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42화 (43/99)

파괴신 헬리(1)

그리핀의 협곡 던전 대기실. 적막함이 흐르던 그곳에 푸른색의 포털이 생겨났다. 그리고 강건우와 김주환, 이진호가 차례대로 포탈을 통해 나타났다.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바닥에 주저앉은 김주환의 얼굴에는 해방감이 가득했다.

“으아! 진짜 못 돌아오는 줄 알았다. 반갑다! 지구!”

“형님, 저만 하시겠습니까? 전 구체에 열흘이 넘게 갇혀있었다고요.”

강건우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정말 우여곡절이 많은 던전이었다. 또한, 많은 부분을 알게 된 계기였다. 생각에 빠져 있는 강건우를 바라보던 카라가 말했다.

“건우님,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해서 속상하신가요?”

“응? 아니. 던전이야 넘쳐나잖아?”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는 강건우였다. 하지만 카라는 강건우의 심정을 눈치채고 있었다.

“건우님, 던전 귀속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신들도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아마겟돈에 뛰어든 거예요. 건우 님은 건우 님의 일을 하시면 돼요.”

“그렇겠지? 고마워 카라,”

자신의 마음을 알고 위로해주는 카라였다, 강건우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카라는 자신을 여기까지 잘 인도해준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럼 이제 조율자의 성으로 돌아가실 건가요?”

카라의 질문에 강건우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포인트가 부족해. 다른 던전을 가야겠어.”

“잘 생각하셨어요. 신들이 던전을 뺏긴다고 큰일은 나지 않아요.”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콰라 같은 경우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것이 있어 넘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신들의 사정까지 봐줄 이유가 없었다.

‘뭐···. 재벌들이 집 한 채 뺏긴다고 망하는 건 아니잖아?’

생각을 정리한 강건우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강건우와 카라의 대화를 듣던 김주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다음은 어느 던전을 갈까?”

강건우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활기차게 말하는 김주환이였다. 그 모습에 강건우가 피식 웃었다.

“아니. 이번에는 나 혼자 다녀올 테니까 형하고 진호는 돌아가서 내부정비에 힘을 보태.”

강건우의 발언에 이진호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건우님! 안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저라도 같이 가시죠.”

“아니야. 포인트의 효율성 때문에 다 같이 가긴 했지만, C 랭크 던전 정도는 나 혼자서도 충분해.”

“건우야, 이번 던전처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강건우가 김주환과 이진호를 담담히 바라보았다.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강건우의 입가로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걱정하지 마. 내가 누구야? 강건우야.”

평소답지 않게 오버하는 강건우의 모습에 김주환과 이진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마.”

“알겠어. 나 없는 동안 아크로폴리스를 부탁해.”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과 아크로폴리스의 존재가 신들에게 완벽히 노출되었다. 자신이 없는 틈을 타 무슨 짓을 꾸밀지 걱정이 되었다.

강건우의 걱정스러운 당부에 이진호가 씩씩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크로폴리스는 이제 제 고향입니다. 최선을 다해 지킬 겁니다.”

“응, 부탁해.”

대화가 끝나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김주환의 마음은 특히 미묘했다. 각성을 한 이후 모든 던전 공략에 함께였다. 비록 자신보다 강한 강건우였지만 물가에 내놓은 동생 같은 느낌도 들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김주환의 시선에 강건우가 피식 웃었다.

“형, 얼굴 뚫어지겠다. 그만 좀 쳐다봐.”

“응? 아···. 미안. 그럼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김주환과 이진호도 조율자의 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모두가 떠난 대기실에 적막한 공기만 흘렀다.

***

일행과 떨어져 혼자 행동한 강건우가 방화동에 위치한 던전의 입구에 나타났다. 평범한 옷을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강건우가 끼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 모자에 꽂았다.

“사람들이 하도 알아보는 통에 진짜 힘들었다.”

“그렇게 여기저기 다 가리니까 오히려 더 수상하죠.”

카라가 한심한 눈빛으로 강건우를 쳐다보았다. 정말이지 허술한 부분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카라의 눈빛에 강건우가 민망한 듯 볼을 긁적였다.

“왜? 연예인들 보면 다 이렇게 위장하고 다니던데?”

“그러니까 그게 더 시선을 끄는 짓이라니까요. 본인들만 모르는 거죠.”

강건우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아 몰라. 일단 여기까지 오는데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어.”

“다 알아봤는데 모른 체 한 거고요. 그 사실을 건우님만 모른 거겠죠.”

끝까지 이어지는 카라의 팩트 공격이었다. 그렇게 강건우의 분장술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가 끝났다.

“말로는 이길 수가 없지. 잔인한 놈!”

“어머? 놈인지 아닌지 건우 님이 어찌 아세요?”

“으으···.”

강건우가 신음성을 내뱉으며 던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던전 대기실의 포털이 일렁거리며 강건우가 나타났다.

“음···. 떨리기는 하네.”

카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강건우를 쳐다봤다. 무려 B 랭크 던전을 혼자 공략하려고 생각 중인 강건우였다.

“건우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혼자서는 위험할 수도 있어요.”

“신들이 개입하지만 않는다면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데···.”

강건우는 B 랭크 던전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단지 지난번 콰라의 경우처럼 신들이 개입할 것이 걱정이었다. 그런 부분이 걱정되기 때문에 동료들도 없이 혼자 던전을 온 것이었다.

‘확인해 보고 싶은 것도 있고 말이지···.’

걱정하는 강건우에게 카라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콰라 님의 경우가 특이한 거죠. 아무리 자신의 던전이라고 해도 직접 개입하는 것은 아마겟돈의 규정에 어긋나요. 던전 초기화라는 징벌을 받은 것도 그런 이유고요.”

“신들이 끝까지 규정을 지키려 할까?”

강건우의 말에 카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마겟돈이 진행되면서 신들의 힘이 강력해지면 태초의 힘이 정한 제약을 깨버리는 신들도 나올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건우님이 있잖아요?”

카라의 말에 강건우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힘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콰라는 그리 강한 힘을 가진 신이 아니었어. 하지만 가진 힘은 엄청났지.’

비록 자신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는 못했지만, 공격에 담긴 힘은 강력했다. 그보다 강한 힘을 가진 신들의 존재를 상상하자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강건우가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손뼉을 마주쳤다.

“카라, 일단 부딪혀 보자고.”

“네, 건우 님. 제가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강건우와 카라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던전 정보석에 손을 올렸다.

[B 랭크 던전 - 무스펠 원시림]

크리쳐 정보 -  원시 엘프 전사(C 랭크), 원시 엘프 궁수(C 랭크)

원시 엘프 정령사(B 랭크), 원시 엘프 장로(A 랭크BOSS)

최초발견 보상 : 스킬스톤[Uniqe] X1, 600000P

던전의 정보를 확인한 강건우가 카라를 바라보았다.

“카라, 준비됐지?”

“네, 건우 님 출발하죠.”

카라가 강건우의 품으로 날아들었다. 카라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어 준 강건우가 포털을 향해 몸을 던졌다.

***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아있는 나무들 사이로 포털이 열렸다.

“으으···. 이건 매번 적응이 안 돼. 울렁거려 죽겠어.”

“이상하게 건우님만 그러는 거 같아요.”

“그러게,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

강건우의 말에 카라가 피식 웃었다.

“누가요? 건우님이요?”

“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지?”

강건우가 카라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은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늘을 가리고 빽빽이 서 있는 나무들과 그 아래쪽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각종 식물이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원시림이라는 던전의 이름다운 모습이었다.

“카라, 이번 던전은 꽤 고생하겠어.”

“으으···. 전 벌레나 없었으면 하네요.”

카라가 몸서리치며 말했다. 그러자 강건우가 손을 들어 전방을 가리켰다.

“그건 그냥 희망 상황으로 끝날 것 같은데?”

“으웩! 저게 뭐야?”

카라가 질겁을 하며 품으로 숨어들었다. 전방에는 거대한 크기의 웜들이 땅을 헤집으며 돌아 다니고 있었다.

“으···. 비위 상하긴 하네.”

강건우가 검을 들어 발밑에 나타난 웜 한 마리를 찔렀다. 검에 찔린 웜은 한차례 몸을 비틀더니 죽었다. 상태창을 확인한 강건우가 품속의 카라에게 말했다.

“도대체 이런 것까지 구현해 놓는 이유가 뭔데?”

“음···. 던전과 현실은 위화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장치죠.”

“잡아봤자 포인트도 쥐꼬리만큼 주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자.”

강건우가 땅을 박차고 나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러 번의 도움닫기 끝에 나무의 정상에 도착한 강건우가 감탄성을 내뱉었다. 끝없이 펼쳐진 원시림의 자태는 경외감마저 들었다.

“와! 진짜 끝이 안 보이는 원시림이네.”

“일단 원시 엘프들의 거처를 찾죠.”

“오케이.”

초인적인 시력을 주변을 둘러보던 강건우의 시야에 거대한 크기의 나무가 들어왔다. 강건우가 손을 들어 나무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카라, 찾은 거 같은데?”

“엘프들의 서식처 맞아요. 어서 가죠.”

강건우가 나무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며 엘프들의 서식처가 있는 방향을 찾았다.

“저쪽이군.”

강건우가 땅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불청객을 원시림의 생물들이 격하게 반겨주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곤충들의 습격과 처음 보는 기괴한 식물들의 공격까지 받았다.

강건우가 홍염에 휩싸인 양손검을 거칠게 휘둘러 식물들을 배어나겠다.

“카라,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야?”

“아직 한참 남았어요. 건우 님 발밑이요!”

카라의 뾰족한 외침에 강건우가 화들짝 놀라 자리를 벗어났다. 그러자 땅이 푹 꺼지며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저건 또 뭔데!”

강건우가 구멍에서 솟아난 거대한 낫처럼 생긴 한 쌍의 뿔에 기겁하며 말했다.

“뭐긴 뭐에요. 배고픔에 굶주린 원시 생물들이죠.”

“아니 내가 만만해 보이나?”

강건우가 어이없다는 듯 구덩이를 향해 화염의 구슬을 던졌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기괴하게 생긴 생물의 몸통이 터져지며 사방으로 육편이 튀었다.

“웩! 묻었잖아요! 건우님!”

“나도 묻었거든?”

강건우가 투덜거리는 카라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강건우가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버린 몸! 더 망설일 것도 없어. 정면 돌파다.”

강건우의 몸이 화살처럼 튕겨 나갔다. 앞을 막는 방해물들을 검으로 무자비하게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날아들던 곤충들이 강건우의 검에 터져 나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건우의 몰골이 처참해졌다. 곤충들의 체액을 얼마나 뒤집어 썼는지 녹색의 괴인처럼 변했다.

“자연의 파괴자! 멈춰라!”

한참을 달리던 강건우의 발밑으로 화살이 날아들었다. 깜짝 놀라 몸을 멈춰 세운 강건우가 정면을 바라보았다.

“누군데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는 거야?”

“그러는 넌 누구지? 어디서 나타난 종족인가?”

몸을 세운 강건우의 눈앞으로 처음 보는 모습의 생명체가 등장했다. 기다란 팔다리에 연한 녹색의 피부를 가진 사람의 형체를 가진 생명체였다. 강건우가 낯선 생명체의 기다란 귀를 발견하고는 중얼거렸다.

“에···. 엘프라고? 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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