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9화 (10/99)

동료를 얻다(2)

강서보건소의 진료 대기실에 강건우가 앉아있었다. 그 옆에서 카라가 강건우에게 잔소리를 퍼붓고 있었다.

“건우님! ‘너 내 동료가 돼라!’라니요! 퀘스트에 진지하게 임해주세요. 그리고 상대방은 아직 일반인이에요. 각성자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하고 설득해도 부족하다고요!”

카라의 잔소리에 잔뜩 풀이 죽은 강건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무리수이긴 했다.

“알았어. 미안해. 그냥 해본 말이었어. 설마 내가 진짜 그렇게 말할 리가 없잖아.”

“알겠어요. 저도 너무 잔소리해서 미안해요.”

두 사람이 투덕거리는 사이 진료실로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강건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런데 들어가서 뭐라고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네.”

“그건 제게 맡겨 주세요.”

강건우가 진료실로 들어섰다. 진료실 안에는 피 묻은 가운을 입은 김주환이 초췌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의사 선생님.”

“네,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강건우가 의자에 앉으며 김주환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김주환이 자신의 피 묻은 가운을 확인하며 씁쓸해했다.

“죄송합니다. 보건소가 너무 바쁘게 돌아가서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네요.”

“네? 아닙니다. 바쁘면 그럴 수도 있죠.”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어디가 아파서 오셨죠?”

김주환의 질문에 강건우가 머뭇거렸다.

“그게···. 혹시 저 기억 안 나시나요?”

김주환이 강건우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음···. 죄송합니다.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지난번 증미산의 통신탑에서 마주쳤던 사람입니다.”

김주환이 잠시 기억을 떠올린 후 말했다.

“아! 기억났습니다. 그때 수상한 등산객분, 맞죠?”

강건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수상하다니요. 그쪽도 수상하기는 마찬가지였어요.”

“그, 그랬나요?”

둘 사이에 잠시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 모습을 바라본 카라가 입을 열었다.

“건우님! 지금 누가 더 이상한가를 가릴 때가 아니에요.”

“맞다. 고마워, 카라.”

카라의 지적에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린 강건우가 조심스레 운을 띄었다.

“선생님, 지난번에 통신탑에서 빛이 터져 나오는 걸 보셨다고 하셨죠?”

강건우의 질문에 김주환이 당황해했다.

“제가요? 아닙니다. 그때 술을 좀 마셔서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딱 잡아떼는 김주환의 대답에 강건우가 다시 물었지만, 김주환의 대답은 같았다.

“진료가 목적이 아니시면 나가주시길 바랍니다.”

김주환의 축객령에 강건우가 할 말을 모르고 머뭇거렸다. 그때 카라가 흑백의 빛을 뿌리며 김주환의 눈앞으로 날아갔다.

“안녕하세요. 카라라고 해요. 저 보이시죠?”

카라의 질문을 들은 김주환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뭐···. 뭐야!? 제 눈에 보이는 게 뭡니까? 강건우 씨?”

“카라! 저 사람이 네가 보이는 거 같은데?”

강건우의 말에 카라가 입을 열었다.

“역시! 보이시는군요. 건우님. 저분이 확실한 거 같아요.”

“그래?”

“네. 일반인의 눈에는 제가 보이지 않거든요. 제가 보인다는 말은 각성자이거나 각성자가 될 재능이 있다는 말이에요.”

“대단해! 카라!”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김주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을 좀 해주시겠습니까?”

카라가 강건우의 어깨로 날아갔다. 김주환이 난생처음 보는 존재를 입을 벌리고 바라보았다.

“그런 설명이라면. 제 전문이죠.”

카라가 한껏 우쭐해 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김주환은 이어지는 카라의 설명을 들을수록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했다. 아마겟돈, 각성자의 존재, 파괴자와 수호자, 조율자의 존재 어떤 것 하나 충격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러니까 두 분의 말에 따르면 제가 각성자가 될 재능이라는 겁니까?”

김주환의 질문에 카라가 대답했다.

“네. 맞아요. 증미산에서 던전이 생성될 때 발생한 빛이 보이셨죠?”

확신에 찬 카라의 질문에 김주환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사실 증미산에서 빛을 본 건 사실입니다.”

“나이스!”

“건우님! 거 봐요! 맞잖아요!”

강건우와 카라가 기쁨에 차 작게 환호성을 내뱉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주환이 말을 이어갔다.

“사실 그날 이후 전 혼란스러웠습니다. 혹시나 해서 다른 사람들과 증미산의 통신탑 근처도 가보았지만, 빛이 보인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카라가 흥분하며 말했다.

“당연하죠! 각성자의 재능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괴물들이 나타나는 현상이 저와 관련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괴롭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알려졌을 경우 저에게 닥쳐올 일들도 두려웠습니다.”

김주환의 솔직한 고백에 강건우가 숙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마음 이해합니다. 저 또한 처음에는 너무 괴롭고 두려웠으니까요.”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제 곧 더 참혹한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자신과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강력한 힘이 필요할 겁니다.”

강건우의 힘 있는 말에 김주환이 감탄한 듯 말했다.

“강건우 씨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혼자 짊어지고 있었던 겁니까?”

강건우가 담담히 대답했다.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김주환 씨가 저를 도와주신다면 무거운 짐을 나눠서 질 수 있겠군요.”

강건우의 말에 김주환이 한참을 고민하다 말했다.

“저에게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제 연락처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한 후 강건우가 강서보건소 밖으로 나왔다.

“건우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어요.”

“그렇겠지? 현명한 사람 같으니까 현명한 선택을 할 거야. 기다려 보자고.”

“네, 건우님”

대화를 마친 강건우가 집으로 향하려던 그때였다. 강서보건소 맞은편의 양천구 상가 밀집 지역에서 총기 소리와 함께 군인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정신 차려! 사격에 집중해!”

“제길! 지원은 언제 오는 거야?”

“소대장님! 탄약이 떨어져 갑니다.”

건물이 부서지며 거대한 크기의 숲 트롤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에 맞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은 군인들이었다. 2개 소대 규모의 부대가 건물에 몸을 엄폐하고 숲 트롤에게 사격을 집중하고 있었다.

“건우님! B 랭크 크리쳐 숲 트롤이에요.”

“나도 봤어.”

군인들의 사격에 숲 트롤이 괴로운 듯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놀라운 재생능력 때문에 결정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크오오!”

숲 트롤이 거대한 방망이를 휘두를 때마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군인들이 죽어 나갔다. 흥분한 숲 트롤이 강서구 쪽에 있는 시민들을 발견했다.

“꺄악!!”

“도···. 도망쳐!”

숲 트롤이 달려들자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하지만 강서구 근처에 다다른 숲 트롤이 망설이더니 등을 돌려 군인들에게 돌아갔다.

숲 트롤을 바라보고 있는 강건우에게 카라가 말했다.

“본능적으로 강서구에 들어오는 걸 망설이네요.”

“조율자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겠지.”

“네, 맞아요.”

강건우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말했다.

“카라, 저 숲 트롤 강하겠지?”

“네, 보통 필드에 나타나는 크리쳐들은 같은 랭크의 보스몹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럼. 포인트나 보상도 마찬가지겠네?”

“네, 그것도 맞아요.”

카라의 외침을 들은 강건우가 고민에 잠겼다.

‘혼자서 잡을 수 있을까?’

B 랭크 보스급 몬스터를 혼자 사냥하려 하다니. 전생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잘됐어. 장비도 시험하고 포인트도 벌고 사람도 구하고 이런 게 일석삼조지.’

강건우가 눈을 빛내며 결정을 내렸다. 순식간에 데모닉 셋트와 양손 검을 장착하고 숲 트롤을 향해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텅! 텅!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탄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숲 트롤의 지척에 도착한 강건우가 홍염에 휩싸인 양손검을 머리 뒤로 크게 넘긴 후, 아래로 크게 내리쳤다.

콰앙!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숲 트롤이 방망이를 들어 강건우의 공격을 막은 것이었다.

홍염의 불길이 걷히자 충격의 여파로 비틀거리는 숲 트롤이 시야에 나타났다. 그 모습을 바라본 시민들이 크게 함성을 질렀다.

“와아! 대단하다!”

“오빠! 저 사람 봤어? 순식간에 달려나갔어!”

“저 칼이랑 갑옷은 뭐야?”

“난 동영상도 찍었어!”

강건우가 군인들이 숨어있는 건물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숲 트롤이 곧 정신을 차릴 겁니다. 제가 막는 동안 도망치세요!”

건물 옥상에서 군인 장교 한 명이 자신들의 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전원 후퇴한다. 본부로 빠르게 돌아간다!”

강건우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인 장교가 대원들과 현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한 강건우가 숲 트롤을 향해 검을 겨눴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한판 붙어볼까?”

어느새 강건우의 품으로 날아온 카라가 입을 열었다.

“건우님. B 랭크 보스급만큼 강해요. 방심하지 마세요.”

“오케이!”

강건우는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숲 트롤을 혼자서 압도했다. 전생처럼 C랭크 강제 각성자였다면 어땠을까. 숲 트롤을 만나는 즉시 시체가 돼서 나뒹굴었을 게 뻔했다.

“알았어. 그런데 저 숲 트롤의 무식한 재생력을 뚫으려면 강력한 한방이 필요해.”

“잠시만요! 건우님.”

카라가 적당한 스킬스톤을 찾기 위해 조율자의 상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정신을 차린 숲 트롤이 흉성을 내지르며 강건우에게 달려들었다.

“으윽! 카라! 조금만 서둘러 줄래?”

강건우가 숲 트롤의 공격을 양손검으로 받아내며 말했다. 숲 트롤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온몸이 비명을 질러댔다.

강건우와 숲 트롤의 공방이 이어졌다.

주변의 건물들이 부서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주변의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라보았다. 잠시 후 모두가 도망치고 강건우와 숲 트롤이 커다란 도로 위에 대치 중이었다.

‘무식하게 힘만 세서는.’

강건우가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마셨다. 숲 트롤의 공격을 수차례 받아냈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유니크 스킬 고귀한 후계자의 위엄이었다.

잠시 서로를 견제하며 숨을 돌린 강건우와 숲 트롤이 다시 격돌했다.

“흐아압! 홍염의 칼날!”

“크오오오!”

강건우의 검이 숲 트롤의 손목을 베어냈다. 하지만 숲 트롤의 방망이를 피하거나 막아내는 동안 잘린 손목이 재생되었다. 다른 부위도 노려보았지만 두꺼운 가죽을 뚫을 수가 없었다.

“카라! 아직 이야?!”

강건우의 품 안에서 검색을 마친 카라가 말했다.

“찾았어요! 심장파열[Normal]이에요.”

“빨리도 말한다!”

“쉬운 게 아니라니까요!”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서 심장파열[Normal]을 구매했다.

“카라! 노말 랭크 스킬인데 숲 트롤에게 통할까?”

강건우의 의문에 카라가 대답했다.

“트롤은 심장을 파괴하거나 목을 잘라야만 처리할 수 있어요. 비록 노말 랭크 스킬이지만 트롤에게 특화된 스킬이에요.”

카라의 설명을 들은 강건우가 스킬스톤을 사용했다.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스킬스톤이 사라졌다. 스킬이 추가된 것을 확인한 강건우가 홍염의 칼날을 발동시키며 숲 트롤에게 검을 겨눴다.

“이제 마지막이다. 한 방에 보내주지.”

강건우의 도발에 숲 트롤이 크게 흉성을 지르며 돌진해왔다.

쿵! 쿵! 지축이 울리며 주변이 박살 났다. 강건우가 심호흡하며 양손검을 고쳐 잡았다. 강건우의 지척에 도착한 숲 트롤이 방망이를 크게 휘둘렀다.

“죽어라!”

강건우가 벼락과 같은 일 검을 내질렀다.

치지지직! 숲 트롤의 살갗이 타는 소리와 함께 강건우의 검이 트롤의 심장을 꿰뚫었다. 잠시 후 숲 트롤의 몸이 생기를 잃었다. 강건우가 검을 뽑은 뒤 옆으로 물러섰다. 쿵! 하는 소리와 숲 트롤의 시체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만세! 사냥 성공이네.”

강건우가 쏟아져 들어오는 포인트에 환호했다. 숲 트롤의 사체에서 부산물과 피도 챙겼다. 숲 트롤의 사체가 순식간에 해체되어 사라졌다. 숲 트롤이 사라진 자리에 은은한 빛을 내뿜는 스킬스톤이 공중에 떠 있었다.

“건우님! 대박이에요!”

“이야! 역시 사람은 마음을 착하게 써야 해.”

강건우가 숲 트롤의 시체에 발을 올린 채 스킬스톤을 확인했다. 초재생[Unique] 스킬스톤이었다. 대박에 대박이 터졌다.

“와! 될 놈 될 이라더니. 그게 바로 나였어.”

꼼꼼하게 부산물과 아이템을 모두 챙긴 강건우가 자리를 벗어나 집으로 향했다. 멀리서 김주환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선택받은 사람들만 살아남는 시대가 오는 것인가.”

김주환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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