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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64화 (164/177)

# 164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64화

40장 헌터 협회(1)

“크흑!”

온몸을 난자하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이가 절로 갈리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손에 들려 있던 검이 바닥에 떨어졌고, 두 손을 바닥에 짚었다. 헛구역질이 계속해서 나오며 침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정신을 차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대장 또한 나와 비슷한 상태라는 것이다. 한쪽 팔을 날려 버린 충격으로 인해 공격을 하지 못했다.

“하아, 하아.”

일단 숨을 차분하게 고르며, 품에 있던 체력 포션을 꺼내 들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인해 포션을 입에 가져다 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바닥에 포션을 내려놓고 입으로 물었다. 그리고 몸을 돌리면서 포션을 마셨다. 목으로 넘어가는 쌉싸름한 맛을 느끼면서, 귀에 정신을 집중했다.

부대장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지 계속해서 쓰러지고 있었다. 그러다 괴성을 내지르며, 마나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내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검은 기운이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거대한 검은 날개와 뿔이 있는 악마의 형상이었다. 그 안에는 붉은 안광을 내뿜고 있는 부대장이 있었다. 두 발로 서는 것을 성공한 부대장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잘려 버린 한쪽 팔을 잘린 부위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검은 거품이 일어나며 깔끔하게 붙었다.

‘괴물이네.’

지금의 부대장 모습은 정말 괴물이었다. 인간이라고 보이지 않는, 발칸이 말했던 힘에 잠식당한 투사가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그는 다시 붙은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더니 검을 주워 들었다. 부대장은 흑색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며, 거대한 기운을 방사했다.

“크윽!”

나는 몸을 관통하는 검은 기운의 공격을 참아내며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곧 몸에 있던 고통이 완전히 사라졌다.

부대장이 내 앞에 서서 검을 아래로 내리그었다. 나는 검을 소환해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며, 부대장의 검을 막았다.

힘을 조금 주자 부대장의 검이 반으로 잘려 나갔다. 나는 몸을 회전하며, 붉게 타오르는 마나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거대한 화염이 악마를 집어삼켰다.

“크아아악!”

부대장은 비명을 지르며 한 번 잘렸던 자신의 오른팔을 부여잡았다. 오른팔은 손끝부터 시작해서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나는 마무리 짓기 위해 번개의 춤을 사용했다. 번쩍임과 함께 내 몸이 이동했다.

이전과는 달라진 속도에 내 몸과 머리가 적응하지 못했다. 몸이 그대로 부대장의 몸과 부딪쳤다.

가슴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부대장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내 몸에서도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고통이 찾아왔다.

“이런 젠장!”

또다시 몸이 이상해졌다. 너무 섣불리 랭크를 올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힘이지만, 제대로 다루기가 힘들었다.

아마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메시지 때문이겠지만, 지금 당장 100만 포인트를 모은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걸렸다.

이런 식이면, 없는 힘만 못했다. 최대한 빨리 이 상황을 정리하고, 힘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는 몸이 움직이기까지 다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부담이 컸는지,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조차 숨을 쉬는 게 조금 힘들었다.

아마도 부대장과 부딪치면서 뼈가 부러진 것이 다 붙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쓰러져서 겨우 숨만 쉬고 있는 부대장에게 다가가 검을 겨눴다. 날카로운 검 끝을 목 위에 올려놓은 채, 자세를 낮췄다.

후드는 벗겨져 있었고,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호감이 가게 생긴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분노로 인해 인상이 좋지 못했다.

나는 언제든지 찌를 수 있는 자세를 취한 뒤에 부대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또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케슬란의 대장은 누구냐?”

“나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위대한 분이시다. 어느 누가와도 그분을 이기지 못한다.”

나는 검을 살짝 내려 목에 검 끝을 찔러 넣었다. 그러자 붉은 피가 목을 따라 흘러내렸다.

부대장이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목소리를 깔았다.

“내가 물어보는 건 그게 아니야. 혹시 그 대장이라는 사람이 바스타드 소드를 사용하는 사람이냐?”

혹시나 싶으면서도 아니길 바라며 물어보았다. 진천우가 범죄 조직의 대장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들이 무용지물이 될 것 같았다.

“퉤!”

부대장이 피가 잔뜩 담긴 붉은 액체를 뱉었다. 고개를 돌려 피했고, 자리에서 일어나 왼쪽 어깨를 발로 짓눌렀다.

“두 번은 없어. 묻는 말에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누군가를 찾는 모양인데. 우리 조직에 바스타드 소드를 쓰는 사람만 수백 명이 넘는다. 당연히 우리 대장도 바스타드 소드 정도는 가볍게 다루시지.”

부대장의 말에 나는 발에 좀 더 힘을 주며 물었다.

“이름이 뭐지?”

“큭. 말할 것 같나? 차라리 죽여라.”

“그렇다면야.”

나는 더 이상 대화하는 것을 멈추고 검에 힘을 주었다. 양손으로 잡은 검을 들었다가, 강하게 휘둘렀다.

챙!

무언가에 의해 내 공격이 막혔다. 포털처럼 생긴 곳에서 창이 하나 튀어나와 내 검을 막은 것이다. 그 안에서 덩치가 있는 사내가 걸어 나왔다.

흘리는 기세가 부대장 못지않았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부대장을 보며 웃음을 짓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팅!

창을 살짝 휘두르자 내 검이 뒤로 튕겨 나갔다. 그 틈으로 창이 들어왔고, 나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의문의 사내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엄청난 속도의 찌르기 공격은 하나하나 날카로웠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가진 힘을 사용해야 했다. 마나 블레이드를 이용해 완전히 처리하겠다는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다.

“호오.”

의문이 사내가 내 공격을 보더니 가벼운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뒤이어 창을 휘둘렀다. 거대한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에서 흘러나온 용은 내가 휘두른 마나 블레이드를 물어 뜯어버렸다. 동시에 거대한 충격파가 일어났고, 내 발이 미끄러지며 뒤로 움직였다.

의문의 사내는 창을 들어 올리려다가, 돌연 창을 내리고 부대장을 어깨에 짊어졌다.

“쯧. 담에 보자고.”

포털이 만들어지고, 그곳으로 몸을 날리며 의문의 사내와 부대장이 모습을 감추었다. 포털 또한 빠르게 사라졌다.

나는 다시금 올라온 고통으로 인해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유성?”

아이리스 길드의 박동식이었다.

* * *

다시 눈을 떴을 때, 처음 보이는 것은 하얀 텍스들이었다. 고개를 좌우로 움직여보니 병실로 보였다.

“정신이 들어?”

침대 바로 옆에 앉아 있던 김세아가 다가왔다. 복장을 보니 밥을 먹으러 갔을 때 입었던 그 복장이었다. 자잘한 먼지들이 묻어 있는 것을 빼면 멀쩡했다.

“어.”

나는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이를 악물게 만들던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고, 부러졌던 뼈도 완전히 붙은 모양이었다.

“누워 있어. 아직 완전히 회복되려면 푹 쉬어야 한다고 했어.”

“멀쩡해.”

팔을 돌리고, 다리까지 접어 앉는 것을 보며 김세아가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제 익숙해져 버린 김세아의 반응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쓰러진 지 얼마나 지난 거야?”

“1시간.”

“어떻게 된 건지 얘기 좀 해줘.”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부대장과 의문의 사내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 뒤로는 박동식의 얼굴을 보면서 정신을 잃었다.

“진짜 괜찮아?”

“어, 그 어느 때보다 멀쩡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김세아가 입을 열었다.

“네가 말했던 대로 박나윤은 케슬란과 내통하고 있었어.”

나는 부대장을 따라 들어가기 직전, 김세아에게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을 말해주었다. 박나윤이 이진수를 데리고 있고, 케슬란과 접촉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느낌상 오늘 일을 처리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내 느낌이 맞아 떨어진 모양이었다.

“네가 포털로 들어간 뒤에 바로 조사단 멤버들이 현장에 도착했어. 몬스터들을 빠르게 정리했고, 박동식 단장을 비롯한 일부가 포털 안으로 들어갔지.”

“…….”

“그리고 현장에 남아 있던 박나윤이 눈치를 보다가 따른 쪽으로 새는 것을 보고 몰래 따라갔지.”

아마 부대장이 데려온 부하들을 만났을 것이다. 포털에 부하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누군가가 처리했다는 것이니까.

“그곳에서 케슬란 조직 녀석들을 만났어. 박나윤이 그들에게 이진수를 건네고 있더라? 그래서 현장을 덮쳤지.”

“따른 사람은 더 없었어?”

“어.”

김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고준석은 일선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린 모양이었다. 그러니 박나윤 혼자 이진수를 넘긴 것이다.

‘위험 감지하는 수준은 최상급이네.’

고준석까지 잡는 것은 놓쳤지만, 나에겐 증거 자료가 있으니 언제든 잡을 수 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뭔가 쓸 만한 정보는 있었어?”

“내가 현장을 덮치기 전에 무리를 이끄는 대장격의 남자와 박나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었어. 근데 그 내용이 조금 이상하더라고.”

“뭔데?”

“S급 던전에 관한 얘기였어. 워낙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고, 앞뒤로 단어들을 생략해서 얘기하니까 알아들을 수가 없더라. 그중 기억나는 게 S급 던전밖에 없었어.”

나는 너무나도 뜬금포인 주제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부대장에 내가 들은 것은 세계에 대한 전쟁 선포였다.

헌터가 지배를 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야기였고, 김세아가 들은 내용은 S급 던전에 관한 것이었다.

이 두 개의 정보가 연관이 있다는 것인데, 어떤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가장 보편적인 것을 생각한다면, 특별한 아이템일 것이다. A급 던전에서 나온 무기만 해도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S급 던전에서 나온 무기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그것은 예측일 뿐이었다.

전 세계에 있는 강자들을 모두 모아서 케슬란과 전쟁을 벌인다면, 케슬란은 정말 아무것도 못 할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강자가 실종되었지만, 그들 모두 케슬란과 손을 잡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뭘까.’

S급 던전에 관한 자료가 더 필요했다. 생각을 정리해 보면, 그래도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미지의 힘이거나, 상상을 초월하는 무기였다.

나는 김세아를 쳐다보며 물었다.

“우리 길드도 S급 던전에 관심이 많았지?”

“모든 길드가 관심이 많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고, 엄청난 명예를 가지게 되니까.”

조사단이 모이기 직전까지만 해도, 아이리스 길드의 일선 헌터들은 모두 A급 임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A급 던전에는 S급 던전에 관한 힌트들이 가끔 나타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그 정보 내용이 어떤 것이고, 얼마나 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채하나에게 부탁한다면 알려줄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조사단 임무는 S급 던전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 같았다.

“그냥 가도 되는 거지?”

나는 옆으로 내려와 침대에서 일어났다. 가볍게 목을 움직이며, 뭉친 근육들을 풀었다.

“회복되는 대로 돌아가라고 했으니까. 지금 가도 상관없겠지. 지금 하는 심문에 관한 것은 아마 내일 이야기를 나눌 테니 오늘은 돌아가자.”

간단한 짐들을 챙겨서 밖으로 돌아가기 위해 병실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헌터 협회 제복을 입은 헌터들이 나열해 있었다.

그 가운데에 있던 남자가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신분증 같은 것을 보이며 말했다.

“헌터 특수부 강준이다. 네가 케슬란의 협력자라는 신고를 받았다. 지금부터 조사를 위해 우리와 함께 협회로 간다.”

옆에 있던 헌터들이 다가와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그러자 온몸에 있던 마나가 흩어졌다

범죄 헌터들을 잡기 위해 만들어낸 아이템이었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옆에서 김세아가 항의해 보지만, 협회 소속 헌터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김세아를 보며 손을 들었다.

“괜찮아.”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호랑이 굴로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지금 차고 있는 수갑 또한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나가 사라졌지만, 힘 랭크가 8이 되면서 이 정도 수갑은 육체적인 힘으로도 부숴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힘을 살짝 주니, 쇠사슬이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안전장치까지 확인했으니, 거리낄 게 없었다.

나는 강준을 보며 말했다.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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