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27화 (28/99)

충돌(1)

봉제산에 위치한 지하 감옥의 대기실에 강건우와 일행이 나타났다. 퀘스트를 완료한 뒤 포탈을 이용해 돌아온 것이었다. 대기실에 도착한 강건우와 김주환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런 두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카라가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건우님, 주환님, 너무 고생하셨어요. 빨리 나머지 던전공략을 완료하고 돌아가요.”

자신을 위로하려 오버하는 카라의 모습에 강건우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던전 제어석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축하합니다. A 랭크 던전 -팔크람의 연구소의 최초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최초 공략 보상으로 조율의 힘[Legend], 4000000P를 지급합니다.]

조율의 힘[Legend] - 수호자와 파괴자를 상대할 시 모든 능력이 매우 크게 상승한다.

[조율자의 상점- A 랭크 던전 - 팔크람의 연구소의 봉인을 해제하셨습니다.]

[조율자의 상점 - 팔크람의 연구소의 던전스톤 구매가 가능합니다.]

‘400만 포인트? 거기다가 전설 스킬까지?’

보상을 확인한 강건우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역시 A랭크 던전다운 보상이었다. 거기다가 조율자의 특전 포인트 두 배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목표치에 근접한 포인트가 모였다. 시간이 부족한 강건우에게 단비와 같은 일이었다. 보상을 확인한 김주환도 매우, 매우 놀란 듯 보였다.

강건우가 입을 벌리고 있는 김주환의 턱을 툭 하고 쳤다.

“벌레 들어가겠네. 이제 남은 C 랭크 던전만 클리어해도 목표로 한 포인트는 충분히 모을 거 같은데?”

김주환이 턱을 만지며 말했다.

“대박이다. A랭크 던전을 이렇게 쉽게 클리어하다니.”

아직 얼떨떨한 듯 보이는 김주환이었다. 강건우가 카라를 쳐다보았다.

“카라, 다음 던전으로 안내 부탁해.”

“네! 건우님. 출발하시죠.”

남아있던 어두운 분위기를 마지막으로 털어 내려는 듯. 카라가 더욱 활기차게 대답하며 앞장섰다. 강건우와 김주환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다음 목표인 던전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

황금색으로 빛나는 보호막에 둘러싸인 아크로폴리스. 강건우가 떠난 직후 밀려드는 난민들과 간간이 출현해 성벽을 공격하는 크리쳐들로 바쁜 하루가 이어지고 있었다.

조율자의 성에 위치한 중앙관제실에 박태정과 이진호가 있었다.

“진호야, 보호막의 내구도는 아직 여유 있는 거지?”

“네, 태정이 형님. 아직은 크리쳐들의 공격보다 보호막 회복속도의 여유가 있습니다.”

박태정이 한숨을 쉬었다.

“건우님의 명령을 피난 오는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영 기분이 찜찜하네.”

“건우님도 다 생각이 있으실 겁니다.”

“알고 있어. 무턱대고 받아들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

대화를 끝낸 박태정이 아크로폴리스 곳곳을 비추는 관제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속에 사람들의 일상은 아마겟돈 이전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사람들은 각자 맡은 일에 충실히 임했다. 아이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뛰어놀았다. 먹을 것은 충분했고, 입는 것과 씻는 것 그리고 잠을 잘 집까지 말 그대로 천국이 따로 없었다.

“빨리 우리가 힘을 길러 건우님의 부담을 덜어 드려야 해.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어.”

박태정의 혼잣말에 이진호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박태정은 인간에 대한 정이 넘치고 매사에 진지하고 정의로웠다. 이진호는 그런 박태정을 내심 존경하고 있었다.

묵묵히 화면을 바라보던 박태정이 이진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 선발한 강제 각성자 후보들의 훈련은 얼마나 진행됐어?”

“처음 입소한 50명의 후보생 중에 자퇴한 사람이 5명, 벌점 및 자격 미달로 퇴소한 사람 2명을 제외한 전원의 훈련이 마무리 단계입니다.”

박태정이 이진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나도 훈련을 도와야 하는데. 처리할 일들이 너무 많아. 진호 네가 수고해줘.”

“네, 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두 사람이 아크로폴리스의 현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을 때였다. 관제화면을 제어하던 기술자가 당황한 듯 외쳤다.

“태정님, 외부 순찰을 나갔던 각성자 1팀에서 긴급지원을 요청하는 무전이 왔습니다.”

“긴급지원이라니? 무슨 내용입니까?”

“순찰을 마치고 귀환하던 중 10마리가 넘는 크리쳐와 조우했다고 합니다.”

보고를 받은 박태정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각성자 1팀은 강제 각성자들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던 병사출신들로 이루어진 조였다. 10마리 정도의 크리쳐에 고전할 전력이 아니었다.

“알겠다. 일단 내가 지원을 나서겠다. 강제 각성자 2팀을 준비시켜. 그리고 진호 너는 여기 남아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줘,”

“네, 알겠습니다.”

성벽의 정문이 열리며 박태정이 강제각성자들을 이끌고 지원에 나섰다. 그리고 빠르게 1팀이 위치한 곳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1팀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에 도착한 박태정의 얼굴이 크게 찌푸려졌다. 10마리의 C 랭크 트롤 전사들이 한군데로 뭉쳐있는 각성자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12명의 조원 중 상당수가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아직 힘이 남아있는 각성자들은 중상자를 보호하며 격렬하게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동생처럼 여기는 각성자들의 부상에 박태정이 크게 분노했다. 박태정이 한손검과 방패를 고쳐 잡으며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쿵! 육중한 소리와 함께 공격받는 각성자들과 트롤 전사의 사이로 뛰어든 박태정이 A조를 향해 입을 열었다.

“1팀, 고생했다. 부상자들을 챙겨 폴리스로 귀환해. 여긴 나와 2팀이 맡는다.”

박태정의 등장에 1팀 각성자들이 환호했다.

“태정 형님! 오셨군요.”

“만세. 이제 살았다.”

“나 좀 부축해줘 죽을 것 같아.”

잠시 후. 1팀이 부상자들을 부축해 무사히 빠져나갔다. 1팀이 모두 빠져나가자 박태정이 트롤 전사들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드러내던 흉포한 모습은 사라지고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B급 초기 각성자인 박태정의 살기에 짓눌려 있던 것이었다.

“더러운 크리쳐 놈들, 내 손으로 깡그리 죽여주마.”

박태정이 이를 갈며 트롤 전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트롤 전사무리로 뛰어든 박태정의 검에 자비란 찾아볼 수 없었다.

양 떼 속에 뛰어든 사자처럼 무참히 트롤 전사들을 도륙했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강제 각성자들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역시 초기 각성자의 힘은 엄청나군.”

“태정님이 싸우는 모습은 처음 봐.”

강제 각성자들은 박태정의 전투를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끼어들 틈조차 없이 트롤 전사들을 순식간에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온몸에 트롤의 피로 범벅이 된 박태정이 거칠게 포효했다. 오랜만에 전투에 흥분이 가시지 않은 것이었다.

“우리도 돌아간다.”

어느새 감정을 가라앉힌 박태정이 트롤 전사의 시체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강제 각성자 2팀이 자리를 떠나자 박태정도 아크로폴리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상해···. 그동안 간간이 크리쳐가 성벽 근처로 나타나긴 했어도. 이렇게 많은 수가 한 번에 나타난 적은 없었어.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군.’

***

아크로폴리스를 둘러싼 성벽 위. 박태정과 이진호가 보호막을 두들기고 있는 크리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굳게 다문 입술이 답답한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때 강제 각성자 한 명이 성벽 위로 달려왔다.

“이진호 중위님, 주민들을 대피소로 집결시켰습니다.”

이진호가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철희야, 이제 중위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중위님이라는 호칭이 익숙해서 말입니다.”

“군복 벗은 지가 얼마인데 아직도. 다나까도 쓰지 마.”

각성자의 어깨를 툭 쳐준 이진호이 박태정을 바라보았다.

“태정이 형님, 건우님의 연락은 아직 입니까?”

“아직 이다. 일단 건우님이 제 시간 안에 돌아오실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해 두고 방어 작전을 수립해야겠어.”

얼마 전 박태정이 강제 각성자 1팀을 구하고 돌아온 뒤였다. 사방에서 크리쳐들이 성벽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박태정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래서 아크로폴리스의 제어석을 통해 카라에게 연락을 취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박태정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호, 크리쳐들의 랭크별 개체 수는 체크가 끝났어?”

“네, 지휘통제실의 기능으로 개체 수별로 분류가 끝났습니다.”

“알려줘.”

“현재 확인된 총 개체 수 100중 B 랭크 숲 트롤이 10개체, C 랭크 트롤 전사가 30개체, 마지막으로 D 랭크 일반 트롤 60개체입니다.

이진호의 보고를 들은 박태정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트롤들로 이루어진 크리쳐 무리가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크리쳐들이 무리를 이루고 공격할 경우를 강건우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진호야, 아무래도 크리쳐들의 공격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한 것 같다.”

이진호가 크게 놀랐다.

“형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크리쳐들이 누군가의 지시에 따르고 있다는 겁니까?”

박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무래도 파괴자로 선택받은 각성자가 벌인 일 같아.”

“네? 하지만 건우님이 한동안은 부딪힐 일이 없을 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야. 건우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박태정이 씁쓸하게 말하며 성벽 밖을 바라보았다. 이진호 역시 불안한 표정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강건우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아크로폴리스에 첫 번째 시련이 닥쳐왔다.

***

아크로폴리스의 구역 밖인 양천구의 무너져가는 빌딩 안에 일단의 무리가 모여 있었다. 그중 40대 남자가 주변을 흩어보고 있었다. 날카로운 인상에 무리 중 가장 화려한 복장이 남자의 위치를 말해 주고 있었다.

“보호막을 깨는 건 정말 무리란 말이지?”

모닥불에서 구워진 고기를 뜯으며 거만한 말투로 말하는 남자의 정체는 파괴자 주상혁이었다. 평소의 거친 행사를 보여주듯 주변의 각성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상혁 님, 상대방의 보호막이 생각보다 견고합니다. 트롤만으로는 힘이 부족합니다.”

각성자의 말에 주상혁이 먹고 있던 고기를 집어 던지며 불같이 화를 냈다.

“제길! 도대체 강서구에 자리 잡은 놈들은 누구란 말이야? 파괴자도 수호자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주상혁이 화를 내면서도 생각을 했다. 얼마 전 자신이 속한 파괴신들이 신탁을 내렸다. 강서구 일대에서 느껴진 신의 파편에 대해 조사를 명한 것이었다.

명령을 받은 주상혁은 휘하의 초기 각성자들과 크리쳐들을 이끌고 조사에 나셨다.

‘말도 안 되지. 아직 우리가 귀환한 지 1달도 안 된 시점이다. 저렇게 강력한 세력을 일굴만한 놈이 있을 수 없어.’

한국에 자리 잡은 3명의 수호자는 서울에 1명 그리고 부산과 광주에 각각 한 명이었다. 파괴자 3명 역시 수호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각각 같은 도시에 한 명씩 자리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강서구에 정체불명의 세력이 나타난 것이었다.

마음이 급해진 주상혁이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시간 끌다가 수호자 놈들이 눈치 채면 골치 아파져. 그 전에 우리가 나선다. 전원 전투 준비해.”

“네, 상혁 님.”

“하하! 또 전투입니까?”

“우하하! 이번에는 약탈하는 재미가 제법 있겠어,”

주상혁의 소속인 초기 각성자들이 화색을 뛰며 준비를 시작했다. 도시를 정복하고 약탈을 할 생각에 들뜬 것이었다. 잠시 후 준비를 끝낸 주상혁과 각성자들이 아크로폴리스로 떠나갔다.

그때 주상혁이 머물던 곳의 반대편 건물에서 수호자 소속의 초기 각성자 한 명이 은신을 풀며 나타났다.

“역시, 한나님의 말이 맞았어. 파괴자 놈들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것이 확실해.”

잠시 주상혁이 머물던 자리를 살피던 각성자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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