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38화 (39/99)

그리핀 협곡(2)

“저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김주환이 전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대한 암석봉우리를 오크들이 개미 떼처럼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당황한 그리핀들이 오크들을 무차별하게 공격해 떨어트렸다. 하지만 오크들은 오직 봉우리에 오르는 것이 목적이었다.

“카라, 역시 이상한 행동을 계속하고 있어.”

강건우의 질문에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던 카라가 입을 열었다.

“음···. 아마도 그리핀들의 알을 노리는 것 같아요.”

“그리핀의 알 말입니까?”

이진호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카라를 쳐다보았다. 카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리핀들은 1년에 1~2개의 적은 수의 알을 낳아요. 그리고 부화한 새끼가 성채까지 자라는 확률도 매우 낮아요.”

카라의 설명을 들은 김주환이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아! 그러니까 지금 저 오크들은 알을 노리는 거구나!”

“네, 주환님. 알을 노려서 그리핀 자체를 멸종시키려는 생각인 거 같아요.”

카라와 일행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에 빠져있던 강건우가 이진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진호야, 네가 오크들을 좀 도와줘야겠어.”

“오크들을요?”

강건우가 공중을 날아다니며 오크들을 공격하고 있는 그리핀들을 가리켰다.

“응, 오크들이 알을 부수고 우두머리를 사냥할 수 있게 우리가 도와야겠어.”

“알겠습니다. 그럼 저격을 하는 동안 호위를 부탁드립니다.”

말을 마친 이진호가 등에 메고 있던 마나런쳐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주위를 강건우와 김주환이 지키고 섰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오케이. 우리도 준비 끝.”

말을 마친 이진호가 마나런쳐를 이용해 그리핀을 저격하기 시작했다. 탕! 하는 발사음이 울릴 때마다 한 마리의 그리폰이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말 그대로 신기에 가까운 저격 술이었다.

“진호, 저 녀석 대단하단 말이야. 런쳐 한발에 한 마리씩이라니.”

김주환의 말에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창공의 사수라는 직업의 스킬 보정도 있겠지만. 진호 자체가 뛰어난 사격 솜씨를 가졌으니까.”

저격을 통한 지원이 시작되자 암석봉우리를 통해 올라가는 오크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리핀들은 어디선가 날라오는 저격에 당황한 듯 둥지 주변을 크게 돌기만 했다.

-끼에엑!-

이진호를 발견한 일부 그리핀들이 괴성을 지르며 날아들었다. 하지만 강건우의 칼에 허무하게 죽어 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봉우리의 정상에 도착한 오크들이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알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그동안 죽은 전사들의 복수다!”

“록타! 오크!”

자신들의 알이 공격당하자 암컷 그리핀들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들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알이 있는 둥지를 향해 강한 공격을 퍼붓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크들이 알을 부수고 있을 때였다.

“으악!”

“여기다! 우두머리의 둥지!”

오크들의 비명 소리에 강건우가 시선을 돌렸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유난히 큰 암석봉우리가 눈에 띄었다.

“저기군. 우두머리 암컷의 둥지.”

사방으로 튕겨 나가는 오크들을 바라보며 강건우가 말했다. 저격을 하고있던 이진호가 강건우를 바라보았다.

“제가 처리할까요?”

마나런쳐를 겨누며 말하는 이진호를 강건우가 제지했다.

“아니, 오크들이 처리할 수 있게 기다려보자고.”

그때 다른 봉우리를 살펴보고 있던 김주환이 강건우에게 소리쳤다.

“건우야! 저기 저 오크 좀 봐라.”

강건우가 김주환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다른 오크들보다 두 배는 큰 오크가 서 있었다. 한쪽 발은 죽어있는 그리핀의 사체에 올리고 어깨에는 커다란 도끼를 걸치고 있었다.

“저 오크가 우두머리 암컷이 있는 둥지를 계속 쳐다보고 있어.”

김주환의 말에 카라가 입을 열었다.

“오크 중에서도 뛰어난 전사인가 봐요. 덩치도 그렇고 느껴지는 힘이 엄청나요.”

“우두머리 암컷의 둥지로 뛰어들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 같은데?”

김주환의 말에 강건우가 이진호를 바라보았다.

“진호, 네가 위협 사격을 해서 우두머리 암컷의 시선을 끌어봐.”

“네, 알겠습니다.”

이진호가 마나런쳐를 견착하고 우두머리 그리핀이 보호하고 있는 알의 근처로 사격을 가했다.

“깜짝 놀라게 해주지.”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알 근처에 불꽃이 튀겼다. 그 소리에 주변의 오크들을 찢어발기던 암컷 그리핀이 황급히 날개로 알을 가렸다.

“록타!!”

그 순간이었다. 우두머리 그리핀이 한눈을 판 사이 덩치 큰 오크가 둥지를 향해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어깨에 걸치고 있던 도끼를 한껏 공중으로 치켜든 채였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둥지에 도착한 오크가 들고 있던 도끼로 우두머리 그리핀의 얼굴을 후려쳤다.

-끼에에에엑!-

끔찍한 비명과 함께 그리핀의 발버둥이 시작됐다. 오크 전사의 도끼가 그리핀의 머리뼈를 완벽히 뚫지 못한 것이었다. 오크 전사는 자신의 공격에 죽지 않은 그리핀에 당황했다. 하지만 곧바로 도끼를 잡은 손을 놓고 그리핀의 등에 올라탔다.

“타랄의 복수다!”

거칠게 소리친 오크 전사가 그리핀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두께의 팔뚝에 핏줄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오크 전사의 강력한 조르기에 당황한 우두머리 그리핀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려 했다.

“안돼! 다들 타쿠가님을 도와라!”

“우오오오!”

자신들의 대장이 하늘로 끌려 올라갈 위기에 처하자. 둥지에 남아있던 오크들이 우두머리 그리핀을 향해 몸을 던졌다.

-크르르르릉!-

우두머리 그리핀이 달려드는 오크들을 날갯짓과 발톱을 이용해 쳐냈다. 하지만 숨통을 조여오는 강력한 힘에 가래 끓는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힘이 빠지고 있는 것이었다.

“우어어어어!”

우두머리 그리핀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 오크 전사 타쿠가가 머리에 박혀있는 도끼를 뽑아 목덜미를 내리쳤다.

퍽! 퍽! 마치 나무에 박히는 듯한 소리와 함께 우두머리 그리핀의 목에서 피가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잠시 후.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마지막으로 우두머리 그리핀이 둥지에 쓰러졌다. 그리핀이 쓰러진 둥지에는 커다란 알 하나가 덩그러니 남았다.

크기가 다른 알보다 훨씬 큰 것이 우두머리의 알다웠다. 신이 난 오크들이 둥지에 있던 알을 부수려 했다.

그때 축 늘어진 그리핀의 사체를 옆으로 밀어내며 오크 전사가 일어섰다.

“그만! 이 알은 전리품으로 삼겠다!”

타쿠가의 외침에 오크 전사들이 황급히 물러났다. 사납고 호전적인 오크들이었지만 타쿠가에게는 깍듯한 모습이었다.

한편 멀리서 우두머리 그리핀이 죽는 것을 확인한 강건우가 카라에게 물었다.

“카라, 보스 크리쳐가 죽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네.”

“저도 어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어요.”

카라가 침울한 표정으로 말하자 김주환과 이진호가 깜짝 놀라며 강건우를 바라보았다.

“건우야, 그럼 던전 밖으로 어떻게 나갈 생각이야?”

“건우 님, 무슨 방법이 있는 거겠죠?”

당황한 두 사람의 말에 강건우가 팔짱을 끼며 생각에 빠졌다.

‘보스 크리쳐를 잡은 게 각성자인 우리가 아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저 오크들에 이 상황에 관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그때였다. 우두머리 그리핀의 둥지에서 내려온 타쿠가가 강건우에게 다가왔다. 아직 전투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거침 숨을 내뿜고 있었다.

“크르···. 당신들인가 오크를 도와준 자들이?”

강건우가 깜짝 놀랐다. 오크가 하는 말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칠기 짝이 없는 말투였지만 그 속에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타쿠가의 등장에 상념에서 깨어난 강건우가 자신보다 두 배는 큰 타쿠가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만나서 반갑군. 나는 조율자 강건우라 한다.”

“.....전사의 싸움에 끼어든 것은 불쾌하지만. 타랄의 복수를 도와준 것에는 감사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카라가 강건우의 품속에서 작게 속삭였다.

“건우 님, 크리쳐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연스러운 행동이에요. 그리고 우리의 존재를 별 적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어요.”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타쿠가를 향해 입을 열었다.

“타쿠가라고 했지? 우릴 보고도 적의가 느껴지지 않나?”

“적의? 왜 그래야 하지? 우리 오크가 호전적이라지만 아무나 붙잡고 시비를 걸지는 않는다.”

타쿠가의 호감 섞인 말투에 강건우가 타쿠가를 떠보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그래? 그런데 너희들은 어디서 왔지? 여기가 던전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건가?”

사실 강건우와 일행은 이 오크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던전에 처음 들어왔을 때 협곡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커다란 오크 부족을 발견했었다.

‘그 당시에는 분명히 크리쳐로 확인됐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강건우의 상념을 깨고 타쿠가의 대답이 들려왔다.

“던전? 그게 무슨 말이지? 여기는 알레르리 대초원이다. 그리고 우리는 자랑스러운 푸른 늑대 부족이다.”

타쿠가의 말을 들은 강건우가 한가지 가설을 세웠다.

‘만약, 이들이 신에 의해 창조된 던전의 크리쳐들이라면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이해할 수가 없는데 말이지.’

그때 카라가 강건우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건우 님, 일단 저들이 모여있는 부족으로 가보는 게 어떨까요?”

“일행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

“오크는 은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아요. 저 눈빛 보세요. 호감에 가득 차 있잖아요.”

카라의 말에 강건우가 주변의 오크들을 둘러보았다. 전투의 여운으로 인해 새빨개진 눈동자에 거친 숨을 내뱉으며 강건우와 일행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싸움을 걸어 올 것 같은 눈빛이었다.

“도대체가 어디가 호감에 가득 찬 눈빛이라는 거야?”

강건우가 투덜거리며 김주환과 이진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긴장한 얼굴로 무기를 부여잡고 있었다.

“주환이 형, 긴장 풀어. 아무래도 우리를 은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으악? 오크의 은인이라니. 그런 거 필요 없고 빨리 나갈 방법이나 찾아보자.”

“저 오크들 가까이 오면 쏴버릴 겁니다.”

두 사람의 모습에 강건우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타쿠가를 향해 입을 열었다.

“타쿠가, 우린 이 초원을 횡단하던 여행객이다. 한동안 쉴 곳이 마땅치 않았어. 그래서 말인데 너희 부족에서 신세 좀 질 수 있을까?”

강건우의 폭탄 발언에 김주환과 이진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강건우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강건우의 신호에 잔뜩 긴장한 얼굴로 멈추어 섰다.

“오크는, 함께 싸운 전우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 좋다! 우리 부족에 초대하겠다.”

“록타!! 돌아간다!”

“축제다! 오크의 원수를 갚았다!”

타쿠가의 말에 오크들이 기뻐 환호하기 시작했다. 쩌렁쩌렁한 소리에 강건우가 귀를 막으며 일행을 바라보았다.

“주환이 형, 진호야, 잘 들어 아마도 내 생각엔 저 오크들에 지금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비밀이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부족이 거주하는 곳으로 가겠다는 거구나?”

김주환의 질문에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여차하면 바로 탈출하면 되니까. 일단은 나를 믿고 따라와.”

“오케이. 건우 너만 믿는다.”

“건우 님의 말이라면 못 믿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때 타쿠가가 강건우의 어깨에 커다란 손을 올렸다. 그리고 오크의 기준으로 가장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가자! 전투를 함께 치른 너희들은 이제부터 나 대전사 타쿠가의 형제다!”

강건우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오크들은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한 종족이라고 생각했다.

전투를 치르며 죽어간 동족들을 그새 잊은 듯 오크들이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부족의 거처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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