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역대급 수련-142화 (142/177)

# 142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42화

35장 조사단(4)

-조금 있으면 김포 공항에 도착합니다.

안내 방송을 들으며 나는 스마트폰을 밑으로 내렸다. 채하나가 보내준 자료와 김세아가 조사해 온 자료들을 보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옆에 있는 김세아는 눈을 감은 채, 자고 있었다. 그 너머에 보이는 창문으로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들이 보였다.

‘10분 정도 더 걸리겠네.’

안내 방송은 조금 일찍 하는 편이었고, 나는 김세아가 좀 더 잘 수 있도록 가만히 두었다. 그러곤 다시 스마트폰을 들어 채하나가 보내준 자료를 이어서 보았다.

‘던전 브레이크 지원이라.’

이미 아이리스 길드에서는 우리 둘의 열애설에 대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며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제주도에 가는 것은 여행이 아닌 일 때문이라고 말했다.

명목상인 그 일은 제주도에서 현재 던전 브레이크에 대한 대비 중인 그린 나래 길드에게 협조하는 것이었다. 조사단의 단장인 박동식이 맡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던전 브레이크 대비.

갑작스럽게 터지는 던전 브레이크도 있지만, 이상 증세를 보이며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는 것을 알리는 포털도 있었다.

그런 포털의 경우 마나 파동이 불규칙적이었다. 대부분의 던전 브레이크는 포털 안으로 들어가 그 원인을 제거하면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 제주도의 던전 브레이크 징후를 보이는 포털은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1위 길드이면서 경험이 많은 그린 나래 길드가 지휘를 맡았다.

헌터 협회의 명령으로 다른 길드에서 이번 던전 브레이크에 대한 지원을 보냈고, 아이리스 길드에서도 이미 사람을 보낸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조사단 회의와 휴가를 즐기면 되었지만, 공항 사건이 터지면서 계획이 바뀌게 되었다. 기존에 보낸 아이리스 길드 헌터들이 우리 대신에 휴가를 즐기게 되었다.

그 자리에 나와 김세아가 들어가면서, 표면적으로는 던전 브레이크를 막기 위해 내려온 것이 되었다.

창문 너머로 활주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김세아의 어깨를 흔들며 잠에서 깨웠다.

“일어나.”

김세아는 눈을 한번 움찔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잠에서 깨어났다. 가볍게 입을 가린 뒤 하품을 하더니,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그리고 창가를 한번 바라보고는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나가면 그린 나래 길드에서 보낸 차량을 타고 나가면 될 거야. 경호원들도 준비되어 있다니까 쉽게 나갈 수 있겠지.”

김세아는 대략적인 상황만 듣고 바로 잠을 잤다. 어제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피곤해 보이기에 재웠다. 나머지는 내가 확인하면 되니까.

쿠웅!

비행기의 바퀴가 지면에 닿으면서 중력이 작용했다. 나는 비즈니스석 쿠션에 몸을 기대며, 가만히 있었다.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비행기가 멈춰 섰다.

나와 김세아는 비행기가 착륙한 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튜어디스가 우리를 먼저 내보내 줬고, 우리는 제주도 공항으로 들어갔다.

조금 안으로 들어가니,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가장 선두에 있던 덩치의 사내가 우리의 옆에서 이동했다. 인이어를 착용한 채,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VIP가 도착했다. 계획대로 움직여.”

나와 김세아는 경호원들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짐을 찾는 곳에서 잠깐 멈춰 서려 했지만, 경호원이 우리를 보며 말했다.

“짐은 저희가 찾아서 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일단 사람들이 더 몰리기 전에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경호원들에 의해 이미 주위의 이목이 쏠린 상태였다. 나는 경호원의 말대로 하는 것이 좋아 보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을 지나 밖으로 나가니 꽤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피켓에는 나와 김세아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내용은 좋은 것도 있었고, 보기 참 껄끄러운 것들도 많았다.

이미 준비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길을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그 길을 따라 제주도 공항 바깥까지 한 번에 나갈 수 있었다.

우리가 길을 지나가는 동안 사람들이 동시에 말을 하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쏠리다 보니 정신도 없었고, 나는 대외적 미소만 짓고는 빠르게 공항 바깥으로 나갔다.

“저걸 타시면 됩니다.”

경호원은 앞에 있는 검은 밴을 가리켰다.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나와 김세아는 밴에 탑승했다. 앞 좌석 문에 그린 나래 길드 마크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탈 수 있었다.

“출발하겠습니다.”

조수석에 탑승한 경호원의 말과 함께 밴은 제주도 공항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현재 던전 브레이크에 참가하는 헌터들이 묵고 있는 호텔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조사단 회의는 그 호텔 꼭대기 층에서 이뤄질 예정이라, 던전 브레이크가 아니었어도 우리는 이 호텔에 이미 숙소를 잡은 상태였다.

채하나도 일단은 원래 잡은 방에 묵으라고 했고, 나는 창문으로 주위 풍경을 감상했다. 깨끗한 바다와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 호텔 아니야?”

김세아가 우리가 묵을 호텔을 가리켰다.

“맞아. 근데 지금은 못 가고. 일단 던전 브레이크 현장에 가서 얼굴 한번 비쳐야 돼.”

우리가 타고 있던 검은 벤은 호텔을 지나쳤고, 한라산 봉우리가 보이는 쪽으로 달려갔다. 이번 던전 브레이크가 터질 지역은 한라산 정상에 있는 백록담이었다.

그리고 한라산 입구에 본부석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이 차는 지금 우리를 데리고 본부석으로 가고 있었다.

“하긴. 그게 우선이겠네.”

“가게 되면 기자들이 모여 있을 거야. 예상 질문은 보내놨으니까 가기 전에 한 번만 확인해 봐. 그게 끝나면 오늘 공식적인 일정은 끝이니까.”

본부석이 있는 곳까지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고, 김세아는 내가 보낸 예상 질문을 확인했다. 나 또한 머릿속으로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고민했다.

“도착했습니다.”

차가 멈추고, 경호원이 조수석에서 내렸다. 선팅이 되어 있어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지만 반대로 안에서 밖은 잘 보였다.

많은 기자가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길드 대항전 때만큼이나 많은 인파였다. 경호원이 조수석에서 내리자 기자들이 몰려왔다.

뒤에서 따라온 추가 경호원들이 기자들을 막아섰고, 우리가 타고 있던 밴이 열렸다.

파바밧!

찰칵!

“이번 열애설에 대해 답변 부탁드립니다.”

“아이리스 길드 측에서는 절대 아니라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플래시가 터지고, 기자들의 속사포 같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질답 시간을 가져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타나 상황을 정리했다.

“그린 나래 길드의 박동식입니다. 지금부터 제 말에 따라 주셔야겠습니다.”

우리는 박동식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고, 안내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우리를 따라 기자들도 함께 움직였다.

박동식이 준비해준 장소에서 기자들의 질답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의 질문이 나와 김세아에 관한 것들이었고, 우리는 꽤 수월하게 답변할 수 있었다.

거기다 박동식이 적재적소에 질문을 끊었고, 던전 브레이크 관련 쪽으로 주제를 돌리면서, 기자들은 우리에게서 흥미를 잃었다.

더 시간을 끌어도 나올 소스가 보이지 않자, 질문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생각보다 기자들과의 시간은 빨리 끝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질답 시간이 끝나고, 나와 김세아는 고개를 숙이며 기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마무리까지 깔끔해야 기자들도 우리에 대해 완전히 관심을 접기 때문이었다.

“잘 대처하던데.”

박동식이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듣던 대로 인상이 좋았다.

“아닙니다. 선배님 덕분에 잘 넘어간 것 같습니다.”

“감사해요.”

“오히려 우리 쪽에서 고맙지. 아이리스 길드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보내줬으니까.”

기자들이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한 박동식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쳐다보았다.

“다음부턴 조심하는 게 좋아. 이렇게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들키지 마.”

“저희 정말 그런 사이 아닙니다. 오히려 의남매에 가깝습니다.”

나는 박동식을 보며 선을 그었다. 웃으면서 농담 식으로 넘겼고, 박동식이 김세아가 있는 쪽을 쓱 훑어보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니면 말고.”

* * *

박동식은 철저하게 던전 브레이크에 대한 내용만 이야기했다. 그렇게 강력한 몬스터는 나올 것 같지 않으니 가볍게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오늘은 더 할 일이 없으니 먼저 돌아가라는 말을 들은 나와 김세아는 검은 밴을 타고 호텔에 도착했다.

“1004호와 1005호입니다.”

데스크에서 우리가 예약한 방의 열쇠를 받았다. 뒤에서는 경호원이 우리가 가져온 캐리어를 끌고 왔다.

나와 김세아는 각각의 캐리어를 챙겨 방으로 이동했다. 김세아가 1004호에 들어갔고, 내가 1005호에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샤워실로 들어가 씻었다. 샤워를 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2시간 남았네.’

조사단 회의까지 남은 시간이었다. 때마침 배에서 밥을 먹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저녁을 일찍 먹고 쉬다가 조사단 회의에 참가하면 될 것 같았다.

나는 룸서비스로 음식을 주문해서 저녁을 먹었다. 그러곤 누워서 전투 관련 영상이나, 훈련법에 대한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똑똑!

조사단 회의 시간이 30분 정도 남았을 때, 김세아가 내 방에 찾아왔다. 나는 나갈 준비를 한 뒤에 문을 열고 나갔다. 기다리고 있던 김세아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속도는 빨랐고, 금방 꼭대기 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와 김세아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에 긴 복도를 따라 걸었다.

문은 딱 하나가 있었고, 이미 살짝 열려 있었다. 대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이미 도착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가볍게 호흡을 들이마신 뒤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 김세아가 들어가는 순간, 안에 있던 사람들은 동시에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중에는 김세아가 예측했던 헌터들도 있었고, 처음 보는 헌터들도 있었다.

“아이리스 길드에서 온 오유성입니다.”

“아이리스 길드에서 온 김세아입니다.”

안에 있는 헌터들은 우리보다 선배들이었기에 최소한의 예의는 갖췄다. 우리가 자기소개를 하자, 대화를 주도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입을 열었다.

“나는 폼멜 길드의 박자성이라고 해. 우리도 소개하자면 이쪽부터 해미 길드, 소드마스터 길드, 자이로스 길드, 화랑 길드 대표들이야.”

박자성을 시작으로 각 길드 대표들은 간단하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나는 그들의 정보를 머릿속에 담으며 얼굴들을 살폈다.

박자성처럼 반겨주는 사람도 있었고, 조금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심하게 우리를 받아주는 사람도 있었으며, 무시하는 시선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저렇게 다양한 반응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헌터들은 조사단을 위해 각 길드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자신들의 실력과 길드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리스 길드에서는 신입 헌터인 나와 김세아가 온 것이다.

“한수 선배는 안 오니?”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은 해미 길드의 박나윤이었다. 두리번거리며 우리 뒤쪽을 쳐다보고 있지만, 더 올 사람은 없었다.

“네, 저희가 끝입니다.”

“하, 저딴 애송이들이랑 이런 임무를 어떻게 해.”

자이로스 길드의 송주혁이 신경질적인 표정을 짓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한마디로 인해 회의실 분위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자이로스 길드는 이전에 4위였지만, 아이리스 길드가 4위에 올라가면서 5위로 내려가게 되었다.

송주혁의 말에 우리 편을 들어주거나 중재를 하려는 사람들은 없었다. 오히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작도 전에 기를 죽이겠다는 건가.’

돌아가는 상황은 뻔했다. 자신들은 싫은 소리를 하며 책임을 지고 싶지 않으니, 송주혁이 하는 행동을 그냥 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아이리스 길드는 본격적인 회의가 진행되었을 때 아무런 발언권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선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내 머릿속에 김세아가 건네준 자료들이 빠르게 지나갔고, 송주혁에 대한 특이 사항 몇 개가 떠올랐다.

나는 그것을 떠올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저희도 자격을 갖췄기에 이 자리에 온 겁니다. 이 조사단 임무는 실력과 경험이 중요한 거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쾅!

책상을 내리치며 송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A급 임무는 겪지도 못해 본 놈이, 겨우 자격을 맞췄다고 우리랑 맞먹으려고 드네?”

그러곤 아니꼬운 시선으로 나와 김세아를 흘겨보면서 웃었다.

“길드 대항전에서 우승한 것 가지고 유세 떨지 마. 연애할 시간에 실력이나 더 키워.”

아침에 있었던 일들을 비꼬고 있었다. 예의를 갖추며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있으니, 나도 송주혁을 사람 대우해 줄 필요가 없었다.

“아, 그래서 선배님은 우승해 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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