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35화 (36/99)

재회(1)

한산한 차도 위를 달리는 아름다운 자태의 롤스로이스 차 안에 강건우와 강지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와! 우리 오빠 출세했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편돌이 공시생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지금 왜 하는 건데?”

“아니···. 뭐 그렇다고. 왜! 불만이냐!?”

강지우의 호통에 움찔한 강건우의 모습에 운전하던 박태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강지우가 박태정으로 타겟을 옮겼다.

“태정 오빠도 그래! 매번 우리 오빠한테 건우님. 우리 건우님하고 높여주니까 점점 버릇이 없어진다고!”

“뭐래? 내가 나이가 몇 개인데 버릇을 따져!”

강건우의 반항에 강지우가 매서운 눈빛으로 따지고 들었다.

“오빠! 바쁜 건 알겠는데. 요즘 엄마랑 아빠한테 찾아온 게 언제야? 전화는!?”

“윽···. 그게···. 미안하다. 신경 쓸게.”

강건우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강지우가 기세를 타 속사포 같은 잔소리를 이어갔다.

“엄마랑 아빠가 말을 안 해서 그러지. 맨날 얼마나 오빠 걱정을 하는 줄 알아? 뉴스에서는 사람들 죽어 나가는 소리만 들려오지. 조금 전에는 파괴자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쳐들어 왔다며? 진호 오빠는 크게 다쳤다고 하지. 사람들은 걱정하지. 우리 신경 좀 쓰자 응?!”

쏟아지는 여동생의 팩트 폭격에 강건우의 몸이 더욱 움츠러들었다. 그 모습에 충분히 잔소리했다고 느낀 강지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휴. 나도 오빠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아. 그래도 조금만 더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 써줬으면 해서 그런 거야. 어? 울어? 우니? 강건우?”

“뭐!? 아니라고! 이게 진짜!”

자신을 끝까지 놀려먹자 발끈한 강건우가 강지우에게 꿀밤을 날리며 대응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박태정이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현실 남매군. 그래도 지우랑 있을 때는 건우님이 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좋네.’

강건우와 강지우가 한참을 투닥거리는 사이 롤스로이스 팬텀이 미끄러지듯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린 세 사람의 눈앞에 거대한 공터가 나타났다.

“여깁니다. 원래는 대기업은 연구단지가 들어올 예정이었던 자리입니다.”

박태정이 안내한 장소는 마곡에 위치한 모 대기업의 연구소부지였다. 장소가 마음에 든 강건우가 박태정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역시! 태정이 형한테 맡기면 걱정이 없다니까?”

자신을 향한 칭찬에 부끄러운 듯 어색한 표정을 한 박태정이 말을 이어갔다.

“일단 여기게 장비 제작소를 설치하고 포인트가 모이는 데로 팔크람의 연구소를 소환하면 될 것 같습니다.”

“좋아. 그럼 장비 제작소부터 설치하자고.”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 접속했다. 그리고 시설물들이 있는 목록에서 장비 제작소를 검색했다.

‘여기 있군. 장비 제작소. 30만 포인트라···. 적당한 가격 같군.’

강건우가 30만 포인트를 이용해 장비 제작소를 구입했다. 그러자 강건우의 눈앞으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시설물 설치 모드 시작합니다.]

“응? 이게 뭐지?”

강건우가 처음 보는 장면에 어리둥절해 있자 카라가 설명을 시작했다.

“에휴. 저 없으면 큰일 날 분이네요. 건우님은.”

“미안. 내가 기계치라···.”

자신이 기계치라는 뜻밖의 고백에 카라가 웃음을 터트리며 설명을 이어갔다.

“하하. 그럴 수도 있죠. 제가 잘 설명해드릴게요. 시설물 설치 모드는 조율자의 상점에서 구입한 시설물을 현실 세계로 설치하게 해주는 시스템이에요.”

“그럼 심 시티 같은 거네?”

강건우의 말에 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대신 주의하셔야 할 게 있어요.”

“어떤 주의?”

“시설물을 설치할 시 그 자리에 있던 기존의 시설물은 그대로 사라져요. 그렇기 때문에 안에 사람이 있는지. 정말 필요 없는 건물인지 잘 판단하셔서 진행하셔야 해요.”

강건우가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

“알겠어. 그럼 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공터니까 바로 설치해도 되겠어.”

말을 마친 강건우가 시설물 설치 모드를 다시 호출했다. 눈앞의 홀로그램에서 장비 제작소를 클릭한 강건우가 연구소 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시설물 설치.”

[주의 – 정말 이 장소에 장비 제작소를 설치하시겠습니까?]

“당근이지!”

강건우가 설치 버튼을 클릭하자 연구소 부지에 흑백의 빛이 터져 나오며 장비 제작소의 형태가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강지우가 강건우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정말, 내 오빠지만 이럴 때는 멋있긴 하네. 대박이야 정말.”

“흠···. 오라버니가 이 정도지.”

“뭐래? 기계치 아재야.”

강지우의 팩트 공격은 언제나 묵직했다. 강건우가 쓰린 가슴을 움켜쥔 채 박태정에게 시선을 돌렸다.

“형, 이거 설치 완료되려면 시간이 좀 필요 한가 봐.”

“네, 설치가 완료되기 전에 이곳에서 일한 사람들을 구하면 되겠습니다.”

“응, 형이 수고 좀 해줘.”

“맡겨만 주십시오.”

강건우가 설치되어가고 있는 장비 제작소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각성자들이 아크로폴리스에 저장하는 포인트를 상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도 좋으련만.’

아크로폴리스에 소속된 모든 각성자들은 사냥을 통해 얻은 포인트를 본거지 정보석을 통해 저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모인 포인트는 아크로폴리스의 랭크 업, 시설물 정비, 방어시설 유지에 쓰였다.

‘수호자나 파괴자는 각성자들에게서 모은 포인트를 자신의 신들에게 바칠 수 있는데 말이지.’

반면 수호자나 파괴자는 강건우 같은 상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본거지 정보석에 모은 포인트를 자신의 신에게 바쳐 필요한 장비나 각종 랭크 업을 하는 형태였다.

“건우 님, 다음 장소로 이동하시죠.”

생각에 빠져 있는 강건우에게 박태정이 말했다.

“응? 알겠어. 다음은 어디로 가?”

생각에서 빠져나온 강건우가 다음 목적지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근처 마곡단지 방향입니다.”

“마곡단지? 거기는 왜?”

강건우의 질문에 박태정이 대답했다.

“건우님이 회의에서 말씀하신 포인트를 이용한 경제체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시민대표 10명과 간단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뭐?! 난 그런 자리는 싫은데···.”

강건우가 난색을 보이자 박태정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꼭 필요한 일입니다. 건우님은 이제 평범한 공시생이 아닙니다. 아크로폴리스의 지도자 이신 만큼 시민들을 이해시키고 자리에 맞는 행동을 갖추셔야 합니다.

”으으···. 알겠어.“

반박할 수 없는 박태정의 말에 강건우가 포기한 듯 한숨을 쉬며 수긍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지우가 강건우의 등짝을 후려치며 말했다.

“오빠! 힘내! 사람들이 오빠를 얼마나 믿고 따르는지 모르지? 할 수 있어. 아자!”

“그래. 고맙다.”

강건우가 미소를 지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대화를 끝낸 세 사람이 차량에 탑승했다. 롤스로이스가 차 한 대 없는 도시를 유령처럼 달려나갔다.

***

조율자의 성에 위치한 휴게실. 시민대표들과의 회의를 끝낸 강건우가 강지우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우야, 요즘은 뭐 하고 지내냐?”

“나? 애들이랑 치안대에서 일하고 있지.”

“강지우. 철들었다?”

“상황이 상황이잖아?”

강지우는 박태정과 김주환의 동생인 박수진, 김주석과 함께 강제 각성을 한 후 아크로폴리스의 치안을 유지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었다.

본래 강지우는 치안대가 아닌 각성자 2팀에 지원을 했었다. 던전을 공략하며 크리쳐들과의 싸움을 원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오빠가 그렇게 위험하게 지내는데. 나까지 그럴 수는 없다고 말리시는데 별수 없잖아···.”

“그래, 위험한 건 나한테 맡기고 넌 부모님 옆에 있어 드려.”

“알겠어. 그나저나 오빠도 몸조심해. 진호 오빠 다치는 거 보니까 남의 일이 아닌가 싶어.”

“하하. 오빠 걱정도 다 해주네?”

강지우의 걱정에 강건우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잠시 후 식사를 끝낸 강지우가 집에 좀 자주 들리라는 잔소리를 마지막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강건우가 오늘 있었던 파괴자와의 싸움을 떠올렸다.

‘파괴자가 아크로폴리스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수호자 쪽도 모를 리 없어. 김한나가 조만간 움직이겠군···.’

김한나에 대한 생각을 떠올린 강건우의 표정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그때 카라가 강건우의 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건우 님, 지나친 복수심은 판단력을 흐려요. 냉정하게 생각하세요.”

“걱정하지 마. 복수심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는 않아.”

“그럼, 다행이고요.”

대화를 마친 강건우가 휴게실에 있는 수면 캡슐에 몸을 뉘었다. 오전부터 쉴 틈 없이 달려온 강건우가 쌓여있는 정신적 피로감에 금세 잠이 들었다. 오랜만의 편안한 잠자리에 강건우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강건우가 각성자들이 훈련하는 장소를 방문하기로 했다. 안내를 위해 찾아온 김주환과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친 강건우와 김주환이 조율자의 성 밖으로 나왔다.

“이야? 끝내주네?”

“죽이지? 얼른 타.”

강건우의 애마가 된 롤스로이스의 자태에 김주환이 감탄하자 강건우가 한껏 폼을 잡으며 차에 올라탔다. 김주환이 차에 올라타자 강건우가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형, 이번 각성자 후보생들은 어때?”

“음···. 아무래도 사람 수가 적다 보니. 쓸만한 사람들은 2팀 뽑을 때 다 몰렸고. 이번에는 연령대가 좀 낮아서 고민이다.”

강건우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이가 어리다면 어느 정도기에?”

“제일 어린애는 18살. 고딩.”

“너무 어린데?”

김주환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어린애들이 어째 겁이 더 없어. 지금 상황이 무슨 게임이나 소설에서 보던 그런 상황인 줄 아는 것 같아. 자기들도 싸울 수 있다고 막무가내로 우기는 통에 받아 줬다는데···.“

“하긴···. 지금 같은 시절에 나이 운운하는 것도 웃기네.”

“그래서 이번 지원자들을 나이순으로 3, 4팀으로 나눌까 생각 중이야.”

“좋은 생각이네. 나이가 비교적 어린 4팀은 당분간 내부 방어를 담당하면 되겠어.”

“응. 그러려고.”

두 사람이 각성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끝날 때쯤이었다. 차량이 목적지인 각성자 트레이닝 센터에 도착했다. 우렁찬 기합 소리와 조교들의 명령 소리에 트레이닝 센터 겉으로 뜨거운 열기가 새어 나왔다.

“와우. 이건 또 언제 만들었대?”

“근처의 중학교 체육관을 태정이가 개조해서 급조했다고 하더라.”

“일단 안으로 가보자.”

강건우와 김주환이 트레이닝 센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체육관 안의 상황은 처절했다. 무서운 표정의 조교들이 50명의 후보자를 닦달하며 기합을 주고 있었다.

“정신 차려! 네놈들 그런 정신상태로 크리쳐 얼굴이나 똑바로 쳐다보겠어?!”

“여기가 아직까지 학교 체육 시간인 줄 알지?! 하기 싫은 놈은 돌아가!”

여러 명의 조교들이 후보자들을 압박하며 얼차려를 주는 모습에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경찰이랑 군인 출신들 아니랄까 봐···. 살벌하네?”

“어차피 각성자가 되고 나면 육체적인 능력은 보장되니까. 여기서는 정신력 훈련이랑 팀워크 그리고 인성 위주로 교육하고 있어.”

김주환의 설명에 강건우가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고 있네. 특히 팀워크가 제일 중요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크리쳐 앞에서 팀워크가 안 맞으면 피해만 늘어나니까.”

그때였다. 강건우를 발견한 훈련생 중 한 명이 강건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 건우 오빠!?”

자신을 가리키는 여자의 모습을 발견한 강건우의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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