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15화 (16/99)

신의 파편(3)

강건우와 일행이 하늘 요새를 공략한 지 던전의 시간으로 1개월이 흘렀다.

공략도 상당 부분 진행되어 어느덧 6층의 공략을 완료했다. 6층 공략을 끝낸 일행이 베이스캠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김주환이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건우야, 조던 왕자 찾는 거 꼭 해야 하는 거야?”

한쪽 편에 누워 휴식을 취하던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응. 일단 히든 퀘스트를 처음 접하는 거잖아. 보상도 궁금하고.”

“건우 씨, 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크리쳐에게 안식을 주고 싶습니다.”

박태정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박태정은 크리쳐를 처리하는 게 안식을 주는 것이라 믿었다. 그들의 표정에서 해방감을 발견한 후부터였다.

“태정이 형. 너무 감정 이입하지 마.”

“알겠습니다.”

강건우의 말에 박태정이 바로 수긍했다. 가끔 고지식한 면이 있었지만 올곧은 심성의 박태정이었다.

'배신과 속임수가 난무해질 세상인데 저런 사람도 있어야겠지.‘

강건우는 앞으로 혼란해질 세상에 이런 성향의 조력자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휴식을 끝낸 일행이 베이스캠프를 정리했다. 그리고 7층을 향해 내려갔다.

7층에 들어선 강건우가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분위기에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카라, 내 느낌이 맞는다면 여기인 것 같아.”

카라가 강건우의 어깨 위에 앉은 채로 말했다.

“조던 왕자의 봉인 말이죠?”

“응. 7층은 더 꼼꼼히 공략해야겠어.”

강건우가 뒤따라 나타난 김주환과 박태정을 돌아보았다.

“찾은 것 같아. 조던 왕자의 봉인.”

강건우의 말에 김주환과 박태정이 기쁜 표정을 했다.

“드디어!”

“건우 씨, 어서 공략을 시작하죠.”

강건우와 일행이 7층의 공략에 돌입했다.

앞장서 전진하던 강건우가 멸망한 문명 마법사의 심장에 칼을 꽂으며 입을 열었다.

“확실하군. 크리쳐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어.”

한 무더기의 크리쳐들을 처리한 김주환과 박태정이 강건우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6층에 비하면 진짜 확 줄어들었네.”

“봉인되어있다면 어딘가 비밀공간이 있겠군요.”

카라가 말했다.

“봉인의 근처에 도착하면 제가 찾을 수 있어요.”

강건우가 카라를 쓰다듬었다.

“역시 카라야.”

출몰하는 크리쳐의 숫자가 적은 7층의 공략은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7층을 공략해 나가던 일행의 눈앞에 호리병처럼 생긴 거대한 분지 모양의 공간이 나타났다.

분지의 중앙에는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납골당이 있었다.

“이야. 누가 봐도 ‘여기에요’라고 하는 것 같아.”

김주환의 농담에 강건우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인정.”

“건우 씨, 어서 들어가죠.”

박태정의 재촉에 강건우가 납골당의 입구로 향했다. 입구에 도착한 강건우가 문을 열려 했다. 그러자 카라가 강건우를 말리며 말했다.

“잠시만요. 문을 열기 전에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겠어요.”

“알겠어. 고마워 카라.”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 접속했다. 그리고 포션을 비롯해 각종 도구를 구매해 일행에게 나누어 주었다.

준비를 끝낸 강건우가 납골당의 문을 힘차게 열었다.

쿠르릉. 돌로 이루어진 문이 육중한 소리와 함께 열렸다. 문이 열리자 얼음처럼 차가운 냉기가 일행을 덮쳐왔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강건우에게 경보 알림이 밀려들었다.

[봉인된 파괴신의 사도가 깨어납니다.]

[봉인을 재시도합니다.]

[경고! 칼라의 힘이 다하여 봉인이 깨졌습니다.]

[파괴신의 사도 조던 왕자가 깨어났습니다.]

납골당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힘에 강건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큭! 주환이 형! 태정이 형! 괜찮아?”

“아직은 오케이야.”

“괜찮습니다!”

강력한 바람에 강건우의 품으로 숨었던 카라가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맙소사! 조던 왕자가 파괴신의 사도였어요!”

“파괴신의 사도? 수호자나 파괴자 같은 존재인가?”

강건우의 질문에 카라가 대답했다.

“아니요. 그 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예요!”

“뭐라고? 던전 정보에는 분명히 A랭크라고 나와 있었어.”

“아마 오랜 시간 봉인되어있어 본래의 힘을 회복하지 못해서 그럴 거예요.”

“원래의 힘? 도대체 어느 정도로 강력한 거야?”

카라가 대답했다.

“신들의 사도는 행성을 침공해서 파괴하고 멸망시킬 만큼 강력해요. 수호자나 파괴자들은 사도의 마이너 버전에 불과해요.”

“그럼 어째서 신들은 사도를 이용해 아마겟돈을 일으키지 않는 거야?”

“신들 간의 전쟁으로 전 우주와 차원이 멸망할 것을 걱정한 태초의 힘이 신들이 힘을 봉인하고 아마겟돈으로 그 전쟁을 국한 시켰기 때문이죠.”

조율자를 만든 존재가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신들의 힘을 봉인했다.

대부분의 힘을 봉인 당한 신들은 조율자가 정한 법칙에 따라야 했다.

그래서 마이너 버전인 수호자와 파괴자를 선택해 아마겟돈을 준비했다. 우주의 유일한 절대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신들의 힘을 봉인하고 아마겟돈의 법칙을 세우는 데 모든 힘을 소비한 태초의 힘은 깊은 잠에 들었다.

‘수많은 행성 중에 왜 하필 지구인 걸까···.’

그때 강건우의 상념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 칼라! 결국, 네놈이 소멸했나 보군!”

듣는 것만으로 가슴이 진탕하고 소름이 돋는 목소리였다. 김주환과 박태정은 괴로운 듯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두 사람의 창백한 안색을 발견한 강건우가 태초의 함성을 사용했다.

“둘 다 정신 차려!”

태초의 힘이 담긴 강건우의 목소리가 납골당으로 울려 퍼졌다. 그러자 김주환과 박태정의 안색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다들 전투 준비해! 무시무시한 놈이 깨어난 것 같아!”

“알겠어. 고맙다!”

“건우 씨, 대단한 스킬을 사용하셨나 봅니다. 온몸에 힘이 넘쳐 납니다!”

김주환과 박태정이 강건우의 좌우에 섰다. 정면을 바라보던 강건우의 시야에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시퍼런 안광을 내뿜으며 나타났다.

“호오···. 인간인가? 아직 이 대륙에 인간이 남아있단 말인가?”

차가운 냉기가 풀풀 풍기는 목소리였다. 강건우가 검을 들어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던 왕자! 빌럼 3세의 청으로 안식을 주러 왔다.”

빌럼 3세라는 단어에 조던 왕자가 폭발적인 기세를 내뿜으며 말했다.

“빌어먹을! 나를 봉인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나를 죽이려고 한단 말인가!”

“파괴신의 사도가 되어 인간을 배신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크크! 배신이라. 좋아 상대해주지.”

조던 왕자가 손을 들어 파괴신의 힘을 끌어냈다.

그러자 주변에 차가운 냉기가 서리며 얼어붙은 모습의 병사들이 깨어났다. 그리고 순식간에 납골당 주변을 가득 채웠다.

“가라! 가서 모두 죽여라!”

조던 왕자가 일행을 가리키며 손짓했다. 그러자 얼어붙은 병사들이 일행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김주환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건우야! 크리쳐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

주변을 둘러보던 박태정이 일행이 지나온 좁은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건우 씨! 뒤쪽에 좁은 입구에서 전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빠르게 이동하죠.”

박태정의 제안을 수락한 강건우와 일행이 빠르게 입구로 물러났다. 입구에 도착한 강건우가 일행에게 빠르게 작전을 지시했다.

“입구의 정면을 태정이 형이 타워 쉴드로 막아 줘! 그리고 주환이 형은 내가 나눠준 화염의 구슬을 이용해 내가 없는 쪽의 크리쳐들을 공격해줘!”

김주환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건우, 너는 어쩌려고?”

강건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한바탕 휘저으러 가야지.”

자신감이 넘치는 강건우의 말투에 김주환과 박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을 공략하면서 보여준 강건우의 사기적인 능력과 전투센스를 믿는 것이었다.

“후우.”

작전 지시를 끝낸 강건우가 얼어붙은 병사들의 물결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숫자였다. 하지만 두려운 감정은 들지 않았다.

‘고작 이 정도에 겁먹어서야 조율자 체면이 말이 아니지.’

강건우가 기합을 잔뜩 주며 소리쳤다.

“으라차! 포인트 덩어리들이 밀려오는군!”

“건우야, 조심해라!”

“여기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느새 지척으로 다가온 크리쳐들을 향해 강건우가 빠르게 달려나갔다. 크리쳐들의 근처에 도착한 강건우가 크게 도약했다.

그리고 홍염으로 붉게 물든 양손검을 크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흐아압!”

강건우가 한쪽 방면의 크리쳐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병사들이 강건우를 향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창과 검 그리고 둔기의 공격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하지만 강건우의 몸에는 생체기 하나 나지 않았다.

얼어붙은 병사들을 학살하던 강건우가 납골당을 바라보았다.

‘자기는 가만히 서서 구경만 한다, 이건가?’

열이 받은 강건우가 납골당을 향해 화염의 구슬을 던졌다.

쾅! 커다란 폭음과 함께 납골당 주변의 병사들이 터져 나갔다. 그 장면을 조던 왕자가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강건우가 도발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전투를 이어가며 조던 왕자를 바라보던 강건우가 속으로 혀를 찼다.

‘쳇. 외모만큼이나 냉정한 놈이군.’

한편 김주환과 박태정은 호흡을 맞춰가며 크리쳐들을 상대 중이었다. 박태정은 밀려드는 병사들을 좁은 입구를 이용해 막아내고 있었다. 거대한 타워 쉴드에 크리쳐들의 무차별한 공격이 쏟아졌지만, 개미 전사의 무식한 힘을 이용해 버텨내고 있었다.

“주환아, 이만하면 된 것 같아! 나 버티기 힘들다.”

“오케이. 그럼 던진다! 폭발에 대비해!”

박태정의 신호를 받은 김주환이 방패 너머의 얼어붙은 병사들이게 화염의 구슬을 던졌다.

쾅! 폭발이 일어나며 적들이 얼음 조각으로 변하며 흩날렸다.

화르륵! 팅 팅 팅! 박태정의 방패에 화염이 들이닥치고 흩날리는 얼음 조각들이 날아들었다.

“윽!”

커다란 충격에 데미지를 입은 박태정의 입가에 핏물이 흘러내렸다. 박태정은 순간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모습을 바라본 김주환이 황급히 포션을 꺼내 들어 박태정에게 주었다. 건네받은 포션을 벌컥벌컥 마신 박태정이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이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

김주환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태정아, 조금만 더 버티자. 우리가 쓰러지면 건우에게 크리쳐들이 몰려갈 거야.”

“알겠어.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 보지 뭐.”

김주환이 강건우가 싸우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건우가 빨리 조던 왕자를 쓰러트려야 할 텐데.”

강건우는 질풍 같은 속도로 크리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양 떼 속에 뛰어든 사자 같았다. 홍염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얼어붙은 병사들이 흔적도 없이 부서지며 죽어갔다.

잠시 후 크리쳐들의 홍수를 뚫고 강건우가 조던 왕자가 서 있는 납골당에 다다랐다.

강건우가 다가온 것을 발견한 조던 왕자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 제법 강력하군!”

강건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마 네 생각보다 좀 더 강할걸?”

“그 패기 마음에 드는군. 그렇다면 새로운 상대를 선물해 주지.”

조던 왕자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김주환과 박태정을 공격하던 얼어붙은 병사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병사들이 사라지자 납골당이 크게 흔들리며 엄청난 냉기가 흘러나왔다.

“소개하지. 나의 충직한 기사들이다. 나와서 나를 위해 싸워라!”

조던 왕자의 말이 끝나자 납골당의 흔들림이 멈추었다. 그리고 조던 왕자의 주변으로 3인의 기사들이 나타났다. 흡족한 표정으로 기사들을 바라보던 조던 왕자가 강건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라. 가서 저자의 목을 나에게 바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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