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를 얻다(3)
집으로 돌아온 강건우가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TV를 보고 있었다. TV에서는 강서방송에서 송출하는 재난 긴급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강서뉴스 앵커 박성재입니다. 첫 소식입니다. 정부는 오늘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대해 브리핑하고 심화되고 있는 사회적 혼란을 대비해 오늘부로 계엄령을 발동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고 있던 강건우가 카라를 쳐다보았다.
“조금 전에 만났던 군인들 말이야. 무사히 돌아갔을까?”
“아마도요? 걱정되세요?”
강건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 생각해보면 지금 군대에 가 있는 애들은 참 운이 안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닐걸요. 어차피 앞으로 지구는 전쟁과 전투의 연속일 텐데요?”
“그건 그렇네.”
강건우는 마음이 복잡했다. 강서구에도 사회적인 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크리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 낮에 양천구에서 일어난 숲 트롤 사건만 보더라도 크리쳐가 얼마나 인류에게 위험한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아직은 사람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강서구로 몰려들겠지.’
물론 자신의 능력이라면 몰려드는 사람들을 먹이고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자신과 가족들 그리고 몇몇 지인들만 안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생각에 빠져있던 강건우가 카라에게 물었다.
“카라. 아크로폴리스 말이야.”
“네, 건우님 말씀하세요.”
“권역 범위 내는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거지?”
“맞아요. 사람들의 출입통제는 물론 건물의 파괴, 건설, 배치 등 원하시는 대로 가능해요.”
강건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만약에 말이야. 내가 강서구 전체로 권역 범위를 넓히는 걸 완료하면. 사람들은 전부 내쫓을 수도 있다는 거네?”
“네···. 그렇게 원하신다면 가능해요.”
“그럼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강건우의 질문에 카라가 샐쭉하게 말했다.
“건우님이 허락하기 전에는 강서구로 못 들어오겠죠. 아직은 아마겟돈이 정식으로 시작되지 않았으니 크게 위험하지는 않겠지만요.”
“그래.”
강건우가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카라가 입을 열었다.
“아마겟돈이 정식으로 시작되고 나면 쓸모 있는 사람들은 생츄어리로 흡수될 거예요. 수호자에게 있어서 생츄어리의 인구수는 곧 신앙심의 기반이 되니까요.”
카라의 설명에 강건우가 생각했다.
‘그래.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일단은 현재에 집중하자. 동료를 모으고 포인트를 모아서 본거지를 끝까지 확장하는 거야. 그러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겠지.’
잠시 복잡했던 마음을 정리한 강건우가 숲 트롤과의 전투로 챙긴 보상을 살펴보았다.
‘B 랭크 보스급 크리쳐라 그런가? 포인트도 10000P나 줬군. 하지만 무엇보다 스킬스톤이 대박이었어.’
강건우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확인했다.
초재생[Unique] - 강력한 재생력으로 신체의 내구력을 향상해준다. 자신보다 낮은 등급의 크리쳐에게 받는 데미지가 크게 줄어든다.
현재 가지고 있는 조율자 고유 능력인 고귀한 후계자[Unique]보다는 못했지만, 매우 강력한 스킬임은 틀림없었다.
“좋다. 좋아.”
강건우가 보상을 확인하며 행복함에 빠져있을 때였다. 휴대전화가 울리며 전화가 왔다.
발신자를 확인한 강건우가 깜짝 놀라 말했다.
“카라. 김주환 씨야.”
“어서 받아보세요.”
강건우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강건우 씨. 저 김주환입니다.
“네, 연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만나고 싶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말에 강건우가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그럼, 가양동 임마트 뒤편의 공원에서 만나도록 하죠.”
-네, 지금 보건소에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잠시 후에 뵙죠.”
통화를 마친 강건우가 집을 나서기 위해 준비를 했다.
“오빠. 또 어디 가는데?”
강지우가 매일같이 어디를 그렇게 나가냐며 구박했다. 오빠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강건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금세 온다. 부모님 잘 모시고 있어라.”
“올 때 메로나?”
“메로나 콜.”
***
임마트에 도착한 강건우가 김주환을 기다렸다. 그렇게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김주환이 나타났다. 종일 환자를 돌보았는지 행색이 초췌했다. 얼굴에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김주환 씨. 여깁니다.”
강건우가 벤치에서 일어나 김주환을 반겨주었다.
“아. 거기 계셨군요.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김주환이 미안함을 표현하며 다가왔다. 강건우가 미리 준비한 캔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하하. 집이 바로 이 근처입니다. 생각도 할 겸 해서 미리 나왔습니다.”
“커피 잘 마시겠습니다.”
강건우와 김주환이 캔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김주환이 빈 커피 캔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말했다.
“오늘 환자를 만나는 내내 고민했습니다.”
“그럴만합니다.”
김주환이 강건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낮에 거대한 괴물과 싸우는 모습을 봤습니다. 정말 대단하시더군요”
강건우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뭐 별거 아닙니다.”
김주환이 결심을 한 듯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장면을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도망친다고 도망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요. 저도 강건우 씨처럼 강해지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따르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강건우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카라도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각성을 시작하겠습니다.”
강건우가 카라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가 김주환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주환 님. 각성이 시작되면 고통스러울 거예요. 정신을 잃지 말고 끝까지 버티셔야 해요. 각성이 완료되고 나면 상태창으로 각성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카라 님.”
김주환이 각성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강건우가 인벤토리에서 [C랭크 문라이트 필드 던전스톤]을 꺼내 사용했다.
[C랭크 문라이트 필드 던전스톤]을 이용한 각성을 시작합니다. 대상을 지정해 주세요.
“김주환.”
강건우가 김주환을 가리키며 이름을 불렀다.
던전스톤이 엄청난 빛을 내뿜으며 사라졌다. 그리고 각성이 시작되었다. 밝은 빛에 휩싸인 김주환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각성을 견뎌내고 있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 지나갔다.
각성을 마친 김주환이 긴 호흡을 내셨다.
“후우······. 드디어 끝났군.”
김주환이 상태창을 호출했다.
이 름 : 김주환
진 영 : 조율자
직 업 : 피의 마법사
각성등급 / 잠재등급 : C 랭크 / A 랭크
보유 포인트 : 0P
보유 능력( 0 / 2 )
상태창을 확인한 김주환이 온몸에 넘쳐나는 힘을 느끼며 감탄했다.
“대단하군요. 온몸에 힘이 넘쳐납니다.”
강건우와 카라가 김주환의 상태창을 확인하고는 축하를 건넸다.
“와! 축하드려요. 잠재등급이 무려 A 랭크네요. 직업도 마법사 계열이고요.”
“축하드립니다. 어디 가서 축하주라도 한잔하시죠.”
“그럴까요?”
김주환의 각성결과는 C 랭크 던전스톤으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결과였다. 직업 또한 평범한 마법사가 아닌 피의 마법사였다. 수식어가 붙은 만큼 특정 마법에 특화된 강력한 직업임이 틀림없었다.
김주환이 실감이 안 난다는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강건우와 김주환이 증미산의 통신탑으로 향했다. 걸어오는 길에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금세 친해졌다.
사람 한 명 없이 고요한 통신탑에 먹자판이 벌어졌다.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서 각종 산해진미와 고급술을 마련했다. 김주환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마법 같은 일에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대단합니다. 제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을 수 없었을 겁니다.”
“주환이 형. 그냥 말 펀하게 해.”
오랜만에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난 강건우가 말을 놓자고 제안했다.
“하하. 그럴까?”
김주환이 웃음을 터트리며 알겠다고 했다. 보기와는 다르게 쿨한 성격의 김주환이었다. 그 후로 두 사람은 술잔을 기울이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의논했다.
“형, 일단 내일 당장 보건소부터 그만둬.”
“알겠다. 건우야.”
어느새 부쩍 친해졌는지 반말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준비가 되는 데로 일단 던전부터 돌아야겠어.”
“던전? 각성자를 한 명 더 얻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강건우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그게 유력한 후보는 알고 있는데, 내가 지금 그 사람과 마주치기가 약간 그래.”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알았다.”
“일단 나랑 같이 던전을 돌면서 포인트를 모아야 해. 최대한 빨리 랭크 업을 하고 고유 스킬을 개방시켜야지.”
김주환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아직도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강건우가 김주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곧 익숙해질 거야.”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술을 마셨다. 각성자가 되어 신체 능력이 올라간 탓인지 취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먹고 마시던 두 사람이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강건우가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회귀한 뒤로 한동안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고 고민했었다. 김주환이라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얻은 것이 기뻤다. 하지만 문득 전생에서 자신을 구하려다 죽은 오민석이 생각났다.
‘민석이 형은 지금쯤 콜로세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겠지? 지구로 돌아오면 바로 찾아갈게.’
물론 오민석에게는 자신에 대한 기억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강건우는 이제 오민석을 지켜줄 자신이 있었다. 자신을 알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새로이 관계를 만들어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일부터는 다시 던전 뺑뺑이의 시작이군.’
***
다음 날. 늦게 들어온 만큼 늘어지게 잠을 청하던 강건우를 깨우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여동생 강지우였다. 매우 흥분한 표정과 말투로 강건우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다.
“오빠! 이거 오빠 맞지?”
강지우가 내민 핸드폰의 SNS 화면에서 동영상을 확인한 강건우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뭐야!? 내가 왜 여기서 나와?”
멍한 표정으로 동영상을 바라보는 강건우에게 강지우가 말했다.
“미쳤어! 오빠 너 요즘 밖에 나가서 이러고 다니는 거니? 엄마, 아빠 걱정하는 거 보고 싶어?”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거 얼마나 퍼진 거야?”
“이거? 최초 업로드한 사람 계정에만 좋아요가 백만 개 이상이니까. 여기저기 퍼진 걸 생각해보면···.”
“얼마나 되느냐고?!”
강지우가 한참 계산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오빠, 축하해 이제 월드 스타 부럽지 않네.”
“으아아악!”
강건우가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로워했다. 아직 정체를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괴로워하는 강건우를 카라와 강지우가 위로했다.
“건우님, 그래도 영상의 초반부 빼면 갑옷으로 온몸이 가려져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빠, 걱정하지 마! 아직 신상까진 털리지는 않은 것 같아.”
“제발,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네.”
동영상으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지나갔다. 황급히 뉴스를 틀어봤지만, 아직 동영상에 대한 뉴스는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족들과 식사를 하던 강건우에게 김주환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건우야, 나야 지금 부모님에게 다 말씀드리고 나오는 길이다.
“그래요? 어떻게 됐어요?”
-뭐.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하셨지. 그래서 내가 집에 있는 냉장고를 한 손으로 번쩍 드니까 그다음부터 조금씩 수긍하시더라고.
강건우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 형이랑 참 안 어울리는 설득 방법이네.”
-그러게.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다.
이어지는 통화에서 강건우와 김주환이 C 랭크 던전 - 다난 사막이 있는 한강공원에서 만날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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