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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58화 (158/177)

# 158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58화

38장 오버 캐슬(7)

발레노의 말에 충실한 투사들이 성안을 들쑤시고 다니기 시작했다. 거대한 빛은 잠시 성 위에 멈춰선 상태로 유지 중이었다.

“모두 후퇴해라! 살아 돌아가서 에드워드 폐하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금발 머리 투사는 여태까지 싸우던 검은 오크에게서 물러나며 외쳤다. 하지만 당장 본인조차도 뒤로 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검은 오크는 오로지 금발 머리 투사만 노리며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금발 머리 투사는 다시 검은 오크에 집중해야 했고, 검은 깃발 팀은 노란 깃발 팀과 빨간 깃발 팀에 집중 공격을 당했다.

노란 깃발 팀의 투사들은 이제 막 전투에 참여했기 때문에 체력과 마나가 쌩쌩했다. 자신의 실력을 힘껏 드러내며 성안을 휘젓고 다녔다.

제일 먼저 끝난 것은 빨간 깃발 팀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숨어 있던 몬스터 투사를 찾아낸 노란 깃발 팀 투사가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빨간 깃발 팀 전원 탈락.]

이제 3위 안에는 들었다. 한 팀만 더 처리하면 살 수 있었고, 1위를 노리려면 당연히 노란 깃발 팀을 무너뜨려야 했다.

현재 온전한 병력을 가지고 있는 팀은 노란 깃발 팀밖에 없었으니까.

검은 깃발 팀과 연합을 해서 노란 깃발 팀을 공격하는 것이 가장 좋아 보였다.

그러기 위해선 검은 깃발 팀 투사가 살아서 돌아가야 했다.

나는 검을 들어 집중 공격당하고 있는 금발 머리 투사에게 다가갔다.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어 주위에 달려든 노란 깃발 팀 투사들을 정리했다.

갑작스러운 내 출현에 노란 깃발 팀 투사들이 당황했고, 나는 금발 머리 투사를 향해 말했다.

“돌아가서 전해. 파란 깃발 팀이랑 동맹을 맺어서 노란 깃발 팀부터 무너뜨리자고. 저놈들한테 1위를 주긴 엿 같지 않아?”

금발 머리 투사의 눈에는 강한 복수심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맙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희와 동맹을 맺도록 에드워드 폐하에게 잘 말해보지.”

“그럼 다른 놈들은 신경 쓰지 말고 돌아가. 시간은 내가 끌어볼 테니까.”

검정 깃발 투사들이 아직 조금 남았지만, 모두 살리는 것은 내 입장에서도 버거웠다. 내 목표는 오로지 금발 머리 투사가 도망갈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저 새끼 도망간다 잡아!”

금발 머리 투사를 향해 달려가는 투사들보다 내 움직임이 더 빨랐다. 번개의 춤을 이용해 하늘에서는 번개를 떨어뜨렸고, 땅에서는 내 검격이 날아갔다.

다섯 명의 투사들을 정리하고, 나도 한 검을 뒤로 물러섰다. 금발 머리 투사가 이동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하면서, 달라붙는 투사들을 정리했다.

삭!

삭!

“크아악!”

내 공격으로 인해 노란 깃발 투사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대부분이 심한 상처를 입거나 죽었다.

발레노가 내 쪽을 쳐다보았다. 금발 머리 투사가 도망갔음에도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발레노는 양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그러자 거대한 빛 덩어리에서 하얀 빛줄기가 내려와 상처 입은 투사들을 비췄다. 그러자 투사들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어가고 죽였다고 생각한 투사들의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완전히 목숨을 끊어버렸던 투사들을 제외한 모든 노란 깃발 팀 투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뒤에 있던 발레노가 다시금 자신들의 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신께서 당신들에게 큰 아량을 베풀어 목숨을 살려주었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지금 도망치고 있는 자들의 목숨을 원하셨습니다.”

자신들이 거의 죽었다가 살아난 것을 경험한 투사들은 발레노의 말을 신봉하는 분위기였다.

“저 둘을 머리를 가져오는 자에게는 신의 사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발레노의 엄청난 능력, 그 능력의 일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노란 깃발 투사들은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보며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어 검격을 날렸다. 붉게 타오르는 반원형 마나가 노란 깃발 투사들을 향해 폭사했다.

콰아아앙!

몇몇 투사를 죽였지만 헛수고였다. 숨이 조금이라도 붙어 있는 투사들에겐 또 한 번 거대한 빛줄기가 내려와 좀비처럼 일으켜 세웠다.

‘빼자.’

소모전이 지속되면 불리한 것은 나였다. 금발 머리 투사도 어느 정도 거리를 벌렸으니, 충분히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번개의 춤을 사용하며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노란 깃발 팀과 거리를 벌렸고, 여유롭게 파란 깃발이 꽂힌 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벽에는 성을 지키는 투사들의 모습이 보였고, 나는 성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선 대기하고 있던 엘린과 백소교가 다가왔다. 성안에만 있었던 백소교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됐어요?”

“우리 예상대로 노란 깃발 팀이 와서 검은 깃발 팀을 정리했어.”

노란 깃발 팀이 뒤통수치려고 하는 것은 미리 예상하고 있는 범위였다. 애초에 우리의 제안을 거절했을 때 알아차렸다.

그리고 역으로 이용해 그들이 검은 깃발 투사들을 정리해 주길 바랐고, 역시나 내가 생각한 대로 행동해 주었다.

하지만 예상외의 변수가 생겼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발레노 그 녀석 생각보다 까다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어.”

“뭔데요?”

“광역 치료.”

처음엔 헬파이어 같은 광역 공격 마법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거대한 빛 덩어리로 투사들을 치료하는 광경은 정말 놀라웠다. 아직도 그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사기적인 능력을 계속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분명 사기적인 능력인 만큼 그에 따르는 제약이 있을 것이다.

“깃발은?”

나는 먼저 보낸 빨간 깃발의 행방을 찾았다. 그러자 엘린과 백소교의 표정이 애매해졌다.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은 엘린이 입을 열었다.

“저희 깃발 옆에 붙였어요.”

“뭐?”

나는 시선을 돌려 탑을 쳐다보았다. 바람에 휘날리는 파란 깃발 옆에 빨간 깃발이 달려 있었다. 저래선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깃발이 성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사라지더니 저기에 나타났어요. 엘린이 저 깃발 기둥이 잘린다고 해서 시도해 봤는데 잘리지도 않더라고요.”

백소교가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나는 검에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어 깃발을 향해 날렸다. 아까와 똑같은 위력이었지만 깃발은 멀쩡했다.

“아무래도 성이 무너져야 깃발도 이동이 가능한 것 같은데. 이렇게 되면 최대한 성벽을 지키는 쪽으로 가고, 혹시나 성벽이 무너질 경우 깃발 챙겨서 뒤로 빠져야겠다.”

“그게 좋겠네요.”

백소교가 내 의견에 동의했다. 엘린 또한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우리 팀 투사 중 발 빠른 투사 한 명을 골랐다.

“검은 깃발과 동맹을 맺고 노란 깃발을 쳐들어가기로 했다. 그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을 듣고 와.”

내 덕에 목숨이 붙은 투사였고, 자연스럽게 내 말에 따라주었다. 검은 깃발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투사를 보며, 나는 성벽 주위를 점검했다.

내가 직접 움직여도 되지만, 노란 깃발 팀의 갑작스러운 기습이 있을 수 있어 남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 쪽에서 누가 가든 동맹의 키는 금발 머리 투사가 가지고 있었다.

‘얘기를 잘 해야 했을 텐데.’

* * *

하루가 지났음에도 내가 보낸 투사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 정도면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지금부터 경계를 강화해!”

나는 좀 더 세밀한 경계를 지시하고, 엘린과 백소교를 불러 모았다. 두 무리로 나누어 교대로 쉬면서 체력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자다 일어난 엘린과 백소교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아마도 우리가 원하는 그림으로 흘러가진 않을 것 같으니까.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엘린의 눈은 아직도 반쯤 감겨 있었고, 백소교가 그나마 한쪽 눈을 뜬 채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왜요?”

“아무래도 검은 깃발 팀과 노란 깃발 팀이 힘을 합친 것 같아.”

정말 최악으로 가정하고 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최대한 변수를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모양이었다.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최악을 가정하고 움직이는 것이 맞았다. 금발 머리 투사가 중간에 처리되어, 빨간 깃발 성에서 일어난 일이 에드워드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또한,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확실한 2위를 위해 노란 깃발과 손을 잡았을 수도 있었다. 무조건 한 명만 떨어지면 되는 살 수 있는 상황이었고, 노란 깃발 팀은 광역 치료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팀장님 저기 누군가 오고 있습니다!”

성벽을 지키던 투사 하나가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반쯤 눈이 감겨 있던 엘린의 눈이 완전히 떠졌고, 우리는 성벽 위로 몸을 날렸다.

숲을 가르며 달려오고 있는 투사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검은 깃발 팀에 동맹을 맺기 위해 보냈던 투사였다.

온몸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 비하면 훨씬 느린 속도였다. 투사는 반쯤 감긴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라고 얘기하는 것 같지 않아요?”

엘린이 투사를 유심히 보다가 나를 보며 말했다. 나 또한 투사의 입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엘린의 말처럼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도, 도망가…….’

나는 마나 탐지를 사용했다. 성을 시작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는 마나 속에서 여러 정보가 접수되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다수의 마나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간단하게 파악해도 지금 우리 팀보다 두 배는 많아 보이는 수였다.

“모든 투사를 깨워서 자기 위치로 이동시켜!”

나는 옆에 있던 투사 하나를 붙잡고 명령했다. 그리고 엘린과 백소교를 보며 말했다.

“백소교 넌 여태까지 했던 것처럼 깃발을 지켜줘. 혹시나 성벽이 무너지면, 깃발을 챙겨서 최대한 멀리 도망가. 성을 지키면서 저놈들 절반 정도만 데려가서 점수로 밀어붙여 보자.”

“알겠어요.”

백소교가 탑으로 이동했고, 나는 엘린을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팀장을 맡은 자들을 보았을 때, 강력한 한 방들을 가지고 있었다.

강함으로 따지면 나도 팀장 네 명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엘린 또한 강력한 한 방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적들이 옵니다!”

성문 가까이 도착한 투사의 뒤로 50명은 넘어 보이는 투사들이 흉흉한 기세를 풍기며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팀 투사를 살리기 위해 성문을 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적군에서 날린 마법을 맞고 우리 팀 투사가 즉사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파란 팀 투사들의 표정들이 썩어들어 갔다.

압도적인 물량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적들에게 농락까지 당했다. 이제 어느 정도 팀 같은 구색을 만들어 놨지만, 전력에서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났다.

발레노는 거대한 빛 덩어리를 만들어냈고, 에드워드 주위에는 검은 마법진 같은 것이 크게 만들어졌다.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으로 인해 주위에 있는 투사들이 기운이 강력해졌다.

버트에 광역 치료라니, 정말 상대하기 끔찍한 조합이었다.

“엘린, 아마 지금부터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끌어다 써야 할 거야.”

“여기서 이기면 우리가 1등이겠죠?”

저런 상황을 보고도 웃는 것을 보면 엘린에게도 비장의 한 수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겠지.”

“그럼 문제없이 1등 할 것 같네요. 안 그래도 언제 쓸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저렇게 모여서 와주니 한 번에 박살 내면 되겠어요.”

엘린이 잠시 눈을 감았고, 아주 조금 뒤 나도 감당하기 벅찰 만큼의 마나가 요동쳤다.

따듯하기도 하고, 차갑기도 하고, 포근하기도 하고, 시원한 느낌이 고루 섞여 있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엘린의 눈은 네 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양손을 벌림과 동시에 하늘에서는 거대한 네 가지 색의 마법진이 그려졌다.

마법진이 일그러지며, 네 개의 강력한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인간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으며, 각각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불, 물, 대지, 바람.

“제게 물었죠?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냐고. 근데 정령왕은 힘들지만 상급 정령은 불러낼 수 있어요. 이 정도면 가능하겠죠?”

내가 알기로는 하늘에 나타난 네 개의 존재가 우리 세계에선 각 속성의 최상급 정령이라고 알려진 존재들이었다.

나는 엘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충분하고도 넘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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