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57화
38장 오버 캐슬(6)
빨간 깃발이 꽂힌 성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내 말과 함께 파란 깃발 팀이 먼저 선공을 취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투사들이 먼저 성벽 위에 있는 투사를 공격했다. 그리고 정신이 없는 틈을 타, 근접 전투를 할 수 있는 투사들이 성벽으로 달라붙었다.
“성문을 부숴!”
그런데 성벽은 특수한 보호막이 있어 뚫리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성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성문을 부수는 것도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몬스터 투사 중에서도 보호막 마법을 사용하는 투사가 있는 모양이었다.
푸른 막이 성문을 보호하고 있었다.
쾅!
쿠우웅!
근접 투사들이 성문에 붙어 자신들의 무기를 휘둘렀지만 성문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성벽 위에 있는 몬스터 투사들이 우리 팀 투사들을 노리며 마법과 활을 쏘았다.
나는 곧장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어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화살과 마법들이 허공에서 터졌다.
그리고 나는 그 틈을 타 허공답보를 이용해 성벽 위로 몸을 날렸다.
놀란 눈의 몬스터 투사들이 나를 노리며 마법을 준비했다. 자세히 보니 뒤에 있는 투사 하나가 상황에 맞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정신 차려! 어차피 성문은 쉽게 뚫리지 않는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저 투사에 집중해라!”
넋을 놓고 있던 몬스터 투사들도 지시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곧, 나를 향해 다수의 마법이 날아왔다.
나는 허공을 이동하며 마법들을 피했다.
이전에는 우리 팀 투사들에게 날아가는 공격을 막아주기 위해 마나 블레이드를 휘둘렀어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저 가볍게 몸을 피해 공격들을 피해내기만 하면 됐다.
그때 뒤에서 강력한 마나가 느껴졌다. 나는 정면 공격을 피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미친!”
어느새 도착한 빨간 깃발 팀의 마법사가 강력한 마법을 쏘아 보냈다. 거대한 파이어 볼과 비슷한 마법. 헬파이어가 나를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성벽을 노리고 오는 것이지만, 그 사이에 내가 있었던 것뿐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내가 있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마법을 사용한 것 같았다.
마법을 사용한 투사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래. 두고 보자고.’
나는 이형환위를 사용해 빠르게 이동했다. 빠르게 내려와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발이 지면에 떨어지면서 가벼운 파동과 함께 먼지가 일어났다.
무사히 바닥에 착지한 나는 헬 파이어가 날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주위를 녹여 버릴 듯 강렬한 마법이 성벽을 때렸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성벽이 녹아내렸다. 그 순간, 몬스터 투사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헬 파이어는 거대한 폭발과 함께 성벽 일부를 박살 냈고, 몬스터 투사들까지 쓸어버렸다.
웬만한 마법은 통하지 않아서 성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일반적인 공격은 거뜬히 막아낼 정도로 성벽은 단단했지만, 헬 파이어는 그런 성벽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했다.
“깃발부터 챙겨!”
검정 깃발 팀을 이끄는 투사로 보이는 자가 외쳤다. 에드워드가 오지 않고 다른 투사를 보낸 모양이었다.
지휘하는 투사는 헝클어진 금발 머리와 무식하게 커 보이는 바스타드 소드를 등에 메고 있었다. 그는 곧, 바스타드 소드를 휘두르며 성으로 돌진했다.
“깃발을 뽑는 투사는 에드워드 폐하의 밑으로 들어갈 영광이 주어질 것이다!”
금발 머리 투사는 에드워드의 기사이고, 검은 깃발 팀의 다른 투사들은 병사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실력의 차이가 곧 급을 나눠 버렸다.
우리 팀도 똑같은 상황이지만 저쪽과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검은 깃발 팀은 금발 머리 투사의 말에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일말의 거부감도 보이지 않았고, 온몸을 던질 기세로 몬스터 투사들을 베어 나갔다.
반면 내가 속한 파란 깃발 팀은 자신의 몸을 사리기 바빴다.
눈치를 보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면 휘두르던 검도 회수하며 뒤로 물러섰다.
‘어쩔 수 없어.’
에드워드는 애초부터 자신의 무력을 드러내며, 자신의 말을 잘 들을 투사들을 골라 받았다.
반면에 내가 속한 팀은 떨거지들이 모였다. 몬스터 투사들은 팀이라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인간 투사들을 잡아먹으려 했다.
초반에 그들을 정리하며 50명 중에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다른 팀에 비해서 너무나도 불리한 숫자였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것이었고, 후회 따위는 하지 않았다.
저 위의 관객들은 이런 결점 가득한 팀이 승리하는 데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자들이니까.
나는 그들을 만족시키고 좀 더 많은 캐슬을 얻어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팟!
지면을 박차며 빠르게 달렸다. 성벽 안은 이미 전쟁터로 변해 있었다. 치열한 교전 속에서 아직 승기를 잡은 팀은 보이지 않았다.
검정 깃발 팀이나, 파란 깃발 팀에서 특출하게 강한 투사들이 있듯이, 빨간 깃발 팀 몬스터 투사 중에서도 강한 자들이 있었다.
“인간들이 주제도 모르고 덤비는구나!”
오크로 보이는 투사의 몸이 투두둑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탈피를 하듯이 겉가죽이 벗겨지고, 좀 더 단단한 새 피부가 돋았다.
그러면서 초록색이던 오크의 피부가 검은색으로 변했고, 좀 더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날카로운 덧니와 약간은 긴 귀를 가지고 있던 검은 오크가 자신의 무기인 창을 들고는 가볍게 휘둘렀다.
부왕!
창에서 나온 마나가 바람을 갈랐고,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주위에 있던 인간 투사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죽어라!”
검은 오크는 풍차 돌리듯 창을 돌리면서 전장을 뒤집어 놓았다. 그 모습을 보던 금발 머리 투사가 바스타드 소드를 휘두르며, 검은 오크를 막았다.
창과 바스타드 소드가 부딪치며 주위에 충격파가 퍼졌다. 둘은 서로를 노려보며 힘 싸움을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두고, 높은 탑에서 펄럭이는 빨간 깃발을 쳐다보았다. 깃발이 있는 탑에는 빨간 팀을 이끄는 대장이 서 있었다.
오버 캐슬에서 보았기에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앞에서 싸우고 있는 둘을 지나치며 앞으로 걸었다. 저 둘의 싸움에 내가 끼어들 이유가 없었다.
“큭큭큭!”
한 명의 인간 투사를 죽인 고블린 한 마리가 자신의 단검에 흐르는 피를 마시고 있었다. 새로운 사냥감을 찾듯 두리번거리던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
그러곤 곧바로 단검을 들고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보며 검을 들었다.
그저 마나만 담은 가벼운 일격이었다. 나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왔을 때 검이 움직였다.
삭!
고블린의 몸이 반으로 잘려 나가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20,000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나는 메시지가 뜬 것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분명 파란 깃발 팀에 있던 몬스터 투사들을 죽일 때는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검을 들고 달려오는 몬스터가 보였다. 기습을 노리려고 했던 모양인데 소용없었다.
무심한 눈빛으로 몬스터 투사를 바라보며 검을 휘둘렀다. 몬스터 투사가 검을 들어 막아보려고 했지만, 검까지 한꺼번에 베어버렸다.
[20,000포인트를 얻었습니다.]
이번 역시도 포인트가 들어왔다.
‘팀킬은 인정하지 않는 모양이네.’
그게 아니었다면 초반에 정리한 몬스터 투사들에게서도 포인트가 들어왔을 것이다. 다른 투사들은 서로를 죽였을 때, 힘이라는 것을 얻는 것 같지 않았다.
이 신기한 현상은 오로지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고, 난 항상 그렇듯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삭!
“크아아악!”
앞에 몬스터 투사의 머리를 베었다. 포인트가 들어왔다는 메시지는 무시하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펄럭이는 빨간 깃발까지 바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조금은 몸 좀 풀면서 움직이기 위해 검을 열심히 휘둘렀다.
난전에서 적군을 죽이는 것은 평소보다 쉬웠다. 이미 다른 상대와의 전투에 정신이 쏠려 있어서, 내가 다가가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내 공격도 쉽게 피하지 못했다.
내가 구해준 투사들은 감사의 인사를 표하며 다른 몬스터 투사를 향했다. 가뜩이나 우리 팀은 인원이 적기에 최대한 살려야 했다.
“조심!”
나는 앞에 있던 우리 팀 투사를 급습하려던, 몬스터 투사의 공격을 막았다. 무기를 쳐내며, 빠른 공격으로 심장을 찔렀다.
“감사합니다.”
조금은 감동한 것처럼 보이는 투사가 나를 향해 여러 번 고개를 숙였다. 나는 어깨를 토닥이고는 빨간 깃발을 향해 달렸다.
이제 전투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었다.
검은 오크와 금발 머리 투사가 아직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이때가 기회였다. 검은 오크를 죽였을 때 얻을 포인트가 아깝기는 하지만, 깃발이 먼저였다.
“깃발로 가는 거예요?”
꽤 멀쩡한 모습의 엘린이 옆으로 다가와 같이 달렸다. 엘프라고 하더니 확실히 달리는 모습이 가벼워 보였다. 속도 또한 빨랐다.
“그래. 챙길 건 챙겨야지.”
같은 팀이 전멸해 가는 상황에서도 빨간 깃발 팀의 팀장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무심한 눈으로 현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야차 같은 모습을 했고,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있었다. 양손에 든 소태도 두 개가 흡사 날개처럼 보였다.
“엘린, 내가 저 녀석을 상대할 동안 깃발을 챙겨. 할 수 있겠지?”
“네. 정령들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깃발을 챙기게 되면, 우리 팀을 이끌고 모두 성으로 복귀해서 방어 준비를 해.”
엘린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나는 검을 들고 지면을 박찼다. 가벼운 도약과 함께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어 야차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야차가 X자로 교차하며, 마나를 둘러 내 공격을 막아냈다. 나는 발로 야차의 배를 차서 탑에서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야차는 그 자리에서 버티며 내 공격을 몸으로 받아냈다. 마나가 담겨 꽤 아팠을 텐데도 멀쩡해 보였다.
“인간. 우리 팀이 죽어가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내가 왜 이 자리에 가만히 있었는지 알아?”
“알아야 하냐?”
그때, 야차의 몸에서 음습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주변의 기운이 처지고, 우울한 감정이 몸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나는 정신 오염 면역으로 인해 그 효과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투사들은 아니었다.
야차의 몸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성 일대로 퍼져 나갔고, 인간 투사들의 눈에서는 생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몸을 움직이는 것도 한없이 느려졌다.
“크악!”
“쿠웩!”
정리되던 분위기는 다시금 역전이 되었다. 야차는 나를 노려보며, 붉은 안광을 번쩍였다.
“나 혼자서도 다 쓸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야.”
“나야 고맙지. 완전히 쓸어버려 주면.”
번개의 춤을 이용해 야차의 주변에 번개를 떨어뜨렸다. 동시에 내 몸이 움직여 빨간 깃발 가까이 이동했다.
마나 블레이드를 이용해 깃발의 밑동을 잘랐고, 엘린이 있는 곳을 향해 던졌다.
엘린이 그것을 챙겨 뒤로 빠지며 파란 깃발 팀을 이끌고 후퇴했다. 정령의 힘 덕분인지 비교적 파란 깃발 팀의 투사들은 멀쩡해 보였다.
“이젠 끝났네?”
나는 검에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고 야차를 향해 휘둘렀다. 빨리 처리하고 뒤로 빠지기 위해서였다. 깃발을 가져갔다고 해서 빨간 깃발 팀이 모두 아웃되는 것이 아니었다.
살아있다면 언제든 움직일 수 있기에 완전히 말살시켜야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
“한 곳으로 깃발을 모아주다니 나야 좋지. 너희를 쓸어버리고 깃발을 가지러 가야겠네.”
야차의 몸에서 더욱 강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두 개의 뿔이 점점 자라났고, 이전과는 다른 강한 투기를 뿜어냈다.
쿵!
교차된 소태도를 양쪽으로 벌리며, 칼춤을 추듯 야차가 움직였다. 소태도에서 흘러나온 검격은 사방으로 뿌려졌고, 피아 구별 없이 성을 초토화시켰다.
‘한 방에 끝내야 돼.’
나는 마나 블레이드에 모든 마나를 주입했다. 검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거대해졌다.
양손으로 잡고 검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야차가 아주 잠깐 공격을 멈췄을 때, 나는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화염이 성을 덮쳤고, 주위를 초토화 켰다. 성 주변은 꺼지지 않는 불꽃들로 타오르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반으로 갈라져 타고 있는 야차가 있었다.
“크윽!”
마나가 모두 빠져나가면서 몸에 힘이 쭈욱 빠졌다. 주변에는 나 이외에 투사가 없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제 돌아가자.’
잔챙이들은 검은 깃발 팀에서 처리할 것이다. 포인트가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빠져서 정비를 할 시간이었다.
나는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성 바깥에서 마나가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 거대한 빛 덩어리 하나가 성 위에 만들어졌다.
거대한 빛은 성 밑으로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이미 부서져 버린 성문 입구 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내게 아주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하얀 망토를 두르고 있는 발레노였다. 발레노는 성안에서 싸우고 있는 투사들을 보며 자신의 팀 투사들에게 말했다.
“한 놈도 살리지 말고 싹 다 죽여 버리세요. 여기서 한 놈이라도 살아간다면 신께서 용서치 않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