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26화 (27/99)

팔크람 지하광산(4)

연구실의 중앙에 있는 분석기 앞에 강건우와 팔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팔크람은 드워프답게 아담한 키에 귀여운 얼굴상의 여자였다. 무척 화가 난 듯 찌푸린 얼굴이 마치 어린아이가 화를 내는 것 같았다.

“내가 간신히 안정시켜 놓은 파괴신의 파편이 다시 불안정해 지고 있어.”

“팔크람, 너 이 던전의 보스와 이름이 같아. 도대체 정체가 뭐야?”

강건우의 질문에 팔크람이 한숨을 쉬며 답했다.

“하아···. 난 미랄 행성의 신인 파이런님의 사도이자. 지금 멸망한 소랄 제국의 공주야.”

“신의 사도? 그럼 네가 저 파편의 주인?”

강건우가 경계하며 물었다. 팔크람이 그런 강건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눈치만 없는 줄 알았더니. 생각도 없니? 잘 들어. 저 파편은 우리 행성을 멸망으로 몰고 간 파괴신의 사도를 죽이고 얻은 파편이야. 나랑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팔크람이 증오가 담긴 시선으로 신의 파편을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미랄 행성에는 드워프들이 여러 나라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파괴신들의 침략을 받았다. 파괴신들의 침략을 받자 미랄 행성의 신인 파이런이 현신했다. 그리고 가장 강대한 나라였던 소랄 제국의 공주를 자신의 사도로 삼아 맞서기 시작했다.

“나와 행성의 모든 드워프들이 힘을 합쳐 맞섰지만 역부족이었어. 파괴신의 사도는 너무 강력했거든. 행성이 멸망의 직전에 이르렀을 때였어. 파이런 님께서 내게 명령을 내리셨어.

“무슨 명령? 설마 지금 이 던전이 생긴 것과 관련이 있는 거야?”

팔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파이런 님은 자신의 힘을 수호신들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마지막 남은 드워프들을 살리려 하셨어.”

팔크람이 옛 기억이 떠오르는 듯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라가 입을 열었다.

“그랬던 거군요. 자신의 힘을 넘겨주는 대신 수호신들로부터 던전을 받았고, 그 안으로 여러분을 대피시켰군요.”

팔크람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확해. 제국 최고의 연구시설이었던 이곳을 던전으로 만들었어.”

강건우가 의아한 듯 물었다.

“이상한데? 내가 만난 던전의 크리쳐들은 그저 신들이 만들어낸 크리쳐일 뿐이었어.”

강건우의 말을 들은 팔크람의 얼굴이 분노로 터질 듯 달아올랐다.

“맞아. 우린 속았어. 빌어먹을 신들은 우리의 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어. 그저 파이런님의 힘이 탐났던 거야.”

수호신들로부터 던전을 받은 드워프들은 팔크람의 지휘 아래 던전으로의 대피를 시작했다.

대피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던전으로 들어간 사람들과 소식이 끊기자 팔크람은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때 파이런님의 마지막 신탁이 내려왔어. 자신이 속았다며 던전의 진실을 말해 주시며 비통해하셨어.”

팔크람이 파이런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쏟았다. 강건우와 일행은 그 모습에 숙연한 감정을 느꼈다.

김주환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건우야, 수호신이고 파괴신이고 믿을 놈들이 아닌 것 같다.”

“당연하지.”

감정을 추스른 팔크람이 말을 이어갔다.

“그때 결심했지. 수호신 놈들에게 한 방 먹이기로. 그래서 파괴신의 사도에게서 나온 파편을 훔쳐 던전으로 들어왔어.”

카라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자신들이 만든 던전이라면 언제든지 찾아낼 수 있을 텐데요?”

팔크람이 콧방귀를 꼈다.

“흥! 아무리 신들이지만 전능한 건 아니야. 파편을 가지고 던전에 들어온 난 크리쳐로 변한 동료들을 이용해 파괴신의 파편을 연구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수호신 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파편을 이용한 던전 위장장치 MZ-1을 개발했지.”

카라가 입을 벌리며 물었다.

“맙소사. 파편을 이용해 던전의 정보를 파괴신의 파동으로 변경한 거군요!”

“오? 너 제법 똑똑한데? 맞아. 수호신들이 내가 파괴신의 파편을 훔쳐간 것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던전의 정보는 위장되고 난 후였지.”

카라와 팔크람의 대화를 듣던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너 진짜 대단하다.”

입을 벌린 채로 이야기를 듣던 김주환이 엄지를 척 들며 동의했다.

“인정. 너 진짜 천재구나!”

두 사람의 칭찬에 얼굴을 살짝 붉힌 팔크람이 버럭 하며 말했다.

“그런데, 너희들이 던전에 갑자기 들어오는 바람에 지금 MZ-1이 불안정한 상태가 됐어!”

강건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해했다.

“미안해. 그런데 어차피 아마겟돈이 시작되면 각성자들이 공략을 시도했을 텐데?”

“그래서 C 랭크 던전으로 위장해서 적당한 사냥터를 만들어냈지.”

“그럼, 아까 우리가 겪은 게 다 네가 위장해 놓은 허상이라고?”

팔크람이 팔짱을 꼈다.

“그래, 어차피 아마겟돈의 초반만 넘기면 잘 거들떠보지도 않는 C 랭크니까 파편의 힘을 이용해서 허상 차원을 만든 후 당분간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카라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건우님의 존재 때문에 파편의 힘이 불안정해졌군요. 그래서 격납고의 드워프들이 그렇게 강했던 거였고요.”

“그래, 내가 얼마나 당황한 줄 알아? 더군다나 연구실에서 본래 차원으로 향하는 열쇠를 아무렇지도 않게 발견했을 때는 정말이지···.”

순간 조금 전 학살한 드워프 연구원들을 떠 올린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팔크람, 미안하다. 아무리 크리쳐라 하지만 네 동족을 무참히 죽였다.”

김주환도 사과했다.

“미안해, 팔크람.”

두 사람의 사과에 팔크람이 희미하게 웃었다.

“아니야,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파괴신의 파편이 던전을 잠식해 가던 중이었어. 이미 던전 안의 드워프들은 타락해 버렸어.”

카라가 궁금한 듯 질문을 했다.

“파이런님의 사도이신 팔크람 님을 공격하지 않았나요?”

“처음에는 나도 공격을 받고 당황했지만. 내 힘을 숨기고 파괴신의 파동을 흉내 내서 위장하고 있었어.”

팔크람의 말에 카라가 숙연해지며 말했다.

“외로우셨군요. 오랜 시간.”

카라의 위로에 팔크람의 눈동자가 붉어졌다.

“파이런 님이 소멸하고 내 동족들이 던전의 크리쳐가 되던 날 이미 난 죽었어. 지금은 그저 복수심을 버리지 못한 과거의 존재일 뿐이야.”

“.....”

“.....”

팔크람의 자조 섞인 말에 강건우와 김주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팔크람이 입을 열었다.

“강건우, 부탁이 있어.”

“부탁?”

“그래, 나를 죽이고 이 던전을 소멸시켜줘. 더 이상 던전에 묶여 고통받기 싫어.”

“팔크람!”

강건우가 버럭 화를 냈다. 너무 가여운 존재였다. 삶을 포기하려는 모습에 화가 났다. 팔크람이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강건우에게 말했다.

“어차피 폭주하기 시작한 파괴신의 파편을 제어할 방법이 없어. 나를 죽이고 던전을 소멸시키면 파편을 회수할 수 있을 거야.”

팔크람의 말을 들은 카라가 헛기침하며 말했다.

“엣헴. 그런 거라면, 이 카라 님에게 맡겨 주세요.”

힘찬 날갯짓으로 파괴신의 파편에 다가간 카라가 말을 이어갔다.

“이까짓 신의 파편 따위 제가 얼마든지 안정시킬 수 있어요.”

팔크람의 눈이 찢어질 듯 커지며 말했다.

“말도 안 돼! 그런 건 신들이나 가능한 거라고!”

“신들만 가능하다고 누가 그래요? 자 보세요.”

말을 마친 카라가 파괴신의 파편을 집어 들었다. 흑백의 신비로운 빛이 신의 파편을 감쌌다. 그리고 신의 파편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장면을 목격한 팔크람이 경악에 차 소리쳤다.

“맙소사! 진짜였어! 카라, 너 정체가 뭐야?”

강건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대단한 카라 님이시지.”

카라가 눈을 찡긋하며 강건우의 품으로 날아들었다.

“지금까지 귀엽고 대단한 카라였어요.”

파괴신의 파편이 사라지자 던전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팔크람. 내가 너에 대해 제안할 게 있어.”

“제안?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난 여기를 벗어 날 수 없어.”

팔크람이 씁쓸하게 웃었다. 강건우가 팔크람의 어깨를 잡았다.

“너희들을 던전에서 빼내 줄 수는 없어. 그건 내 능력 밖이야.”

강건우의 말에 팔크람의 어깨가 처졌다. 강건우의 말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던 것이었다.

“대신, 내 본거지인 아크로폴리스에서만큼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만들어 줄게.”

“그게 무슨 말이야? 자세히 설명해줘!”

강건우의 말을 들은 팔크람이 펄쩍 뛰며 말했다.

강건우가 생기가 돌아온 팔크람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조율자의 상점에 관해 설명했다. 설명이 이어질수록 놀라운 이야기에 팔크람의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강건우, 제발 부탁이야! 나와 내 백성들을 이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줘!”

“대신 카라에게 네가 가진 신의 파편을 줘야 해.”

“팔크람 님, 신의 파편을 이용해서 제가 퀘스트를 부여할 거에요. 그 퀘스트를 통해 조율자의 상점에 연구소를 등록 할 거고요.”

“그러고 나서 파괴신의 파편을 이용해 설정을 변경할 거야.”

강건우의 제안에 팔크람이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고마워 강건우, 난 평범하게 살고 싶어. 내 백성들과 좋아하는 연구를 하면서 말이야.”

“알겠어. 하지만 연구소를 구매하기 위한 포인트를 모으는 게 얼마나 걸릴지는 장담 못 해.”

“내가 견디어온 세월이 얼마인지 알아? 그 정도는 일도 아니야.”

신의 파편을 이용해 팔크람의 연구소를 조율자의 상점에 등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포인트를 모아 봉인을 풀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가 없었다. 강건우 자신의 랭크 업은 물론 포인트를 써야 할 곳이 산더미였기 때문이었다.

강건우가 카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

“카라, 파편의 회수를 부탁해.”

“네, 건우님.”

카라가 팔크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잠시 슬픈 눈으로 팔크람을 바라보았다.

“팔크람님,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드릴게요. 부디 다시 만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부탁해 카라. 그리고 강건우, 김주환. 다시 만나는 날까지 안녕.”

“......”

“......”

팔크람이 작별인사를 건넸다. 강건우와 김주환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작별인사가 끝나자 카라가 팔크람에게서 신의 파편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팔크람을 감싸던 신비로운 흑백의 빛이 사라졌다.

[던전 퀘스트 - 완료]

목표 - 팔크람 연구소에 존재하는 신들의 파편을 회수하라.

내용: 팔크람 연구소에 존재하는 파이런과 파괴신의 파편을 회수하라.

보상 : 팔크람의 연구소 구매 가능, 1000000 P

[축하합니다. 신들의 파편을 회수했습니다.]

팔크람의 연구소 - 멸망한 행성의 강대한 나라였던 소란 제국의 기술의 총아. 본거지에 설치 시 스킬스톤의 개발 및 연구가 가능해진다.

신의 파편을 이용해 급조한 퀘스트였다. 내용도 보상도 간결했다. 강건우가 퀘스트 완료 창을 확인했다. 그리고 팔크람이 서 있던 자리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팔크람은 처음부터 없던 존재였던 것처럼 사라졌다.

‘신들의 싸움에 휘말린 행성의 미래란 이런 것인가···.’

팔크람과의 인연이 강건우의 마음에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 그런 강건우를 카라가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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