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25화 (26/99)

팔크람 지하광산(3)

격납고의 입구. 밝게 빛나는 보호막의 안쪽에서 강건우와 김주환이 말다툼 중이었다. 강건우가 입구의 오른쪽에 있는 작은 출입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형! 내 말 들어! 카라랑 같이 저 문으로 가! 카라가 문을 열어줄 거야.”

“너 혼자서 저 많은 크리쳐들을 상대하겠다는 거야?!”

강건우가 고집스러운 얼굴을 했다.

“응, 나는 걱정하지 마. 최소한 죽지는 않을 테니까.”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

입술을 굳게 다물고 쳐다보는 강건우의 시선에 김주환이 버럭 화를 냈다.

“아! 알았다고! 대신 적당히 시선을 끈 다음 바로 도망치는 거다! 약속해!”

화를 내는 것 같지만 누구보다 강건우를 걱정하는 김주환이었다. 강건우가 피식 웃었다.

“하여간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그래, 너 잘났다. 조율자 양반.”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였다. 쉴드 월의 효과가 약해지며 보호막의 표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드워프 강습병들이 더욱 흉악한 괴성을 지르며 무기를 휘둘렀다.

“형, 준비해 내가 신호하면 달리는 거야. 그리고 카라, 부탁해.”

“네, 건우님 문을 여는 거라면 저만 믿으세요.”

잠시 후. 쩌정! 하는 소리와 함께 보호막이 깨졌다. 그리고 드워프 강습병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형, 지금이야!”

강건우가 광역 도발[Normal]을 사용했다. 일순간 적들의 시선이 강건우에게로 꽂혔다. 어마어마한 살기를 온몸으로 받아낸 강건우가 신음성을 흘렸다.

“크윽! 제길!”

강건우가 적들의 시선을 끄는 사이 김주환과 카라가 문을 열고 격납고를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확인한 강건우가 기합을 넣었다.

“흐아압! 누가 이기나 해보자!”

강건우가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내며 드워프 강습병들을 상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적들을 미친 듯이 베어 나가던 강건우가 태초의 함성 유지시간을 확인했다.

‘1시간쯤 남았군. 태초의 함성 효과가 끝나기 전에 마무리 지어야겠어.’

전투가 이어질수록 강건우의 방어구가 깨져나갔다. 몸에는 작은 상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홍염으로 휩싸인 검을 마구 휘두를 때마다 온몸이 부서져 나가는 것 같았다.

“크아악!”

“죽음을!”

끝없이 밀려오는 드워프 강습병들의 파도에 강건우의 심신이 지쳐갔다. 수중의 포션도 떨어져 갔다. 적들의 공격에 조율자의 상점은 접속할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김주환과 카라가 몸을 피한 문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안전을 확보한 카라가 주기로 한 신호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도망치면 저 문을 통해 이놈들이 쫓아오겠지. 최대한 숫자를 줄여 놔야 해.’

강건우가 이를 악물고 드워프 강습병들을 사냥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서도 카라의 신호가 오지 않았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강건우가 카라와의 연결을 시도했다.

‘카라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자신과 연결돼있는 카라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강건우가 크게 당황했다.

카라를 만난 이후로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 카라와 김주환의 걱정으로 강건우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안 되겠어. 지금 포인트가 문제가 아니야!’

강건우가 준비해둔 홍염의 칼날[Epic] 스킬스톤을 사용해 스킬을 중첩했다. 순간 홍염의 불길이 거세졌다. 강건우가 양손검을 허리 뒤로 제친 뒤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화르륵! 검이 지나간 자리에 불길의 잔상이 남았다.

주변의 드워프 강습병들이 용암처럼 녹아내렸다. 있는 힘을 다한 일격으로 강건우의 주변에 거대한 공백이 생겨났다.

그 짧은 틈을 이용해 조율자의 상점에 접속했다. 그리고 전격 폭풍의 구슬 아이템을 구매했다.

전격 폭풍의 구슬(30만P)- 시전자의 주변에 강력한 전격의 폭풍을 일으킨다. (지속시간 1분)

‘칫. 순식간에 거지가 돼버렸군. 그래도 위력하나는 믿을 수 있겠지.’

포인트를 모으기 위해 들어 온 던전이었다. 30만 포인트나 하는 아이템을 사용하게 되다니. 강건우의 속이 쓰러 왔다. 하지만 목숨이 붙어있어야 포인트도 모을 것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포인트야 다시 모으면 되는 거니까.’

강건우가 마음을 다잡고 전방을 바라보았다. 녹아내린 시신들을 짓밟으며 드워프 강습병들이 몰려들었다.

기가 차는 장면에 순간 울컥한 강건우가 달려오는 드워프 강습병들을 향해 전격 폭풍의 구슬을 냅다 던졌다. 그리고는 재빨리 오른쪽의 문으로 대피했다. 자신을 쫓아온 드워프 강습병이 문을 무기로 내리찍으며 발악했다. 하지만 강건우가 있는 힘을 다해 막아섰다.

우르릉! 콰앙! 고막을 찢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격납고 안에 전격 폭풍이 휘몰아쳤다.

“으아아악!”

“크아아!”

“파괴신이시여!”

격납고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한동안 문을 두들기던 드워프 강습병들도 잠잠해졌다.

잠시 후 지속시간이 끝나자 전격 폭풍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순식간에 차오르는 포인트에 강건우가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문을 열어 격납고 안을 확인한 강건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새까맣게 타버린 시체들이 문을 중심으로 작은 언덕을 만들 정도였다.

‘허···. 이걸 혼자서 죽일 생각을 했다니. 나도 정상이 아니군.’

생각할수록 패기 넘쳤던 자신의 행동이었다. 강건우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등을 돌렸다. 등을 돌린 강건우의 눈앞에 문 안쪽의 풍경이 들어왔다. 긴 복도를 따라 어디로 인가 통하는 길이 나 있었다. 좁은 복도의 양쪽으로는 은은한 기계 조명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찾을 수 있겠지.’

강건우가 재차 카라와 연결을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단 재정비부터 하고 출발하자.’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 접속해 포션을 보충하고 소비한 스킬스톤을 채워놓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길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좌우로 꺾이는 코너를 여러 번 지나자 읽을 수 없는 문자가 빼곡히 적혀있는 문이 나타났다.

‘쳇. 이럴 때 카라가 있었으면 바로 해석해 줬을 텐데.’

강건우가 속으로 투덜대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 안쪽으로는 연구실로 보이는 장소가 있었다.

연구실에는 연구 장비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한쪽의 책장에는 많은 책이 꽂혀있었다. 잔뜩 쌓여있는 먼지들이 오랫동안 방치된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주환이 형이 여기를 지나갔다면 무언가 흔적이 남았을 텐데.’

강건우가 사라진 김주환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을 조사하던 강건우의 시선이 책장에 꽂혔다. 책장 구석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응? 저건 뭐지?”

강건우가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책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 어디서인가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돼! 뽑지 마!”

강건우가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손에는 이미 희미하게 빛나는 책이 쥐어져 있었다. 잠시 후 연구실이 작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건우가 책을 다시 꽂아 넣으며 말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조금 전의 목소리는 또 누구야?”

“바보야! 아무거나 함부로 만지면 어쩌자는 건데!”

한숨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때 연구실의 흔들림이 멈췄다. 그리고 강건우의 몸이 번쩍하고 사라졌다. 강건우가 사라진 연구실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인간들의 호기심은 정말 못 말리겠어.

잠시 후 연구실의 입구 쪽에 번쩍하는 빛과 함께 강건우가 나타났다.

“여긴 어디야?”

연구실의 풍경은 믿을 수 없이 바뀌어 있었다. 조금 전의 먼지 쌓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연구실의 중앙에는 커다란 크기의 분석기가 있었다. 그 주변을 드워프 연구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분석기의 중앙에는 불길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검은색 파편이 있었다.

“신의 파편!?”

조던 왕자를 죽이고 얻었던 파편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 강건우가 내뱉은 외침을 들은 드워프 연구원 한 명이 등을 돌리려 했다.

“무슨 소리지?”

당황한 강건우가 숨을 곳을 찾으려 했다. 숨을 장소를 찾지 못하고 허둥거리는 강건우에게 카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건우님! 이쪽이에요!”

“카라?”

강건우가 카라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강건우의 몸이 투명해지며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몸을 날려 도착한 곳에 카라와 김주환이 숨을 죽인 채 있었다.

두 사람을 다시 만난 강건우가 속삭이듯 말했다.

“주환이 형, 카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카라가 김주환을 향해 눈을 흘겨본 뒤 대답했다.

“건우님도 그 책을 뽑으신 거군요?”

“으으···. 미안해 카라.”

카라의 말에 김주환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연구실에 도착한 김주환이 책장을 조사하던 중 카라의 경고를 듣지 못하고 책을 뽑았던 것이었다. 김주환의 사과에 미소를 지어준 카라가 입을 열었다.

“건우님, 아무래도 차원 이동을 한 거 같아요.”

강건우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차원 이동? 그게 가능하다고?”

“저기 중앙에 신의 파편 보이시죠?”

“응. 조던 왕자에게서 얻은 파편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져.”

“맞아요. 파괴신의 파편이에요. 건우님이 뽑은 책에 파편의 힘이 남아있던 거예요”

“분명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무언가의 작용으로 힘이 숨겨져 있었어요.”

카라의 말을 들은 강건우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음···. 드워프들이 파편을 연구하는 것 같은데. 연관이 있을까?”

카라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다만 드워프 연구원들의 상태가 이상해요.”

“상태가 이상하다고?”

“네, 아무래도 신의 파편을 연구하면서 파괴신의 힘에 오염된 것 같아요.”

강건우가 고개를 돌려 연구원들의 상태를 살폈다. 파편을 연구하는 드워프 연구원들의 눈에 불길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연구원들의 상태를 확인한 김주환이 부르르 떨며 말했다.

“건우야, 일단 여기를 벗어나자 카라가 펼친 은폐장의 유지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카라가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어요. 지금 이곳은 독립된 차원이에요. 여기를 벗어나려면 저 파편을 조사해야 해요.”

“제길. 건우야, 어떻게 할 거야?”

강건우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음···. 저기 분석기의 중앙에 서 있는 드워프 보이지?”

강건우가 손을 들어 주변의 연구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드워프를 가리켰다.

“건우야, 저 드워프가 연구를 주도하는 것 같아.”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빠르게 주변 연구원들을 처리하고 저놈을 제압해서 연구에 관해 물어봐야겠어.”

“건우님, 좋은 생각이에요. 저 드워프는 아직 파괴신의 힘에 오염되지 않은 듯 보이거든요.”

대화를 마친 강건우가 전투를 준비했다.

“내가 왼쪽을 정리할게. 형은, 오른쪽을 부탁해.”

“알겠어.”

“신호하면 시작해.”

강건우가 은폐장을 벗어나며 김주환에게 신호했다. 두 사람이 주변의 드워프 연구원들을 향해 번개같이 몸을 날렸다.

“으악! 침입자다!”

“격납고의 강습병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빨리 경보를 울려!”

드워프 연구원들의 비명이 사방에 난무했다. 강건우는 홍염에 휩싸인 양손검으로 드워프들을 짚단 베듯 베어 넘겼다. 김주환은 크고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드워프들을 풍선 터트리듯 죽여 나갔다. 순식간에 연구원들을 처치한 강건우와 김주환이 중앙의 분석기에 도착했다.

“뭐야? 건우야, 이놈들 너무 약한데?”

“강습병들 때문에 긴장했는데. 비전투 인원들인 연구원이라 그런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던 때였다. 혼자 남은 드워프 연구원이 입을 열었다.

“멍청이들, 너희들 때문에 나까지 정체를 들킬 뻔했다고!”

드워프의 목소리를 들은 강건우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너? 아까 그 연구실에서 경고하던 그 목소리?”

강건우의 말에 드워프가 안경을 벗었다.

“눈치가 전혀 없지는 않네. 맞아, 소개하지 난 이 연구소의 수석연구원 팔크람이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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