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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37화 (137/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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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 137화

34장 내가 당하기만 할 것 같아? (4)

“예?”

여자는 당황한 채,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주춤거리면서 뒤로 기었다.

“살고 싶다면 죽이는 게 좋을 거야.”

나는 기생충같이 다시 움직이려는 남자의 다리를 짓밟았다. 엄청난 고통에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정신을 잃었다.

사실 둘 중에 누가 남아도 상관은 없었다. 여자를 선택한 것은 직접적으로 나와 부딪쳐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남자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저 여자가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선택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내게 필요한 건 남자, 여자가 아닌 투사 한 명이니까.

“마지막 기회야. 살고 싶으면 처리하고 능력을 가져.”

나는 마지막 기회를 주고는 자리를 떴다. 제대로 된 계획을 시작하려면, 잠깐의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것을 처리하고 올 동안 살아 남아 있는 투사가 결국에는 진행자의 능력을 받고 나와 붙게 될 것이다.

여자 쪽으로 얘기하긴 했지만, 남자가 살아남는다면 진행자는 남자에게 능력을 줄 것이다. 뭐 그건 이제 내 손을 떠난 일이었다.

‘일단 여유의 마나 결정부터.’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나무 위에 올라가서 몸을 숨긴 뒤에 마나를 끌어올렸다.

푸른빛이 내 몸에서부터 흘러나와 오른손 위로 모였다. 크기가 점점 커지는 마나를 꾸준히 압축시켰다. 그리고 이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마나가 무한이라서 작업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처음 만들어진 마나 결정의 크기는 주먹만 했다. 시간이 지나면 마나가 흩어지면서 점점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다.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다섯 개였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고, 나는 다섯 개의 마나 결정을 만든 뒤에 나무에서 내려왔다.

마나 탐지를 사용한 결과 두 투사는 아직 현장에 남아 있었다. 번개의 춤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했고, 검을 들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 밑에는 정신을 차린 남자가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를 보며 갈등에 차 있었다.

“아직 안 끝났네?”

“아…….”

여자는 나를 보며 가벼운 탄성을 내뱉었다. 그것은 남자에게 아주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여자에게 말했다.

“조심하는 게 좋을걸.”

꽤나 오랜 시간을 휴식했으니, 남자의 마나도 돌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기회를 노리던 중 남자가 원하는 타이밍이 나왔는지, 손을 까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여자의 몸이 휘청거렸다. 무력화에 걸려 그나마 회복한 마나도 모두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남자는 여자의 다리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여자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남자는 여자의 위로 올라가 자신의 손에 든 단검을 쥐었다.

“내가 살 거야……. 내가 살 거라고!”

눈알을 굴리던 여자와 내 눈이 마주쳤다. 나는 무심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도와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내가 혹시나 저 여자를 도와주려고 했던 다른 이유는 위로 올라갔을 때 도움이 될까 해서였다.

혹시나 이런 상황이 온다면, 백소교와 같이 일시적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남자와 그런 관계를 맺어도 되지만, 저 남자는 내 기준에서 탈락이었다.

제정신으로 싸우는 놈도 아닐뿐더러 살려준다고 해도 위에 가서 제대로 된 도움을 받기 힘들 것이다.

‘저 쪽도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일단 살려주게 된다면, 한번 고민을 해볼까 싶은 내 추측일 뿐이다.

“크아아아!”

남자의 단검은 여자의 목이 있는 부분에서 멈춰 섰다. 한 손이기 때문에 실리는 힘이 적었고, 여자는 밑에서 필사적으로 단검을 막았다.

“아, 안 돼!”

남자는 단검이 막힌 것을 확인하고는 절규를 내뱉었다. 그러고는 무력화를 연거푸 사용했다. 하지만 무력화에는 중첩 효과가 없었다.

바닥에서 겨우 막는 것밖에 하지 못하던 여자는 마나가 돌아왔는지, 남자를 걷어찼다. 빠르게 검을 들고는 남자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

“컥!”

단발마와 함께 남자가 죽었고, 여자의 몸에서 하얀빛이 두 번 일어났다. 하나는 남자를 죽이고 얻은 능력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진행자의 선물일 것이다.

나는 상황 정리가 끝난 듯싶어서 여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여자가 나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제 이름은 헤카테입니다. 당신이 베푼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투기장 가면 둘 중 하나는 죽어.”

“그렇다면 제가 죽어야겠지요.”

헤카테의 몸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몸을 다독이며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목숨은 지금 말고 다음에 받겠어. 그러니 살아서 꼭 올라오라고.”

나는 헤카테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가 훈련했던 곳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거기서 열심히 훈련하다 보면 다른 놈들이 올 거야. 그러니까 잘 해봐.”

몸을 돌리고 마나를 끌어올리며 번개의 춤을 사용했다. 내 몸은 엄청난 속도로 헤카테에게서 멀어졌다.

애초부터 나는 헤카테와 싸울 마음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은 쇼였다. 진행자에게서 확실하게 보상을 받기 위해 이러한 연기를 했다.

‘가능하려나.’

내 몸은 빠르게 숲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정면에는 절벽이 보였고, 그 너머에는 광활한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 너머에 있는 섬, 그곳이 내 목표였다.

저곳으로 가는 것이 내 궁극적인 목표였고, 진행자를 엿 먹이는 방법이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투기장이 아닌 다른 탈출구를 찾아보려고 고민했고, 저 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일단 마나 탐지를 사용해서 무한대로 넓혀본 결과, 저 섬에서도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도 다수의 투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처음 저곳을 건너려고 했던 투사도 절반 정도는 넘어간 상태였다. 고로 경계선에 따로 장치되어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엄청난 크기의 몬스터를 조심해야 했다. 더군다나 나는 바다에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발칸이 알려준 기술을 연마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 결과,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허공을 밟고 움직일 수 있었다.

파앗!

나는 절벽의 끝을 박차고 하늘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약간의 부유감이 느껴지는 것이 기분 좋았다. 상쾌하면서도, 가슴속 막힌 것을 뚫어주는 느낌이었다.

‘살 떨리긴 하네.’

중력으로 인해 밑으로 떨어지는 내 몸과 함께 시선도 내려갔다. 밑은 짙은 파란색으로 보이는 바다뿐이었다. 얼마나 깊은지도 알 수 없었다.

나는 빨려들어 갈 것 같은 바다를 보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가벼워진 몸과 함께 나는 발 끝으로 마나를 보냈다.

파앙!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나는 다시 허공으로 날았다. 완벽하게 체화시키면, 걸어 다닐 수도 있다고 발칸이 말했지만 나에게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요령을 깨우쳐서 이렇게 뛰어다니는 것이 다였다. 훈련은 계속할 예정이고, 감을 잡은 상태이니 발칸이 말한 경지까지도 빠르게 도달할 것 같았다.

‘지금부터다.’

나는 허공을 뛰어다니면서 절반 정도를 이동했다.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조금만 있으면 경계선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나왔다.

푸른 바다 사이에 검은 무언가가 보였다. 첫날 보았던, 투사를 집어삼켜 버린 몬스터였다. 그리고 바다 중앙에 아주 조그마한 점이 생겼다.

점은 점점 커져 나갔고,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커지는 속도는 빨랐고 순식간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냈다. 구멍 속에는 하얀 이빨이 보였다.

나란히 있는 이빨은 날카로웠고, 각각 크기 또한 내 몸보다도 컸다. 일단 저 주둥아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위로 올라갔다.

마나를 사용해 위로 올라가 밑을 내려다보았다. 밑에서 보이는 몬스터의 크기가 주먹만 해졌고, 나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다시 반대편 섬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도약과 함께 중앙 경계선을 넘어갔을 때, 내 몸에서 푸른빛이 일어났다. 그와 함께 넘쳐나던 마나가 줄어들었다. 또한 메시지 창이 여러 개 나타났다.

[번개의 춤(A) 스킬이 사라집니다.]

[금(金)의 기운 스킬이 사라집니다.]

[앱솔루트 배리어(C) 스킬이 사라집니다.]

[무한 마나(S) 스킬이 사라집니다.]

이 섬에서 얻은 모든 스킬들이 사라졌다. 당연히 마력 수치와 지능 수치도 자연스레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내 몸에서 다시 한번 빛이 일어나더니 허공으로 퍼지던 푸른 마나가 일부 빨려들어 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빠르게 상황 파악을 했다.

스킬이 사라졌고, 확인해 본 결과 시스템 창이 돌아왔다. 포인트 상점과 아공간 주머니를 사용할 수 있었다.

나는 남은 마나를 확인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나갔다. 한정된 마나를 분배해서 사용해야 했고, 위로 올라가는 것은 더욱 많은 양의 마나가 들어 내 몸은 자연스럽게 밑으로 떨어졌다.

힘껏 치고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멀리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밑에서는 몬스터의 거대한 입이 나타났다.

촤아아악!

물줄기가 터져 나오며 내 몸을 흠뻑 적셨다. 거대한 돌덩어리 같던 몬스터의 입이 내 앞길을 막았다.

저곳만 넘어가면 나는 살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마나를 사용해 위로 점프했다. 저 섬까지 도착했으면 좋겠지만, 일단 몬스터의 입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구아아아아아앙!”

몬스터의 입에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강력한 파동이 울리면서, 내 몸속을 진탕시켰다. 유지시키던 마나가 사라지면서 내 몸은 빠르게 밑으로 떨어졌다.

‘젠장!’

나는 검을 빼들어 앞에 있는 몬스터의 입에 박았다. 본의 아니게 검이 박히면서 밑으로 쭈욱 내려갔다. 한참을 밑으로 내려오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역한 냄새가 퍼졌고, 나는 구역질을 애써 참으며 마나가 진정되길 기다렸다. 그리고 마나가 진정되자 다시 위를 향해 점프했다.

‘좀 더 빨리!’

몬스터의 입은 점점 닫히고 있었다. 환한 빛이 점점 줄어들면서 어둠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럴 때 번개의 춤이라도 있었다면 좋겠지만, 사리진 상태였다.

그리고 잊고 있던 내가 가진 스킬이 떠올랐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사용하지 않다 보니 까먹고 있었다.

이형환위.

나는 왼손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마나 결정을 흡수하면서 이형 환위를 사용했다. 빠르게 치고 올라가 보았지만 속도가 조금 부족했다.

거의 끝에 다다랐을 때, 몬스터의 입이 거의 다물어져 있었다. 이대로 멈출 수 없었던 나는 일부 마나를 검으로 보내며,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었다.

그러곤 십자 형태로 크게 휘둘렀고, 틈을 만들어냈다. 그 구멍으로 점프하며 간신히 몬스터의 입에서 벗어났다.

“후아.”

몬스터의 입이 완전히 닫히고,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거대한 물 폭풍이 일어나며 주위를 초토화시켰다. 나는 다시 한번 흠뻑 젖었고, 남은 마나 결정을 계속 사용하면서 다음 섬까지 이동했다.

‘살았다.’

* * *

“좋았어.”

생각보다 살아남은 투사를 구슬리는 것은 쉬웠다. 역시나 보상에 눈이 돌아갔고, 몇 개 더 얹어주니 확실하게 넘어왔다.

요정은 자리에 앉아 기쁜 마음으로 화면을 지켜보았다. 화면에는 살아남은 투사 오유성과 헤카테의 모습이 보였다. 오유성이 잠깐 사라지긴 했지만, 다시 나타났고 예상대로 헤카테가 다른 투사를 죽였다.

“준비되었던 능력을 건네줘.”

요정의 지시에 부하들이 움직였다. 요정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관객들의 반응을 체크했다.

“반응은 어때?”

“폭발적입니다. 기존에 있던 관객들이 다른 관객들까지 데려오면서 관객석을 꽉 채워 버렸습니다.”

꽤나 많은 관객석을 모두 채웠다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피었다. 이번에 준 능력이라면 오유성은 죽을 것이고, 관객들은 새로운 영웅에 열광할 것이다.

“어?”

그때, 부하 한 명이 요정을 쳐다보았다. 요정은 부하의 표정을 보며, 약간의 불길함을 느꼈다.

“왜 그러지?”

“오유성이 투기장을 이탈하려고 합니다.”

“뭐?”

부하가 빠르게 화면을 띄웠다. 그곳에선 오유성이 빠른 속도로 달렸고, 이내 절벽 끝에서 뛰어 내렸다.

“이런 미친!”

요정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이를 악물며 화면을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저길 넘어간다고? 불가능해.”

어차피 경계선을 넘어가면, 이곳에서 얻은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오유성도 저곳을 넘을 수 없을 것이다.

그때, 부하가 다급한 목소리로 요정을 불렀다.

“진행자님!”

요정은 짜증이 잔뜩 섞인 표정과 말투로 부하를 쳐다보았다.

“왜!”

“관객들이 관객석을 뜨고 있습니다. 그,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아…… 안 돼! 어디로 가는 건데!”

관객들의 유동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장치가 있었고, 요정은 관객들이 어느 관객석으로 이동하는지 확인했다.

프랑키스 섬 관객석.

오유성이 가려고 하는 경계선 너머의 섬으로 관객들이 넘어가고 있었다. 관객 수는 빠르게 줄어들었고, 단 한 명의 관객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이런 제에에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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