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6화 (7/99)

다난 사막(1)

재난경보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한산한 도로를 경찰차가 달리고 있었다. 목적지는 강서 경찰서였다.

“이해해 주세요. 지금 다른 지역 지원 때문에 지구대가 마비 상태입니다. 어쩔 수 없이 바로 경찰서로 가야 할 것 같네요.”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창문 밖을 응시했다.

“네. 그러세요.”

조금 전 임마트 앞에서 사라져 버릴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주변에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혹시라도 신상이 알려진다면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이 갈 것이 분명했다.

어차피 물건들이 사라진 증거도 없었다. 그저 적당히 조사나 받고 모르는 일이라 잡아뗄 생각이었다.

‘뭐 경찰이나 관공서들 쪽 분위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자신의 본거지인 강서구였다. 어쩌면 강서구 지역을 지배하는 데 있어서 경찰이나 자치단체의 역할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시끄러운 재난경보와 달리 강건우는 여유로웠다.

강건우를 태운 경찰차가 강서 경찰서에 도착했다. 경찰서의 입구에 많은 숫자의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중후한 분위기의 중년남성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일장 연설 중이었다.

“여러분! 동요하지 마십시오! 대한민국 정부는 신속히 이 혼란을 수습할 것입니다. 저희 강서구는 저 구청장 김선태와 일선 자치단체들의 노력으로 큰 혼란 없이 안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거만한 표정으로 말하는 김선태에게 한 기자가 질문했다.

“MCC 기자 김대치입니다. 그럼 오늘 강서 경찰서를 방문하신 목적은 무엇 때문입니까?”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을 받은 김선태가 헛기침하며 대답했다.

“흠흠. 지금 전국적인 재난 상황으로 인해 중앙정부의 기능이 마비 상태입니다. 그래서 구청장인 제가 강서구민들의 안전을 점검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김선태의 말에 한 기자가 큰 소리로 물었다.

“구청장님의 경찰서 방문은 중앙정부의 재난수습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 그럼 이만.”

쏟아지는 질문에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하던 김선태가 몸을 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차 안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태정 경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아! 죄송합니다. 강건우 씨. 안으로 들어가시죠.”

박태정 경장과 강건우가 경찰서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강서 경찰서로 온 강건우는 몇 시간 동안이나 조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별다른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갔을 뿐 그 많은 양의 물건들을 빼돌린 흔적이 없었다. CCTV도 고장이 났는지 녹화된 영상도 없었다. 애초에 한 사람이 그 많은 물건을 빼돌린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여긴 경찰 측이었다.

“죄송합니다. 강건우 씨.”

“죄송할 거 없습니다. 밤낮으로 민생을 살피시는데요.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강건우의 너스레에 경찰들이 민망해할 정도였다. 결국, 강건우는 경찰 측의 사과를 받으며 풀려났다.

경찰서를 나서며 강건우가 카라에게 말했다.

“마음이 들떠서 너무 서둘렀나 봐. 당분간은 조심해야겠네.”

“어차피 3개월이 지나면 공권력도 의미가 없어질 거예요.”

“그렇긴 하지. 근데 말이야 카라.”

“네. 건우님.”

“그 박태정이라는 사람 말이야. 아까 임마트에 둘러져 있는 장막이 보이는 것 같았어.”

강건우가 버릇처럼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증미산에서 만난 사람도 던전이 생겨 날 때의 빛을 봤던 눈치였어.”

강건우의 의문에 카라가 빙그레 웃었다.

“그 두 사람은 소환되지 못한 각성자 같아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예상이 맞아떨어지자 강건우가 호기심을 보였다.

“각성의 재능이 있는 사람이 딱 600명만 존재하는 게 아니거든요.”

강건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카라. 네 말은 600인 말고 각성자가 또 있다는 거야?”

“네. 콜로세움으로 소환되지는 못했지만. 소환의 후보였던 사람들이 있어요.”

“그럼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서 재능이 그냥 사라지고 말겠죠.”

“그래?”

강건우가 생각에 잠겼다. 전생에서도 각성자들은 딱 두 종류였다. 콜로세움으로 소환된 각성자들과 수호자나 파괴자가 만들어낸 강제 각성자.

“어쩌면 전생에는 없었던 조율자의 존재로 인해 그 사람들의 운명에도 변화가 생긴 걸까?”

카라가 강건우에게 말했다.

“건우님. 제가 조율자는 던전스톤으로 초기 각성자를 만들 수 있다고 했었죠?”

“그랬었지. 기억나.”

“건우님이 봤던 그 두 사람을 초기각성자로 만들 수 있어요.”

“정말이야? 대체 조율자란 직업은 어디까지가 한계인 거야?”

강건우는 조율자란 직업에 다시 한번 놀라야 했다. 강건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단 말이지? 좋았어! 다음 목표는 포인트를 모아서 동료를 만드는 것으로 하자!”

“네. 건우님. 퀘스트를 준비해 드릴게요.”

카라의 말이 끝나자 강건우의 눈앞에 퀘스트가 떠올랐다.

[각성 퀘스트]

목표 - 초기 각성자의 발현(0/2)

내용: 조율자 상점의 봉인을 풀고 던전스톤을 구매하자. 구매한 던전스톤을 이용하여 자신의 동료가 될 2명의 초기 각성자를 각성시켜 보자.

보상 : 소속 각성자의 영입, 스킬 스톤[랜덤] -1, 50000P

강건우가 퀘스트를 수락했다.

‘일단 권역 안에 있는 나머지 C 랭크 던전들을 공략해서 봉인을 해제해야겠군. 그다음에 포인트를 모아야겠어.’

앞으로의 계획을 결정한 강건우가 카라에게 물었다.

“카라. 나머지 C 랭크 던전은 위치가 어디야?”

“한강 공원 쪽이에요.”

“오케이. 일단 던전부터 공략하자고.”

강건우가 호기롭게 외치며 발걸음을 옮겼다.

***

가양동 쪽에 있는 한강 공원에 강건우가 모습을 나타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평소와는 달리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전국적으로 재난경보가 떨어진 영향이었다.

“카라. 입구를 찾아줘.”

“네. 건우님.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카라가 눈을 감고 한강 공원 일대를 스캔했다. 신비로운 흑백의 빛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다. 잠시 후 스캔을 끝낸 카라가 말했다.

“여기서 멀지 않아요.”

“좋았어. 어서 가자고.”

강건우와 카라가 던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이동하던 두 명의 눈앞으로 밝게 빛나는 던전 입구가 나타났다.

“여기에요! 건우님!”

“잘했어. 카라. 일단 들어가자.”

던전 대기실에 도착한 강건우가 던전 제어석에 손을 올렸다.

[C 랭크 던전 - 다난 사막]

크리쳐 정보 - 거대 일개미(D 랭크), 거대 병정개미(C 랭크)

거대 수개미(C 랭크 BOSS). 거대 여왕개미(C 랭크 BOSS)

최초발견 보상 : 20000P

한강에 사막 유형의 던전이 존재하다니 아이러니했다.

“와···. 이번엔 사막에다가 나오는 크리쳐는 거대 개미들이네?”

“사막이면 준비해야 하는 물품들이 많아지겠어요. 하필 사막이라니 건우님도 고생이시네요.”

카라가 과자를 씹으며 말했다.

“아···. 포인트가 아까운데 말이야.”

강건우가 툴툴거리며 조율자의 상점에 접속했다.

‘던전스톤을 사기 위해서는 포인트를 최대한 아껴야 해.’

강건우가 상점에서 식량과 함께 카라가 추천해준 공략 물품들을 구매했다.

“내, 내 포인트!”

순식간에 빠져나가 버린 포인트에 강건우가 머리를 쥐어짜며 괴로워했다. 준비를 마친 강건우가 던전 제어석에 손을 올렸다. 은은한 빛과 함께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다.

***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 사람만 한 크기의 포털이 열리며 강건우가 튕겨져 나왔다. 강건우가 모랫바닥으로 처박혔다.

“퉤! 퉤! 입장하자마자 모래바람이 환영해주는군.”

강건우가 입안으로 들이닥치는 모래가루를 뱉어내며 투덜거렸다.

“건우님.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겠어요.”

카라가 강력하게 불어오는 모래바람을 피해 강건우의 품으로 숨었다.

“카라, 던전 안의 환경은 도대체 어떻게 결정되는 거야?”

강건우가 카라에게 물었다. 내심 사막 유형의 던전이 불만스러웠다.

“아마겟돈에 참가한 신들이 자신의 행성을 본떠서 만들거나 자기 생각대로 창조하기도 해요.”

“그러니까 신들 마음대로 라는 거잖아?”

“네. 그렇죠. 보통 신들의 성향이 많이 반영되죠.”

강건우가 모래가 흐르는 땅을 발로 걷어찼다.

“이 사막을 만든 신은 정말 악취미를 가졌을 거야. 아니면 사우나 중독자거나. 일단 가자. 카라.”

“네!”

한참을 걸어 나가자 모래바람이 잠잠해졌다. 강건우의 시야에 석탑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돌덩어리들이 나타났다.

“카라! 저기 좀 봐. 구멍이 잔뜩 나 있어.”

“건우님. 저기예요. 저기가 개미들의 서식처예요.”

강건우가 장비에 묻은 모래가루를 털어내며 말했다.

“기다려라. 내 포인트들.”

포인트를 모을 생각에 잔뜩 흥분한 강건우였다.

석탑의 근처에 도착하자 입구 너머로 붉은색 안광들이 번뜩이고 있었다. 거대 일개미들이었다. 석탑 안을 가득 채운 거대 일개미들을 발견한 강건우가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와···. 환영해주러 많이도 나오셨네.”

“건우님. 진짜 징그러워요.”

“카라. 지금부터 내 품에서 나오지 마.”

강건우의 말에 카라의 얼굴이 품속으로 사라졌다.

“어디 한번 시작해 볼까?”

강건우가 양손검을 고쳐 잡으며 입구를 향해 달려나갔다. 거동이 불편한 모래 위였지만 강건우의 속도는 질풍 같았다.

입구까지 도착한 강건우를 거대 일개미들이 맞아주었다.

끼끼끼기긱. 적의 등장에 흥분한 거대 일개미들이 더듬이를 진동시키며 듣기 싫은 소리를 쏟아냈다.

‘읔. 진짜 짜증 나는 소리군.’

강건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양손검으로 화염을 발동시켰다. 그리고는 양손검을 허리 뒤로 크게 제쳤다.

“흐아아압! 와일드 스윙!”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양손검이 종으로 크게 휘둘러졌다. 검이 휘둘러진 자리에 생겨난 거대한 화염 충격파가 개미굴의 입구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쾅! 쾅! 끼기기긱! 거대한 폭음과 개미들의 기분 나쁜 비명이 들려왔다.

강건우가 인벤토리에서 한손검과 방패를 꺼내 장비를 변경했다. 준비를 마친 강건우가 개미굴의 입구를 돌파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돌파해주겠어.’

사방에서 듣기 거북한 소리가 들려왔다. 온 사방이 거대 일개미들이었다. 쏟아지는 공격을 방패로 막았다. 막을 수 없는 공격은 몸으로 받아냈다. 스킬의 효과로 피해는커녕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별거 아닌데?”

강건우가 한껏 고조된 기분을 느끼며 화염의 검을 마구 휘둘렀다. 검이 지나간 자리마다 거대 개미들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화염의 검은 개미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았다. 전투는 계속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며 개미굴 초입에 불타버린 개미들의 사체가 수북이 쌓여갔다.

“건우님. 힘을 아끼셔야 해요. 곧 병정개미들이 나타날 거예요.”

강건우의 갑옷 안에 몸을 숨기고 있던 카라가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좀 한 번에 다 나타나 주면 안 될까?”

강건우가 무릎 아래쪽을 덮쳐오는 거대 일개미를 방패로 찍어 누르며 투덜거렸다. 잠시 후 거대 일개미들의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리고 개미굴의 깊은 곳에서부터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츠츠츠츠. 엄청난 숫자의 개미들이 몰려오는 소리였다. 강건우가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마셨다. 순식간에 온몸에 활력이 돌아왔다.

탕탕! 한손검으로 방패를 두들기며 강건우가 말했다.

“이제 2라운드 시작이군.”

강건우가 방어태세를 취하며 정면을 응시했다. 기분 나쁘게 들려오던 소리가 일순간 멈췄다.

“뭐야? 항복이야?”

정적이 흐르던 그 순간 강건우가 서 있던 자리로 거대 병정개미들이 쏘아낸 염산이 날아들었다.

“피하세요! 건우님!”

카라의 뾰족한 외침에 강건우가 뒤로 물러섰다.

치이이이익! 강건우가 서 있던 자리에 엄청난 수의 액체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 모습을 바라본 강건우가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으으···. 내가 이래서 곤충이 싫어.”

“건우님. 빨리요.”

카라의 재촉에 강건우가 인벤토리에 넣어둔 스킬스톤을 꺼내 들었다. 조율자의 상점에서 구입한 프로텍트 쉴드[Normal] 스킬이었다.

“하···. 남들은 하나 구하기도 힘든 걸 이렇게 써도 되는 거야?”

“건우님. 조율자만의 특전이에요. 정말 사기 캐릭터 같은 능력이죠.”

“맞아. 사기도 이런 개사기가 없지.”

던전에 입장하기 전 카라가 놀라운 설명을 해주었다. 스킬스톤에 관한 이야기였다. 조율자는 스킬 슬롯의 확장이 가능했다. 문제는 들어가는 포인트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율자에게는 스킬스톤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또 있었다.

바로 스킬스톤의 일회성 사용이었다. 스킬스톤을 슬롯에 장착하지 않고 아이템처럼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일회성으로 구매하는 스킬스톤의 가격은 비쌌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지속시간도 짧았다.

‘그래도 노멀 등급은 24시간 지속이니 가성비가 좋아.’

짧은 생각을 마친 강건우가 스킬스톤을 사용했다.

“프로텍트 쉴드.”

스킬스톤이 은은한 빛과 함께 사라지고 투명한 타원형의 보호막이 나타났다. 거대 병정개미의 원거리 공격을 무력화시킬 비장의 수단이었다. 강건우가 검과 방패를 고쳐 잡으며 입을 열었다.

“쇼 타임이다. 벌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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