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1화 (2/99)

태초의 힘(1)

서울 어느 노량진의 낡은 고시원.

좁은 방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강건우가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거친 숨을 뱉어내며 일어났다.

“헉! 뭐지?”

당황스러웠다. 분명히 자신은 죽었다. 아직도 죽음의 순간이 생생했다. 혹시 꿈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지만 꿈은 아닌 것 같았다. 꿈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현실적이었다.

생각을 마친 강건우가 황급히 핸드폰을 들어 날짜를 확인했다.

2020년 12월 31일. PM 08:30

“맙소사!”

선택의 날 전으로 회귀를 하다니, 강건우는 믿을 수가 없었다. 자연스레 목덜미로 손이 갔다. 목이 잘리던 기억은 생생했지만, 그뿐이었다.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순간으로 돌아왔다. 강건우가 혼란에 빠져있을 때였다. 핸드폰의 알람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핸드폰을 바라보던 강건우가 다급하게 화면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아, 아마겟돈을 찾아야 해!’

모든 것들의 시작이자 원흉은 핸드폰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별 볼 일 없는 인디 게임이었다.

‘제발!’

강건우가 황급히 어플리케이션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만약 자신이 찾는 어플리케이션이 존재한다면 누구보다 빨리 다운로드해야만 했다.

[아마겟돈-지구 최후의 전쟁]

검색을 마친 강건우의 눈에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단순한 디자인의 아이콘이 들어왔다.

“아마겟돈······.”

결국, 비극은 존재했다. 침음성을 내뱉은 강건우가 얼굴을 감싸 쥐며 옛 기억을 회상했다.

2021년 1월 1일.

전 세계에서 선택받은 600인의 사람들이 사라졌다. 그들이 소환되어 간 곳은 콜로세움이라는 장소였다.

지구에서 사라진 600인은 그 후 3개월의 기간 동안, 능력을 각성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훈련하기 시작했다. 훈련이 끝난 후 600인의 각성자들은 각각 수호자 진영과 파괴자 진영으로 나뉘었다.

그렇게 지구로 돌아온 각성자들이 신들을 대리해 최후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꼭 수호자가 되겠어.’

강건우가 떨리는 마음으로 아마겟돈의 다운로드 버튼을 눌렀다. 전생에서 강건우는 신들에게 선택받은 각성자가 아니었다. 그저 수호자에 의해 강제 각성된 양산형 C급 각성자일 뿐이었다.

‘오늘이 하루 전이니까, 오늘 실행하면 무조건 1등이겠지?’

강건우가 심호흡을 한 후에 아마겟돈을 클릭했다. 그 순간 핸드폰 액정에서 흰색과 검은색의 빛이 터져 나왔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진 자리에 강건우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뭐야? 왜 콜로세움으로 소환되지 않은 거지?’

아마겟돈을 실행하면 튜토리얼을 위해 콜로세움으로 소환되어야만 했다. 100번째까지의 소환자만이 수호자와 파괴자로 선택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3개월이란 시간 동안의 훈련을 거쳐야만 했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실행을 했다고 생각했다.

‘설마? 하루 전날이라 그런 건가?’

소환에 실패한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때 강건우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핸드폰 화면을 확인한 강건우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사장 XXX-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의 사장이었다. 시간을 확인한 강건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뭐? 여보세요? 야! 강건우! 내가 오늘 1시간 일찍 나오라고 말했지?”

“아, 그게 오늘이었어요?”

“하···. 너 공부한다는 놈이 정신 줄은 어디나 놓고 사는 거냐? 빨리 튀어와! 나 늦었어!”

“안 가요.”

“뭐?”

“안 간다고요.”

강건우는 그냥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동안 편의점 사장에게 받은 무시와 부당한 대우가 떠올랐다. 전화기가 계속해서 울려댔지만 깔끔하게 무시했다.

내일이면 세상이 뒤집힌다. 그리고 자신은 콜로세움으로 떠날 것이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따위가 중요한 시점이 아니었다.

다시 아마겟돈에 대한 생각을 이어갔다.

‘아직 1일까지는 시간이 남았어. 차분히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면 누구보다 빨리 접속하자.’

강건우는 불안한 마음에 아마겟돈을 계속 실행시켜 놓았다. 그렇게 한참을 화면을 들여다보던 강건우의 눈에 흑백으로 빛나는 아이콘이 들어왔다.

‘이건 뭐지? 조금 전까지는 못 본 것 같은데?’

문득 호기심이 생긴 강건우가 아이콘을 클릭했다. 그러자 엄청난 크기의 경고음과 함께 강건우의 눈앞으로 경고창이 떠올랐다.

[경고! 관리자 모드에 허가되지 않은 침입자 발견]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인증을 진행하시겠습니까? YES / NO]

“관리자 모드? 이게 뭐지?”

회귀 전에는 알지 못했던 아마겟돈의 비밀을 발견한 것일까. 강건우가 이내 결심을 하고는 YES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아이콘에서 흘러나오던 빛이 강건우를 감싸며 폭발할 듯 빛나기 시작했다.

***

강건우의 눈앞에 흑백의 빛이 어우러진 날개를 가진 존재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강건우 님! 조율자 양성 프로그램의 담당자 카라예요.”

“카, 카라? 넌 누구야? 그리고 조율자라니? 난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당황해하는 강건우의 곁으로 카라가 흑백의 가루를 뿌리며 날아들었다.

“지금부터 조율자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할게요. 화면의 퀘스트 버튼을 클릭해 주세요.”

“잠깐! 내 말은 듣고 있는 거야? 퀘스트? 이건 수호자나 파괴자들만 받는 거 아니었어?”

강건우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수호자나 파괴자는 각 진영의 신들에게 퀘스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퀘스트를 해결하며 포인트 및 각종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받지 못한 각성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성장 속도와 힘을 보유할 수 있었다.

“후우. 이건 또 무슨 전개야?”

강건우가 당황스럽고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에라, 모르겠다!”

결국, 반짝이는 퀘스트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눈앞으로 반투명한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강건우가 신중한 표정으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전직 퀘스트]

목표 -  수호자의 의지 - 0/1

파괴자의 의지 - 0/1

내용: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세심하게 아마겟돈을 알아낸 당신. 위대한 의지의 후계자로 거듭날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조율자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수호자와 파괴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콜로세움으로 향하여 수호자와 파괴자에 대해 알아보자.

보상 : 조율자로 전직, 스킬 스톤-1[랜덤], 포인트 5000

“엄청난데!? 스킬 스톤을 주다니.”

강건우는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스킬스톤을 얻기 위해선 엄청난 가격의 포인트가 필요했다. 간혹 B 랭크 이상의 던전 보스들이 떨어트리기도 했지만, 그 확률은 정말 희박했다. 그런데 퀘스트 보상으로 스킬 스톤을 주다니. 어쩌면 조율자라는 직업은 엄청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몰랐다.

강건우가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리고 최대한 태연한 척 연기를 했다.

“카라, 궁금한 게 있어.”

“건우님.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조율자라는 직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잠시 강건우를 응시하던 카라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건우님. 자신의 힘으로 밝혀 나가시는 것이 좋아요.”

교과서적인 대답이었다. 다리에 힘이 빠졌지만, 강건우가 생각에 빠졌다.

‘내 목표는 수호자가 되는 거였어. 그렇지만 그 이상의 것을 발견한 이상 마다할 이유가 없지.’

강건우가 흥분되는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혔다. 그리고 퀘스트를 수락했다.

“카라. 콜로세움으로 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거야?”

“그럼요. 가실 준비가 되면 언제든 제게 말씀해주세요.”

급한 마음에 바로 콜로세움으로 향하려던 강건우의 머릿속으로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자신이 아마겟돈의 존재를 가족과 지인에게 알려 준다면? 그래서 그들이 누구보다 빠르게 아마겟돈에 대비한다면 어떨까.

생각을 마친 강건우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편법이긴 했지만 잘못된 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카라.”

“네? 말씀하세요.”

“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내가 아마겟돈의 존재를 누군가에게 발설한다면 어떻게 될까?”

“네?! 그, 그런?”

강건우의 질문에 카라의 날갯짓이 더욱 빨라지며 흑백의 빛 가루를 뿌렸다.

그 모습에 어리둥절해 있던 강건우의 눈앞에 반투명의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돌발 서브 퀘스트]

목표 - 아마겟돈에 대한 비밀 유지 (기한 2020년 12월 31일 하루)

내용 - 아마겟돈의 진실을 아는 그대! 고귀한 사명을 감당하라!

아마겟돈의 존재가 알려지는 순간 세상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위대한 의지의 후계자. 조율자의 품격을 지키자.

보상 - 스킬 스톤 –1[Normal], 포인트 1000, 카라의 고마움 -1

눈앞의 퀘스트 창을 읽은 강건우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눈에 띄게 당황한 카라의 모습도 너무 귀여웠다.

강건우의 웃음소리에 카라가 발끈하며 입을 열었다.

“건우님! 정말 비밀을 지키셔야 한다고요! 아마겟돈의 비밀이 새나간다면 세상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그렇다면 아마겟돈이 앞당겨질 수도 있어요.”

강건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카라, 진정해.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이죠? 건우님?”

“그래 알았어. 본의 아니게 삥 뜯은 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삥이 뭐예요? 건우님?”

카라의 순진한 질문에 강건우가 크게 웃었다. 그러자 카라가 말했다.

“왜 웃어요. 건우님! 어서 빨리 퀘스트나 하고 오세요!”

“응. 근데 콜로세움에 같이 가는 거 아니었어?”

“콜로세움은 수호자와 파괴자의 신들이 만든 곳. 지금 저의 힘으로는 건우님을 보내는 것밖에 할 수 없어요.”

자신의 계획과는 달라졌지만, 더 큰 힘을 얻으러 가는 길이 너무 흥분됐다. 강건우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알겠어. 그럼 지금 보내줘.”

“네. 건우님.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카라의 몸에서 흑백의 빛이 나와 강건우를 감싸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강건우의 모습이 사라졌다.

***

울창한 숲속, 로마 시대에나 지어졌을 법한 거대한 콜로세움이 서 있었다. 이곳이 바로 600인의 각성자들이 소환되어 훈련을 받게 될 장소였다.

콜로세움 입구에 허름한 차림의 강건우가 나타났다.

“망할. 이제 겨우 도착했네.”

카라에 의해 이동된 강건우가 눈을 뜬 곳은 콜로세움과는 한참 떨어진 숲속이었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튜토리얼용 크리쳐들의 공격을 간신히 넘기며 이곳까지 왔다.

“그나저나.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쯤 어딘가에 입구가 있을 텐데···.”

한참 동안 입구를 찾던 강건우의 눈앞에 흑과 백의 빛으로 이루어진 구체가 나타났다.

-잠깐 멈춰라. 이곳은 아직 들어와선 안 되는 곳이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곳에 인간이 나타나다니. 블랙 이게 무슨 일일까요?-

-잠깐. 화이트. 저 인간에게서 태초의 힘이 느껴진다.-

-설마?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조율자가 선택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강건우가 오민석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블랙과 화이트는 각각 수호자와 파괴자의 담당 도우미들이었다.

‘너희들의 선택을 받아야만 수호자와 파괴자가 될 수 있다고 했지.’

한참 동안 의견을 나누던 블랙과 화이트가 강건우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 말해라.-

-진실만 말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난 조율자로 선택받기 위해 이곳에 온 강건우다.”

-역시···. 그렇게 된 것인가···.-

-아아! 정말이군요. 태초의 의지가 지구를 버리지 않았군요.-

블랙과 화이트의 몸이 흥분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블랙과 화이트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강건우에게 말했다.

-파괴자의 의지 퀘스트를 시작하겠다.-

-수호자의 의지 퀘스트를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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