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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75화 (175/177)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75화

43장 S급 던전(2)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그 와중에 보이는 그린나래 길드원들의 상태는 이찬혁과 다를 게 없었다.

대부분이 상처를 입었고, 입고 있던 방어구들도 모두 기능을 상실했다. 얼굴에는 짙은 패배감이 가득했다.

“치료제들은 없어?”

김세아가 이찬혁을 보며 물었다.

“일단 전투가 가능한 사람들 위주로 사용했어. 이 사람들을 지키려면 그게 최선이니까.”

꽤나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찬혁에게 나는 배낭을 건넸다. 그 안에는 식량들도 있지만, 여분의 치료제들도 충분히 들어 있었다.

“일단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용해.”

이찬혁은 내게 건네받은 배낭을 자신의 부하에게 넘겼다. 그러곤 전투가 가능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사용하라는 지시를 남겼다.

우리는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김세아가 자신의 배낭에 있던 회복 포션을 꺼내 이찬혁에게 건넸다.

“너도 마셔.”

“고마워.”

나는 지금까지 봐왔던 상황으로 파악한 것이 있었다. 선발대는 습격을 받았고, 무리가 나뉜 것이 분명했다.

“누가 그런 거야?”

길을 오면서 만났던 몬스터들이 한 일은 절대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나와 김세아도 충분히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강력한 몬스터들이 나타난다고 하지만, 지금 위치는 초입부와 목적지로 보이는 성의 중간이었다.

이곳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선발대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그린나래 길드장부터 시작해 최정예 멤버가 선발대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체력 포션을 마신 이찬혁이 잠시 숨을 고른 뒤에 입을 열었다.

“케슬란이 나타났어.”

순간 몸이 움찔거렸다.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만큼 이찬혁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뭐?”

“이곳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 대기하고 있던 케슬란에게 기습을 당했어.”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과부하 걸린 머릿속을 차분하게 정리시켰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상황이 일어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일단 가장 크게 나눌 것은 케슬란이 밖에서도 밀고 들어오고 있고, 던전 안에서도 대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습을 당한 뒤는 어떻게 된 거야?”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맞서 싸웠지만, 쉽지 않더라. 케슬란 멤버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강했어. 길드장님이 없었더라면 금방 몰살당했을 거야.”

아마도 케슬란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멤버들이 안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것도 전부가 아닌 일부만이 남아서 선발대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 분명했다.

“혼란에 빠진 틈을 타서 케슬란이 우리가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훔쳐갔어. 길드장님은 전투가 가능한 멤버들을 데리고 케슬란을 뒤쫓아갔고, 나는 남은 사람들을 데리고 후발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나는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말했다.

“후발대는 늦을 거야. 밖에서도 케슬란이 쳐들어와서 전투 중이야.”

“뭐라고?”

“나랑 김세아가 먼저 안으로 들어온 것도, 밖에서 케슬란이 쳐들어와서 아이템을 전달하려고 온 거야. 그런데 안쪽 상황이 이럴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어떻게 할 거야.”

김세아가 팔짱을 낀 상태로 나와 이찬혁을 쳐다보았다. 나는 기대고 있던 나무에서 떨어지며 입을 열었다.

“들어가야지.”

어떻게 해서든 케슬란의 손에 마지막 조각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했다. 만약 그린나래가 가지고 있던 아이템이 S급 던전 공략의 주요 아이템이라면, 이대로 케슬란이 마지막 조각을 가져갈 확률이 높았다.

그게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핵심 아이템일 수도 있지만, 운에 맡길 상황이 아니었다.

나와 김세아라면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거기다 이찬혁이 데리고 있던 무리 중 몸이 회복된 사람들도 있으니, 지금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다.

나는 이찬혁을 쳐다보았다.

“나와 김세아는 안쪽으로 들어가 케슬란을 저지할 거야.”

“그렇다면 나도 안으로 들어가야지. 어차피 이곳에 있는 헌터들은 안으로 들어가도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거야.”

“네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다 보면, 후발대가 들어오겠지. 한 사람이라도 더 필요하잖아.”

고개를 끄덕인 나는 몸을 돌렸다. 무리가 있는 곳을 지나쳐 길이 있는 곳으로 갔다. 잠시 뒤, 김세아와 이찬혁이 숲을 빠져나왔다.

“그럼 가자.”

오랜만에 다시 뭉친 우리는 길을 따라 달렸다. 중간중간 나오는 몬스터들은 내가 치고 나가면서 모두 정리했다.

가끔씩 뒤에서 튀어나오거나, 옆에서 튀어나오는 것들은 김세아의 마법으로 정리했다.

성의 입구 쪽에 다다르니, 나오는 몬스터들의 수준이 갑자기 높아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나씩 나타나 상대하기가 쉬웠다.

콰아앙!

내 검에 베인 몬스터가 뒤로 날아가며 성문에 처박혔다. 옆에서 이찬혁이 꽤나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뭘 놀라고 그래. 네가 강해지는 동안 나는 놀았을 줄 알았냐?”

나는 피식 웃으며, 이찬혁의 어깨를 두드린 후에 정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마나 탐지를 사용해 보았지만, 무언가에 막혀 안쪽 상황을 읽을 수가 없었다.

부서진 성문.

그 뒤에 뭐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나 확실한 건, 케슬란과 선발대 일부가 이 성문을 지나갔다는 것이다.

“가자.”

나는 손에 쥔 검을 꽉 쥐면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성문을 넘는 순간, 피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성의 안쪽에는 선발대 일부와 케슬란으로 추정되는 시체들이 보였다.

시체들을 한번 훑어본 이찬혁이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전투를 벌인 모양이야. 2시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거대한 폭음이 일어나는 것이 들렸다. 마나 탐지를 다시 사용해 보니, 그쪽에서 다수의 마나가 느껴졌다.

“긴장해. 다 쫓아온 것 같으니까.”

“어.”

“그래.”

나는 마나 탐지를 이동해 간간이 남아 있는 몬스터들을 피하며 이동했다. 그러면서 김세아와 이찬혁에게 어떻게 할지를 설명했다.

“일단 바로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을 거야. 상황을 지켜본 뒤에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 들어간다.”

둘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나는 시야가 잘 보이는 고층 건물 위로 올라갔다. 김세아가 마법을 사용해 우리의 기척과 마나를 지웠다.

나는 시력을 키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마족?’

검은 날개와 꼬리를 가진 마족들과 선발대 무리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주위에 케슬란으로 보이는 것은 없었다.

나는 합류해도 된다는 판단을 했고, 김세아와 이찬혁과 함께 선발대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여기 쥐새끼가 숨어 있었네?”

정확히 건물 위를 넘어서 이동하던 도중, 마족 한 마리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나보다 두 배는 큰 덩치를 하고 있었다.

나는 먼저 앞으로 달려가 마족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너흰 저쪽에 합류해서 도와줘.”

이 마족 녀석을 상대하는 것은 나 혼자서도 충분했다. 마족 녀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이찬혁과 김세아에게 마법을 사용했다.

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번개의 춤을 사용하며 마나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이찬혁과 김세아에게 향하던 마법은 내 검에 의해 소멸되었다.

“빨리 끝내 볼까? 나도 빨리 끝내고 합류를 해야 해서.”

“네놈. 가지고 있어선 안 될 물건을 가지고 있구나.”

내 가슴 쪽을 쳐다보던 마족이 중얼거렸다. 채하나에게서 받았던 단검 아이템이었다. 뭔가가 느껴지는지, 정확히 아이템이 있는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게 뭔지 아나 보네?”

나는 품에 있는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마족의 표정이 더욱 살벌하게 변했다. 갑자기 투기를 끌어올리며 마기를 일으켰다.

“아주 잘 알고 있지. 그것만 있으면…….”

또한 마족의 눈에 강렬한 욕망이 피어올랐다.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들고 있는 단검 아이템이 이 던전에 핵심 아이템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아직 우리 쪽에 기회가 있었다.

“고맙다. 생각지 못한 정보까지 얻게 됐네. 보답으로 빠르게 죽여주마.”

검에 마나를 응축시켜 1단계 봉인을 풀었다. 그리고 이형환위를 사용해 마족의 뒤로 이동해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마족의 몸이 산산이 조각나며 터져 나갔다. 나는 단검을 다시 품에 집어넣고, 선발대가 있는 곳으로 합류했다.

선발대의 전투도 얼추 마무리되고 있었다. 김세아의 강력한 마법이 마족의 팔다리를 묶었고, 그 틈을 타서 선발대가 마족들을 정리했다.

이찬혁 또한 제 몫을 하고 있었다. 화려한 움직임으로 마족을 농락하며, 혼자 한 마리를 처리했다.

나는 번개의 춤으로 이찬혁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찬혁의 뒤를 노리던 마족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조심.”

“고맙다.”

“그런데 너네 길드장님은 보이지 않던데?”

이곳에 도착하면서 전체적으로 둘러보았지만, 그린나래 길드의 길드장이 보이지 않았다.

이 안에 있어서 최고 강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4대 원소 마법을 모두 다를 수 있는 마법사로, 절대 먼저 죽을 일이 없었다.

“어……?”

그제야 이찬혁도 주위를 둘러보며 길드장의 위치를 파악했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고, 전투가 끝난 다른 길드원들에게 길드장의 행방을 물었다.

그러곤 내가 있는 쪽으로 돌아왔다.

“간부들과 함께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는데.”

순간, 기시감이 온몸에 퍼졌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성 중앙에 있던 성 탑이 터지며, 강력한 마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나는 마나를 끌어 몸을 보호하며 외쳤다.

“다들 모이세요!”

내 외침을 들은 헌터들이 주위로 모이기 시작했다. 김세아의 가방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내 허공으로 던졌다.

그러자 아이템에서 빛이 나며 가루가 떨어졌다. 초록색 가루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며, 마기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었다.

“아마도 보스 몬스터를 건드린 것 같은데.”

김세아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이 정도의 기운을 뿜을 몬스터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마족들이 나왔던 것과 이번에 느껴진 강력한 마기를 느낀 결과,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 꽤 벅찬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그린나래 길드가 가지고 있던 아이템이 확실하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간부들끼리 먼저 움직였다는 것은 아마도 아이템을 뺏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섣불리 본대와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먼저 보스 몬스터가 있는 곳에 도착한 케슬란이 보스 몬스터를 건드린 것이다.

초록색 가루로 만들어진 소용돌이가 가라앉았다. 아까보다는 훨씬 농도가 낮은 마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 농도도 부담스러워 하는 헌터들이 있었다. 나는 다른 헌터들과 다르지 않게 힘들어하는 이찬혁을 보며 말했다.

“저들을 데리고 돌아가. 김세아 네가 다른 사람들을 지켜줘. 그리고 김세아 이건 네가 갖고 있어.”

김세아에게 단검을 넘겼다.

나는 뭔가 말하려 하는 이찬혁과 김세아를 두고 앞으로 달렸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어차피 이번 공략은 성공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공략에 실패하는 쪽으로 끌고 가는 것이 좋았다. 내가 할 일은 케슬란의 힘을 빼버리는 것이다.

알아서 자멸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린나래 길드 간부들을 데리고 이곳을 무사히 탈출하는 것이다.

점점 강해지는 농도로 인해 몸을 움직이는 것이 부자연스러워졌다. 나는 검을 잡고 두 번째 봉인을 풀었다.

전체적인 랭크를 9로 올리면서 비약적으로 힘이 강해졌다. 몸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너무나도 강해서, 검의 능력을 통해 봉인시켰다.

“후우.”

몸에서 끌어 오르는 힘을 느끼며, 나는 성 탑 가까이 다가갔다. 검은 안개로 가려져 있던 곳을 지나자, 처참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린 나래 길드 간부들로 보이는 자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정면에는 4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고, 붉은 뿔 세 개가 자라난 마족이 있었다.

그리고 마족을 바라보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거대한 등.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

어릴 적 내가 보았던 그 등이었다. 그토록 만나고 싶었으며, 영웅이 되고 싶다는 꿈을 만들어준, 진천우.

그러나 이곳에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진천우였다.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은 단 한 가지를 의미했다.

케슬란을 이끄는 대장.

바로 진천우가 그 대장이라는 뜻이었다. 내 기운을 느꼈는지, 살짝 고개를 돌린 진천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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