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3)
강건우를 비롯한 초기 각성자 3인방이 원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조금 전 이진호의 각성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을 자축하기 위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박태정이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진호, 축하한다.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건우 님에게 큰 힘이 되어야 한다.”
“태정이 형님, 감사합니다. 건우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두 사나이의 진지한 모습을 바라보던 김주환이 혀를 차며 말했다.
“하···. 진짜 너넨 둘만 모였다 하면 사극을 찍어라. 찍어.”
“왜? 주환이 형, 나는 나름대로 기분 좋은데?”
강건우의 장난스러운 말에 김주환이 정색을 하며 바라보았다.
“건우야, 너마저 그럼 안된다.”
“하하. 농담이야. 농담.”
모처럼 만의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렇게 네 사람의 자축파티가 이어졌다. 각성자 네 명이 먹는 음식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그 엄청난 식성에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서 여러 차례 먹을 것을 보충했을 정도였다. 한참을 먹고 즐기던 중 강건우가 이진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진호야, 너 장비 새로 맞춰야지? 내가 각성 선물로 좋은 거로 하나 해줄게.”
“엇! 정말입니까?”
“응, 대신 다음부턴 포인트 모아서 장비 제작소에서 사서 써.”
“네! 정말 감사합니다.”
이진호가 깍듯하게 인사를 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김주환이 발끈하며 말했다.
“건우야! 나는? 나도 이번에 랭크 업했어!”
“형은, 포인트 넘쳐나잖아. 제작소 활성화되면 거기서 사.”
“와! 사람 차별하냐?”
“뭐라는 거야?”
두 사람의 대화를 끊고 박태정이 말했다.
“그런데, 장비 제작소에서 쓸만한 장비들을 생산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텐데요.”
“맞아. 그래서 나한테 생각이 있어.”
“어떤 생각 말입니까?”
박태정이 궁금해하며 묻자 강건우가 대답했다.
“팔크람의 연구소를 소환할 거야.”
“건우야! 진짜야? 진짜 팔크람을?”
“응, C 랭크 던전에서 포인트 작업 몇 번이면 충분할 거 같아.”
“오케이. C 랭크 던전이야 애들 장난이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박태정이 팔크람의 연구소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팔크람의 연구소가 뭐죠?”
박태정의 질문에 아이스크림에 푹 빠져있던 카라가 눈을 번쩍이며 날아올랐다.
“역시! 이런 설명이라면 카라가 전문이죠!”
“뭐···. 뭐야? 너 무서워!”
김주환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카라가 혀를 삐쭉 내밀었다. 그러고는 신경을 안 쓴다는 듯 설명을 이어갔다.
“팔크람의 연구소는 건우님과 주환님이 공략한 A 랭크 던전이에요. 지난번 B 랭크 던전 하늘 요새와 같이 조율자의 상점에 등록된 상태죠! 팔크람의 연구소에 있는 드워프 기술자들이라면 여러 시설을 운용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될 거에요! 이상 카라였습니다.”
장문의 설명을 아무렇지 않게 마친 카라가 다시 아이스크림을 탐식하기 시작했다. 멍한 표정으로 카라의 설명을 듣던 박태정과 이진호가 탄성을 뱉어내며 말했다.
“역시, 카라의 설명은 핵심만 찌르는군. 엄청나 부럽기도 하고.”
“대···. 대단합니다. 카라 님 다시 봤습니다. 평소 간식만 탐하는 모습이랑은 차원이 다른데요?”
두 사람의 칭찬에 우쭐해진 카라가 강건우의 볼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
“자! 보셨죠. 건우 님. 수고한 카라한테 아이스크림을 더 주세요.”
“네네.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강건우가 장난스럽게 말하며 카라에게 아이스크림을 산더미처럼 안겨 주었다. 엄청난 양의 선물에 카라의 얼굴이 몽롱해졌다.
“잘 먹겠습니다!”
강건우가 카라에게 기분 좋은 미소를 보여준 뒤 고개를 돌렸다.
“일단 아크로폴리스 정비가 끝나면 던전 공략을 떠날 거니까 그렇게 알고들 있어.”
“건우야, 이번에 진호도 같이 가는 거냐?”
이진호가 열정에 불타는 눈빛으로 강건우를 바라보았다.
“건우 님, 꼭 데려가 주십시오!”
“당연하지, 귀중한 전력을 썩힐 이유가 없잖아?”
“감사합니다!”
강건우의 허락에 이진호가 뛸 듯이 기뻐했다. 강건우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강해진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 싶은 것은 덤이었다.
‘더 강해져서 건우 님에게 큰 도움이 되겠어!’
이진호가 속으로 다짐을 하고 있을 때 강건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주환이 형은 강제 각성 후보자들 훈련을 좀 봐줘.”
“오케이. 알겠다 건우야.”
김주환이 활기차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건우가 이번에는 박태정을 향해 입을 열었다.
“형은 나랑 새로운 시설물들 설치할 부지를 돌아보러 가자.”
“네, 건우 님.”
마지막으로 이진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준 강건우가 말했다.
“진호, 너는 잠깐 남아. 내 거 장비사는김에 네 거까지 사게.”
“네? 아···. 네! 감사합니다.”
이진호가 감격스러운 듯 눈을 빛내며 말했다. 회의가 끝나자 김주환은 빨리 후보자들을 만나보고 싶다며 자리를 떠났다. 박태정은 아크로폴리스를 둘러보는데 필요한 준비를 한다며 중앙관제실로 떠났다.
모두가 떠나고 강건우와 이진호만 남은 원탁회의실에 어색한 공사 기간이 흘렀다. 그 답답한 공기가 싫었는지 카라가 입을 열었다.
“자 이제 즐거운 쇼핑시간이에요! 건우 님! 준비하시고 쏘세요!”
“푸하하. 카라 그게 뭐야?”
“하하하···.”
카라의 장난스러운 몸짓에 강건우와 이진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한바탕 웃고 나자 어색함이 풀렸는지 강건우가 친근한 말투로 제안했다.
“진호야, 나랑 둘이 있을 때만이라도 말 좀 놓자. 내가 어색해 죽겠어.”
“그···. 그게···.”
이진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해했다. 그 모습에 강건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조율자라고 하지만 나도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 흙수저 출신 청년일 뿐이야.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좀 그래.”
강건우가 속마음을 털어놓자 이진호가 결심한 듯 손을 내밀었다.
“그래, 그러자. 둘만 있을 때야 못할 거 없지. 대신에 사람들 앞에서는 전처럼 할 거야.”
“정말이지? 고맙다 친구야.”
이진호가 내민 손을 강건우가 굳세게 잡았다. 그리고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말을 놓자 한결 마음이 편해졌는지 강건우가 활기찬 모습으로 말했다.
“진호야, 네 직업이 창공의 사수라고 했지?”
“응, 창공의 사수. 원거리 공격에 특화돼있는 직업 같아.”
“잘됐네. 지금 우리한테 딱 필요한 직업이야.”
“내가 군인일 때도 사격하나는 자신 있었지.”
이진호가 얻은 창공의 사수는 원거리 무기라면 모든 것에 능통한 매우 강력한 직업이었다. 강건우가 만능형 전사라면 김주환은 마법사였다. 거기에 이진호라는 원거리 딜러까지 보강된 것이었다.
“이제 힐러만 있으면 파티 완성인데?”
“파하하. 꼭 무슨 게임 같다?”
“그러게 말이다. 어째 게임보다 현실이 더 게임 같아 요즘은.”
“웃픈 현실이지···.”
대화를 나눌수록 심각해지는 두 사람을 보던 카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두 분 친구 맞네요. 그만하고 빨리 장비부터 교체해요.”
“응. 알겠어. 카라.”
“으으···. 카라 님은 도저히 거스를 수가 없네···.”
강건우가 이진호에게 웃어준 뒤 조율자의 상점에 접속했다. 상점을 둘러보던 강건우가 랭크 업으로 새롭게 업데이트된 S 랭크 장비목록을 검색했다.
‘으아. S 랭크 장비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네. 무기가 100만 포인트는 기본이고 방어구까지 사려면 지금 가진 포인트로는 어림도 없겠어.’
강건우가 현재 보유한 포인트는 150만이었다. 이진호에게 사줄 장비를 위한 포인트를 제외하면 빠듯한 보유량이었다. 결국, 장비를 사는 것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일단 적당한 스킬만 하나 구입하고. 진호 장비 사고 나면 장비 제작소 설치할 포인트만 남겠네.’
포인트를 사용할 계획을 정리한 강건우가 평소 눈여겨보던 스킬인 광역 도발[Epic]을 구매했다. 에픽랭크 스킬스톤의 가격은 10만 포인트가 빠져나갔다.
전역 도발[Epic] - 광역 도발[Nomal] 의 업그레이드 버전. 자신을 인식한 모든 크리쳐들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킨다. 사용 시 방어력이 소폭 상승한다. 재사용 대기시간 30분.
스킬의 내용을 살펴본 강건우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당분간 내가 탱커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으니. 딱 알맞은 스킬이야.’
물론 조율자의 힘[Legend] 스킬이 인벤토리에 잠자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수호자나 파괴자를 상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했다.
자신을 위한 쇼핑을 마친 강건우가 이번에는 이진호의 장비를 검색했다. 한참을 검색한 후 이진호에게 질문을 건넸다.
“진호야, 원거리 무기 어떤 게 좋아?”
이진호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총기류가 익숙하기는 한데···.”
“음···. 총기류는 크리 쳐들 한에 안 통하잖아?”
강건우의 말을 들은 카라가 눈을 빛내며 날아올랐다.
“그렇지 않아요. 진호 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강건우가 놀라 되묻자 카라가 특유의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설명을 했다.
“진호 님은 원거리 딜러 직업이잖아요. 상점에서 구입한 각성자 전용 원거리 무기라면 크리쳐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어요.”
“대박이네···.”
“카라 님, 그럼 제 부하들도 총을 사용할 수 있는 겁니까?”
이진호가 자신과 함께 군인 출신이었던 동생들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러자 카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말씀드렸잖아요. 원거리 딜러 직업인 진호 님만 사용 가능하다고요. 강제 각성자들은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카라의 말에 이진호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강건우가 속으로 생각을 했다.
‘하긴 그게 가능하다면 전생에서도 강제 각성자들에게 사용을 안 했을 리가 없지.’
생각을 마친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서 적당한 장비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강건우가 적당한 장비들을 찾아냈다.
‘이거면 가격도 적당하고 좋네.’
만족감을 느낀 강건우가 망설임 없이 장비를 구입했다. 10만 포인트가 빠져나가며 인벤토리에 장비가 들어왔다.
[드워븐 마나 런쳐] - B 랭크
[드워븐 볼트 런쳐] - B 랭크
[드워븐 불렛 벨트] - B 랭크
[드워븐 라이트 아머 셋트] - B 랭크
강건우가 장비를 꺼내 이진호에게 건넸다.
“자. 선물. 장비에 익숙해지려면 연습이 필요할 거야.”
“고맙다! 건우야, 강해져서 꼭 너에게 도움이 될게.”
“말만 들어도 기분 좋네. 그럼 난 태정이 형이랑 시설물 설치하러 가볼게.”
강건우가 이진호의 어깨를 두들겨 준 후 박태정이 기다리는 중앙관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진호는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장비를 들고 훈련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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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관제실에 도착한 강건우를 박태정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건우님, 오셨습니까? 그런데 진호는?”
“아···. 새 장비에 적응한다고 훈련실로 갔어.”
“역시, 부지런합니다.”
강건우가 피식 웃으며 박태정에게 말했다.
“형도 만만치 않잖아? 준비는 다 되가?”
“네, 이동에 사용할 차량도 준비됐습니다.”
“응, 그럼 출발하자고.”
“네. 가시죠.”
박태정이 앞장서서 중앙관제실을 나갔다. 그리고 강건우가 그 뒤를 쫓았다. 잠시 후 조율자의 성을 나와 차량에 도착한 강건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맙소사! 형 이 차 어디서 났어!!?”
“시민 중 한 분이 흔쾌히 기증하셨습니다. 이제 건우 님 전용 차량입니다.”
강건우의 눈에 황홀한 표정이 떠오르며 자동차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차량의 종류는 롤스로이스 팬텀. 흙수저였던 강건우에게는 꿈에서나 보던 차량이었다.
비록 전쟁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지구였지만. 명차의 아름다운 자태는 순간 모든 것을 잊을 만큼 강건우의 마음을 흔들었다.
순간 가족들이 생각난 강건우가 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지우야, 오빠 차 뽑았다!-
한참 뒤 강지우에게서 개인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 지금 거기로 감. 딱 대기. 움직이면 사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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