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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조율자 - 프롤로그
“김한나! 너를 위해 싸운 대가가 고작 이건가?!”
온몸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강건우가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지키려다 처참히 죽어 간 동료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하나 같이 제대로 눈도 감지 못한 상태였다.
“미안해. 내가 형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분노와 좌절감에 빠진 강건우의 곁으로 두 명의 남녀가 다가왔다.
“짜증 나. 도대체 각성자가 몇 명이나 죽은 거야?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사전조사 제대로 한 거 맞는 거야?”
수호자 김한나가 죽어있는 각성자들을 바라보며 짜증을 냈다.
“미안해. 한나야. 아무래도 사전조사가 잘못된 거 같다.”
수호자 김한나 소속의 각성자들은 여느 때와 같이 던전공략을 진행 중이었다. 사전조사를 통해 C랭크 던전임이 밝혀졌기 때문에 저 랭크 위주의 강제 각성자들로 공략 팀이 이루어져 있었다.
초반 진행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B 랭크 유니크 크리쳐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 급히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수호자 김한나와 A랭크 각성자 최철우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피해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오민석 저 놈은 왜 또 끼어들었데?”
김한나가 죽어있는 오민석의 처참한 모습을 바라보여 눈살을 찌푸렸다.
“알잖아. 저 두 사람 예전부터 형, 동생 하던 사이였어.”
“그래? 이런 세상에서 의리라니, 단단히 미쳤네. 하여간 남자들이란.”
강건우에게 다가간 김한나가 오민석의 시체를 발로 차며 말했다.
“초기 각성자가 얼마나 중요한 자원인데, 고작 강제 각성자 때문에 목숨을 걸다니 멍청해 정말!”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자신을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민석을 욕하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미친 년. 수호자나 파괴자나 전부 제정신들이 아니야. 너희 같은 놈들이 신의 사도라니.”
강건우는 평범한 C랭크의 강제 각성자였다. 그것도 초기에 선택받은 각성자가 아닌 수호자가 양산한 반쪽짜리 강제 각성자였다.
“감히 파괴자들하고 동급으로 날 묶어? 그놈들은 온통 파괴하고 죽이고 세상을 망가트릴 생각뿐이라고.”
“그래서 너희는 고귀하신 수호자들이라 이건가?”
강건우의 신랄한 비난에 김한나의 얼굴이 분노로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흥! 어디서 잘난 척이야? 소모품 주제에 죽을 때가 다가오니까 없던 용기도 생기나 봐?”
강건우를 비웃어준 김한나의 검이 강건우의 목을 향해 횡으로 그어졌다.
죽음이 다가오자 후회가 밀려왔다.
강제 각성자가 된 후 우월감에 빠져 살아왔다.
평범한 가족은 자신과는 다른 존재라 여기며 무시도 했다. 오민석이 그런 강건우를 항상 나무랐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그들의 개돼지로 살아왔다는 건가? 빌어먹을 나에게도 조금만 더 힘이 있었더라면···.’
툭! 강건우의 생각이 미처 끝나기 전, 김한나의 검이 강건우의 목을 베었다.
신들을 대리하는 수호자와 파괴자 그리고 그들을 돕는 각성자.
바야흐로 최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구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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