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31화 (32/99)

충돌(5)

한편, 주상혁과 부하들은 강건우 일행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새로이 합류한 김주환의 기세에 공격을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저기 새로 합류한 각성자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상천 님 못지않은데?”

“내가 볼 때는 더 강해 보인다.”

“야, 우리 큰일 난 거 같은데?”

부하들의 쑥덕거림을 들은 나상천이 주상혁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상혁님, 상황이 안 좋습니다. 새로 합류한 놈의 기운이 심상치 않습니다. 더군다나 성벽에 있는 마력 대포도 위험합니다···.”

“.....”

나상천의 말을 듣는 주상혁의 얼굴이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평소 폭력적이면서 급하고 자존심이 센 주상혁이었다. 불리한 상황임을 알았지만 차마 자신의 입으로 인정을 하기는 싫었다.

그런 주상혁의 마음을 눈치챈 나상천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고 재정비를 해서 오는 게 어떨까요? 상혁님의 능력이라면 더 강력한 크리쳐들과 올 수 있습니다.”

나상천의 설득에 주상혁의 마음이 동했다. 신의 파편을 조사하러 오면서 이끌고 온 크리쳐들은 C 랭크 던전을 클리어하고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켜 획득한 크리쳐들이였다.

“그러는 게 좋겠지?”

주상혁의 말투가 점점 누그러들자 나상천이 신이 나서 설득했다.

“네, 당연합니다. 지난번 점찍어놓은 B 랭크 던전이라면 충분합니다.”

무한히 강제 각성자를 늘리는 수호자와는 달리 파괴자는 던전 브레이크를 통해 해당 던전의 크리쳐를 휘하에 거느릴 수 있었다.

잠시 팔짱을 끼고 고민하던 주상혁이 결심한 듯 말했다.

“그래. 상천, 네 말이 맞아. B 랭크 이상의 크리쳐들과 함께 라면 저놈들도 별거 아니지.”

주상혁의 긍정적인 반응에 주변의 부하들이 일제히 아부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준비가 부족했을 뿐입니다.”

“예, 맞습니다. 상혁님이 제대로 준비만 하신다면 저런 놈들쯤이야 껌이죠.”

“상혁님에게 B 랭크 던전쯤이야 한 끼 식사 거리 아니겠습니까?”

주상혁이 한껏 자신을 치켜세워주는 부하들의 의도를 눈치챘다. 하지만, 모른 척 넘어가기로 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전투를 지속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았다.

“흠흠. 사나이라면 물러날 때도 알아야지.”

주상혁이 애써 태연한 척 부하들을 쓱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놈들을 당장이라도 쥐어 패버리고 싶지만, 준비를 철저히 해서 다시 오자.”

주상혁의 결정에 부하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진한 안도감을 엿볼 수 있었다.

주상혁이 대검을 등에 둘러메며 나상천에게 말했다.

“스트롱홀드로 철수한다. 모두 움직여. 상천이 너는 흩어져 있는 트롤들을 한군데로 모아서 철수해.”

“네! 알겠습니다! 빨리 움직여 철수다.”

나상천이 우렁차게 대답하며 각성자들을 재촉했다. 각성자들의 움직임은 신속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것 같은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허 참. 자식들 도망치는 속도 하나는 끝내주네.”

다른 각성자들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나상천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리고 트롤들을 통솔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부하들이 자리를 떠나자 주상혁이 강건우를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너! 조율자라고 했지? 기다려! 조만간 다시 돌아온다!”

큰소리로 외친 주상혁이 등으로 돌려 자리를 떠났다.

***

“어? 건우야! 저 새끼들 튄다!”

김주환의 외침에 강건우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내버려 둬, 도망가겠다는 놈들 뭐 하러 쫓아가.”

김주환이 펄펄 뛰며 적들이 사라진 방향을 가리켰다. 이진호의 일로 열이 잔뜩 받은 모습이었다. 평소의 쿨하고 유쾌한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진호를 반죽음으로 만든 놈들이라고! 그냥 돌려 보네?”

묵묵히 적들을 바라보고 있던 박태정이 김주환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주환아, 그만하자. 진호의 상태를 보러 가는 게 먼저다.”

“제길! 저 새끼들 다음에 만나면 가만 안 둔다.”

김주환이 몸을 홱 하고 돌려 성문 안으로 돌아갔다. 잠시 성문 쪽을 바라보던 박태정이 강건우에게 말했다.

“건우 님, 다 물러난 거 같습니다. 진호한테 빨리 가보시죠.”

강건우의 얼굴을 확인한 박태정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주상혁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꽉 쥔 주먹에서는 실핏줄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형,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걸까?”

차가울 정도로 식어있는 강건우의 말투였다. 박태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었습니다. 그저 사고였을 뿐입니다.”

“앞으로는 내 사람이 다치는 일을 절대 만들지 않을 거야.”

전생의 기억 때문일까? 강건우에게 동료의 죽음은 강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강한 다짐을 하는 강건우를 박태정이 희미하게 웃으며 바라보았다.

“건우님은 꼭 그러실 겁니다.”

“응, 반드시. 진호한테 가자 형.”

강건우와 박태정이 조율자의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남은 전투의 흔적이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을 말해주고 있었다.

***

조율자의 성에 위치한 회복실. 회복 캡슐 안에 이진호가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그 주변을 의료진을 비롯한 강제 각성 1팀이 둘러싸고 있었다.

“선생님, 진호 형은 정말 못 깨어나는 겁니까?”

1팀의 각성자 중 한 명이 이진호를 응급처치한 의사에게 울먹이며 말했다. 피로 범벅된 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가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각성자 분들의 몸은 일반인과 달라 제가 함부로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회복 캡슐의 응급치료 기능을 켜놓은 상태입니다.”

각성자는 일반인과는 다른 단단한 육체와 자체적으로 뛰어난 회복력을 가지고 있었다. 메스는 물론 주삿바늘조차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 말하고 있는 의사는 일반인을 위해 상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제길···.”

“......”

의사의 말에 분위기가 더욱 침통해졌다. 그때 회복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김주환이 들어왔다. 그리고 강건우와 박태정이 연이어 들어섰다.

이진호가 누워있는 캡슐을 발견한 김주환이 옆에 서 있는 의사를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선배님, 진호는 괜찮습니까?”

선배라 불린 의사가 김주환을 발견하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다. 주환아, 너도 알잖아? 현대의술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저 회복 캡슐이라는 기계에 맡기는 수밖에···.”

김주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선배 의사가 가지고 있던 차트를 가져왔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읽어 내려갔다.

“제길···. 이럴 거면 뭐 하러 뼈 빠지게 의학 공부를 한 거야!”

어느새 캡슐 근처로 다가온 강건우와 박태정이 김주환을 위로하며 말했다.

“주환이 형, 너무 자책하지 마! 각성자란 존재 자체가 비상식적인 일이야.”

“그래 주환아, 너무 자책하지 마라.”

그때였다. 전투가 끝난 이후부터 쥐죽은 듯 강건우의 품에 숨어있던 카라가 밝은 빛을 내뿜으며 날아올랐다.

흑백이 어우러진 강렬한 빛을 내뿜던 카라가 눈을 번쩍 뜨며 전과는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조율자 강건우. 너와 동료들의 시련은 서로를 결속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강제 각성자 이진호. 그 숭고한 용기가 조율자가 갈 길에 등불이 될 것이다.

카라의 입에서 범접할 수 없을 만큼 힘 있고 위엄이 서린 말이 쏟아져 나왔다.

“뭐···. 뭐야? 왜 이러는 거야 카라.”

“건우야, 카라가 왜 저러는 거야?”

“건우 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강건우와 김주환 그리고 박태정의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충격적인 광경에 말을 잃은 상태였다.

사람들이 충격을 뒤로하고 카라의 선언이 이어졌다.

-어서 가서 힘을 키워라. 그리하면 강건우 너의 과거와 지금의 실수가 보상받을 것이다.

-내가 회복한 힘은 여기까지다. 강건우 부디 조율자의 본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뿜어져 나오던 흑백의 빛이 사라지며 카라가 의식을 잃었다. 의식을 잃고 떨어지는 카라를 강건우가 재빠르게 받았다.

“카라! 괜찮아?”

강건우가 카라를 무사히 받아냈다. 그러자 반투명한 퀘스트 창이 강건우의 눈앞에 떠올랐다.

[랭크 업 퀘스트]

목표 – 조율자 강건우의 S 랭크 진입.

내용: 시련을 통해 영웅은 단련된다. 랭크 업을 통해 S 랭크로 랭크 업을 하자.

보상 : 엘릭서 – 1, 초기 각성 물약 – 1

“미친! 이게 말이 돼?”

퀘스트를 확인한 강건우가 떠나갈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엄청난 포인트가 필요한 엘릭서는 물론 처음 보는 초기 각성 물약이 보상으로 주어진다고 쓰여 있었다.

“초기 각성 물약이라니. 이런 게 존재했어?”

초기 각성은 주어진 재능이 아니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물약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만약 이것이 실제 한다면 아마겟돈의 판도가 요동치는 대사건이었다. 잔뜩 흥분한 강건우에게 김주환과 박태정이 물었다.

“건우야, 왜 그래?”

“건우 님, 무슨 일입니까?”

“그게 말이지···.”

강건우가 두 사람에게 퀘스트의 내용과 보상을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김주환은 기쁨에 차 소리를 질렀고 박태정은 묵묵히 눈가를 붉혔다. 강건우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입을 열었다.

“일단, 내가 카라를 데리고 랭크 업을 하러 다녀올게. 형들은 진호 곁에 있어.”

김주환과 박태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 빨리 갔다 와.”

“건우 님, 랭크 업 축하드립니다.”

“그럼 갔다 올게.”

강건우가 아직 기절해 있는 카라를 소중히 품에 넣고 조율자의 방으로 향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진호. 내가 살려줄게.’

랭크 업은 물론 이진호를 살려낼 기회를 잡았다. 방으로 향하는 강건우의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잠시 후 조율자의 방에 강건우와 카라가 도착했다. 방안에는 중앙관제 시스템을 제어하는 담당자들과 각성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카라는 오는 동안 의식을 회복했는지 강건우와 조금 전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거지?”

강건우의 질문에 카라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네, 건우님. 제 몸에 엄청난 기운이 흘려들어 온 것까지는 기억이 나요. 그런데 그 이후 일어난 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떠오르지 않아요.”

시무룩한 표정의 카라가 안쓰러웠는지 강건우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카라가 모르는 일이라면 내가 아무리 물어도 소용없을 거 아니야.”

“죄송해요···.”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언젠가는 밝혀지겠지.”

강건우의 위로에 카라의 얼굴이 벚꽃같이 피어났다. 조금 전의 시무룩한 기분을 날려버린 카라가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요, 건우님이 랭크 업을 하시면, 저도 성장하니까 분명히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하하하. 이제야 카라답네.”

“헤헤.”

강건우가 귀여운 카라의 행동에 웃음을 터트렸다. 카라가 강건우의 어깨에 앉으며 재촉했다.

“건우님! 빨리요! 이제 랭크 업을 마무리해요.”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본거지 정보석에 다가갔다. A에서 S로 랭크 업을 위해 필요한 포인트는 500만이었다.

“으으···. 어떻게 모은 500만 포인트인데.”

잠시 뜸을 들이던 강건우가 정보석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밝은 빛이 터져 나오며 강건우를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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