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48화
36장 현장 습격(4)
그 뒤에도 메시지가 여러 개 떴지만, 모두 읽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성장형 무기에 달린 특성 중 하나를 사용했다.
‘소환.’
그러자 붉은 화염이 내 손에서 솟구쳤다. 화르륵 피어오르는 화염을 쥐자, 딱딱한 검 자루가 잡혔다. 검을 쥐자, 나에게 아주 따스한 느낌을 주는 화염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크윽!”
앞에 서 있던 부대장이라는 녀석이 얼굴을 가리며 뒤로 물러섰다.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모양이었다.
후드에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 않아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이를 바득 가는 소리가 들렸다.
기회가 생겼다.
나는 오른손에 들린 검부터 확인했다.
붉은 용이 그려져 있는 검면과 붉은 용의 입이 달린 검 자루로 이루어져 있었다.
검은 솜털처럼 가벼웠다. 크기만 보면 무게가 나갈 것 같지만, 무척이나 가벼웠다.
가만히 검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무언가 들끓었다.
뜨겁게 타오르는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검에 새로운 무언가가 추가된 것 같았다. 이 검을 사용하려면 뭘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하니, 정보창을 열었다.
[????]
타입 : 검 (성장형)
내구도 : 무한
속성 : 화(火)
공격력 : 110% 증가
특성: 드라칸의 비늘(A), 마나 충전(S), 번개의 춤(A), 소환(S), 회복(B), 화속성 부여(B), 화속성 강화(B), 화속성 내성(A)
이름 칸에는 물음표였고, 내가 이름을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같이 떠올랐다. 나는 일단 이름을 짓는 것보다는 능력들을 먼저 확인했다.
공격력 10% 증가.
아마 몸에서 힘이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은 이것 때문인 거 같았다.
특성들은 빠르게 눈에 담고 정보창을 지웠다. 어떤 능력들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때 앞에 있는 부대장이 파랗게 타오르는 주먹을 내 쪽으로 내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아까와는 위력이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화 속성 내성으로 인해, 저 불꽃이 더 이상 뜨겁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견딜 만했다.
나는 드라칸의 비늘을 사용했다. 그러자 붉은 화염이 온몸을 덮었다. 거대한 화염 폭풍이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손과 발을 보니, 붉은 갑옷이 입혀져 있었다.
쾅!
나는 일단 손을 들어 앞에서 날아오는 부대장의 주먹을 막았다. 주먹에 담긴 힘은 생각보다 컸다. 내 몸은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이거라면 해볼 만해.’
드라칸의 비늘은 움직이는 것도 자유로웠고, 갑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갑옷 중에서는 정말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다 부대장이라는 녀석의 공격까지 완화시키며 충격을 흡수했다. 비록 몸이 뒤로 밀리긴 했지만, 큰 충격을 입지는 않았다.
나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른 검격이었다. 제대로 된 기습이라고 생각했지만, 부대장이라는 녀석의 수준이 생각보다 더욱 높았다.
공격을 피하며 뒤로 물러서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포션을 챙겨 마셨다. 입에서 흐르는 포션을 왼손으로 훔치고는 부대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2차전 시작이다.”
“무슨 짓을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네놈이 하는 짓은 요행일 뿐, 나한테 상대가 되지 않아.”
나는 부대장의 말에 검을 더욱 꽉 쥐었다. 그러고는 마나 탐지를 사용해 이진수와 송연이 위치를 파악했다. 이진수는 내 오른쪽에 있었고, 송연은 부대장의 뒤에 있었다.
송연은 나에게 잘린 팔을 들고 있었다. 아마 돌아가서 치료할 모양인데, 그리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근데 말이야. 궁금한 게 있는데 저놈처럼 회유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지?”
내 말에 부대장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나를 보며 말했다.
“죽였다. 그리고 너도 그렇게 될 거고.”
부대장이란 놈의 모습이 사라졌다. 나는 감각을 끌어올리며,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부대장이 있던 곳과 내가 있던 곳, 그 중앙에서 검과 주먹이 부딪쳤다.
주먹에서 뻗어 나온 파란 불꽃이 내 몸을 뒤덮었지만,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화 속성 내성으로 인해 이 정도 공격은 쉽게 버틸 수 있었다.
“안 통해.”
나는 검에 마나 블레이드를 생성했다. 그러자 기존의 푸른 마나 블레이드가 붉게 변했다. 아마 이 검의 속성 때문인 것 같았다.
완전히 베어버릴 기세로 힘을 주며 검을 휘둘렀다. 부대장은 다른 한 손으로 푸른 불꽃을 만들어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러자 얼마 있지 않아, 내 밑에서 마법진이 생겼다.
바닥 속에서 느껴지는 마나에 나는 몸을 뒤로 뺐다. 그러나 부대장이 먼저 선수 쳐서 내 팔을 잡았다.
“어딜 가려고.”
곧이어 바닥이 갈라지며, 푸른 불꽃이 폭발했고 내 주위를 휘감았다. 이번에는 조금 진심을 담았는지, 화 속성 내성이 있음에도 뜨거움이 느껴졌다.
살이 익고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드라칸의 비늘로 인해 직접적인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하아아…….”
목이 따끔따끔해진 탓에 시원한 물을 들이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며, 부대장은 뒤로 몸을 빼려 하고 있었다.
‘그건 안 되지.’
나는 뱀처럼 부대장의 팔을 휘감았다. 왼손에 힘을 잔뜩 실어 부대장의 팔을 꽉 잡았다. 그리고 부대장을 보며, 오른손에 있는 검을 들어 하늘로 올렸다.
“그래. 여기서 끝내주지.”
부대장은 다시 한번 푸른 불꽃을 준비했다. 나는 그런 부대장을 보며 웃었다. 멋들어지게 말하고 싶었지만, 방금 공격으로 인해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이번엔 내 차례야.”
푸른 하늘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귀를 강타하는 소리가 들린 뒤, 바로 번쩍임이 일어났다.
파지직!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부대장의 머리에 적중했다. 나는 여전히 검을 들고 있었고 번개는 계속해서 내리쳤다.
나와 부대장이 서 있는 곳, 주변은 이미 초토화되어 있었다.
나는 검을 하늘에서 내리고, 부대장의 팔을 놓았다. 부대장이 조금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런 공격을 맞았음에도 바로 쓰러지지 않았다.
“후우.”
부대장의 양팔이 바닥을 향해 축 처졌고, 상체도 숙여져 있었다. 그것도 잠시, 그는 깊은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느껴졌다.
지금까지는 정말 장난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나는 몸에서는 정말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뒤로 물러섰다.
“정말 진심을 다하게 하는군.”
부대장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고, 푸른 불꽃과 뒤섞여 주위에 일렁였다. 저 공격에 맞게 되면 아마도 몸이 성치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마나 충전을 사용해 텅 빈 마나를 충전했다. 그다음 추적기로 만들어진 포털과 이진수와의 거리를 체크했다.
“부대장님. 대장님의 복귀 명령입니다.”
뒤에 있던 송연의 갈라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대장이라는 소리에 부대장의 강렬한 기운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나를 노려보던 부대장은 뒤로 몸을 돌려 송연에게 다가갔다. 이형환위를 이용해 이진수에게 다가간 나는 멱살을 잡았다.
가볍게 들리는 이진수를 챙기고, 부대장을 쳐다보았다. 이진수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번엔 운이 좋은 줄 알아라. 다음번에 만나지 않도록 빌어라. 눈 마주치는 순간 죽어 있을 테니까.”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헛물 켜지마.”
그렇게 발걸음을 돌리는 부대장을 뒤로하고, 나는 이진수를 데리고 추적기로 만든 포털로 이동했다. 그러다 잠시 멈춰 서서 포인트 상점을 들어갔다.
[무음침을 구매하셨습니다.]
소리도 나지 않으며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가는 침을 구매했다. 아공간 주머니에 있던 카리나의 독을 꺼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에 다른 독을 섞어 훨씬 독해졌다.
‘죽지는 않겠지만.’
살상 능력은 없지만, 꽤 고통스러울 것이다. 아마 한동안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할 것이고, 완전히 치료하기 전에는 제대로 능력을 사용하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두 개의 침을 이용해 날렸다. 하나는 부대장을 향해서, 다른 하나는 송연을 향해서.
부대장은 내 공격을 막았지만 송연은 아니었다. 침을 제대로 맞았는지 송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침이 적중한 것을 확인한 나는 서둘러 이진수를 데리고 포털로 몸을 날렸다.
“이 새끼가!”
부대장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내 몸은 포털 속으로 들어갔다. 시야가 반전되면서 던전으로 돌아왔다.
“끄윽…….”
정신이 돌아왔는지, 이진수가 자신의 몸에 무게를 실었다. 나는 이진수의 얼굴을 보다가 주먹을 들었다.
“그냥 기절해 있어라.”
* * *
던전에서 나온 나를 기다리는 것은 박동식과 한송이였다. 주위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지원을 왔던 헌터들은 모두 내려간 모양이었다.
“이진수?”
나는 들고 있던 이진수를 박동식에게 넘겼다. 박동식은 이진수를 넘겨받았지만,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치료는 받아야 할 겁니다. 좀 거칠게 다뤄야 해서 손 좀 썼습니다.”
“데려가.”
박동식은 한송이에게 이진수를 넘겼고, 한송이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며 먼저 밑으로 내려갔다. 나도 뒤이어 내려가려 했지만, 박동식이 슬쩍 내 앞으로 오며 막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건 내려가서 다 말씀드릴 겁니다.”
“내가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으면, 먼저 듣고 싶을 뿐이야.”
이미 각오를 한 박동식의 표정은 비장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입을 열었다.
“안에서 송연이라는 여자를 만났고, 이진수는 그녀의 회유에 넘어가서 김세아를 죽이려 했습니다.”
“음…….”
박동식은 놀라는 반응보다는 차분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린나래 길드에서도 경력이 있다 보니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놀라기보다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박동식을 보며 확실하게 말했다.
“김세아에게 한 행동은 그린나래 길드에게 확실하게 묻겠습니다. 혹시라도 죽게 된다면, 그린나래 길드는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나는 말을 마치고,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걸어갔다. 박영주가 도착했을 것이다. 악화만 되어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치료실로 이동했다.
본관 건물에 들어가서 바로 왼쪽에 있는 치료실 문을 열었다. 안에는 김세아 말고도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박영주인가 싶었는데, 처음 보는 남자가 있었다.
“누구시죠?”
가운을 입은 남자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의 앞에 있는 침상에는 김세아가 누워 있었다.
‘없어?’
그녀의 어깨에 있는 검은 불꽃이 사라지고 없었다. 표정도 편해 보였고, 옷도 갈아입혀 있었다.
나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아이리스 길드의 오유성입니다. 혹시 이곳에 왔던 분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어…… 방금 전에 돌아간다고 나갔는데요.”
띠링!
때마침 문자가 도착했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열었다. 그곳에는 채하나의 부재중 전화와 박영주의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나는 먼저 박영주의 문자를 확인했다.
[힘 좀 썼더니 피곤하네요. 먼저 돌아갈게요. 자세한 걸 듣고 싶으면 밥 사요!]
박영주의 얼굴과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매칭되었다. 저주 계열 상처조차 없애 버리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능력이었다.
덕분에 고민거리를 하나 덜 수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간단하게 답장을 보냈다.
[밥 말고도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 해드릴 테니까.]
그러곤 부재중 신호가 와 있는 채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전화가 연결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