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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73화 (173/177)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73화

42장 준비(3)

음식을 다 먹고 일어나려고 할 때 입구 주위가 어수선해졌다.

음식점 주인인 투사가 뭔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문밖에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표정이 여러 번 변하는 걸 보니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조금 있으면 경기 시작하겠네요.”

우리 셋 중 가장 먼저 경기가 있는 백소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 엘린은 백소교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에 있는 음식 접시들은 싹싹 비워져 있었다. 나는 다음에 먹어 볼 음식을 떠올리며, 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나가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았다.

우리 말고도 음식을 다 먹은 투사들이 입구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고개를 움직이며 문밖을 쳐다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B급 투기장의 실질적 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페로였다.

페로의 뒤로는 패거리가 우르르 몰려 있었고, 문 바로 앞에는 음식점 주인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말을 듣지 않겠다 그거지?”

“상납금을 그렇게 갑작스럽게 올리면…….”

“하아.”

페로가 가벼운 한숨을 쉬더니 그대로 발을 들어 음식점 주인의 머리를 걷어찼다. 투기장 밖에서의 전투는 어떠한 피해도 가지 않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다.

‘기분만 더럽지.’

나는 건물 안에 있어 음식점 주인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 반응으로 인해 대충 감이 왔다.

“그러니까. 상납금을 못 내겠으면 저 위로 올라가던가. 가게를 내놓으라니까.”

“원하시는 상납금을 다 내면 저에게 남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페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곤 자세를 낮추며 음식점 주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뭐. 난 길게 말 안 해. 여기에 너 같은 놈이 한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죽어라.”

뒤를 돌아 자신의 패거리들을 쳐다본 페로가 입을 열었다.

“다음 투기장에서 이 녀석을 만나면 죽여 버려. 그리고 가게는 신입 네가 맡아라. 원래 세계에서 요리를 좀 했다고 했지?”

“옙.”

페로는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주위에 몰려 있던 구경꾼들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문밖에 무릎을 꿇고 있는 음식점 주인은 먼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게 안에 있던 투사들도 눈치를 보더니 밖으로 나갔다. 백소교는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짓더니 나를 쳐다보았다.

“맘에 안 드네요.”

나 역시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게.”

“아니, 왜 반항조차 안 하는 걸까요. 진짜 페로 녀석 말대로 위로 올라가서 A급 투기장에 가버리면 될 것을.”

“지금의 생활에 만족을 했겠지.”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아도 살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내다 보면, 어떤 사람이라도 무뎌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한 번 벽을 겪었을 것이다.

그 상대가 페로가 아닐지라도, 페로의 패거리에게 당했다면 쉽게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또다시 붙어도 질 거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B급 투기장만의 순리에 따르며 살았을 것이다.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던가.”

신경을 끄고 싶었지만, 음식점 주인의 음식을 다시는 못 먹을 수 있다는 게 아쉬웠다. 무엇보다 지금의 절망 어린 표정에는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먼저 가 볼게요.”

“그래. 경기 잘하고 와. 난 저 사람과 볼일이 있을 것 같아서.”

“알겠어요. 빨리 끝내고 다시 올게요.”

백소교는 엘린을 데리고 투기장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가며 주인장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래도 단골 손님이라고 우리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같이 안 가십니까?”

음식점 주인이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잠깐 얘기 좀 할까요?”

나와 음식점 주인은 테이블 잡고 앉았다. 잠시 입을 닫고 있던 음식점 주인이 입을 열었다.

“아, 일단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음식점 주인인 투사의 이름은 제피로였다. 현실 세계에서는 누군가의 병을 고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취미로 요리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 제피로는 페로와 만나서 한 번 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 뒤로 음식점을 맡아 장사를 하며, 페로에게 상납금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상납금을 올렸습니다. 제가 벌고 있는 모든 캐슬을 바치라고 하더군요.”

“왜 그러는지도 아나요?”

“이번에 A급 투기장이 있는 구역에서 엄청난 아이템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 그것을 사기 위해 그런 걸 겁니다.”

“음식 솜씨를 봤을 때는 꽤나 많은 캐슬을 버셨을 텐데 페로를 이길 정도의 실력이 안 되는 건가요?”

내 말에 제피로는 아련한 눈빛을 만들어냈다. 눈이 파르르 떨렸고, 곧,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는 현실에서 불치병에 걸렸고, 이제 살 수 있는 날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 저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많아서 쉽게 눈을 감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살기로 마음을 먹고 투기장에서 열심히 캐슬을 벌었죠.”

“…….”

“그러다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아이템이 페로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엘릭서. 그것을 사기 위해 저는 필사적으로 캐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내일까지만 장사를 하면 엘릭서를 살 수 있었는데…….”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해가 되었다. 한마디로 페로라는 녀석은 제피로를 가지고 논 것이었다.

실제로 엘릭서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줄 마음도 없었을 것이다. 제피로의 뛰어난 요리 실력을 이용해 캐슬을 모았을 뿐이었다.

“지금껏 모은 캐슬도 이제는 쓸모가 없게 됐습니다. 내일이면 전 죽게 될 테니까.”

“어차피 일주일 후면 죽는 거 아니었나요?”

“일주일이면 못해도 300명 이상의 진료를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제가 봐주고 있는 환자들은 다들 돈이 없어 다른 의원에게는 가지도 못합니다.”

제피로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내심 살짝 놀랐다. 투기장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았지만, 제피로의 감정이 내게 전해졌다.

“오늘은 돌아가게 되면 최대한 진료를 많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작별 인사할 시간도 부족할 것 같네요.”

나는 제피로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페로에게 엘릭서는 없어.’

투기장에서는 애초에 치료제가 필요하지 않았다. 결투가 끝나는 즉시 치명상 정도는 치료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투기장에 왔을 때는 모든 부상이 치료되는 곳이었다.

애초에 물약 관련 돼서는 수요가 없으니, 공급이 될 리가 없었다. 나는 포인트 상점을 열어 엘릭서의 가격을 확인하고 제피로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모아둔 캐슬이 어느 정도에요?”

“980만 캐슬 정도 모았습니다.”

“제가 엘릭서를 드리죠. 가격은 500만 캐슬이에요. 사시겠어요?”

“정말입니까?”

“예.”

* * *

나는 가지고 있던 캐슬을 모두 포인트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엘린에게 모두 맡겼기 때문에 캐슬을 가지러 투기장에 잠깐 들렀다.

그리곤 변환한 500만 포인트를 이용해 엘릭서를 구매했다.

“여기 있습니다.”

“아…….”

제피로는 내가 건넨 엘릭서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러곤 엘릭서를 챙겨 품에 집어넣고, 품에 있던 캐슬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나를 쳐다보는 제피로의 표정은 뭔가를 포기한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건넨 엘릭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런 것처럼 보였다.

“그거 진짜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사실 진짜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저도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오면서 깨끗하지만은 않으니까요. 그래도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뭐죠?”

“페로를 무너뜨려 주십시오. 여기 남은 450만 캐슬입니다.”

제피로가 건네는 주머니를 받아 들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의뢰를 받아들이겠습니다.”

* * *

나는 가게에서 나와 투기장으로 향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내 경기 시작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투기장으로 가는 길에 백소교와 엘린을 만났다.

엘린의 경기까지 모두 끝내고 오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고 백소교가 설명했다.

“그래서 이야기는 잘 끝났어요?”

“어.”

백소교와 엘린은 다시 방향을 틀어 투기장으로 같이 이동했다. 투기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투사가 모여 있었다. 아마도 오늘의 빅 매치 때문일 것이다.

명실상부 이곳의 최강자라고 불리는, 페로의 경기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페로를 상대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아까 저희가 나올 때보다 더 많아진 것 같네요.”

“으. 머리가 어지러워요.”

엘린이 부쩍 많아진 투사들을 보며 질색했다. 우리는 비교적 사람이 적은 곳으로 이동했고, 가장 먼 좌석에 앉았다. 투기장에 경기가 잘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

“저놈 페로 패거리 중에 하나네요.”

백소교가 경기장을 보며 말했다. 엘린 또한 백소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나 또한 안력에 마나를 집중하여 시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멀어 보였던 투기장 중심이 꽤 선명하게 보였다. 백소교가 알려준 기술로 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백소교가 엘린에게도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엘린은 기본적으로 타고난 시력이 뛰어나 필요 없다고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백소교가 10분 정도 삐진 척을 한 적이 있었다.

“저게 경기에요?”

투기장에서는 꽤나 싱거운 상황이 일어났다. 페로 패거리 녀석이 가지고 있는 휘황찬란한 아이템들을 사용하며, 상대를 농락했다.

‘이런 식이었군.’

내 경기 외에는 관심이 없어서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는 저런 결투가 보였어도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 보니 페로 패거리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이 하나같이 성능이 뛰어났다.

몇 번 상대해 본 적이 있어서 단순 무기가 좋은 것을 들고 있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페로 패거리였던 모양이었다.

“다음 경기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지막 경기입니다!”

진행자의 말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지고 있던 980만 캐슬을 모두 엘린에게 건넸고, 빛이 일어나며 내 몸이 이동했다.

투기장 대기실.

그곳에서 눈을 뜬 나는 성장형 무기를 소환했다. 예전보다 더욱 예기가 발하고 있었고, 손잡이와 검신에 새겨진 문양이 진해졌다.

던전을 돌면서 나오는 마석들을 모두 먹였더니 외관상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페로를 상대할 선수는 연승 무패를 기록하고 있는 오유성입니다!”

나는 환호 소리와 함께 투기장 중심에 섰다. 앞에는 아까 보았던 페로가 거들먹거리고 있었다.

투구를 제외한 페로가 입고 있는 갑옷에서 풍기는 기운이 강했다.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제피로가 전 재산을 넘겼다지? 그게 원래 내 거라서 말이야. 그냥 돌려준다면 고통스럽게 하지는 않을게.”

나는 페로를 쳐다볼 뿐, 입을 열지 않았다. 진행자의 입에서 시작이라는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시작!”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검을 들어 페로를 향해 휘둘렀다. 검 끝에서부터 피어오른 마나 블레이드가 페로에게 쇄도했다.

콰아앙!

거대한 충격과 먼지가 일어났다. 하지만 페로는 자리에 선 채, 한 발자국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입고 있던 갑옷에는 생채기 하나 나 있지 않았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는 페로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넌 내가 가장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나는 그런 페로를 보며 웃었다.

“걱정 마.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그리곤 성장형 무기에 마나를 흘려 넣었다. 붉은 화염이 끓어 오르더니 검신에 그려진 용 문양이 게이지가 차듯 달아올랐다.

성장형 무기가 엄청난 성장을 이뤘고, 그대로 들고 다닐 수 없어 발칸의 조언으로 3단계로 나누어 힘을 봉인했다.

‘다 됐군.’

그리고 용 문양이 빨갛게 달아올랐을 때, 성장형 무기에 변화가 찾아왔다.

1단계 봉인 해제.

페로 녀석을 상대하기에는 1단계 정도면 충분했다.

“아까 건 간지러웠지. 인사 정도는 했으니 바로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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