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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54화 (15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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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 154화

38장 오버 캐슬(3)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던 백소교가 내 뒤를 따라 파란 깃발에 손을 얹었다.

우리를 본 여자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 팀에 오시려고요?”

“안 돼?”

“그건 아닌데…… 다른 투사들은 제가 팀장인 것을 보고 도망갔거든요.”

도망간 놈들은 모두 후회할 것이다. 마나 탐지로만 파악해도, 여자아이의 몸에 담긴 힘은 절대 작지 않았다.

백소교보다는 조금 강하고, 에드워드라고 했던 놈보다는 조금 약한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강자라는 소리를 들을 만했다.

“나는 오유성이라고 해. 내 뒤는 백소교라고 하고.”

“저는 엘린이라고 해요.”

나는 엘린이 가지고 있는 파란 깃발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내 손등에 파란 별이 하나 그려졌다. 아마 이 팀의 소속을 뜻하는 문양 같았다.

백소교는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다. 깃발에 손을 내밀지 못한 채, 땅만 보며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팀으로 가려면 가도 돼.”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럼 나를 믿어라. 이전에도 나를 믿어서 여기까지 올라온 거잖아. 나도 절대 죽을 마음 없으니까 믿고 따라와.”

“하아.”

내 마음이 통했는지 모르겠지만, 백소교가 파란 깃발에 손을 얹었다. 백소교의 손에도 파란 별이 그려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앞에 있는 엘린을 향해 물었다.

“근데 여긴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거야?”

“아마도 제 모습 때문이지 않을까요?”

“흠. 그럼 깃발은 네가 직접 찾으러 온 거야?”

“아니요. 정확히 제가 있는 자리에 나타났어요. 사실은 피하고 싶었는데 허둥대다가 깃발을 잡아버려서…….”

엘린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귀엽게 생긴 아이가 저러고 있으니, 백소교도 감정이 동한 모양이었다. 아이에게 다가가 자신의 품에 안아주었다.

“괜찮아. 언니가 도와줄게.”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흘러나왔다. 감별로 인해 엘린의 정체가 무엇인지 보았기 때문이다. 능력까지 보고 싶었지만, 그 부분은 모두 물음표였다.

“너보다 나이 많아.”

“뭐라고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은 백소교가 자신의 품에 있는 엘린을 쳐다보았다. 엘린은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간의 나이로 치면 300살 정도는 될 것 같아요.”

“인간의 나이?”

“네. 전 엘프거든요. 인간의 나이로는 300년을 살았지만 엘프 나이로는 15살이에요.”

백소교는 아예 엘프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꽤나 충격을 먹었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엘프.

인간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긴 수명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었다. 자연 친화적이며, 사냥이나 마법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또한 정령이라는 존재와 매우 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나도 헌터 학교에서 배운 기본 이론만 알고 있었다. 실제로 만나본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자기소개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았고, 나는 주위에 있는 헌터들을 불러모았다.

“일단 이리로 다들 모이시죠.”

내 말을 듣고 움직이는 자들도 있었고, 무시한 채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자들도 있었다. 나는 그들을 억지로 불러 모으지 않았다.

총 8명가량의 투사들이 모였다.

나와 백소교, 엘린을 제외하면 5명의 투사가 자의적으로 이 팀에 들어온 것이었다. 나는 먼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물어보았다.

“저는 창을 사용합니다. 주로 던지는 창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 성 정도는 덮을 만한 방어막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음. 저는 투명해질 수 있어요.”

“평범한 검사입니다.”

“연금술사. 재료만 있다면 여러 가지를 만들 수 있다.”

그 다음은 백소교가 소개했다.

“저는 연검을 다뤄요. 실력은 어디 가서 뒤처지지 않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요.”

“나 또한 평범한 검사다.”

나는 일부러 나에 대한 것을 숨겼다. 그리고 저들 또한 자신에 대한 것을 하나쯤은 숨기고 있을 것이다. 아직 서로를 믿고 모든 것을 털어놓을 단계는 아니니까.

마지막으로 엘린이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정령술을 다뤄요. 중급 불의 정령 샐러맨더를 다룰 수 있어요. 그리고 그냥 편하게 대해주시면 돼요.”

이렇게 자기소개를 마친 뒤에 나는 백소교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남은 시간이 있었고, 그동안 할 일이 있었다.

“나와 백소교는 볼 일이 있어서 잠깐 다녀올게.”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서 무리에 속하지 못한 투사 한두 명 정도가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엘린을 보며 말했다.

“혹시나 팀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사해야 해.”

“네.”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엘린을 두고 나와 백소교가 움직였다. 나는 백소교를 데리고 환전소로 이동했다. 환전소로 들어가기 전, 백소교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다음 경지에 오르려면 캐슬이 얼마 정도 필요해?”

“정확하게는 모르겠고, 적어도 3만 캐슬은 있어야 돼요. 근데 이건 왜 물어보는 거죠?”

“기다리고 있어.”

나는 백소교를 두고 환전소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비어 있는 안내 직원 앞자리가 있어 그곳으로 걸어갔다.

“3만 캐슬 환전해 주세요.”

어떻게 환전하는지 경험해 보았기에 나는 바로 손을 올렸다. 안내 직원은 약간 당황한 듯 보였지만, 경험이 많은지 빠르게 환전 처리를 해주었다.

묵직한 주머니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러곤 백소교의 손에 주머니를 넘겼다.

“들어가서 환전하고 나와서 경지를 올려.”

“아니, 이거 진짜 3만 캐슬이에요?”

“시간 없으니까 빨리 갔다 와.”

팀원 고르는 시간이 이제 10분도 남지 않았다. 나는 백소교를 환전소 안으로 밀어 넣고는 환전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뒤, 애매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백소교를 볼 수 있었다. 양손에는 내가 준 캐슬 주머니가 없었다. 아마 모두 환전한 모양이었다.

“이번 건 이번 결투 끝난 뒤에 모두 받을 거다.”

“당연하죠.”

백소교는 자신이 얻은 새로운 힘이 궁금하면서도 신기한지, 혼자 꿈지럭거리고 있었다. 나는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엘린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아까보다 10명 정도는 더 늘어나 있었다.

그리고 곧 팀원 모집 종료 시간이 나타나며, 푸른 깃발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엘린은 깃발을 바닥에 꽂고, 뒤로 물러섰다.

“이런 젠장!”

“인간들…… 크륵!”

푸른 깃발의 빛에서는 팀을 정하지 못했던 투사들이 나타났다. 이 팀에 있는 절반 이상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이 팀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푸른 깃발에서 빛이 사라지면서, 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곳에는 이번 결투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성을 지켜라.]

50명으로 이루어진 네 개의 팀은 각각의 성을 배정받습니다. 성을 배정받은 팀은 각자 자신의 성을 지키고, 상대팀의 성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다른 규칙은 없습니다.

오로지, 상대방의 성을 무너뜨리고 깃발을 쟁취하면 승리입니다.

1위 : 생존, 보상 8만 캐슬

2위 : 생존, 보상 5만 캐슬

3위 : 사망

4위 : 사망

결투 중 먼저 사망하더라도, 속해 있는 팀이 승리를 하게 되면 생존할 수 있습니다.

경기는 총 3일간 진행되며, 상대방의 깃발당 10점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상대팀의 투사를 죽일 경우 1점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3일 뒤, 총 점수를 결산하여 등수를 나누게 됩니다.

이번 결투도 간단했다. 싸워서 이기면 되는 단순한 구조였다. 다만 네 개의 팀이 있었고, 그중 살아남는 팀은 두 개 팀밖에 없었다.

팀 내에 있는 팀원은 죽더라도, 팀이 승리를 하면 살게 된다는 혜택도 나쁘지 않았다. 이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은 두 팀밖에 없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역시. 에드워드 팀에 들어갔어야 했어.”

“크륵! 냄새나는 인간들아 우리말을 들어라. 그럼 이기게는 해주지.”

“개소리 하지 마.”

“으아아아! 죽고 싶지 않다고 이 새끼들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백소교는 새로운 힘을 얻은 것에 대해 관심이 사라졌는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어디가 캐슬 노다지인 거죠?

“개판이잖아.”

-그러니까요. 이런 팀으로는 2등은커녕 3등도 하기 힘들 것 같은데요? 무조건 우리가 먼저 떨어지게 될 거라고요.

“그게 포인트야. 이런 개판인 팀으로 1등을 한다? 관객들은 아마 미치고 환장할걸?”

하지만 이것도 백소교의 말처럼 우리가 이겼을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분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다행히도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서로를 죽일 수 없어서 그저 말싸움만 할 뿐이었다. 마법도 무기도 투사들을 향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성으로 이동시켜드리겠습니다.]

메시지가 뜬 후, 거대한 푸른빛이 오버 캐슬을 뒤덮었다.

* * *

“후우.”

나는 숨을 고르며 주변 풍경을 눈에 담았다. 먼저 바닥은 돌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주위에 성벽은 내 키보다 세 배 정도 커 보였다.

성의 전체적인 크기는 오버 캐슬 보다는 작았다. 하지만 50명이 이 성을 막는다고 생각한다면 조금은 크게 느껴졌다. 성 중앙에 있는 탑의 꼭대기에는 푸른 깃발이 꽂혀 있었다.

나는 옆에 있는 백소교를 보며 말했다.

“넌 무조건 저 깃발을 지켜 알겠지?”

“해야죠. 살아서 3만 캐슬을 갚으려면. 우리 오라버니가 빚지고 살지 말라고 했는데.”

백소교는 내가 사준 연검을 허리춤에 차면서 깃발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나는 백소교에게서 시선을 돌려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다.

‘일단 분위기를 정리할 필요가 있겠어.’

오기 전부터 좋지 않았던 분위기는 이곳에 와서도 유지되고 있었다. 몬스터의 모습을 한 투사들은 따로 무리를 지어 우리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그 어떠한 일도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나는 가장 처음 이곳에 들어왔던 헌터들을 불러들였다.

내 신호에 가장 처음에 있던 헌터 5명과 엘린이 나와 백소교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나는 성장형 검을 소환했다. 붉은 용신이 그려진 화려한 검은 강렬한 기운을 풍겼다. 그 검을 들어 몬스터 투사들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너희. 계속 그런 식으로 행동할 거냐?”

“명령은 우리가 내린다. 너희는 그저 우리의 말을 따라라. 그럼 저쪽에 있는 팀과 협력해서 살려주도록 하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고 있었다. 인간이 위험에 빠지게 되면 얼마나 잘 뭉치게 되는지 몬스터 투사들은 모르고 있었다.

“지랄하네.”

어차피 저 녀석들은 있어 봐야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이런 혼란만 가져올 녀석들은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다음 일을 진행하기에도 편했다.

나는 이형환위를 사용해 가장 앞에 있는 녀석의 목을 베었다. 몬스터 투사들의 수가 많지만, 절대 꿀리지 않았다.

뒤에 있던 백소교를 비롯한 6명의 투사가 나를 따라 몬스터 투사들을 공격했다. 각자의 능력을 조합하니, 상처 하나 없이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다.

“크르륵!”

나는 울부짖으려 하는 몬스터의 목에 검을 박으며, 마지막 남은 몬스터 투사를 정리했다. 그러자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인간 투사들이 우리를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오히려 저런 눈빛을 가지고 있는 것이 편했다. 최소한 나를 비롯한 누군가가 말을 했을 때, 열심히 들으려고 할 테니까.

팀장은 엘린이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을 통솔하게 될 사람은 나였다. 엘린이 이들을 다루기에는 너무나 순했다.

나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남아 있는 다른 투사들을 향해 걸어갔다. 반발심이 일어나지 않게 검을 역소환했다.

그러곤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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