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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65화 (165/177)

# 165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65화

40장 헌터 협회(2)

협회로 이동하기 위해, 나는 협회 헌터들과 병실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그린 나래 길드에서 임시 주둔지로 사용했던 시설이었다.

밖으로 나온 그곳에서 나는 익숙한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

박동식이 차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굳게 닫힌 입에선 아무런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지금 내가 끌려가는 상황에 대해서 들은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옆에 있던 방문을 열고 나온 한송이가 나를 보며 놀란 눈을 뜨며 박동식에게로 다가갔다.

나는 그들을 지나쳐 정문으로 걸어갔다. 워낙 작은 소리였지만 뒤에서 한송이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렇게 둬도 되는 거예요? 아직 제대로 나온 게 하나도 없잖아요.’

‘특수부에서 알아내겠지. 협회에서 관심을 보인 순간, 우리 손에서 떠난 거야.’

정문 앞에는 검은 스타렉스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김세아가 빠르게 다가왔다.

“길드에다 연락했으니까. 조금만 버티고 있어.”

“그래.”

협회 헌터들이 이끄는 대로 스타렉스를 향해 걸어갔다. 나는 중간 자리에 앉았고, 앞뒤 양옆으로 협회 헌터들이 자리를 잡았다.

부르릉!

차의 시동이 걸리고, 왼쪽에 있던 헌터가 검은 복면을 내 머리 위에 씌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차의 엔진 소리와 함께 몸이 휘청거렸다.

“제주도 지부로 이동하겠습니다.”

운적석 쪽에 앉은 헌터의 목소리였다.

“아니, 일단 A섹터로 가자.”

이번엔 강준의 목소리였다. 헌터 협회로 가서 심문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는 듯싶었다.

산길을 지나느라 차가 꿀렁거렸다. 나는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들을 끌어올려 어디로 가는지 파악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흡!”

그때, 오른쪽에 있던 헌터가 무언가를 내 입으로 가져다 대었다. 지독하리만큼 알코올 냄새가 풍기는 손수건이었다. 기절시키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나에겐 통하지 않았다.

“숨 막힌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얼마나 세게 누르는지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오른쪽에 있는 헌터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티, 팀장님. 수면제가 통하지 않습니다.”

“타입 3으로 다시 시도해.”

옆에서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팀장이 시키는 대로 더 강한 수면제를 준비 중인 것 같았다.

“곱게 따라가는 중인데 잠까지 재울 이유가 있습니까?”

“당연하지. 너는 지금 1급 범죄자 신분이니까.”

강준의 목소리와 함께 다시금 손수건이 내 입과 코를 막았다. 아까보다 더 진한 알코올 냄새였다.

약간은 달콤한 맛도 나는 것 같은 이 수면제와 함께 내 눈이 감겼다.

[투기장으로 이동합니다.]

* * *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팔과 다리가 자유로웠다. 얼굴에 뒤집어썼던 검은 복면도 사라진 상태였다.

주위에는 익숙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오버 캐슬.

‘갑자기?’

단체전에서 승리한 뒤에 투기장에 관한 어떠한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보통은 다음 경기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었지만, 이번엔 특이하게 없었다.

그러다 오늘 이렇게 오게 되었다. 그것도 내가 자고 싶어서 누운 게 아니라 타인에 의해 기절한 상태에서.

갑자기 짜증이 솟아올랐지만 참았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보기 위해, 관련된 것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나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자유 투기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버 캐슬에서 있을 자격을 획득하셨습니다. 지금부터 투기장을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 번, 투기장 결투만 진행한다면 아무런 제약 없이 이곳에서 보낼 수 있습니다.]

[…….]

처음에 나왔던 자유 투기장이라는 단어를 보고, 발칸이 이야기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뒤의 내용은 발칸이 해주었던 이야기와 동일했다.

지금부터는 층을 올라가는 방식이 아니었다.

자유 투기장에서 매일 같이 싸우고, 살아남으면서 자신의 등급을 올리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등급은 총 4가지로 나누어져 있었다.

A, B, C, D.

A등급의 투사가 되면, 천공의 투기장에 도전할 수 있었다. 그곳은 어떠한 소원도 들어준다는 투기장의 신이 있는 곳이었다.

투기장의 신.

아직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발칸에 들은 바가 없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투기장의 신이 존재한다고만 들었을 뿐, 그 뒤에는 투기장의 신에 대해 말해준 것이 없었다.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하나.’

아직까지 소원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얻은 힘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강해질 테니 내가 원하는 것은 얻는 셈이었다.

그것보다 아직 투기장의 신을 만나보지 못했고, 천공의 투기장도 가보지 않아서 다가올 상황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아직 천공의 투기장에 올라가려면 많은 것이 남았다. 기본적으로 10번의 결투를 해야 하고, 등급을 배정받아야 했다.

최고로 나올 수 있는 등급은 B등급이었다. A등급은 오로지 결투로 얻은 성적으로만 올라갈 수 있었다.

‘거기다 1위까지.’

A등급이 되어야 가장 기초적인 기준을 채우는 것이었다. A등급에서도 1위를 달성해야 천공의 투기장에 오를 수 있었다.

“들어 온 김에 결투하고 돌아가야겠네.”

어차피 오늘 한 번의 결투는 진행해야 했다. 나는 결투를 신청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결투를 신청할 수 있는 곳은 오로지 한 곳밖에 없었다.

투기장.

오버 캐슬에는 총 4개의 투기장이 존재했다. 동서남북에 하나씩 존재하며, 4개의 등급을 가진 투사들의 결투가 진행되었다.

나는 아직 등급이 없기 때문에 D등급 결투가 이뤄지는 동쪽 투기장으로 가야 했다.

경계선처럼 보이는 푸른 막을 지나자 투기장이 보였다.

“뭐야? 방금 여기로 사람이 들어갔는데?”

푸른 막 뒤로 놀란 눈의 투사가 보였다. 저 투사는 아직 단체전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다.

나는 몸을 돌려 투기장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투기장의 입구에는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나와 같은 부류가 많았다.

“어떻게 신청하면 되는 거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접수자가 많아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투기장의 입구에는 접수를 받는 조그마한 젊은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내게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다. 동양형 미인의 얼굴, 백소교였다.

아마도 캐슬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생각보다 일이 쉽지는 않은지, 표정이 왔다 갔다 변하고 있었다.

이를 악물기도 하고, 다시 웃기도 하면서 투기장을 이용하려는 투사들의 접수를 처리했다.

문제가 있던 것이 해결됐는지 기다리고 있던 줄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문제를 일으키는 투사가 발생했다.

오크 투사가 백소교를 보며 시비를 걸고 있었다. 나는 바로 뒤에 서 있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는지 들을 수 있었다.

입에 담기 힘든 거친 농담들이었다. 백소교의 두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그래도 꾹꾹 참아가며 신청을 마무리 지었다.

“혹시라도 생각이 바뀌면 말해. 내 10번째 첩으로 삼아 줄 테니까. 크하하하하.”

오크 투사가 투기장으로 사라졌고, 나는 백소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여기서 뭐 해?”

“보면 몰라요? 열심히 캐슬 벌고 있죠.”

내가 반가운지 백소교가 미소를 지었다. 나 또한 백소교를 보며 웃음을 짓고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늘 할 결투는?”

“이미 이겼어요. 등급을 배정받기 전까지는 하루에 한 번씩 밖에 결투가 안 되니, 이렇게라도 캐슬을 벌어야죠.”

결투를 신청하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메시지와 함께 받았던 인식표를 제출하면 끝이었다.

내 인식표를 제출했고, 백소교가 이것저것을 입력하며 신청을 진행 중이었다.

나는 그 틈에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내 앞에도 많은 투사가 있었는데, 뒤로도 엄청난 투사들이 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이 딱 신입이 들어올 때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좀만 늦었으면 이 자리에서 일하지 못했을 거예요.”

“10일 정도는 여유롭게 보내도 되잖아?”

이번에 단체전에 꽤 많은 캐슬을 받았다. 거기다 다른 투사들을 처리하면서 백소교도 적지 않은 내공을 얻었을 것이다.

“안돼요. 하루빨리 A등급 투사가 돼서 천공의 투기장에 올라가려면 시간이 부족해요.”

“소원?”

“네. 아주 간절한 소원이 있거든요.”

무슨 소원인지 모르겠지만, 방금 전의 모욕을 참아가면서까지 버티는 것을 본다면 가벼운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까 그놈은…….”

“무시하세요. 오늘 딱 하루 일했는데 저런 새끼들을 한두 마리 본 게 아니에요. 심지어 인간들도 저러니. 저런 놈들을 볼 때마다 진짜 결투에서 썰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니까요.”

“혹시라도 저놈 만나게 되면 내가 복수해 주지.”

“고맙네요.”

나는 등록을 마치고 백소교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결투가 끝나게 되면 바로 현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이야.’

투기장 안으로 들어가니, 투사들이 자리에 쫘르륵 앉아 있었다. 넓은 경기장 안에서는 여러 명의 투사가 결투를 하고 있었다.

8곳의 구역으로 나뉘어 투기장 결투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아직 차례가 남았기 때문에 치러지고 있는 결투들을 감상했다.

그러다 내 이름이 호명되었고, 그곳으로 걸어갔다. 인식표를 보여준 뒤에 투기장 한쪽 끝으로 걸어가 자리에 섰다.

그다음 내가 상대할 투사가 걸어왔다. 아까 백소교를 조롱하던 오크 녀석이었다. 나를 본 오크의 송곳니가 씰룩거렸다.

인식표를 보여주며, 확인 절차를 끝냈고 경기를 진행하는 투사가 우리 둘을 마주 보게 지시했다.

“다들 룰은 아시겠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오크는 오만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고개를 절레 흔들던 진행자는 뒤로 물러서며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투기장에서 승리하십시오.]

클리어 조건 : 상대방을 죽이거나 항복 선언을 받아내어 승리하십시오.

승리 : 포인트 40,000점

패배 : 죽음 or 40,000캐슬

오랜만에 보는 메시지였다. 정겹기도 하지만, 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 묘한 긴장감이 끌어 올랐다.

다른 점이 있다면, 패배를 했을 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내가 패배했을 경우에 4만 캐슬로 흥정하여 상대 투사에게서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쓰릅.”

오크 녀석이 나를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나는 검을 소환하여 오른손에 쥐었다.

“안 그래도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네. 아까 투기장 입구에서 만났던 사람 알지?”

“크륵. 너도 관심이 있나 보지? 근데 내가 점찍은 여자니 관심 꺼라.”

점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여 놓는 오크를 보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는 놈이었다.

녀석을 보니, 지금까지 내가 베어온 오크들이 떠올랐다. 모두 하나같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다가, 내 검에 죽었다.

이번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면을 박차고 나가며, 번개의 춤을 사용했다. 마른하늘에서 떨어지는 낙뢰와 함께 마나 블레이드가 정면을 휩쓸었다.

바닥에 퍼진 지저분한 오크의 흔적을 보며 말했다.

“어디 남의 걸 탐내고 있어.”

가뜩이나 기절한 것 때문에 화를 참고 있었는데, 검을 휘두르고 나니 화가 좀 풀리는 것 같았다.

[투기장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보상 : 40,000포인트.

그리고 상대방을 어떻게 할지 묻는 메시지에는 죽음을 선택했다. 그러자 오크의 시체가 가루가 되며 허공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곳을 보며 귀환을 선택했다.

이제 돌아가서 제대로 된 조사를 받을 시간이었다.

‘뭐라 지껄이는지 한번 들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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