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역대급 수련-144화 (144/177)

# 144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44화

35장 조사단 (6)

마치 사일런스 마법을 사용한 것처럼 회의실은 조용해졌다. 미리 사실을 알고 있던 박동식과 한송이만 큰 동요가 없었다.

이진수는 그린나래 길드의 최고 유망주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나에게 지긴 했지만, 내가 너무 강했을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이진수가 던전에서 실종되었냐는 것이었다. 언론에서 알리기로는 이진수는 분명 2차 교육기관에 들어가 실력을 키운다고 했었다.

“이진수는 교육받고 있던 거 아닙니까?”

내 질문에 한송이가 대답했다.

“우수한 실력으로 일주일 전 조기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던전 브레이크 및 조사단 임무를 함께 하기 위해 같이 내려왔죠.”

같이 내려왔는데 사라졌다는 것은 이진수가 실종된 던전이 지금 제주도에 있는 그 던전이라는 뜻이었다.

이상했다. 애초에 그곳은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려고 하는 포털은 너무 불안정하여 입장이 불가능한 던전이었다.

“던전에는 어떻게 들어간 겁니까?”

“일시적으로 포털이 안정화되었고, 미리 진압하기 위해 선발대가 들어갔죠. 그러나 다시 불안정 상태가 되어 들어갔던 선발대가 다시 나왔는데, 이진수만 없었습니다. 현재는 던전이 다시 안정화되면 들어가 조사할 예정입니다.”

그 이외에 한송이는 화면을 넘기며 나머지 설명을 마쳤다. 뒤의 내용은 크게 신경 쓸 내용이 없었다. 설명이 끝나고, 다시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박동식이 앞으로 나왔다.

조금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박동식의 입이 열렸다.

“그래서 지금부터 임무를 세분화하여 진행할 예정입니다. 크게 실종된 여성을 추적하는 조, 기존에 일어났던 실종된 던전을 조사하는 조,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일어난 이진수를 조사하는 조로 나눌 예정입니다.”

“이진수 관련 조사는 그린나래 길드에서 따로 진행해야 하는 건 아닙니까?”

소드마스터 길드 측 헌터의 질문이었다. 말 그대로 이진수의 실종은 이 전의 사건들과 달리 기준이 모호하긴 했다.

실종 사건이긴 하지만, 지금 던전이 A급 던전도 아니었고 그린나래 길드에서 단독으로 진행하다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박동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실종 사건입니다. 비록 지금까지 A급 던전에서 일어났다고 하지만, 대상으로만 봤을 때는 이진수도 포함이 되겠죠. 그리고 지금 저희가 맡고 있는 던전은 A급으로 격상했습니다.”

격상.

정말 가끔, 던전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던전의 급이 올라가는 것을 뜻하며, 보통 던전 내부에 특별한 보스 몬스터가 나타났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났다.

격상이라고 하니, 첫 번째 임무였던 붉은 늑대 서식지가 떠올랐다. 거기서도 라이칸 스로프가 나타나면서 던전의 급이 올라갔었다.

“그리고 아직 던전이 불안정하여 이진수를 납치했다고 하더라도 안에 남아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안정화가 되는 대로 던전을 조사하면 좀 더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음. 알겠습니다.”

따로 추가 질문은 없었고, 박동식은 원하는 조를 이야기하라고 했다. 최대한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이었고, 각 길드 대표들은 자신이 원하는 조를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차례가 왔고, 김세아가 대답했다.

“저희는 이진수 조사 건에 참여하겠습니다.”

이미 다른 조는 다른 길드들에 의해 포화 상태였다. 우리가 들어간다고 하면 조율해야 했다. 무엇보다 내 감이 이진수 사건을 향하고 있었다.

“그럼 이것으로 오늘 회의는 마치겠습니다. 다음 회의는 내일모레 이 시간에 하겠습니다.”

박동식은 회의를 마쳤다. 헌터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송이가 챙겨주는 자료들을 받아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갔다.

나도 김세아와 함께 한송이에게 자료를 넘겨받았다. 두툼한 자료 뭉치를 챙기고 나오려고 할 때, 박동식이 다가왔다. 그 옆으로 한송이가 나란히 섰다.

“포털 안정화가 언제 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본부석으로 가서 대기할 예정인데, 너희들은 어떻게 할래?”

이미 우리가 이진수 사건에 대해 조사하려고 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던전이 안정화되면, 조사는 시간 싸움이 될 테니까 우리도 함께하는 게 좋았다.

‘아쉽네.’

채하나의 말처럼 편한 휴가는 사라졌고, 산더미 같은 일이 찾아왔다. 내가 이런 상황을 만들어냈으니 후회할 생각은 없지만, 편안한 호텔 침대가 그리울 것 같긴 하다.

“저희도 따라가겠습니다.”

“그럼 같이 이동하지. 준비해서 내려와.”

* * *

새벽이 되자 눈이 저절로 떠졌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장 본부석이라고 해서 야전을 떠올렸지만 생각보다 시설이 좋았다.

침대도 있었고, 화장실이나 샤워실 같은 시설도 깔끔했다. 호텔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5시였다. 간단한 산책 겸 몸을 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상쾌하고 시원한 공기가 느껴졌다.

본부석은 등산로 초입부에 설치되어 있었다.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대처를 하기 위한 자리 선정이었다. 나는 일단 등산로를 따라 걸었다.

조금 걷다가 지루해서 속도를 올렸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육체적인 능력만 사용했다. 그럼에도 속도는 빨랐다.

‘순찰도 돌고 있네.’

마나 탐지에 헌터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지금 한라산은 일시적 폐쇄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은 들어올 수 없었다. 더욱이 이 시간대에 저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한라산 주위를 빠르게 움직이며 크게 돌고 있었다. 열심히 순찰하는 헌터들을 응원하며 나는 위로 계속 올라갔다.

어느 정도 몸이 풀렸다 싶을 때, 주위를 둘러보니 꽤 많이 올라온 상태였다. 온도도 조금 내려간 것 같아 나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허공답보를 연습해야지.’

발칸이 가르쳐준, 허공을 밟으며 움직이는 기술이었다. 바닥에 닿지 않고 달리는 것을 목표로 가볍게 점프했다. 그러곤 허공을 박차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지면에 닿기 직전에 허공답보를 사용하는 연습은 꽤 어려웠다. 타이밍이 딱 맞아야 하기에 꽤 높은 숙련도를 요구했다.

‘한 달이 헛되진 않았지.’

투기장에서 나온 뒤,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꾸준히 연습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수준이 되었다.

펑! 펑!

더욱 높은 수준으로 가게 되면, 이런 공기 터지는 소리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가파른 등산길을 점프하듯 날아가면서 꼭대기가 있는 곳까지 단번에 올라갔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나무로 된 발판이 보였다. 그리고 주위에 천막으로 지어진 막사들과 헌터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던전 브레이크를 막기 위해, 그린나래를 비롯한 각 길드에서 지원 나온 헌터들이 대기 중이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백록담이 보이는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어제 이곳에 도착해서 인사를 나눴기에, 나를 수상하게 생각하는 헌터들은 없었다.

‘잡몹들이 새어 나오네.’

백록담에 생긴 포털에서 흘러나오는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있는 헌터들의 모습이 보였다. 불안정한 포털은 타원형의 모습에서 사각형, 삼각형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끔씩 타원형이 되었을 때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방금도 몬스터 세 마리가 나와 근처에 있는 헌터들에게 달려갔다.

물고기의 머리를 가졌으며, 원숭이처럼 길쭉한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그 둘의 영문 이름을 합쳐 몽쉬라고 부르는 이 몬스터는 약한 편이었다.

그러나 딱 한 곳, 물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게 되면, 말도 안 되게 강해졌다. 그래서 헌터들은 백록담에 있는 물 근처에 몬스터들이 가지 못하게 막아놓았다.

기본적으로는 방어 마법이 있었고, 그 앞으로는 다양한 함정들이 있어서 몬스터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몽쉬는 매우 약한 편이었고,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에 의해 쉽게 정리되었다.

그리고 마침 시간이 되었는지, 내 옆쪽에 있던 헌터들이 밑으로 내려가서 기존에 있던 헌터들과 교대했다.

“이 짓거리도 언제까지 해야 하냐.”

“그러게 말이다. 매일 같이 이런 짜잘한 놈들만 나오니 심심해 죽겠다. 이런 산 위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이런 놈들만 잡아야 한다니.”

“빨리 내려가서 푹 쉬고 싶다.”

헌터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려면 포털 안정화가 진행되어야 했다. 그런 다음에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면 그것을 막아내야 임무가 끝났다.

나는 더 볼 것도 없어서 내려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 온몸을 관통하는 기시감이 느껴졌다. 나뿐만이 아닌지 몇몇 헌터들이 백록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지?’

내 시선도 자연스럽게 백록담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백록담에 있는 포털로 시선이 움직였다. 이런저런 모양으로 변하던 포털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있었다.

여러 도형으로 변하던 포털은 원형을 유지하기 시작했고, 이상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훈련된 헌터들의 대처는 빨랐다.

먼저, 막사에 있던 헌터가 본부석에 연락을 취했다. 포털 주위에 있던 헌터들은 일정 거리를 벌렸고, 호수가에 있는 마법을 강화시켰다.

나도 검을 꺼내 들고 포털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저 현상은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려고 요동치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난다면, 저곳에서 몽쉬를 비롯한 몬스터들이 튀어나올 것이다.

연락을 취한 지 채 3분도 되지 않아서, 박동식과 한송이, 그리고 김세아가 나타났다.

하얀 빛무리와 함께 나타난 것을 보니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박동식과 한송이는 자신의 부하에게 상황 설명을 듣고 있었고, 김세아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여기 있었어? 그럼 얘기라도 하지. 너 찾다가 3분이나 걸렸잖아.”

“원래 가볍게 산책이나 하러 나왔는데. 갑자기 저렇게 된 거야.”

김세아는 포털을 쳐다보았고, 보고를 받은 박동식과 한송이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박동식은 우리를 보고 협조를 구했다.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면, 안으로 들어가서 조사를 부탁할게. 밖은 우리가 맡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

“예.”

나와 김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침, 포털의 안정화가 마무리 단계에 들었고, 거대한 빛무리가 터져 나왔다. 시야를 하얗게 만들고 난 뒤, 빠르게 사라졌다.

나선형 포털에서는 이전에 나왔던 몽쉬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몽쉬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몽쉬들은 헌터들을 바로 노리기보다, 물이 있는 곳을 공략했다.

주위를 지키고 있던 헌터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 달려오는 몽쉬들을 막았다. 그러나 아까와는 달리 몽쉬들을 사냥하는 게 쉽지 않았다.

좀 더 빠른 육체와 반사 신경을 가졌고, 조금씩은 물 마법을 사용했다. 지금도 저런 상태인데 물에 가까이 가게 하는 것은 더욱 위험했다.

콰아앙!

과가가가앙!

헌터들은 먼저 원거리 마법으로 몽쉬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근접에 있는 헌터들은 몽쉬들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것을 보고 김세아와 나도 앞으로 달려나갔다. 우리의 목표는 정면에 보이는 포털이었다.

“생각보다 많은데?”

포털에서 나오는 몽쉬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몽쉬들은 인산인해를 이루며 물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저렇게 두었다가는 큰일이 날 수 있었다. 먼저, 김세아가 마나를 끌어 올리며 몽쉬들을 향해 강력한 마법을 날렸다.

나도 뒤이어 마나를 끌어올려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곧장 거대한 참격을 날려 몽쉬들을 도륙했다.

콰아아아앙!

비산하는 몽쉬들의 시체가 보였지만, 포털에서는 계속해서 몽쉬들이 흘러나왔다. 헌터들이 꽤나 잘 막아주는 듯 보였지만, 조금씩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방어선이 뚫리며, 몽쉬 한 마리가 백록담에 있는 고인 물에 들어갔다.

순간, 거대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쳤고, 이전과 차원이 다른 강력한 마나가 느껴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놀라기보다는 포인트를 얼마나 줄지에 대해 고민했다.

‘천 포인트 정도는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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