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역대급 수련-140화 (140/177)

# 140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40화

35장 조사단(2)

띠리링!

손을 뻗어 침대 밑에 숨겨져 있는 스마트폰을 찾았다. 그러곤 버튼을 찾아 알람을 해제시켰다.

“하암.”

나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상체를 세웠다. 어제 자료 조사가 생각보다 오래 걸려 새벽을 넘겨서야 끝낼 수 있었다.

사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피곤한 것은 없었지만, 버릇처럼 하품이 나왔다.

침대에서 일어나 대충 이불을 정리하고, 책상 옆에 있는 캐리어를 꺼내 들었다. 지퍼를 열어 캐리어를 열었다.

‘제주도라니.’

이번 조사단 회의는 제주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점심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이동해야 했다. 이제 좀 있으면 김세아도 도착할 것이다.

캐리어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생각보다 챙길 게 얼마 없어 아침에 짐을 싸도 충분했다.

나는 수납장을 열어 속옷과 양말을 챙겼다. 세 개씩 집어넣고, 옷을 꺼내 담았다. 편하게 입을 옷 두 벌과 단정한 옷 한 벌, 그리고 길드 단복 하나를 챙겼다.

길드 단복에는 이번에 받은 1군 전투 헌터 마크와 은색 날개 마크가 달려 있었다. 은색 날개 마크는 A급 임무 수행이 가능한 사람들에게 헌터 협회에서 내리는 표식이었다.

이번에 김세아와 함께 B급 임무를 마쳤고, 어젯밤에 우편으로 받았다. 처음 봤을 때는 그렇게 큰 감흥은 없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흐음.’

나는 은색 날개 마크를 한번 쓰다듬었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나머지 짐을 챙기기 위해 화장실로 이동했다. 간단한 세면도구와 수건 하나를 챙겼다.

호텔에 가면 다 준비되어 있겠지만, 이 역시 버릇이었다. 그렇게 챙겨서 캐리어에 담고, 옷을 갈아입었다.

편안한 슬랙스 바지에 셔츠를 입고, 그 위에 카디건을 걸쳤다. 어제도 입었던 옷이라 약간의 구김이 있지만, 평소에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챙길까?’

옷걸이에 걸려 있는 모자가 보였다. 길드 대항전이 끝난 뒤에 잠깐 쓰던 모자였다.

길드 대항전 이후 꽤 많은 사람이 내 얼굴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그 수준이 잘나가는 탑 연예인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한동안 모자를 쓰고 돌아다녀야 했었다.

다행히도 최근엔 임무에 집중하느라 길드 차량을 이용하며 사람들에게 노출될 일이 없었다.

아직 아이리스 길드에서 대대적인 홍보로 우리를 사용하고, TV 광고에서도 매일같이 우리들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지만 길드 대항전의 열기는 식은 지 오래였다.

사람들의 관심은 다시 그날그날 터지는 이슈로 돌아갔다. 최근엔 탑 여배우 한 명과 유명한 헌터 한 명의 열애설이 터지며 실시간 검색어는 그 둘에 대한 이야기로 바빴다.

나는 모자를 가지고 갈지 말지 잠시 고민했다.

‘그냥 챙기자.’

결국 모자를 챙겨 캐리어에 담았다. 혹시나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제주도에 가는 것이 비밀은 아니지만, 이목을 끌 필요는 없었다.

문을 열고 나와 엘리베이터에 탔다. 1층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김세아의 모습이 보였다.

달라붙는 청바지에 흰 티를 입었고, 그 위에 베이지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머리에 깊게 눌러쓴 검은 모자와 검은 마스크였다.

모자와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화장기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웠다. 몸매까지 훌륭하니, 저렇게 가려도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끌릴 것 같았다.

“그 정도까지 해야 하는 거냐?”

“당연하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알아보는데. 넌 그러고 공항 가려고 한 거야?”

“혹시 몰라 챙기긴 했지.”

나는 캐리어에서 모자를 꺼냈고, 김세아와 함께 길드 차량이 있는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비행기 표는 받았지?”

“어.”

나는 어제 스마트폰으로 날아온 항공권을 다시 확인했다. 비행기 좌석과 항공편 번호가 적혀 있었다. 확인해 보니 김세아의 옆자리였다.

차량 트렁크를 열고, 내 캐리어와 김세아의 캐리어를 실었다. 나는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안전벨트를 맸다.

엑셀을 밟으며 차를 움직였다. 옆에서 김세아가 내비게이션을 만지고 있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김포공항이었고, 내비게이션에서 알려주는 길을 따라 차를 움직였다.

평소에 주로 내가 운전을 했지만, 그렇게 길눈이 밝은 게 아니라 안전하게 내비게이션을 사용했다.

“분석 자료 보낸 건 확인했어?”

어제 새벽에 자료 조사를 끝내고, 요약본을 김세아에게 보냈다. 새벽까지 자료를 정리했으니 그 양이 무척이나 많았다.

“절반 정도는 봤어. 나머진 지금이랑 비행기에 탄 뒤에 마저 확인하려고. 아, 그리고 이번에 조사단에 들어오는 헌터들에 대해 알아봤어.”

조사단에 대한 내용은 1급 기밀문서였다. 그만큼 극비리에 진행되는 일이었고, 같은 조사단이었지만 단장에 대한 것을 제외하면 단원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

“이번 조사 임무에 참가할 만한 길드는 뻔하잖아. 헌터 협회에서도 관여하고 있고, 길드에서 올 만한 사람들을 추려봤어. 그래서 확실하지는 않아.”

“그래?”

나는 앞을 보면서 운전했고, 귀만 열어서 김세아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 김세아는 옆자리에서 자신이 알아낸 정보에 대해 풀어놓았다.

“먼저 이번 참가 길드로 예상하는 것은 탑 15위 길드까지로 보고 있어. 그중에 밑에 있는 5개의 길드는 사실상 조사단에 파견될 만한 전력이 없어. 아니, 있어도 참가하기가 어렵다고 봐야지.”

“그렇겠네.”

1위부터 3위까지를 대기업이라고 보고 4위부터 10위까지를 중견기업으로 봤다. 그리고 그 밑으로 중소기업이라고 생각하면 편했다.

중견급 길드까지는 인재가 넘쳤다. 그들이 굴리는 자본 크기 자체가 달랐고, 헌터라는 직업의 특성상 강한 사람들끼리 모여야 더욱 높은 시너지가 일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길드로 좋은 인재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중소 길드로 가게 되면 실력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다.

중소 길드는 사실상 A급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 드물었고, B급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번 실종 사건에 대해서도 모를 확률이 높았다.

“우리 길드를 제외한 나머지 9개의 길드에서 나올 법한 사람들을 추려봤어. 먼저 랭킹 10위인 소드마스터 길드에서 나올 멤버야.”

나는 김세아가 말하는 멤버들을 귀에 담았다. 김세아가 예측하는 멤버는 길드 대항전에 나온 멤버들이 아니었다.

길드 대항전에 나왔던 헌터들은 대부분 신입 헌터들이었고, 나나 김세아보다 실력이 떨어졌다. 원래라면 나와 김세아도 이곳에 없었겠지만, 우리들의 실력은 이미 신입 헌터를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근데 소드마스터 길드는 9위 아니었어?”

내 기억에 10위 길드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소드마스터 길드가 아니었던 것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번에 우리 아이리스 길드가 4위까지 올라갔잖아. 내 입으로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게 우습지만. 이번 길드 대항전 팀원들 모두 실력이 좋았고, 특히 네가 이진수까지 잡아내면서 랭킹이 많이 올라갔지.”

“이번 길드 대항전 하나로 랭킹이 그렇게 바뀔 수가 있나?”

“내가 알기로는 일이 년만 지나게 되면 대기업급 길드로 승격할 수 있다고 봐. 순위를 가르는 것에는 유망주들을 키워내는 것에 대한 항목도 있으니까.”

이렇게 된 것에 내가 공로한 것이 있다는 게 뭔가 믿기지 않았다. 워낙 투기장에 관련되어 발칸과 준비하는 게 많다 보니 사회적 이슈나 길드에 대한 것은 임무 외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일단 기뻤다.

내가 원하고 있는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고, 그만큼 내가 기여한 것이 많다는 것은 내 입지가 다져지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고 멈출 생각은 없었다. 이 정도의 영향력은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게 마련이었다. 지금부터 좀 더 노력해서 확실하게 내 입지를 다질 필요가 있었다.

아마 그 시작이 이번 조사단 임무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다음 길드에 대해서 얘기해 봐.”

“다음은 9위인 해미 길드. 여기서 나올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 그 중 한 명은 우리도 만났던 사람이야. 한수 선배와 동기였던 박나윤.”

기억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좋게 시작한 인연도 아니었지만, 첫 번째로 받은 C급 임무였기에 더욱 기억에 남았다.

그때 내가 리치를 잡아낸 성과도 있었으니까.

“기억나지.”

비록 우리를 무시하기는 했지만, 그건 강한수와의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나왔던 행동이지 정말 우리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것도 이제 와서 돌아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뿐이고, 그 당시에는 정말 화가 많이 났었다.

“그리고 한봉규라는 헌터가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 이 헌터는 활을 자주 사용하고, 생각보다 이름이 알려져 있진 않더라고. 하지만 여러 자료에 의하면 절대 무시할 만한 사람은 아니야.”

정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강한 헌터들은 대부분 이름을 알렸고, 헌터 학교에서는 실제로 랭커들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도 있었다.

랭커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독특하거나 특이한 능력을 가진 헌터들도 이름을 알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거품이 조금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이름이 알려진 헌터들은 강한 축에 속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강자들도 존재했다.

특히, 헌터 학교를 졸업하고 길드에 들어가게 되면서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그랬다. 거기다 길드에서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면, 다른 길드에서 더더욱 숨겨진 강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

“그다음은 8위 길드인 헤르메스 길드인데…….”

김세아가 말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운전을 하다 보니 목적지에 금세 도착했다. 나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차에서 내렸다.

트렁크를 열고 캐리어를 내려 김세아에게 건넸다. 김세아는 자신의 캐리어를 받으며 말했다.

“일단 내가 알아온 정도까지만 알고 있으면 될 거야.”

“그래. 고생 많이 했다.”

김세아가 조사한 사람들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지만, 크게 벗어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내 캐리어까지 꺼내고 트렁크 문을 닫았다. 차 문을 잠그고, 캐리어를 끌며 김포공항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항공사에서 짐을 부친 뒤에 김세아에게 말했다.

“밥이나 먹고 비행기 타면 되겠네.”

시간은 꽤 널널하게 남아 있었다. 나와 김세아는 헌터 전용 보안대로 이동했다. 헌터증을 보여주고는 가볍게 보안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음식을 먹을 곳은 많았다.

“뭐 먹을까.”

김세아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우동 파는 집을 가리켰다. 간단하게 먹고 타는 것이 좋아 보여서 선택했고, 김세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모자.”

김세아가 내 쪽으로 다가와 조용히 얘기했고,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모자를 눌러 썼다. 그러곤 우동을 시킨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알아보면 어때. 그냥 편하게 먹어라.”

한 손으로 살짝 마스크를 내리고, 한 손으로 우동을 먹고 있는 김세아를 보며 말했다. 내가 봐도 불편해 보이는데 당사자는 더할 것이다.

“음.”

김세아는 그래도 꿋꿋하게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우동을 먹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 흔들며 젓가락을 집었다. 뿌연 연기가 올라오는 국물과 통통한 면발을 보고는 빠르게 젓가락을 움직였다.

“후우후우.”

면을 가볍게 시킨 뒤에 입으로 가져가려고 할 때, 옆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오유성 헌터 맞나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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