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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19화 (20/99)

누가? 내가?(2)

찬란한 황금색으로 빛나는 성벽 밖, 강건우가 군대와 대치 중이었다.

포위망의 끝부분에서 부대의 중대장이 지휘 차량에 탑승한 채로 사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건우를 바라보던 중대장이 마이크를 들어 말했다.

“경고한다. 당신은 지금 대한민국의 국토를 무단으로 점거했다. 지금 즉시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반복한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듣기 싫은 목소리에 짜증이 난 강건우가 소리쳤다.

“됐고! 내가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 그쪽이랑은 더 할 말이 없어.”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에 중대장이 발끈했다.

“나 중대장이, 이 부대의 책임자다!”

강건우가 피식 웃으며 중대장을 가리켰다.

“누가? 네가?”

강건우의 도발에 얼굴이 붉어진 중대장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말이 안 통하는 놈이다! 생포 작전 시작해!”

결국, 팽팽했던 긴장감이 깨지고 말았다. 중대장의 명령하자 옆에 있던 이 중위가 부대원들에게 말했다.

“조심해라. 타겟은 숲 트롤을 혼자 잡을 만큼 강력한 존재다.”

이 중위의 말에 병사들이 움찔했다. 하지만 중대장의 호통에 강건우를 향한 포위망을 좁혀나갔다. 포위망이 강건우를 거의 좁혀왔을 때였다. 병사들 가운데서 이 중위가 나타나며 입을 열었다.

강건우가 물끄러미 이진호를 내려다보았다. 강건우의 위용을 익히 확인했었던 이진호가 떨리는 마음을 숨기며 입을 열었다.

“안, 안녕하십니까? 이진호 중위라고 합니다. 지난번 숲 트롤에게서 구해주셔서 감, 감사합니다.”

길길이 날뛰고 있는 중대장과 달리 정중했다. 강건우가 호기심을 보이며 말했다.

“아! 그때 그 장교분? 맞죠?”

“네, 맞습니다. 그때 도움을 받은 부하 병사들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강건우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근데 지금 감사 인사를 받을 분위기는 아닌 것 같네요.”

이진호 중위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상부의 명령이 떨어진 터라···.”

“아아. 이해해요. 군인이야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다. 뭐 그런 거겠죠.”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중대장이 고함을 질렀다.

“이 중위! 지금 뭐하자는 거야?! 한가하게 대화나 나누고 있을 때야? 어서 생포해!”

바락바락 악을 지르며 명령하는 중대장의 모습에 이진호 중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강건우 씨, 염치없지만 저희와 함께 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진호 중위는 간절해 보였다. 강건우와 숲 트롤의 전투를 목격했었다. 인간을 뛰어넘은 힘을 가진 강건우였기에 자신들의 힘으로 생포할 수 있을 그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부하들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염치없는 부탁을 한 것이었다.

강건우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했다.

“목숨을 구해줬더니 이제는 봇짐까지 내놔라?”

“죄···. 죄송합니다.”

이진호 중위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하지만 포위를 풀 생각은 없어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자 병사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강건우가 어떤 존재인지 소문을 통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강건우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너희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이게 다 가만히 앉아서 명령만 내리는 높은 놈들 탓이지.”

이진호 중위의 얼굴에 안도감이 서렸다.

“그럼 같이 가주시는 겁니까?”

강건우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그냥 제가 높은 사람하고 직접 이야기할게요.”

말을 마친 강건우가 땅을 박차며 포위망을 뛰어넘었다. 번개와 같은 속도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병사들이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중대장이 고함을 쳤다.

“멍청하게 서서 뭐 하는 거야! 타겟이 도주한다! 전원 사격을 시작해!”

중대장의 명령을 들은 병사들이 망설였다. 강건우가 규격 외의 존재였지만 사람이었다. 사람을 향해 총을 발사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이 혼란스러워하자 중대장이 다그쳤다.

“명령 불복종은 즉시 총살이야! 발포해!”

망설이던 병사 중 한 명이 강건우를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병사들 역시 사격을 시작했다. 탕탕탕! 사격음이 시작되며 강건우를 향해 총탄이 쏟아졌다. 강건우가 스킬스톤을 사용해 프로텍트 쉴드를 발동시켰다. 팅팅팅! 날아드는 총탄이 쉴드에 부딪히며 경쾌한 소리를 내었다. 포위망을 벗어난 강건우가 중대장에게 달려들었다.

“읏차! 내 군 생활도 지랄 같은 중대장 때문에 아주 엿 같았지.”

강건우가 중대장이 탑승한 차량에 다다랐다.

“으악! 저놈 못 오게 막아!”

“하여간, 군인 놈들은 어째 계급이 높을수록 겁쟁이가 되는지.”

강건우가 혀를 차며 중대장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주먹에 가격당한 중대장의 얼굴이 무참히 일그러지며 치아가 옥수수처럼 흩날렸다.

“다음부턴 부하들한테 닦달하지 말고 직접 나서라고 직접.”

강건우가 중대장을 비꼬아준 후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이진호 중위를 비롯한 병사들이 황급히 중대장에게 다가와 상태를 살폈다.

***

중대장의 얼굴에 통쾌한 일격을 날린 강건우가 강서구청 앞에 도착했다. 구청 앞에는 수많은 군인이 지키고 있었다.

‘음···. 정부가 구청에 자리를 잡았나 보군.’

철통같은 경비에 잠입을 포기하는 순간 강건우가 휴대폰이 울렸다. 박태정에게 전화가 온 것이었다. 황급히 통화버튼을 누르자 휴대폰 너머로 박태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건우 씨, 무사하십니까?”

“태정이 형, 왜 그리 연락이 안 된 거야? 형이야말로 별일 없는 거지?”

“죄송합니다. 그날 헤어지고 서에 도착하자마자 구금되는 바람에···.”

강건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일반인에게 구금되는 각성자라니. 마음만 먹으면 일개 부대 정도는 식후 디저트처럼 해치울 수 있는 존재가 각성자였다.

“지금도 구금 중인 거야?”

“네, 하지만 조금 전에 정부 관계자가 찾아와 풀어 주었습니다. 건우 씨와 연락을 취해보라더군요.”

“나하고? 아니, 만나 달라고 할 때는 그 난리를 치더니. 아무튼, 알았어. 10분 후 구청 근처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나자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특수부대까지 준비 중···. 크흑!!”

박태정의 신음과 함께 통화가 끊겼다.

‘정부 놈들, 태정이 형한테 문제라도 생기면 아주 뒤집힐 줄 알아.’

강건우가 구청을 잠시 바라본 후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10분 후 약속장소에 도착한 강건우가 학교건물 옥상에 올라가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10분 안에 안 오는 것 보니 예상대로 거하게 준비하고 오시려나 보는군.’

그렇게 30분 정도가 흐르자 초등학교 주변을 군부대가 둘러싸기 시작했다. 탱크와 장갑차는 물론이고 특수부대까지 동원됐다. 그 모습을 바라본 강건우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쯧···. 역시나. 내 예상을 벗어나질 않네.”

강건우의 품 안에서 쉬고 있던 카라가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건우님, 태정 님의 기운이 느껴져요. 저 군부대 차 중에 계신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카라가 태정이 형을 찾아가서 내 말을 전해줘,”

“어떤 말이요?”

“인제 그만 참아도 된다고. 나를 믿고 그만 돌아오라고 전해줘.”

“네, 건우님. 그럼 다녀올게요.”

씩씩하게 대답한 카라가 박태정을 찾아 날아갔다. 카라가 떠난 것을 확인한 강건우가 학교 정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들어오는 군용차량이 있었다. 운동장의 한가운데에 도착한 군용차량에서 나이든 군인이 내렸다. 그 주변을 특수부대원들이 호위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군인이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강건우의 핸드폰에 박태정의 번호가 떠올랐다.

전화를 받은 강건우가 말했다.

“여보세요? 태정이 형?”

휴대폰 너머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신가. 강건우 군.”

“당신 누구야?”

“듣던 대로 까칠하군. 난 대통령을 대신해 이 자리에 온 안창수 중장이라고 하네.”

“당신이 누구인지는 궁금하지 않아. 밖의 저 병력은 무엇을 뜻하는 거지?”

강건우가 가시 돋친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안창수 중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 걱정하지 말게 건우 군을 어찌해보려는 건 아닐세. 그저 늙은이의 노파심 정도라고 생각해주게.”

“노파심치고는 너무 거창하군.”

“우리 전화로 말씨름은 그만하고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게 어떤가?”

“경고하는데 허튼짓을 했다가는 모두 무사히 돌아갈 수 없을 거야.”

“허···. 참···.”

말을 마친 강건우가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안창수 중장의 눈앞에 나타났다. 유령처럼 나타난 강건우의 모습에 안창수 중장이 놀라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군인답게 강단 있는 모습이었다.

“이거야 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강건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놀라기는 일러.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어.”

“그렇군, 지금 벌어지는 현상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나?”

안창수 중장이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했다. 강건우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차피 1달 후면 다 알게 될 사실을 숨길 이유는 없지만···.’

고민에 빠진 강건우에게 안창수 중장이 호소했다.

“부탁이네, 혼자서 숲트롤을 잡았다지? 군대의 힘으로는 괴물들을 잡을 수가 없네. 장병들은 물론 국민까지 고통받고 있어.”

안창수 중장이 고개까지 숙이며 부탁했다. 그 모습에 강건우의 마음이 흔들렸다. 잠시 뜸을 들이던 강건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 어차피 자세히 말해도 방법은 없어요. 한 가지만 말하자면 1달 뒤 지금보다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겁니다. 그전에 최대한 병력을 한곳에 모으고 사람들을 피난시키세요. 제가 말해 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강건우의 말이 끝나자 군부대의 차 한 대에서 굉음이 일어나며 박태정이 솟구쳐 올랐다. 차량의 지붕에서 주변을 둘러보던 박태정이 강건우를 발견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주변의 군인들이 입을 벌린 채로 바라만 보았다.

어느새 강건우의 곁으로 달려온 박태정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건우 씨, 걱정을 끼쳐서 미안합니다.”

“태정이 형, 왜 붙잡혀 있던 거야?”

“그게···. 막무가내로 탈출할 경우 건우 씨한테 피해가 갈까 봐···.”

“하아···. 알았어. 이제 경찰 일은 때려치워.”

“네, 저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박태정과의 대화를 끝낸 강건우가 안창수 중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볼일 끝났으니까. 우리는 갑니다. 앞으로 서로 얽히는 일 없었으면 하네요.”

등을 돌려 떠나려는 강건우를 안창수 중장이 다급히 잡았다.

“이보게. 강서구는 앞으로 정부의 통제하에 있을 걸세. 임마트 일대를 무단점거를 그만둬 주게.”

강건우가 떠나려던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안창수 중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서구를 통제한다고? 누구 마음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국토는 엄연히 정부의 통제 속에 있어야 하네!”

“하. 내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경고하지.”

“.....”

“1개월. 앞으로 1개월 안에 강서구의 모든 것은 내통제안에 들어올 거야. 그 전에 떠나는 게 좋을 거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

“싫으면 버텨봐. 한순간에 쫓겨나고 고생 좀 해보든지.”

말을 마친 강건우가 박태정과 함께 학교건물의 옥상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만 보아야 하는 안창수 중장이 깊은 한숨을 지었다. 그때 보좌관이 다가오며 말했다.

“중장님. 대통령 각하로부터 연락입니다.”

“그래? 이리 줘봐.”

안창수 중장이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로 고함이 쏟아졌다. 통화가 이어질수록 안창수 중장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한편 초등학교를 떠나 본거지로 돌아온 강건우는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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