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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74화 (174/177)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74화

43장 S급 던전(1)

화염이 사라지며, 붉게 물든 검신이 드러났다. 화염 저항이 있는 나에게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페로가 내 검을 보며 탐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가지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가득해 보였다.

“그 검 맘에 드는데. 나한테 넘기면 목숨은 살려주지.”

“그럴 일은 없을 거라니까.”

나는 가벼운 스텝을 밟으며 앞으로 달렸다. 그러곤 들고 있는 검을 휘둘렀다. 페로의 몸이 흐릿해지면서 내 검을 피했다.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고, 몸에 걸치고 있는 아이템 능력 중 하나인 것 같았다.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지만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영체화인가?’

저런 능력을 쓰는 헌터가 있었다. 영체화를 쓰면 물리적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마법을 사용해서 영체화를 풀게 만들어야 했다.

나는 검사이지만 몇 개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마나를 끌어올리며 번개의 춤을 사용했다.

그러자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번쩍임이 일어나며 번개가 지면을 향해 내리꽂혔다. 정확히 흐릿한 형태를 하고 있는 페로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내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비하지 못한 페로의 몸이 부르르 떨리며 영체화가 풀렸다.

“크으으”

이제 물리적 공격도 통할 테니, 나는 검을 들고 앞으로 달렸다.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페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이번에는 푸른 막이 나타나며 내 공격을 막았다.

‘소용없어.’

콰아아앙!

푸른 막에 닿은 검이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은 푸른 막을 집어삼켰고, 페로가 누워 있던 일대가 짓눌렸다. 그 가운데에서 페로가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다.

1단계 기술인 폭발.

검에 응축시킨 마나를 폭발시키는 기술이었다. 화염 속성까지 깃들어 그 능력이 배가 되는 기술이었다.

한 번 사용하면 다시 마나를 응축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한 방 기술이 부족하던 내게는 아주 좋은 기술이었다.

“으아아아!”

자리에서 일어난 페로가 괴성을 지르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페로의 몸 주위로 하얀빛이 일어나더니 몸의 상처를 치유했다.

영체화에 방어막을 사용하며 이번엔 회복까지 사용하다니, 정말 아이템으로 무장한 녀석다웠다. 이다음에는 어떤 능력을 또 보여줄지 기대가 될 정도였다.

“…….”

아주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페로를 쳐다보며 나는 다시 검에 마나를 응축시켰다. 그리고 페로에게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다시 앞으로 달렸다.

그때, 지면이 꿈틀거리더니 내 발목을 잡아당겼다. 바닥으로 빨려 들어가며, 순간 부유감에 몸이 붕 떴다.

“안 통해.”

나는 발에 마나를 집중시키며 허공답보를 사용해 페로의 공격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허공을 질주하며 페로의 뒤를 잡고 검을 휘둘렀다.

푸른 막이 나타나 내 공격을 막아보지만 소용없었다. 또 한 번 같은 상황이 일어나며 페로가 바닥을 뒹굴었다.

이형환위를 사용함과 동시에 마나를 응축시킨 검을 휘둘렀다. 페로의 푸른 막이 바로 발동하지 않았고,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잠시 후 폭발이 가라앉았고, 페로의 모습은 형태조차 남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투기장에서 승리하셨습니다.]

[A급 투기장에 올라갈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올라가시겠습니까?]

나는 메시지 창을 보며 수락을 선택했다. 그러곤 투기장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페로 패거리들을 쳐다보았다.

중심을 잃어버린 패거리들은 이내 서로를 쳐다보며 견제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투기장을 나왔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백소교와 엘린을 만났다.

“올라오면서 페로 패거리들이 설치지 못하게 해줘.”

“예.”

“네!”

* * *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에 다 와 간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채하나가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다 왔다고?”

“아직 좀 더 가야 합니다.”

뒤에 앉은 강한수와 김세아는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마지막 날까지 김세아는 강행 훈련을 지속했고, 강한수가 옆에서 훈련을 도와주었다.

“긴장한 것 같지 않네?”

채하나의 말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긴장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S급 던전에 들어가는 것이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럴 리가요.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습니다.”

S급 던전 공략을 위한 준비는 끝이 났다. 그린나래 길드는 이미 던전에 돌입해서 공략을 진행 중이었다. 우리는 단검을 챙겨 랭커들과 함께 2차로 진입하기로 말을 맞춘 상태였다.

“걱정하지 마.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아무 일 없을 테니까.”

채하나도 저렇게 얘기하고 있지만 이 상황을 좋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린나래 길드, 세계 랭커, 국내 랭커, 거기다 케슬란까지, 변수로 작용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차는 산을 타고 중턱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검문을 하는 그린나래 길드원에게 신분증을 제시한 뒤, 좀 더 안으로 들어갔다.

“도착했습니다.”

내 말에 채하나가 안전띠를 풀고 자리에서 내렸다. 산길에 오르면서 땅이 고르지 않아 들썩거렸는데, 뒤에서 자던 둘은 그때 깬 모양이었다.

부스스한 채로 눈을 비비며, 차에서 내렸다. 나는 구석에 차를 세우고, 물건들을 챙겨서 김세아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하나 선배랑 한수 선배는?”

“지휘소로 상황을 알아본다고 들어가셨어.”

그 둘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나랑 김세아는 장비를 착용했다. 치명적인 공격을 한 번 막아주는 목걸이 아이템을 목에 걸었다.

양팔과 다리에는 물리, 마법 저항력이 달려 있는 보호대를 착용했다. 그리고 식량이 담긴 배낭을 메고, 벨트 포켓에는 텔레포트 주문서를 챙겼다.

“어?”

먼저 착용을 끝낸 김세아가 한 곳을 쳐다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포켓 주머니를 닫으며, 김세아가 쳐다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해미 길드?’

이번 작전에는 포함되지 않은 길드였다. 무리의 가장 앞에 서 있는 것은 해미 길드의 길드장 이자욱이었다.

그 뒤로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는 헌터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이곳을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몇몇 헌터의 무기에는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곳에 오면서 지키고 있던 그린 나래 길드소속 헌터의 피일 것이다.

옆에 있던 헌터가 해미 길드를 바라보더니 소리쳤다.

“막아!”

주위에서 대기 중이던 헌터들이 해미 길드를 막기 위해 거대한 인간 울타리를 만들었다.

가장 앞에 서 있던 이자욱이 입꼬리를 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중앙에 있던 헌터들의 몸이 터져 나갔다.

울타리에 거대한 틈이 생겼을 때 이자욱이 뒤에 있는 무리를 향해 외쳤다.

“모두 죽여라.”

일단은 수적으로 해미 길드가 열세인 상황이었다. 어림잡아도 10배 이상은 차이가 나는 수였다. 거기다 이곳에 먼저 도착한 헌터 중에는 랭커들도 있었다.

잠자코 지켜보던 랭커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자욱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곧 서로의 무기가 격돌하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나와 김세아는 현장에 합류하기보다는 뒤로 물러서는 것을 선택했다. S급 던전 공략에 필요한 아이템이 우리에게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S급 던전에 들어가야 했다.

이런 곳에서 힘을 뺄 수는 없었다.

지휘소에 있던 간부들도 밖으로 나와 상황을 파악했고, 곧장 주위에 있던 다른 헌터들도 불러들이며 해미 길드를 저지했다.

우리 뒤로 채하나와 강한수가 다가왔다. 이자욱을 쳐다보던 채하나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역시나. 저 양반 포기를 모르네.”

“예?”

채하나의 말을 들어보면, 마치 이자욱이 이곳에 올 것을 예상한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이 산 일대에서 기분 나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리를 한 번 쳐다보던 채하나가 품에 있던 단검을 나에게 건넸다. 나는 단검을 받아 품에 넣으며, 채하나를 쳐다보았다.

“이건 왜?”

“안에는 너희 둘이 들어가. 아무래도 나랑 한수는 여기서 시간을 끌어야 할 것 같네.”

“그럼 다 같이 시간을 끄는 게…….”

“아니. 어차피 조금 있으면 랭커들이 도착할 거고, 안에 있는 그린나래 길드에게도 이 상황을 알려야지. 그래야 저 기분 나쁜 기운을 내뿜는 케슬란을 막을 수 있지 않겠어?”

현장을 포위하듯 다가오는 다수의 후드 무리가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후드에는 하나같이 케슬란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파이어 헬.”

채하나의 입에서 영창이 일어남과 동시에 몸집만 한 파이어볼 수십 개가 나타나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곧,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산을 초토화시키며, 후드 무리들을 불태워 버렸다. 하지만 그 뒤로 더 많은 후드 무리가 나타났다.

“빨리 가.”

채하나는 귀찮은 듯 손으로 포털을 가리켰고, 옆에 있던 강한수가 검격을 날리며, 채하나에게 투덜거렸다.

“제가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까?”

“안 돼.”

그들을 보며, 나와 김세아는 포털로 몸을 던졌다.

* * *

채하나는 사라지는 둘을 보고는 다시 마나를 끌어올렸다. 밑도 끝도 없이 몰려드는 후드 무리를 바라보니 피가 끓어올랐다.

평생 사무실에서 서류만 정리하다가 남은 생을 보낼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파이어 버스터!”

후드 무리가 이쪽을 다가오려고 땅을 딛는 순간, 지뢰가 터지듯 바닥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후드 무리를 집어삼켰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한수가 입을 열었다.

“쟤네 둘만 보내도 괜찮을까요?”

“어. 너도 겪었잖아? 지금의 오유성은 우리 둘이 상대해도 버겁다는 거. 그런 놈이 갔으니 괜찮을 거야.”

* * *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하나의 길이었다. 주위는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고, 길에서만 미약한 빛이 흘러나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었다.

길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거대한 성이 보였다.

“저긴가.”

가야 할 길이 멀었다.

나는 김세아와 함께 길을 따라 달렸다. 길 주위에는 검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주위가 어두워 보였던 것이다.

삭!

경계를 하고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날아든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바닥에 박힌 화살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순간, 나는 마나 탐지를 사용했고, 적의 위치를 찾아냈다. 이형환위로 적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마나 블레이드를 이용한 공격으로 인해,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마나 블레이드로 인해 피어오른 불꽃이 나무에 옮겨붙었지만, 불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불이 어둠에 잡아먹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분 나쁜 곳이야.”

다시 길로 돌아오니, 김세아도 마법을 사용해 이곳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었다.

마인.

곧, 김세아의 마법으로 마인이 정리되었고, 우리는 다시 길을 따라 이동했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간간이 마인들이 나타났지만,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선발대는 괜찮을지 모르겠네.’

한 번 정리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아마 선발대는 상당한 마인들을 상대했을 것이다.

피해는 없을 수도 있지만, 체력적으로 지칠 수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다수의 무리가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뭐지?’

선발대라고 떠난 수라고 하기에는 인원이 매우 적었다. 그리고 곧 그 무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철컥!

나와 김세아가 다가서자, 무리 지어 있던 헌터들이 무기들을 꺼내 들며 우리를 향해 겨누었다.

“누구냐.”

“아이리스 길드의 오유성입니다.”

그리고 곧, 무리가 반으로 갈라지며 누군가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머리에서 흐른 피가 굳어 있는 이찬혁이었다.

한쪽 팔은 부러졌는지 덜렁거렸다. 입고 있던 옷들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고, 몸에 가득한 상처들과 멍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애써 참으며, 이찬혁을 쳐다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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