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36화
34장 내가 당하기만 할 것 같아? (3)
내 말에 흠칫 놀라는 남자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빠르게 단검을 내리찍으려 하지만, 내 동작이 더욱 빨랐다.
나는 주머니에 있던 마나 결정을 흡수했다. 그러자 텅 빈 내 몸에 한 줄기 정도의 마나가 흘러들어왔다. 이정도면 충분했다.
마나를 몸에 퍼뜨려서 일시적으로 강화시켰다. 몸을 굴려 옆에 있던 검을 집어 들었고, 남자의 단검을 막았다.
“뭐야!”
남자는 당황했다. 얼굴이 붉게 물들었고, 내가 움직이는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뒷걸음질 치며 물러났다.
“다 방비를 했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내 능력을 키우는 데도 집중했지만 무력화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꼭 무력화가 아니더라도 일시적으로 마나를 없애거나, 체력을 빠지게 하는 능력들이 많았다.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을 꾸준히 했다. 그러면서 넘치는 마나에 눈이 갔고, 따로 결정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연습을 해보았다.
처음에는 당연히 어려웠다.
마나는 기본적으로 풀어놓았을 때 모이는 성질보다는 퍼져 나가려는 성질이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나를 모으는 것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결국 마나는 모인다는 것이었다. 헌터들 대부분이 마나를 사용했고, 몸에 마나를 담는 훈련을 했다.
효율적인 측면이나 재능이 따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헌터로 각성하면 몸에 마나를 담을 수 있는 기초적인 준비는 끝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생각하고 계속해서 마나를 모아보려고 노력했다. 당연히 수많은 실패를 했다. 그리고 지금도 완벽하게 마나를 결정화시키지 못했다.
겨우 모아 놓는 것이 다였고,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분명 걸렸는데…….”
남자는 자신의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피가 흐르고 있지만, 자각하지 못한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초조함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남자는 다시 단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내 몸에 남아 있던 마나가 사라졌다. 내 몸은 자연스럽게 바닥과 가까워졌다.
“멀리서도 사용 가능하나 보네.”
백소교가 얻은 일시적으로 몸을 멈추게 하는 것처럼 같은 원리 같았다.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도 무력화를 사용할 수 있다니, 진짜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별로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나는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고, 왼손으로 주머니에 있는 마나 결정을 집었다.
다시 차오르는 한 줄기의 마나로 몸을 움직였다.
“뭐, 뭐야! 이럴 리가 없는데.”
“당연하지. 네가 상대를 잘못 만난 거야. 흡!”
남자는 다시 무력화를 사용했고,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마나 결정을 사용했다.
무력화를 맞고도 꾸준히 일어나는 내 모습에 남자는 당황해서 무력화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무력화가 어떻게 발동이 되는지 눈에 담았다.
남자의 한 손에서 미세하게 빛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지금은 그 빈도수가 많아서 눈에 보였지만, 한 번만 사용한다면 확실히 알아채기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나를 죽일 수 있겠어?”
“으아아아아!”
이미 남자의 눈은 뒤집혀 있었다. 나에게 다가와 미친 듯이 단검을 휘둘렀다. 나는 마나 결정을 사용해 공격을 막았다.
어차피 나도 강력한 기술들은 사용하지 못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마나로는 몸을 지탱하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이미 상대는 정신 줄을 놓아 버린 상황이라 대처하기가 편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저 모습을 보면서 궁금했다. 아니, 처음에 신전에서 봤을 때부터 한 가지 의문이 들었었다.
어떻게 저 남자가 이곳까지 올라올 수 있었을까.
그리고 곧 남자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눈은 빨갛게 물들었고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몸에서는 근육들이 꿀렁이며 핏줄들이 튀어나왔다.
나는 뒤로 빠지면서 몸을 추스렸다.
“그럼 그렇지…….”
남자가 가진 능력은 버서커였다.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에만 집중된 미친 전사라는 뜻이었다.
확실히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전투를 해왔으면, 이전의 연약했던 정신 상태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정신을 차리면 이미 전투가 끝나 있었을 테니까.
“끄아아아아!”
정신을 놔버린 남자는 근처에 떨어진 독이 떨어지는 단검까지 쥐며 양손에 단검을 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검을 들었다. 일단은 치명적인 공격만 피하면서 기회를 봐야했다. 무력화의 지속시간은 길지 않은 편이나, 정확히 언제 풀리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챙!
나는 검을 들어 빠르게 날아오는 단검을 막았다. 그리고 독이 묻은 단검이 내 눈을 향해 쇄도했다. 나는 자세를 낮추면서 공격을 피했다.
몸이 제 상태가 아니니, 이런 동작들이 힘겨웠다. 체력적으로도 정상이었다면 괜찮겠지만, 지금까지 계속 싸우면서 왔기에 그것도 무리였다.
한편으로 내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어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마나 무한을 얻으면서 나는 마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육체 단련을 소홀히 했다.
마나를 사용하면 육체적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으니까.
‘돌아가면 체력 훈련을 더 빡빡하게 해야겠어.’
나는 다짐을 하면서 다시 마나 결정을 사용했다. 무력화가 진행 중이라 그런지 그나마도 한 줄기의 마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주, 죽인다.”
남자의 모습은 괴물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살의에 가득 찬 남자는 단검을 미친 듯이 휘둘렀다. 나는 단검에서 흘러나오는 독을 맞지 않기 위해 움직였다.
지금 상황에서 적극적인 싸움을 하는 것은 불리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지형지물을 이용하면서 남자의 공격을 피했다.
기본적으로 나무 위에 올라가면 남자가 단검을 이용해 나무를 쓰러뜨렸다. 나는 그럼 다른 나무로 옮겨가 마나 결정을 사용했다.
그런 식으로 3분가량이 지났을까, 가뭄에 폭우가 쏟아지듯 마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푸욱!
순간, 힘 조절이 되지 않아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나는 한 바퀴 회전하면서 바닥에 착지했다. 정면으로 들어오는 두 개의 단검은 앱솔루트 배리어를 사용해 막았다.
그리고 마나를 끌어올리며, 번개의 춤을 사용했다. 푸른 하늘 사이에서 번쩍임과 함께 번개가 내리쳤다. 동시에 나는 뒤로 몸을 뺐다.
“크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는지, 악을 지르는지 모르겠다. 지금 저 남자의 상태로는 구별이 가지 않았다. 아마 제정신이 아니니, 후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별로 큰 피해를 못 느꼈는지,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렬한 기운을 풍겼다. 단검에서는 푸른 마나가 아닌, 붉은 기운이 서려 있었다.
단검이 휘둘러지면서 붉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참격이 날아왔고,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삭!
쿠구구구궁!
나는 번개의 춤으로 공격을 피한 뒤에 남자에게 붙었다. 그러고는 마나 블레이드를 사용해 남자의 왼쪽 팔을 베었다. 잘려 나간 왼쪽 팔이 허공을 날랐고, 나는 뒤이어 후속타를 준비했다.
퍽!
그러나 갑작스러운 충격에 내 몸이 뒤로 밀려났다. 가슴을 진탕시키는 강력한 충격이었다. 나는 왼손으로 가슴을 잡으며, 숨을 거칠게 쉬었다.
“쿨럭.”
위기감에 몸이 먼저 움직였고, 검을 들어 남자의 단검을 막았다. 그러곤 가볍게 점프해서, 남자의 배를 밀어 차며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뭐야.’
남자의 팔에는 피로 만들어진 붉은 팔이 달려 있었다. 피로 이루어진 그 팔은 흉흉한 기세를 풍겼다. 붉은 팔은 길어졌다가 짧아지며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검으로 붉은 주먹을 막아냈다. 버서커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아서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제 풀에 지친다는 것.’
버서커는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울 때까지 싸웠고, 모든 것을 불 싸지르게 되면 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번개의 춤을 이용해 계속해서 공격을 피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남자의 움직임이 굼떠졌다. 그리고 곧 붉은 기운들이 사라지며, 멀쩡한 정신이 돌아왔다.
“이…… 이게 뭐야. 크아아아아!”
마취가 풀린 사람처럼,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남자가 오열하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모든 것을 불태운 저 남자에게 더 이상 싸울 의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마무리를 짓기 위해 움직였다. 황금빛 마나 블레이드가 영롱하게 빛났고, 검을 내리쳤다.
순간, 내 몸이 멈췄고 주위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그러고는 특유의 가벼운 웃음소리와 함께 요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만요, 헤헤. 제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약간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릴 뿐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쉽게 추측할 수 없었다.
“뭐지?”
-지금 이대로 끝내기에는 관객분들이 너무 아쉬워하셔서 추가적으로 투기장에서 결투하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흐흐.
신전에서만 해도 강압적이었던 요정의 말투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진심이 담긴 친절함을 보여주지만, 이미 늦었다.
거기다가 이 녀석은 나를 궁지로 몰아넣으며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이용해 관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을 것이다.
어차피 요정이 처음 나에게 했던 제안이라면, 나는 이 둘을 죽이면서 얻는 것이 매우 많았다. 지금 가진 스킬들도 챙길 수 있었고, 다음 층으로도 그냥 올라 갈 수 있었다.
“난 이미 충분한데.”
-물론 그냥 부탁드리는 건 아닙니다. 이에 대한 보상은 당연히 있을 겁니다.
요정의 목소리는 꽤나 다급했다. 내가 말꼬리를 흐리며 여지를 주니, 기회다 싶어서 나를 꼬드기려 하고 있었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내가 세운 계획에 대한 이득을 챙기기 위해 최선의 상황을 간추렸다.
“좋아. 그런 보상이나 들어보고 결정하지.”
-헤헤.
요정의 웃음소리와 함께 내 눈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곳에는 요정이 제시하는 보상이 나타나 있었다.
[랜덤 박스 × 3]
[S급 마석 × 1]
[포인트 1,000,000]
“이 세 가지를 다 주는 건가?”
-하나입니다. 저것을 다 줬다가는 저도 거덜 납니다. 헤헤
나는 다시 보상 목록을 쳐다보았다. 그러곤 피식 웃으며, 요정에게 말했다.
“S급 마석은 당연히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전에도 10명을 죽였고, 이번에도 10명 이상은 죽인 것 같은데. 계산은 똑바로 해야지.”
-하하. 그랬지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잠시 요정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곧 내 몸에서 하얀빛이 일어났다. 주머니 쪽에서 빛이 났고, 나는 손을 주머니로 가져가 보았다.
묵직하게 잡히는 단단한 돌이었다. 꺼내보니 강렬한 마나를 풍기는 것이 분명 마석이었다. 그것도 요정이 약속했던 S급 마석 한 개였다.
“그리고 말이야. 이왕 투기장에서 싸우는 거 흥미진진한 장면이 나오는 게 낫지 않겠어?”
-흐음. 그러면 좋긴 하지만 무슨 꿍꿍이시죠?
“그냥 저 보상 두 개가 모두 탐날 뿐이야. 내가 배려를 해줄 테니 저 보상을 다 주는 게 어때?”
-어떤 배려를 말씀하시는 걸까요.
나는 아직 살아 있는 두 명을 떠올렸다. 버서커 모드에서 풀려난 남자는 아직 죽지 않았고, 쓰러져 있던 여자도 지금쯤이면 정신을 차렸을 것이다.
“저 여자가 남자를 죽이게 하고 내가 투기장에 들어가서 싸우도록 하지.”
-으음. 너무나 일방적인 경기는 관객들도 재미없어하시겠죠. 그렇다면 이왕 통 크게 하시는 거 제가 저 여자에게 능력 하나를 더 줘도 될까요? 헤헤.
“마음대로 해.”
내 수락과 함께 다시 하얀 빛이 일어나며 어둠이 걷혔다. 아이템은 아공간 주머니로 알아서 들어가 있었다. 지금 사용할 수는 없으나, 확실하게 받았으니 됐다.
그리고 멈춰져 있던 시간이 흘렀다. 나는 들고 있던 검을 뒤로 뺐고,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고는 여자가 있는 쪽에다가 던졌다.
“죽여라.”
이제 모든 것을 다 받았으니, 진행자에게 한 방 먹일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