우야, 아무래도 지난번 팔크람의 연구소에서 있었던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무래도 팔크람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알았어. 내가 팔크람을 데리고 올게.”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김주환이 팔크람의 연구소로 가기 위해 방을 나섰다. 그리고 이진호가 그 뒤를 따라나섰다.

“건우 님, 왠지 불안합니다. 파괴신이나 수호신들의 짓이 아닐까요?”

“그것도 의심해 볼만은 하지만···. 아닐 거야.”

강건우의 말에 박태정의 얼굴에 수심이 깊어졌다. 이제껏 아크로폴리스 내부는 완벽한 안전지대였다. 비록 얼마 전 김한나의 일이 있었지만 그건 각성자의 손으로 문을 열어 준 것이었다.

“기다려보자고. 팔크람이 오면 뭔가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 몰라.”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강건우는 강지우에게 유아린이 사라진 일을 전해주었다. 연락을 받은 강지우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펑펑 울었다. 평소의 당찬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박태정은 지휘통제실에 연락을 넣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3팀과 4팀도 비상대기를 시켰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팔크람과 김주환이 조율자의 방에 도착했다.

“강건우! 나 왔어.”

“건우야, 팔크람한테 방법이 있대.”

반가운 소식을 들은 강건우와 박태정이 반색을 했다.

“정말? 팔크람 어서 말해봐.”

“팔크람님, 어떤 방법입니까?”

두 사람의 다급한 질문에 팔크람이 허리에 손을 척하니 올리며 말했다.

“주환이한테 이야기 들어보니까 아마 차원 왜곡 현상 같은데. 그거라면 내 전문이야.”

“차원 왜곡? 그게 무슨 말이야. 누가 그런 짓을 한단 말이야?”

“병실 한 군데 정도의 크기에 차원 왜곡을 일으킨 거라면 어느 정도 힘을 가진 신이면 가능할걸?”

“역시! 신들의 짓인 게 분명 합니다!”

팔크람의 말에 박태정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강건우 또한 주먹을 움켜쥐며 신음설을 흘렸다.

“......이 새끼들이.”

팔크람이 두 사람을 진정시키며 말을 이어갔다.

“진정해. 일단 MZ-2를 이용해서 병실 주변을 조사해보면 확실해 질 거야.”

“MZ-2? 그건 또 무슨 기계야?”

강건우의 질문에 팔크람이 씨익 웃었다.

“지난번 너희 때문에 망가진 MZ-1을 계량했지. 차원 왜곡은 물론 탐지도 가능해.”

“팔크람, 넌 진짜 천재야!”

김주환의 말에 팔크람의 콧대가 한껏 높아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건우가 팔크람을 재촉했다.

“빨리 병원으로 가자. 한시가 급해.”

“알겠어. 장비는 주환이 차에 있어.”

“그럼 태정이 형이랑 나는 내 차로 이동할게.”

대화를 마친 강건우와 일행들이 차를 이용해 병원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병원 앞으로 강건우와 김주환의 차가 도착했다. 황급히 차에서 내린 강건우와 일행들이 병원 안으로 진입했다.

병원을 지키고 있던 1팀과 2 팀원들이 강건우가 도착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건우 님이 오셨으니까. 이제 안심이다.”

“주환 님이랑 진호 님도 오셨어.”

병원 안은 썰렁했다.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한 박태정이 병원에 있던 사람들을 대피시킨 것이었다. 잠시 후 유아린의 아버지가 입원해 있던 병실에 도착했다.

“음···. 깨끗하네? 저항의 흔적도 없고. 말 그대로 증발해 버렸군.”

“강건우, 비켜봐 이젠 내가 나설 차례인 거 같아.”

팔크람이 강건우에게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이진호를 바라보았다.

“진호, MZ-2를 병실 안으로 들여놓아 줘.”

“알겠습니다. 팔크람님.”

이진호가 등에 메고 있던 MZ-2를 병실 안으로 들여놓았다. 상당히 무게가 나가는지 각성자인 이진호의 얼굴에 땀이 맺혀있었다.

“자 지금부터 기계를 작동시킬게. 만일 방안에 차원 왜곡이 일어난 거라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알겠어. 모두 방심하지 말고 경계해.”

강건우의 말에 김주환과 박태정 그리고 이진호가 무기를 꺼내 들었다. 혹시 모를 사태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모두의 준비가 끝나자 팔크람이 강건우를 바라보았다. 강건욱 고개를 끄덕이자 팔크람이 기계를 작동시켰다.

웅! 웅! 기계가 작동하며 커다란 공명음이 병실 안으로 울려 퍼졌다. 한참을 작동하던 기계의 공명음이 절정에 다다랐다. 그때 병실의 창문 쪽에서 기이한 파동이 물결치듯 일어났다.

“강건우! 역시 차원 왜곡 현상이야!”

“제길! 역시 신들이 짓이었나? 다들 전투준비 해!”

강건우의 외침에 일행의 얼굴에 극도의 긴장감이 서렸다. 만약 신들의 개입이 확실한 것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마겟돈의 규정을 어기고 일을 저지른 만큼 확실한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

물결치는 모양으로 퍼져나가던 파동이 일순간 멎었다. 그리고 창문에 작은 포탈이 생겨나며 작은 인영 하나가 튕겨 나왔다. 인영의 모습을 확인한 강건우의 눈이 커졌다. 튕겨 나온 인영은 바로 카라였다.

튕겨 나오는 기세 그대로 강건우의 품으로 날아든 카라가 소리쳤다.

“건우 님! 왜 이제 오셨어요.”

“미···. 미안. 잠깐 난 바로 왔는데?”

강건우가 얼떨결에 사과를 하려다 반문했다. 카라가 강건우의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몰라요. 저쪽에 불려가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근데 아린이는? 왜 혼자 넘어온 거야?”

카라가 창문 너머로 생긴 포탈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강건우와 일행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저 안쪽에 잘 계세요. 신들이 얼마나 예뻐하던지.”

“그게 무슨 말이야?”

강건우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카라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걸 바라보는 강건우와 일행들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도대체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카라가 좌중을 한번 흩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다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위험한 일은 아니니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드릴게요.”

“아니. 간단하게라도 설명을 좀···.”

“카라 님, 너무 하십니다.”

쏟아지는 사람들의 원망을 뒤로한 카라가 강건우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저 너머에 건우 님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있어요. 저랑 같이 가요.”

“나 혼자만?”

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은 매우 단호했다.

“네! 건우 님만 가셔야 해요. 빨리요. 남은 힘이 얼마 없다고 하셨어요.”

“아···. 알겠어.”

강건우가 카라의 인도를 따라 포털을 향해 걸어갔다.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카라라면 누구보다 믿을 수 있었다.

잠시 후 강건우와 카라가 포털을 넘어갔다. 그러자 잔잔한 파동이 치며 포털이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장면에 박태정과 이진호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건우 님!”

“태정이 형님, 우리가 실수한 건 아니겠죠?”

걱정하는 두 사람의 어깨를 김주환이 두들겨 주었다.

“걱정하지 마. 카라가 한 일이잖아? 별일 없을 거야.”

“다들 걱정하지 마. 요동치던 차원 에너지 수치가 안정권에 접어들었어. 아마 이곳에 다시 포탈이 열릴 거야.”

팔크람이 MZ-2를 탕탕 두들기며 자신 있게 말했다. 모두의 표정에 안도감이 떠올랐다. 박태정이 강제 각성팀에게 주변의 경비를 더욱 철저히 할 것을 명령했다.

***

포털을 넘어 강건우가 나타난 곳은 낮은 경사의 동산이었다. 동산의 중심부에는 커다란 나무가 심겨 있었다. 불어오는 산뜻한 바람이 강건우의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이 느낌은···. 왜인지 낯설지가 않은데?’

강건우가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때 강건우의 품에서 카라가 고개를 내밀었다.

“건우 님, 제가 간단히 설명할게요. 여기는 파괴신이나 수호신도 인식할 수 없는 차원이에요. 유지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빨리 이곳의 주인들을 만나러 가야 해요.”

카라의 속사포 같은 설명에도 마냥 기분이 좋은 강건우가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너무 보채지 마.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해?”

“저기 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으로 가야 해요.”

“그래? 가깝네. 얼른 가자.”

강건우가 카라를 향해 피식 웃었다. 나무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왜 그렇게 자신을 재촉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강건우가 나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한참을 걷던 강건우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벌써 나무를 향해 걸은 지 꽤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나무는 가까워지지 않았다.

“카라, 이상해. 왜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거야?”

“.....”

평소와 달리 카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순간 이상함을 느낀 강건우였다. 하지만 나무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 강건우를 사로잡았다. 그렇게 걷던 강건우의 귓가에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강건우. 뭐하러 나무까지 가는 거야? 그냥 앉아서 쉬어도 돼. 그러면 그들이 너를 찾아올 거야.

귓가에 들리는 달콤한 목소리에 강건우의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다. 그때였다. 품속에 있던 카라의 몸이 환하게 빛나며 강건우를 감쌌다.

“제길! 저리 비켜!”

강건우가 왠지 모를 적개심에 소리쳤다. 그러자 환청이 사라졌다.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강건우가 큰 소리로 소리치며 나무를 향해 다시 움직였다. 잠시 후 강건우에게 타는듯한 갈증이 찾아왔다. 온몸이 갈라질 듯한 격통에 강건우가 신음성을 뱉었다.

“갈증을 느끼다니···. 도대체 여긴 어디야?”

초인적인 신체 능력의 자신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갈증을 이해할 수 없었다. 며칠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아도 갈증을 느끼지 않는 신체였다. 강건우가 마실 것을 사기 위해 조율자의 상점에 접속을 시도했다.

‘반응이 없어?’

어찌 된 일인지 조율자의 상점은 반응이 없었다. 당황하는 강건우의 눈앞에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다. 손에는 쟁반을 들고 있었다. 쟁반 위로는 투명한 유리잔에 담겨 빛을 내는 음료가 놓여있었다.

-호호. 건우 님, 응답하지도 않는 상점 따위는 포기하고 이 음료를 마셔보세요.

고혹적인 여인의 웃음에 강건우의 손이 쟁반으로 향했다. 그때 품속의 카라가 다시 한번 빛을 내뿜었다. 강건우가 터질 듯한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으윽······.”

두통이 끝나자 강건우의 머리가 환하게 밝아졌다. 정신이 들자 강건우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지금 나를 시험하는 거야? 누군지 몰라도 사람 잘못 건드렸어.’

강건우의 눈이 흑백의 빛으로 물들었다.

“비켜! 이 싸구려야.”

강건우가 여인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여인의 몸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여인이 사라지자 품속의 카라가 힘이 빠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건우 님, 다행이에요. 이제 힘을 다해서 더는 도와드릴 수가 없을뻔했어요.”

“도대체 여기는 뭐 하는 곳이야? 누가 나를 시험하는 거야?”

“....죄송해요. 잠이 너무 와요.”

카라가 깊은 잠에 빠졌다. 강건우를 도우려고 너무 많은 힘을 쓴 탓이었다. 잠이든 카라를 품속에 조심히 품은 강건우가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또 무슨 시험을 할 거냐?’

잔뜩 경계하는 강건우의 걱정을 비웃듯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강건우가 나무의 근처에 도착했다. 시원한 바람이 강건우의 이마를 훔치고 지나갔다.

“하···. 바람 하나는 끝내주네.”

경계에 차 있던 강건우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강건우가 나무에 몸을 기대고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했다. 잠시 후 밀려드는 피로감에 강건우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강건우는 긴 꿈을 꾸었다. 너무나도 생생한 꿈이었다. 꿈속에는 아마겟돈은 없었다. 강건우는 몇 번의 낙방 끝에 공무원이 되었다. 그리고 선을 보고 장가를 갔다. 자식도 낳았다. 그렇게 평생을 공무원으로 살았다. 자식들을 키우고 학교에 보내고 장가를 보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삶을 마무리했다. 별다를 것 없는 무난한 인생이었다.

그때 강건우의 귓가에 천둥이 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가. 그대의 본래 삶이.

정신이 번쩍 든 강건우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본 강건우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다···. 당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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