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파편(5)
“하···. 힘을 다 찾지 못한 사도가 이 정도라니···.”
전투를 끝낸 강건우가 투덜대며 말했다. 강건우의 품에 숨어있던 카라가 밖으로 날아올랐다.
“축하드려요. 건우님.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사도를 마주치는 일이 흔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좋겠네.”
강건우가 시선을 돌려 김주환과 박태정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얼어붙어 있던 박태정이 원상복구가 되어 있었다. 조던 왕자가 죽자 박태정을 감싸고 있던 냉기가 사라진 것이었다. 체력을 회복한 김주환이 박태정을 살펴보고 있었다. 포션을 먹인 덕분에 큰 위기는 넘긴 것 같았다.
“다행이네. 모두 무사해서.”
강건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건우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카라가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평소의 생기 넘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그렇게 무게를 잡는 거야?”
“신의 파편을 제가 가져도 될까요?”
“신의 파편을? 왜?”
“이유는 알려드릴 수 없어요.”
카라의 말에 강건우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동안 카라에게서 본적이 없던 행동이었다. 끝까지 묻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카라를 믿기 때문에 참기로 했다. 생각을 정리한 강건우가 카라를 쓰다듬었다.
“알겠어. 카라가 필요하다면 이유가 있겠지.”
강건우의 허락에 카라가 환하게 웃었다.
“건우님, 감사해요.”
카라가 조던 왕자가 사라진 자리에 떠 있는 신의 파편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신의 파편이 가볍게 진동했다. 마치 두려움에 몸을 떠는 것 같았다. 흑백의 신비로운 빛이 신의 파편을 감쌌다. 잠시 후 흑백의 빛이 사라지자 신의 파편도 모습을 감췄다.
‘퀘스트 보상이나 확인해 봐야겠어.’
조율자의 상점에 접속한 강건우가 퀘스트 보상인 하늘 요새를 검색했다. 구매 목록에서 하늘 요새를 찾아낸 강건우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미쳤어! 스킬이 아니었다니!”
하늘 요새 - 멸망한 행성의 신인 칼라와 멸망한 고대 문명의 힘으로 만들어진 초거대 공중요새. 강력한 방어력으로 본거지를 방어할 수 있다. 구매 후 본거지에 설치 가능.
하늘 요새. 스킬이 아닌 방어시설이었다. 가격 또한 무지막지했다. 500만 포인트. 강건우가 빠르게 계산을 했다.
‘본거지 랭크 업에 필요한 포인트가 대략 500만. 하늘 요새의 성능을 확인할 수 없으니. 당분간 구매할 필요는 없겠어.’
생각을 끝낸 강건우가 김주환과 박태정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쓰러져 있는 박태정에게 도착한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주환이 형, 태정이 형 상태는 좀 어때?”
김주환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포션을 양껏 들이키더니 바로 곯아떨어졌다.”
“응?”
“잔다고. 그것도 아주 푹.”
김주환의 말에 강건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이지 긍정적인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사의 고비를 넘겼음에도 불만을 터트리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 수개월이 넘는 전투를 견딜 수 있는 것도 모두 이 사람들 덕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형, 태정이 형 일어날 때까지 일단 우리도 휴식을 취하자.”
“오케이. 온종일 포션만 빨고 힘을 썼더니 배고파 죽겠다.”
“좋아. 포인트도 왕창 벌었겠다. 내가 한턱쏜다!”
잠시 후 적당한 위치를 찾은 강건우가 베이스캠프를 설치했다. 김주환이 박태정을 텐트 안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강건우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서 구입한 메뉴는 치킨과 맥주였다.
허기가 진 두 사람의 말 없는 폭풍 식사가 한동안 이어졌다. 치킨 한 마리를 깔끔하게 클리어 한 김주환이 캔맥주를 마시며 말했다.
“건우야, 하늘 요새 사령관도 조던 왕자만큼 강력하겠지?”
강건우가 입안 가득 치킨을 씹으며 말했다.
“같은 A 랭크 보스이긴 해도 조던 왕자가 사도인 걸 고려하면 조금은 약하지 않을까?”
“그래도 판타지 소설 보면, 보통 이런 부분에서 소드마스터나 대마법사가 사령관하고 막 그러던데···.”
“에이, 설마···. 형, 말이 씨가 되는 수가 있다.”
“뭐 어때! 소드맛스타건 대마법사건 우리의 용사 강건우가 다 때려잡아 줄 텐데!”
김주환이 과장된 몸짓으로 손을 휙휙 휘두르며 말했다.
강건우가 그런 김주환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 후로도 한참을 이야기 나눈 두 사람이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간이보호막을 설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조던 왕자와의 전투 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강건우와 일행이 어느덧 10층의 보스 룸 앞까지 도착해 있었다. 7층까지의 공략 기간이 3개월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속도였다.
부상을 모두 회복한 박태정이 씩씩한 얼굴로 말했다.
“건우 씨, 드디어 보스룸입니다.”
조던 왕자를 쓰러트린 다음 날 아침이었다. 강건우는 박태정의 회복을 위해 베이스캠프에서 며칠을 더 머물기로 했다.
시간이 남은 강건우가 파괴된 납골당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지하에 있는 포털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리고 카라의 능력으로 포털이 하늘 요새의 10층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후 박태정의 부상회복을 마친 일행이 포털을 통해 10층으로 넘어온 것이었다.
하늘 요새에서의 마지막 전투를 대비하기 위해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 접속했다. 그리고 포션과 화염의 구슬 등 전투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했다. 구매한 물품은 일행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강건우가 일행을 향해 말했다.
“준비 끝. 빨리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오케이! 가자!”
“건우 씨, 이번만큼은 꼭 끝까지 남겠습니다.”
김주환과 박태정이 거대한 보스 룸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열린 문의 틈새로 강력한 바람이 불어 나왔다.
“.....”
강건우가 입술을 굳게 다문 채로 보스 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행이 전부 들어서자 거대한 문이 퇴로를 막듯이 닫혔다.
시야를 방해하던 강한 바람이 사라지자 보스 룸의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돔 모양의 공간이었다.
그 중심부의 커다란 옥좌에 한 명의 남성이 앉아있었다.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군.”
낯익은 얼굴의 남성이 일행을 반기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잠시 얼굴을 살펴보던 강건우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쳤다.
“제길! 조던 왕자다! 전투 준비해.”
다급한 외침에 모두가 무기를 고쳐 잡으며 전방을 주시했다. 7층에서의 모습과는 다른 화려한 복장과 깔끔한 외모의 조던 왕자였다.
강건우가 불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거지? 넌 분명히 내 손에 죽었다.”
조던 왕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정해. 7층에서의 조던 왕자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내 설명을 들어주길 바란다.”
조던 왕자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대들이 7층에서 만난 나의 모습은 지금으로부터 한참 후의 내 모습이다. 지금의 난 대륙의 운명을 걸고 파괴신의 사도와 싸우는 하늘 요새의 사령관 조던 왕자이다.”
조던 왕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하늘 요새의 사령관으로 싸우던 조던 왕자는 나날이 사라지는 희망에 좌절하고 있었다. 어느 날 파괴신의 사도와 맞닥트린 왕자는 유혹에 빠져 인간을 배신하고 사도가 되었다고 했다.
사령관을 잃은 하늘 요새는 패퇴했고 시간이 지나 대륙은 멸망했다. 그 후 신들의 힘으로 하늘 요새는 던전으로 재탄생 되었고 잠들어 있던 영혼들은 크리쳐가 되어 아마겟돈의 도구가 된 것이었다.
“어느 날 희미하게나마 의식이 돌아왔네. 아마 7층에 봉인되어있던 내가 깨어나면서 나에게도 영향을 준 것 같더군.”
강건우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맞네. 의식을 찾은 후 맞이한 현실은 비참했네. 얼마 후 타락한 나의 존재가 사라지자 나의 의식이 더욱 또렷해지기 시작했네. 그래서 포털을 열어놓고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었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설명에 김주환이 말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다르다 이건가.”
김주환의 드립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강건우가 조던 왕자에게 물었다.
“우리를 기다린 이유가 무엇이지?”
조던 왕자가 옥좌에서 내려와 돌연 무릎을 꿇었다.
“부탁하네. 신들의 전쟁에 우리의 세상이 멸망하고 우리는 그들의 도구가 되었네. 복수! 나와 하늘 요새의 병사들에게 복수 할 기회를 다오.”
강건우가 당황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난 신이 아니야.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그때였다. 카라가 강건우의 어깨 위로 날아와 앉으며 말했다.
“건우님, 조율자의 상점에 등록된 하늘 요새의 등록설정을 변경하면 돼요!”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신의 힘을 이용해 하늘 요새에 조던 왕자와 그 병사들을 소속시키면 돼요.”
“그러니까. 하늘 요새를 구매했을 때 그들이 소속되어 있게 만들면 된다는 거야?”
“네. 맞아요.”
“신의 힘은 어디서 구하는데? 난 신이 아니잖아.”
카라의 몸이 신비롭게 빛나더니 신의 파편이 나타났다.
“짜잔! 여기 있어요. 신의 힘. 비록 파편이라 약하지만, 설정을 변경하기에는 충분해요.”
“그거였군. 근데 카라가 필요한 곳이 있다고 했지 않았어?”
“네···. 그랬죠. 하지만 다시 구하면 되니까요.”
“누가? 내가?”
“네! 건우님이요. 다시 구해주세요. 꼭이요!”
강건우가 카라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조던 왕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좋아. 나 역시 환영하는 바야. 잘 부탁한다. 조던 왕자.”
“고맙다. 충성을 맹세하겠다.”
조던 왕자가 고개를 숙이며 충성을 맹세했다. 그러자 옥좌가 있던 곳에 포털이 생겨났다.
B 랭크 던전 하늘 요새의 대장정이 비로소 마무리된 것이었다.
“으아! 드디어 지긋지긋한 던전에서 해방이다.”
“건우 씨, 어서 나가죠. 밖의 상황이 걱정됩니다.”
잠시 후 던전 대기실에 강건우와 일행이 나타났다. 얼싸안고 귀환을 자축하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강건우가 던전 제어석에 손을 올렸다.
[축하합니다. B 랭크 던전 -하늘 요새의 최초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최초 공략 보상으로 수호의 힘[Unique], 파괴의 힘[Unique], 하늘 요새[Unique], 400000P를 지급합니다.]
수호의 힘[Unique] - 자신의 수호 아래 있는 자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모든 능력이 향상된다.
파괴의 힘[Unique] - 자신이 파괴한 적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모든 능력이 향상된다.
하늘 요새[Unique] - 짧은 시간 하늘 요새의 지원 사격을 받을 수 있다. (재사용 대기시간 일주일. 지속시간 3분) - 아이템 하늘 요새 소환 후 사용 가능.
[조율자의 상점- B 랭크 던전 - 하늘 요새의 봉인을 해제하셨습니다.]
[조율자의 상점 - 하늘 요새의 던전스톤 구매가 가능합니다.]
던전 공략 보상은 어마어마했다.
포인트는 물론이며 스킬스톤 또한 대박이 터졌다. 흡족한 마음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보상을 완료 받은 일행이 재정비를 위해 임마트로 향했다.
던전으로 들어온 지 3개월. 현실로 1개월의 지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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