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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70화 (170/177)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70화

41장 배팅(3)

뉴스의 내용은 간단했다.

내가 케슬란과 손을 잡고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켰다는 내용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소개하고 있었다.

제보자나 추측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은 없었다.

속 빈 강정이지만 사람들은 열광할 것이다. 아니, 사람들뿐만 아니라 기자들도 신났을 것이 분명했다.

이번 사건에는 소스가 넘쳐흘렀다. 온 세계에서 사건을 일으키는 케슬란, 길드 대항전에 우승한 아이리스 길드의 오유성, 이 두 개만으로도 써낼 기사가 수십 가지였다.

거기다 헌터 협회까지 가담했다.

‘퍼질 대로 퍼졌겠군.’

온 포털 사이트에 도배됐을 기사들이 예상됐다. 어차피 기사에도 별다른 내용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추측성 기사일 테니까.

일단은 채하나와 김세아를 만나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도모하기로 했다. 나는 가볍게 씻고 나서, 숙소를 빠져나왔다.

길드 건물에 도착하자 싸한 느낌이 들었다. 주위를 가볍게 둘러보니, 나를 쳐다보는 길드원들의 시선이 이전과 달랐다.

뉴스를 믿든 믿지 않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저런 반응을 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더 안 좋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집무실에 도착해 노크를 하니, 안에서 김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채하나의 집무 책상은 평소와 다르게 깔끔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채하나의 집무실에 채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긴급회의 때문에 올라가셨어.”

내 표정에서 티가 났는지 김세아가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나는 김세아가 있는 곳으로 가서 옆자리에 앉았다.

“넌 언제 온 거냐?”

“20분 전? 전화를 하도 안 받아서 네 숙소까지 찾아가려다가 너한테 전화가 와서 바로 올라왔어. 여기 올라왔을 때 하나 선배가 긴급회의하신다고 올라간 거야.”

“분위기는 어때?”

“일단은 헌터 협회에선 발 빼고 있는 상황이야. 꼬리 자르기 식으로 사람을 이용해 사건을 벌인 거지. 겉으로는 자신들이 하지 않았다고 언론플레이 하면서.”

정확히는 케슬란에 넘어간 간부들일 것이다. 그것도 협회에서 권력을 부릴 수 있는 간부 중 하나가 분명했다.

띠리링!

때마침 한민찬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이번 사건 아마도 협회장이 벌인 것 같다.

너무나도 엉뚱한 존재가 튀어나왔다. 나를 노렸던 것은 부협회장이었고, 당연히 이번 사건 역시 부협회장의 선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다.

“부협회장이 아니라요?”

-부협회장은 현재 실종 상태야. 조사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된 사실인데, 확실한 증거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려서 얘기하지 못했다.

“실종…… 이라고요?”

-그래. 현재 부협회장의 자리는 공석이고, 부협회장의 일은 특수부 부장이 대신 처리하고 있었다. 너를 납치했던 특수부 소속도 다 한패였다는 거지.

수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부협회장을 없애버리고 그 자리까지 먹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부협회장은 쉽게 당할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S급 던전에 관심이 있다는 정보는 아마도 거짓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말 S급 던전에 관심을 가졌고, 그 과정에서 케슬란 녀석들에게 당했을 확률이 높았다.

‘이번엔 모든 걸 들어야겠어.’

저번에 아주 조금의 내용을 들은 적이 있었다. S급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선 A급 던전의 공략이 필수라고 들었다.

아마 부협회장도 그런 과정에서 A급 던전을 돌아다니다가 케슬란에게 당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실종인 것을 보면 아마 돌아오기 힘들어 보였다.

“그럼 그놈들은 어떻게 됐죠?”

-일단은 증거가 너무 확실해서 빠져나가기는 힘들 거야. 근데 네 소문에 대해선 아마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검찰에서도 연이 있는지 이번 사건에 간섭하기 시작했어.

“그럼 하나만 물어볼게요. 이번 사건 제가 바로 구속되는 건가요?”

-바로는 아닐 거야.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고, 확실한 증거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위에서 움직인다면 그런 증거쯤은 가뿐히 만들어내겠지. 구속 영장이 발부되는 것도 시간 싸움일 거야. 그전에 나도 최대한 방법을 찾아볼게.

“감사합니다.”

-널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나야 좋지.

한민찬과 통화를 마치고, 나와 김세아는 채하나를 기다렸다.

회의가 조금 길어졌고,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고서야 채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짜증 섞인 얼굴의 채하나가 가벼운 한숨을 내뱉으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일단 길드에서는 전적으로 네 편을 들어주기로 했어. 간부들의 의견이 갈렸지만 길드장님이 너를 믿는 쪽에 손을 들었어. 아닌 거 확실하지?”

“이젠 변명하기도 입이 아플 정도입니다.”

“그래. 길드에서 이런 소식에 대해 강력 대응을 하겠다는 기사를 내보낼 거야. 그걸로 대책을 세울 시간을 벌겠지.”

얼추 하루 이상의 시간을 벌었다. 김세아와 채하나가 어떤 방법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나 또한 방법을 떠올려보았다.

-어허…… 네 이름, 지금 인터넷에 완전히 도배됐다.

갑자기 발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전음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의념을 보냈다. 이렇게 하면 발칸과 대화가 가능했다.

“알고 있다. 안 그래도 지금 그것 때문에 방법을 찾는 중이야.”

-예전에 이런 것과 비슷한 경우가 있었지. 투기장에서도 질이 안 좋은 스폰서들이 있다. 내가 데리고 있던 투사 하나가 그들과 얽히면서 평판이 쓰레기가 되면서, 다른 투사들에게 외면을 받게 되었지.

“어차피 투기장이 아닌 곳에서는 공격할 수 없으니 큰 문제는 없지 않아?”

-그래. 하지만 다른 투사들이 내가 데리고 있던 투사들에게 아무런 장사도 하지 않았다. 투기장에서 만나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죽이려고 했지.

발칸의 말대로 내 상황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뒤에 나오는 발칸의 말에 집중했다.

-그래서 내가 방법을 알려줬지.

“뭔데?”

-그 스폰서가 데리고 있는 투사들을 쓸어버리라고 했지. 그때부터 내 투사는 질 안 좋은 놈들을 쓸어버렸고, 오해를 깔끔하게 풀어냈지.

나는 발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자 김세아와 채하나가 나를 쳐다보았다.

“왜?”

“무슨 일이야?”

“방법이 생겼습니다.”

발칸의 이야기 속처럼 모든 것을 쓸어버릴 수는 없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나는 채하나를 보며 말했다.

“길드에서 물자에 관한 것도 지원이 되는 겁니까?”

“필요하다면.”

“그럼 제가 적는 것부터 당장 가져다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옆에 있던 김세아가 입을 열었다.

“나도 도와줄게.”

“좋아. 그럼 전투 준비를 한 뒤에 이곳에서 다시 보자고.”

나는 포인트 상점을 열어서, 조금 비싼 추적기를 구매했다. 그러곤 추적기에 케슬란에 관한 것을 입력하여 정보를 얻었다.

‘한 대 맞았으니 내가 폭탄을 던질 차롄가.’

* * *

잔잔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광장의 중앙에 있던 남자는 기타 하나와 자신의 목소리만 가지고 광장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나는 기타 커버에 동전을 던지고는 노래를 부르던 사람에게 웃어주었다.

노래를 부르는 중이라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나는 사람들의 무리를 뚫고 나왔다.

“내가 이런 식으로 파리에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네.”

김세아가 샌드위치와 커피를 내게 건네며 말했다. 나는 그것들을 받고 김세아와 함께 걸었다. 근처에 있는 계단에 앉아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었다.

“다음에는 일 말고 놀러 오자.”

내 말에 김세아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무슨 상상을 하는지 올라간 입꼬리가 쉽게 내려오지 않았다.

“좋지.”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우리는 에투알 개선문으로 이동했다. 웅장한 구조물과 조명들이 에투알 개선문을 더욱 힘차 보이게 만들었다.

나풀레옹이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이야기만 알고 있었다. 몬스터가 나타난 뒤로, 인간의 역사는 한쪽으로 밀려나서 접할 기회가 적었다.

그래도 각 나라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곳들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아서 알고 있었다.

파리의 랜드마크는 에펠탑이지만, 오늘 볼일은 에투알 개선문 쪽에 있었다.

“직진.”

나는 왼손에 든 추적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었다. 100m 정도 떨어진 곳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곳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었다.

삐빅!

추적기가 신호를 보냈고, 나는 마나 탐지를 사용했다. 내 바로 앞에 서 있는 건물 안이었다. 문으로 다가가 노크를 했다.

안에서 들리던 시끄러운 대화 소리는 내가 노크를 하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번 노크를 했고, 이번엔 누군가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렸다.

끼이익!

살짝 열린 문틈으로 헌터 복장을 한 남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나는 그를 보며 씨익 웃고는 문을 활짝 열었다.

나는 재빨리 남자를 발로 걷어차며 안으로 들어갔고, 뒤이어 들어온 김세아가 문을 닫았다.

안에는 남자 이외에도 1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각자 날카로운 무기들을 들고 있었고, 케슬란 조직을 뜻하는 문양이 그려진 문신을 하고 있었다.

“잘 찾아온 모양이네.”

그중 대장으로 보이는 외국인 헌터가 내 쪽으로 걸어 나왔다. 갈색 머리에 갈색 눈을 한, 수염이 긴 남자였다.

케슬란 프랑스 지부장 알랭.

한 달 전, 프랑스 랜드마크인 에펠탑을 무너뜨렸으며, 주위에 관광객들을 쓸어버린 악질 범죄자였다.

“채하나 선배에게 연락 좀 해줄래? 기자들 좀 모아달라고. 최대한 많이.”

“그래. 살살 하고.”

“그건 좀 힘들겠네.”

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후려쳤다. 마나가 가득 실린 한 방이었고, 남자는 맥 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뒤에서 무기를 꺼내는 케슬란 조직원들을 보며, 나도 검을 소환했다.

“나도 있어.”

안을 완전히 정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3분도 채 되지 않았다. 나는 가지고 있던 헌터용 수갑을 이용해 그들을 제압했다.

“1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그럼. 한 곳 더 들렀다 가도 되겠네. 어디 가보고 싶어?”

“스위스?”

“그럼 스위스에 있는 인터라켄이라는 도시로 와.”

나는 케슬란 프랑스 지부장의 멱살을 잡은 채, 텔레포트 주문서를 사용했다.

* * *

웅성웅성.

채하나는 바글거리는 기자들을 보며 속이 타들어 갔다. 오유성의 부탁으로 기자들을 모았다. 그것도 듣보잡 기자들까지 싹 다 끌어모은 상태였다.

“아이리스 길드의 입장 발표는 언제 하는 겁니까?”

기자 한 명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채하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단상으로 올라갔다.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이 상황 자체가 독이 될 수 있었다.

주위에 앉아 있는 간부들의 눈빛에서는 레이저가 쏟아지고 있었다. 채하나는 그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기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이리스 길드의 채하나입니다. 지금부터 아이리스 길드의 입장 발표를 하겠습니다. 질문은 제가 할 말을 모두 한 뒤에 받겠습니다.”

쿵!

그때 천장에서 마법진이 그려지며,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 밑에 있던 기자는 놀란 나머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쿵! 쿵!

그 뒤로 두 번이나 무언가가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은 기다리고 있던 오유성과 김세아였다.

오유성은 주위에 있는 기자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셨군요. 제가 케슬란이 아니라는 증거를 가져왔습니다. 케슬란 프랑스 지부장 알랭, 스위스 지부장 리그리, 런던 지부장 제이슨입니다.”

채하나는 오유성의 말에 기겁하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나같이 1급 범죄자에 해당하는 케슬란 조직의 간부들이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케슬란의 간부란 간부는 다 잡아다가 헌터 협회에게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오유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자들의 셔터 소리가 기자회견장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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