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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60화 (160/177)

# 160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60화

39장 선전 포고(1)

발칸과 대화가 끝나고, 나는 호텔로 돌아왔다. 간단하게 조식을 먹은 뒤에 아이리스 길드에서 넘겨받은 임무 목록을 훑어보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처리할 수 있는 건 모두 처리했다. 아직까지 처리 못 한 임무들이 많지만, 단기간에 처리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제주도에서 계속 지낼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처리할 임무는 이제 없었다.

지금까지 처리한 임무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11시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렸다.

알람을 끄고 옆에 있는 김세아의 방 앞으로 가서 노크했다. 들어오라고 하는 김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김세아가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뭐 하냐?”

“뭐 하긴, 화장하지.”

김세아가 거울을 두고 뭔가를 바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모습이기에 신기했다.

임무를 하는 와중에는 당연히 화장을 하지 않았고, 간간이 밥을 먹으러 만났을 때도 쌩얼로 나왔었다.

“그러니까 왜 안 하던 화장을 하냐고.”

“원래 했어. 네 눈이 이상해서 못 알아본 거야. 영주 씨랑 어디서 만날지는 물어봤어?”

“문자로 받아놨어.”

화장을 끝낸 김세아의 미모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전에도 예뻤으니, 좀 더 윤기가 돈다는 것 빼고는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았다.

나를 유심히 쳐다보며 위아래로 눈동자를 굴리던 김세아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고 나가게?”

김세아의 말에 내가 입은 복장을 확인했다. 아침에 산책도 할 겸 가볍게 입고 나갔던 트레이닝복이었다. 검은색이라 평소에도 잘 입고 다니는 옷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깔끔하고 편의성이 좋았다.

“어.”

“가서 갈아입고 와. 감사 인사 하러가는 자리에 복장이 그게 뭐야. 공항에서 입었던 거라도 입고와.”

머뭇거리는 나를 김세아가 힘으로 밀어붙였다. 문 바깥으로 쫓겨났고, 내 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셔츠에 조끼를 입는 것이 그리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트레이닝복만큼 편하지는 않았다.

“아직도 옷 하나 못 갈아입었어?”

문밖에서 김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양말까지 갈아 신은 뒤에 신발을 신고 문을 열었다.

김세아 또한 복장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항에서 입었던 옷이었다. 애초에 이곳에 올 때 옷을 많이 챙겨오지 않았기 때문에 입을 옷이 한정되어 있긴 했다.

“가자.”

나는 김세아 밑으로 내려와 빌려두었던 렌트카로 이동했다. 제주도에서 임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해서 빌렸다.

시동을 걸고 차를 운전해서 호텔을 빠져나갔다. 옆자리에 앉은 김세아가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었다. 박영주가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외곽도로를 따라 이동하니 바다가 쭈욱 펼쳐져 있었다.

“네가 같이 밥 먹자고 해서 나오긴 했는데. 이거 무슨 자리야? 둘이 데이트 같은 거 하는 데 내가 끼어든 건 아닐 거고.”

김세아의 말에 갑자기 속에서 울컥했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기에 반격을 하지는 못했다.

“이번에 도와줘서 고맙다고 내가 밥 사는 거야. 영주 씨가 널 치료해 줬으니까.”

“영주 씨가?”

“그래. 다른 사람한테는 아직 얘기하지 않았으니까 너만 알고 있어.”

비밀로 하고 싶지만 당사자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이야기했다. 이유도 모르고 뜬금없이 밥을 먹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서였다.

“어떻게? 네가 분명 성수로 처리했다면서.”

김세아도 분명 자신이 이진수의 검에 찔린 것까지는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검은 기운이 자신의 몸에 침투했고, 그 순간부터 기억이 없을 뿐이었다.

“나도 정확히 영주 씨의 능력을 알고 있는 건 아니야. 완전 회복이라고 들었고, 저주가 침식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늦춰보기 위해 부탁한 거였어.”

“…….”

“근데 저주를 소멸시켜 버렸어. 어떻게 했는지는 지금 가서 들어볼 예정이고.”

아무런 대답이 없어 옆을 슬쩍 돌아보니, 깊게 생각하고 있는 얼굴로 창문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을 때, 다물고 있던 김세아의 입이 열렸다.

“나도 같이 밥 먹는 건 알고 있는 거지?”

“그럼.”

어젯밤에 주소를 받을 때 이야기했다. 통화 중간에 목소리가 조금 다운되기는 했지만, 전화를 끊을 때 목소리는 매우 활기찼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전망이 좋은 독채 펜션이 있는 곳이었다. 앞으로는 바다가 보였고, 뒤로는 산이 있는 분위기가 좋았다. 조금만 나가면 마트도 있어서 편의성도 좋아 보였다.

나는 박영주에게 전화를 걸었고, 앞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박영주가 부리나케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 펜션의 문이 열리면서 박영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색 원피스에 카디건을 걸친 모습이 무척 잘 어울렸다. 화사한 미소를 머금은 박영주가 차 쪽으로 다가왔다.

문을 열고 내려 박영주에게 다가갔다. 옆자리에 앉았던 김세아도 차에서 내렸다.

“밥 먹자고 얘기한 지도 오래된 것 같은데 이제야 같이 밥을 먹게 되네요.”

내 말에 박영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빨리 먹고 싶었는데 이번엔 제가 조금 바빴네요. 김세아 팀장님 맞으시죠?”

박영주는 김세아를 보며 악수를 건넸다. 김세아도 웃으며 박영주가 건넨 손을 잡았다.

“네. 오랜만이네요? TV에서 워낙 자주 봐서 그런지 친숙하네요.”

“일단 이야기는 이동하면서 하죠. 다들 배고플 텐데.”

나는 다시 운전석에 탑승했다. 뒷자리에는 박영주가 탔고, 김세아는 잠깐 고민하더니, 내 옆자리에 탔다.

나는 고개를 돌려 뒷좌석에 앉은 박영주를 쳐다보았다. 지금부터 갈 목적지는 박영주만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 * *

“맛있네요.”

식사자리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박영주가 자신만만하게 추천할 만한 곳으로, 해산물 스파게티가 정말 맛있었다.

맛있는 음식으로 인해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고, 박영주와 김세아는 와인까지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운전 때문에 와인을 마시지는 못했다. 마음만 먹는다면야 와인을 마시고 취기를 모두 태우면 됐다. 하지만 본디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다.

취하지 못한다면 그건 술을 마시는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나는 와인을 마시지 않았다.

좀 더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에 만족했다.

“다음에 나올 음식이 정말 맛있을 거예요.”

박영주가 나를 쳐다보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TV에서 보던 웃음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그래요?”

때마침 종업원이 음식을 가지고 왔다. 뚜껑으로 닫혀 있어 내용물을 볼 수는 없었지만,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종업원이 음식을 우리 테이블에 올려놓기 직전,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 종업원의 손에 들린 음식은 바닥으로 떨어지며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종업원이 고개를 숙이며, 음식을 엎은 것에 대해 사과했다. 박영주가 괜찮다고 말하며 종업원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김세아의 표정으로 인해 종업원이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살짝 웃으며 종업원에게 말했다.

“직원분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니까 그렇게 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지금 당장 음식을 다시 해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니요. 지금 당장은 먹기 힘들 것 같네요.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긴 것 같아서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방금 전의 진동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진동이 울리는 순간, 강력한 마나의 파동이 함께 일어났다.

김세아의 표정이 심각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런 마나의 파동이 일어나는 것은 두 가지 경우가 있었다.

헌터가 마나를 사용하거나,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거나.

전자의 경우라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진동이 울릴 만큼의 힘을 사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큰 사건이라는 뜻이었으니까.

후자의 경우라면 더더욱,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던전 브레이크는 초기 대처가 가장 중요했다.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요?”

종업원을 보내고 우리 둘의 눈치를 살피던 박영주가 입을 열었다. 나는 박영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일단 제가 가 볼 테니까 여기 김세아랑 같이 있어요.”

“나도 갈 거야.”

김세아가 자리를 일어나려고 했지만, 내가 힘으로 누르며 막았다. 상처를 완전히 회복하지도 않았으니, 내가 먼저 상황을 보고 지원을 요청해도 늦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어. 단순한 사고일 수도 있고, 이미 경찰들이 출발해서 현장 저리를 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가게 밖으로 나와서 마나 탐지를 사용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마나가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번개의 춤을 사용하며, 빠르게 이동했다. 여러 건물 사이에 있는 골목길 안쪽이 근원지였다. 그곳에 도착하니, 던전으로 들어가는 포털이 만들어져 있었다.

‘별거 아니네.’

이제 막 던전이 생겼던 모양이었다. 던전 브레이크의 조짐은 없어 보였다. 전화를 들어 헌터 협회 직원에게 이곳에 대한 정보를 넘겼다.

-소중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헌터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포털이 생성되었을 경우 매뉴얼이었다. 헌터 협회에 사실을 알리고, 직원이 오면 인수인계를 하는 방식이었다.

김세아에게는 포털이 만들어져서 그런 거라는 내용과 음식을 다시 주문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다.

우웅!

푸른빛과 함께 두 명의 헌터가 내 앞에 나타났다. 어깨에 달린 문양을 보니 헌터 협회 소속 헌터였다.

“최초 발견 및 신고자 맞습니까?”

“예.”

“소속과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이리스 길드의 오유성입니다.”

“감사합니다. 지금부터는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때, 포털에서 이전과 차원이 다른 마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런 반응은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과 매우 유사했다.

협회 소속 헌터 두 명도 상황이 비정상적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파악했는지, 어디론가 지원을 요청했다.

헌터 학교에서 이런 비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웠다. 나는 일단 스마트 폰으로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를 했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려고 합니다. 최대한 빨리 시민을 대피시켜야 합니다.”

간단한 상황 설명을 마친 뒤에, 골목길을 빠져나와 고함을 질렀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겁니다. 모두 대피소로 이동하세요!”

사람들은 맨 처음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던전 브레이크가 가속화되면서 일으킨, 지진을 느끼고 나서야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곳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네가 있는 곳으로 갈게.]

김세아에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곧 이곳으로 온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박영주를 부탁한다고 답장을 보냈다.

“도와주세요!”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도로에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차들이 있었다. 그 차들에 문들이 끼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녀가 보였다. 다른 차들보다 차체가 낮아 창문을 내리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손에 마나를 두르고 차를 옆으로 치웠다. 찌그러진 문은 뜯어버렸고, 안에 있던 모녀를 밖으로 꺼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만, 나는 던전 브레이크가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두 모녀에게 빨리 도망가라고 말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고, 이 정도면 경찰들이 올 법도 한데 사이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헌터 협회에서는 뭐랍니까?”

“바로 터질 리 없으니 대기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금 이거 안 느껴져요?”

기본적인 던전 브레이크는 협회 헌터의 말처럼 바로 터지지 않았다. 적당한 시간이 흐르고,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던전 브레이크가 활성화되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던전 브레이크는 평소와 달랐다.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강렬하게 요동치는 포털은 곧 터질 것처럼 보였다.

“다시 얘기해 보겠습니다.”

헌터 협회 소속 헌터가 전화기를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포털의 모형이 변하고 있었다.

“이미 늦었네요. 당장 싸울 준비부터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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