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역대급 수련-167화 (167/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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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 167화

40장 헌터 협회(4)

어느새 공손해진 강준이 무릎을 꿇은 채,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했다. 얼굴은 부어 있었고, 피가 굳어서 꽤 불쌍한 행색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지시를 내린 사람이 부협회장 신문석이라는 거지?”

“예. 그렇습니다.”

모든 언론이나 TV에서는 협회장에 관한 것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부협회장에 대해선 일반 사람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헌터들의 세계에서는 누구나 아는 유명 인사였다. 신문석이 부협회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스토리가 마치 소설과 같기 때문이다.

신문석은 유년기를 고아원에서 보냈다. 그다음 성인이 된 뒤에 재능을 각성했다.

어둠 위를 걷는 자.

간단히 설명하면 암살자라고 볼 수 있는 재능이었다. 한번 은신을 하면, 웬만한 마나 탐지에는 걸리지도 않았다.

거기다 세 번의 타격으로 적을 죽일 수 있는 사기적인 공격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신문석은 그 능력을 가지고, 특수부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은신으로 인해 정보를 모으는 것에 뛰어났고, 암살 능력으로 범죄자들을 토벌했다.

그중 유명한 일화가 파르나 조직의 두목인 파르나를 죽이는 것이었다. 당시 케슬란과 비슷한 유명세를 가지고 있던 파르나의 두목을 단숨에 처리해 버린 것이다.

단독 임무였고, 성공적인 임무 완수와 함께 신문석은 특수부 부장으로 승진했다.

그 뒤로 여러 커리어를 쌓으며 부협회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헌터들은 오히려 협회장보다는 신문석을 더 동경했다.

‘무슨 생각인 거지.’

그런 작자가 케슬란과 손을 잡았다는 것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강준을 통해 들은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 신문석이 협회장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이유였다. 워낙 야망이 높은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지금 협회장인 황무진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신문석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얻을 것이다.

‘케슬란과 뭔가를 하려고 하는 건가.’

둘째, 특수부를 해산시키려고 한다.

강도 높은 임무에 특수부를 배치했고, 꽤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거기다 새로운 인원을 충원하지만, 그런 놈들이 눈앞에 있는 강준 같은 놈들이었다.

“그럼 너는 특수부에 어떻게 들어간 거지?”

“당연히 시험을 치고 들어갔죠.”

특수부를 뽑는 것은 특수부 부장의 권한이었다. 그리고 현 특수부 부장은 협회장의 라인이었다.

너무나 난해한 정보들이었다. 어떻게 이어볼 수도 없었다. 이럴 때 진실의 물약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포인트 상점에서 구하기에는 너무 가격이 높았다.

하루빨리 다른 스탯도 8랭크까지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낭비할 수 없었다.

“부협회장이 S급 던전에 관심이 많다고?”

마지막 정보가 S급 던전에 관한 것이었다. 그린 나래에서도 지금 S급 던전 공략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예. 이건 제가 따로 뒤를 캐서 알아낸 사실입니다.”

비굴한 웃음을 짓고 있는 강준을 보자니, 쉽게 믿음이 가지 않았다. 어차피 얻어낼 정보는 더 없어 보였고, 아무래도 전문가에게 이 일을 넘기는 것이 편했다.

벌컥!

때마침 문이 열렸고, 한민찬과 김세아의 모습이 보였다. 한민찬과 김세아는 안쪽 상황을 보고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빨리 왔네요?”

* * *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한민찬이 믿을 만한 검사 친구를 데려왔고, 영장 발부는 순식간에 처리되었다.

검사와 한민찬이 특수부를 데리고 조사를 시작했다. 검사 밑에 있는 경찰 헌터들도 같이 왔기 때문에 안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나는 김세아와 함께 숙소로 복귀했다. 한민찬이 나중에 나를 찾아와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고 했고, 내가 그곳에서 더 할 일이 없었다.

숙소로 돌아와 보니, 김세아의 방에 박영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웃으며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 매니저가 찾아와 박영주를 데리고 갔다. 휴식 기간이 조금 남았지만, 이런 상황에 제주도에서 더 지내기는 힘들 것 같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이런 걸 보면 기자들이 일을 참 잘해.”

뉴스에서는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정상적인 던전 브레이크에 대해 다뤘고, 박사들과 인터뷰하는 내용이었다.

이번 사건은 구린내가 나는 협회에서 덮어보려 했어도, 힘든 사건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제주도 절반 이상을 날려 버릴 만했으니까.

-이번 던전 브레이크에 대한 협회의 대처도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어떤 것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겠습니까?

-첫째로 신고를 받았음에도 현장 처리가 안일했다는 점입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더 이상 뉴스를 볼 필요가 없었다. 나는 채널을 돌리며, 볼만한 것을 찾았다.

TV에서 시선을 거둔 김세아가 나를 보며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뭘?”

“협회를 상대로 이길 자신 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협회랑 싸울 생각은 없었다. 내가 협회를 건드리겠다고 한 것은 케슬란과 붙어먹은 놈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기려는 게 아니야. 범인 색출이지.”

“으음.”

내가 들었던 내용을 공유했기 때문에 김세아도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김세아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난 아무리 봐도 부협회장이 벌인 짓은 아닌 것 같아.”

“왜.”

나도 같은 생각이지만, 이유가 궁금했다. 김세아는 내 말에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뭐랄까. 느낌? 부협회장이 지금까지 쌓은 커리어만 봐도 말이 안 되잖아. 지금까지 한평생 범죄자를 잡은 사람이 범죄에 가담한다는 게.”

“알다가도 모르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최근에 많이 느끼는 것이었다. 내가 봤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잡은 케슬란 일당은 어떻게 됐어?”

“협회에서 추가 심문을 한다고 데려갔어.”

“그놈들이 뭐라고 얘기했는지 들어보고 싶은데.”

케슬란 일당에서 뭔가를 얘기했으니, 강준 일행이 나를 쉽게 빼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박동식의 반응까지 더하면 확실했다.

‘내 힘.’

아마도 부대장은 자신들의 부하가 잡혔을 때의 상황도 예상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들이 원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직접 물어보긴 힘들겠네.”

이미 협회 쪽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팀장격이었던 놈은 확실히 살아 돌아가 이 상황에 대해 알릴 것이다.

“아마 길드장들은 심문 내용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박나윤이 고준석과 한패였다는 것을 불었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 놀랍지는 않았다. 혼자 죽게 된 마당에 박나윤이 아쉬울 것이 없으니, 고준석에 대해서도 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고준석은 지금 어디 있는데?”

“협회와 각 길드에서 추적 중이야. 조만간 잡히겠지.”

“조사단은 자연스레 해체되었겠네.”

조사단이 유지되었다면, 고준석에 대한 추적도 길드나 협회가 아닌 조사단이 진행했을 것이다.

해체된 큰 이유는 박나윤과 고준석 때문일 것이다. 조사단의 멤버와 협회의 심문 헌터가 케슬란과 내통한 마당에 서로 믿을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협회는 어떻게든 길드들보다 먼저 찾아내 고준석을 처리할 확률이 높았다. 여러모로 그러는 편이 협회에게는 깔끔할 것이다.

심문 헌터이다 보니, 알게 모르게 많은 것들을 알고 있을 것이고, 그것들이 길드에 들어가게 되면 협회에도 상당히 불리한 것들이 많을 것이다.

“어, 우리도 내일 복귀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어. 돌아가는 대로 상황 보고를 하게 되겠지.”

“내일 돌아가게 되면 대체 뭔 일이 일어나는 건지 알 수 있겠네.”

* * *

“고생했어.”

평소보다 더 피곤해 보이는 채하나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눈그늘이 눈 주위를 물들였고, 며칠째 씻지 못했는지 머리에 기름기가 흘렀다.

“괜찮으십니까?”

“아니.”

내 질문에 채하나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그러곤 자신의 업무 책상에 올려져 있는 산더미 같은 자료를 손으로 가리켰다.

“평소엔 저게 임무에 관한 거였는데. 지금은 이번 사건에 대한 게 저 정도야.”

채하나는 다시 손을 움직여 구석에 쌓인 문서들을 가리켰다가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직 임무에 관한 건 처리하지도 못했어.”

김세아는 미리 준비해 온 컨디션 회복제를 따서 채하나에게 건넸다. 채하나는 고맙다고 받으며 한입에 털어 넣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 지금 상황이 복잡하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예.”

“특히 오유성 너는 이 사건에 너무나도 깊게 얽혀있어. 더 이상 엮이면 길드 측에서는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어. 어찌 됐건 길드 또한 협회에 속해 있다고 봐야 하니까.”

채하나의 손짓에 책상 가장 위에 있던 문서가 날아와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고준석을 잡았고, 각 길드의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심문을 진행했다. 이건 그 내용이고.”

“…….”

“보면 알겠지만 고준석, 박나윤, 케슬란 일당 녀석들 모두 한결같이 얘기한 것이 있어.”

채하나는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바로 네가 자신들과 함께 움직였다는 증언이야. 그래서 협회 특수부가 움직인 것이고, 네가 따로 조사를 받았던 거지. 지금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단순 증언 가지고 몰아가는 것이 더 이상한 거 아닙니까? 그들은 범죄자일 뿐입니다.”

“정체만 놓고 보면 그렇지. 하지만 그들이 말한 증언들을 모아보면 가장 이상한 건 너야.”

김세아가 옆에서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채하나가 손을 들어 막았다. 그리고 두 번째 문서를 손으로 가져왔다.

“박영주 사건, 박찬영 사건. 모두 너 혼자서 케슬란을 상대했지. 그리고 이진수를 데리고 나왔을 때도 혼자 부대장이라는 녀석을 만났고, 이번에도 부대장을 따라 들어갔다지?”

저렇게만 들으면 확실히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했다. 나는 채하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전 아닙니다.”

부대장이라는 녀석과 싸우면서 입은 부상들이 떠올랐다. 심지어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면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김세아는 옆에서 그것을 보았기 때문에 저런 말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오유성이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번에 네가 보낸 녹취록이 아니었다면 조금은 의심했을지도 몰라.”

강준이 나를 겁박했던 내용과 고문을 사용했던 흔적들을 그대로 보존시켰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채하나에게도 복사해서 넘겼다.

“그러니까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 어디서 사고를 칠지 모르니 휴가는 안 되고, 길드에서 쉬어.”

나는 채하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쉬면서 할 일들이 있었다.

8랭크로 올라간 힘에도 적응해야 했고, 성장형 무기도 키워야 했다. 또한 발칸과 앞으로의 투기장에 대해서도 계획을 짜야 하기도 하고.

언제까지 쉬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투기장에서 10번의 승리를 하기 전까지는 하나 정도는 확실하게 끝낼 생각이었다.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래. 추가적인 내용이 나오면 알려줄게. 오늘은 푹 쉬어.”

나는 얘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들어와 누워보는 침대가 너무나도 포근했다.

잠시 그 느낌을 감상하고 있을 때, 발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앞에 영체화 해서 나타난 발칸이 팔짱을 낀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일단 충전부터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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