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를 얻다(4)
[C 랭크 던전 - 다난 사막]이 있는 한강공원, 산책로에 밤새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있었다.
던전의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두 남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바로 강건우와 김주환이었다.
긴장된 표정으로 던전 입구가 있는 곳을 바라보던 김주환이 말을 꺼냈다.
“후우. 건우야, 처음이라 그런지 떨리네.”
강건우가 김주환의 팔뚝을 툭툭 쳤다.
“형, 걱정할 거 없어. 처음은 누구나 떨리기 마련이야. 그리고 나랑 같이 가잖아. 뭐가 걱정이야?”
“너는 어떨 때 보면 꼭 나보다 형 같을 때가 있어.”
“그, 그런가?”
김주환의 말에 강건우가 속으로 뜨끔했다.
“가, 가자 형.”
“그래.”
강건우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눈길을 헤치며 던전 입구에 두 사람이 도착했다. 강건우가 김주환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포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잠시 혼자 남은 김주환이 혼잣말을 하며 강건우의 뒤를 쫓아갔다.
“정말이지. 내가 이렇게 살게 될 줄은 몰랐네.”
포탈이 열리며 강건우와 김주환이 나타났다. 김주환이 던전 대기실을 신기한 듯 둘러봤다.
“여기가 던전 대기실이구나.”
한편에서는 강건우가 제어석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던전의 대기시간을 초기화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대기시간 초기화를 마친 강건우가 카라에게 물었다.
“카라, 둘이 사냥해도 들어오는 포인트는 똑같다고 했지?”
카라가 대답했다.
“네, 맞아요. 소속이 같다면 크리쳐 사냥을 통해 얻는 포인트를 똑같이 얻을 수 있어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균등분배방식이 아닌 균일지급방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수호자나 파괴자들은 초기 각성자들을 자신의 소속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강건우가 김주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 일단 장비부터 맞추고 들어가자. 맨몸으로 갈 수는 없잖아.”
“이거 내가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무슨 소리야. 형이 잘 커야 사냥속도도 빨라져.”
“그럼, 신세 좀 질게.”
“신세는 무슨. 이제 동료잖아. 우린.”
강건우가 미안한 기색의 김주환을 향해 웃어주었다. 그리고 조율자의 상점에 접속해 김주환에게 적당한 장비를 검색했다.
[고블린 장인의 원핸드 소드] - C 랭크
[고블린 장인의 카이트 쉴드] - C 랭크
[고블린 장인의 헤비 아머 세트] - C 랭크
‘아직 스킬을 개방하지 못했으니 이렇게 세팅하고 들어가야겠군.’
적당한 가격의 장비인 고블린 장인 세트였다.
김주환은 마법사 계열로 각성했다. 하지만 각성 랭크가 C 랭크였기 때문에 아직은 스킬이 개방되지 않은 상태였다. 포인트를 모아 랭크 업을 이루기 전까지는 전사처럼 싸워야만 했다.
강건우가 장비를 건네자 김주환이 물었다.
“건우야, 나 마법사라고 하지 않았어?”
강건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스킬이 개방되지 않았으니까. 당분간은 힘 좀 써야 할 듯하네.”
김주환이 시무룩한 얼굴로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카라가 김주환에게 말했다.
“주환님.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마법사 계열은 B 랭크 이상으로 각성할 때 얻을 수 있는 직업이에요.”
“그래? 난 왜 C 랭크로 각성한 걸까?”
“아마도 C 랭크 던전스톤으로 각성을 했기 때문일 거예요. 주환님의 잠재능력에 못 미치는 랭크였던 거죠.”
카라의 말에 강건우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만약 더 높은 등급의 던전스톤을 이용했다면 형의 잠재 랭크도 높았다는 거야?”
“네, 지금의 상황으로 본다면 그게 맞겠네요.”
카라의 말을 들은 강건우가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형, 미안해. 급한 마음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았네.”
“아니다. 어차피 소환되지도 못한 낙오자였는데 뭘.”
그때였다. 카라가 두 사람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나중에 만회할 기회가 있을 거예요.”
강건우가 깜짝 놀랐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만회할 기회?”
카라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직은 말씀드려도 소용없어요. 일단 주환님의 랭크 업에 집중하시죠.”
“알았어. 카라.”
대화를 마친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서 준비 물품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시선이 간 곳은 식량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요즘 들어 부쩍 먹는 재미에 맛을 들린 강건우였다. 두 사람 몫의 먹을 것을 잔뜩 구매했다.
물론 사냥에 필요한 물품들을 갖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준비를 끝낸 강건우가 일행을 향해 말했다.
“자. 가자고! 개미들 잡아서 부자 되자고!”
왠지 모르게 들떠있는 강건우였다. 그동안 혼자 했던 사냥이 지겨웠던 것이었다.
잠시 후 강건우와 김주환이 모습이 던전 대기실에서 사라졌다.
***
다난 사막에 위치한 개미굴. 강건우와 김주환의 몰이사냥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두꺼운 갑옷을 두른 김주환이 어마어마한 개미 떼에 둘러싸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야! 강건우. 얼마나 더 몰아야 하는 거야? 나 죽겠어.”
마법사 계열의 각성자 김주환이 탱킹을 하는 웃지 못 할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형, 엄살 부리지 마! 내가 초재생[Unique] 스킬까지 줘가면서 쓴 포인트가 얼마인 줄 알아?”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나 마법사라며?”
“알겠어! 간다고 가!”
강건우가 거대 개미 떼가 있는 곳으로 화염의 구슬을 던졌다.
쾅! 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거대 개미들이 터져나갔다. 화염의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거대 개미들의 사체 조각과 피로 범벅이 된 김주환이 서 있었다.
“으아···. 죽겠네. 이 짓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아. 살아있는 인간 방패라니!”
고통에 찬 신음성을 내뱉은 김주환이 포션을 꺼내 마셨다. 붉은빛이 터져 나오며 온몸의 상처가 아물었다. 순식간에 멀쩡해진 김주환을 보며 강건우가 살펴보았다.
“역시 형한테 스킬을 준 건 신의 한 수였어. 초재생[Unique]이 형 직업이랑 그렇게 찰떡궁합일 줄 누가 알았겠어?”
김주환이 툴툴거렸다.
“하아. 나도 마법사로 각성하고 이런 식으로 싸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두 사람이 다난 사막에서 사냥을 시작한 초반은 정말 지옥이 따로 없었다.
거대 개미들이 집요하게 김주환에게만 달라붙었던 것이었다. 마치 일행 중 약한 사람을 알아내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강건우가 모든 거대 개미들을 처리하고 김주환은 전투에 대한 경험을 쌓게 하려던 초기의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결국 곤란에 빠진 강건우가 카라에게 방법을 물었고, 카라는 조율자의 상점을 통해 김주환의 능력 보유 개수를 확장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아직 강건우도 본인도 확장을 하지 못한 상황지만 장기적인 이득을 생각해 10만 포인트를 사용해 초재생[Unique] 스킬을 김주환에게 습득시켰다.
강건우가 줄어든 포인트를 확인하며 생각했다.
‘포인트가 좀 들어갔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잘한 선택이었어.’
피의 마법사는 체내의 피를 이용해 힘을 얻는 직업이었다. 초재생[Unique] 스킬을 얻은 김주환은 언터쳐블 그 자체였다. 무한한 피를 공급받을 수만 있다면 마력과 자신의 체력에 제한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무적의 탱커가 탄생한 것이었다.
“내가 마법 스킬만 개방시키기만 해봐. 다시는 이런 짓 안 할 거다!”
체력을 회복한 김주환이 다시 거대 개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투덜대기는 했지만,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타입이었다.
강건우가 거대 개미들을 몰이하러 떠나는 김주환에게 소리쳤다.
“형! 이번에도 잔뜩 부탁해!”
강건우의 말을 들은 김주환이 몸을 떨며 말했다.
“으으···. 건우, 저놈 은근히 얄밉네.”
그 후로도 몰이사냥은 계속 이어졌다.
“건우야! 간다!”
“형! 던진다!”
김주환이 거대 개미들을 몰고 오면 강건우가 화염의 구슬로 정리하는 패턴이었다.
한참을 사냥하던 강건우가 보스 크리쳐까지 사냥하기로 했다. 혼자였을 때도 잡았던 보스였다. 둘이라면 무리 없이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처음 접하는 보스에 김주환이 긴장을 머금었다.
“건우야, 진짜 별거 아니지?”
긴장한 김주환의 어깨를 강건우가 두드렸다.
“나만 믿어. 혼자서도 클리어 했었다니까?”
강건우와 김주환이 보스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동하는 동안 보스 공략 방법을 설명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보스룸에 도착한 강건우가 김주환에게 말했다.
“형, 설명해준 대로 잘 해줘야 해.”
김주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보스룸에 입장하자마자 여왕개미에게 직진. 그리고 알이 나오는 빈틈에 화염의 구슬을 던진다. 맞지?”
“정확해. 주변에서 달려드는 수개미들은 내가 맡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달려가.”
다시 한 번 작전을 확인한 두 사람이 보스룸에 입장했다.
“뭐야? 왜 이렇게 커?”
김주환이 생각보다 거대한 여왕개미의 크기에 흠칫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달려 나갔다.
주변에서 수개미들이 날아들었지만 강건우의 방해로 김주환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죽어라!!”
거대 여왕개미에게로 도착한 김주환이 그대로 화염 구슬을 꺼내 들었다.
“으아!”
기합 소리와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쿠르릉! 쾅! 거대 여왕개미가 끔찍한 비명과 함께 터져나갔다.
폭발의 여파가 가시고 난 자리에 김주환이 대자로 뻗어있었다. 강건우가 황급히 달려가 포션을 먹여 주었다.
김주환이 정신을 차렸다.
“보스룸은 그냥 안 하는 걸로 하면 안 될까?”
“안 돼.”
김주환의 바람과 달리 강건우는 단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사냥속도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보스 룸도 빠른 속도로 클리어 했다.
그렇게 현실에서의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충분한 포인트를 모은 두 사람이 던전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던전 대기실에 도착한 강건우가 상태창을 확인하며 만족했다. 포인트를 무려 100만이나 모았기 때문이었다. 혼자 사냥했을 때 보다 뛰어난 성과였다. 두 명이 사냥하면서 속도도 빨라졌고 보스 크리쳐까지 사냥했기 때문이었다.
김주환도 랭크 업에 필요한 50만 포인트를 모았다. 강건우와 김주환은 랭크 업을 위해 본거지로 향했다. 랭크 업은 조율자의 방에 있는 본거지 정보석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조율자의 방에 도착한 강건우가 김주환에게 말했다.
“형, 이게 본거지 정보석이야. 여기다가 손을 올려서 랭크 업을 진행하면 돼.”
“알겠어.”
김주환이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보석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50만 포인트를 사용했다. 밝은 빛이 김주환을 감싸며 랭크 업이 이루어졌다.
[랭크 업을 하셨습니다. C->B]
[축하합니다. 최초로 랭크 업을 달성했습니다.]
[최초 랭크 업 보상으로 고유능력, 블러드 익스플러젼[Unique]의 랭크가 1단계 올라갑니다.]
쏟아지는 메시지에 흥분한 김주환이 상태창을 호출했다.
“상태창.”
이 름 : 김주환
진 영 : 조율자
직 업 : 피의 마법사
각성 등급 / 잠재등급 : B 랭크 / A 랭크
보유 포인트 : 24050P
보유 능력(2 / 2) : 초재생[Unique], 블러드 익스플러젼[Legend]
김주환이 새로 생긴 스킬의 능력을 확인했다.
블러드 익스플러젼[Legend] - 자신의 피를 이용해 반경 10m 안에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 피의 사용량이 많을수록 위력이 강해진다.
스킬의 능력을 확인한 김주환이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마법사다운 스킬이 생겼어.”
“뭔데? 나도 좀 알려줘.”
김주환이 강건우에게 스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을 다 들은 강건우가 축하를 해주며 말했다.
“대단해. 스킬 자체도 강력한데 최초보상으로 랭크 업까지? 거기다가 초재생이랑 연계한다면 그야말로 사기네.”
“이제 몸으로 때우던 시대는 안녕이다.”
“주환님, 축하드려요.”
***
본거지에서의 용무를 끝낸 강건우와 김주환이 임마트 밖으로 나왔다.
현실에서는 일주일이었지만 던전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이었다. 아무리 각성자라 하여도 피로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음 사냥일정을 재촉하는 김주환에게 연락을 약속한 후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으아. 이번에는 또 어떤 잔소리를 들으려나.”
“건우님. 그게 다 건우님을 걱정하는 가족의 마음이에요.”
카라의 지적에 민망해진 강건우가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도착한 강건우를 뜻밖의 인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어라?”
강건우가 화들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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