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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35화 (135/177)

# 135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35화

34장 내가 당하기만 할 것 같아? (2)

생각보다 투사들이 정리되는 데 걸린 시간은 짧았다. 초록색 상자에서 나온 스킬을 먹은 세 명이 다른 신입 투사들을 빠르게 잡고 다녔다.

한데 희한하게도 세 명은 뭉쳐 다니고 있었다. 세 명이 신입 투사들을 몰살하고 다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끄아아악!”

내 검에 신입 투사 하나가 쓰러졌다. 지금 상황에서는 저 세 명에게 신입 투사의 스킬을 하나라도 덜 줘야 했다.

가뜩이나 초록색 상자에서 세 개나 얻었는데, 이런 신입 투사들의 능력까지 갖게 된다면 상대하기 너무 까다로웠다.

나는 번개의 춤을 사용하며,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신입 투사 둘이서 싸우고 있는 곳에서 나는 검을 들어 황금빛 마나 블레이드를 사용했다.

서걱!

몸을 회전하면서 검을 휘둘렀고, 신입 투사 두 명의 목이 잘려 나갔다. 번개의 춤을 사용해도 됐지만, 내가 작업을 하는 상황에 대해 알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움직이는 것을 알게 되면 안 그래도 빠른 세 명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건 안 되지.’

남은 다섯 신입 투사들과 세 명의 투사들이 만나려 하고 있었다. 나도 그쪽으로 이동했다.

이미 전투가 시작되었는지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마법으로 인해 지면이 파이고, 나무가 쓰러지는 광경이 보였다.

‘일단 위험한 놈들부터.’

세 명의 투사가 다섯 투사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래도 비등비등하게 싸우는 것을 보면, 다섯 투사 쪽에도 강자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세 명의 투사들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점점 승기를 잡아가며 다섯 명의 투사를 몰아붙이고 있지만 나는 기다렸다.

그리고 세 명 모두 무력화 스킬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을 때 몸을 움직였다. 번개의 춤으로 인한 번쩍임이 일어났고, 나는 검을 든 채 세 명의 투사 중 인상이 가장 험한 투사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챙!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인상 험한 투사는 내 공격을 막아냈다.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내게 창을 휘둘렀다.

화려하게 돌아가는 창은 방패와 공격의 역할을 동시에 해냈다. 초록 상자 스킬을 얻은 다른 두 명의 투사는 다섯 명과 싸우고 있어 이쪽으로 올 수 없었다.

나뭇가지 휘두르듯이 창을 휘두르고 있는 인상 험한 투사가 나를 보며 웃었다.

“인간…….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군.”

“아니. 제대로 골랐어.”

나는 황금 빛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어냈다. 내 앞에 있는 투사는 이곳에 있는 투사들 중 가장 강했다. 그리고 난 일부러 이 녀석을 먼저 공격한 것이다.

검을 들고 달려나가며 번개의 춤을 사용했다. 번쩍임과 함께 강력한 마나 블레이드가 투사의 목을 노렸다.

챙!

똑같이 검이 막혔지만, 아까와는 달라진 게 있었다. 내 검을 막은 창간 부분에 홈이 파져 있었다. 꽤나 단단한 창이었지만, 결국 내 검에 부러질 것이다.

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투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왜 그를 골랐는지에 대한 답변을 해주었다.

“너부터 죽여야 편하거든.”

“이익!”

인상 험한 투사의 귀가 빨개졌다. 인간이 아님에도 당혹스러울 때 귀가 빨개지는 것은 똑같은 것 같았다.

하긴, 키와 덩치가 나보다 큰 것을 빼면 인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아무래도 앞에 있는 투사는 거인족인 것 같으니까.

“으아아아아!”

괴성을 내지르며 인상 험한 투사가 창을 휘둘렀다. 기합이 잔뜩 들어간 창의 힘은 강했다. 더군다나 마나까지 흘러나와 창의 위력을 강화시켰다.

창의 끝을 잡고 휘둘러서 창끝에 담긴 힘은 어마어마했다. 나는 맞받아치는 것보다는 피하는 것을 선택했고, 동시에 번개의 춤을 사용해 투사의 뒤를 잡았다.

번쩍임과 함께 나는 검을 휘둘렀다. 황금빛 마나 블레이드는 투사의 거대한 등을 노렸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은 검격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재빠른 몸놀림으로 투사는 뒤로 빠졌고, 회전하고 있던 강력한 창이 내 검을 맞이했다.

검과 창이 부딪치면서 충격이 퍼졌고, 나는 마나를 끌어올려 충격을 무마시켰다.

아직도 손이 징징거리면서 울리고 있었다. 그만큼 창의 위력은 강력했다. 하지만 황금빛 마나 블레이드의 강력한 절단력에 창두가 잘려 나갔다.

이제 인상 험한 투사가 들고 있는 창은, 창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막대기에 불과했다.

“끝난 것 같은데.”

나는 마무리 짓기 위해 투사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인상 험한 투사는 창두가 날아가 버린 창을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양손에 주먹을 움켜쥐며, 푸른 마나를 끌어올렸다.

“이게 내 진짜 실력이다.”

푸른 마나가 응집된 주먹은 강력한 위력과 함께 나에게 날아왔다. 나는 검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특유의 빠른 몸놀림과 합쳐진 주먹은 쉬지 않고 날아왔다.

‘끝났군.’

뒤쪽의 싸움이 끝나가고 있었다. 초록색 상자에서 스킬을 얻은 투사가 마무리를 지으려 하고 있었다. 한 명은 죽었고, 다른 한 명이 반대쪽에 살아남은 두 명과 싸우고 있었다.

“한눈을 팔다니. 죽여주지!”

이쪽도 끝낼 차례였다. 나는 달려오는 투사를 바라보며, 번개의 춤을 사용했다. 마나로 육체적 능력을 끌어올리자, 그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나는 엄청난 속도로 투사를 몰아쳤다.

황금빛 마나 블레이드는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하이에나처럼 투사를 노렸다. 번쩍임과 함께 잔상이 남았다.

번쩍임은 점점 많아졌고, 잔상들이 나타나며 투사를 에워쌌다. 투사는 사방으로 주먹을 움직였다. 하지만 내 움직임보다 느렸고, 몸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파지직!

콰과과과광!

마지막으로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쳐 투사에게 떨어졌다. 파르르 몸을 떨면서, 눈동자는 흰자위만 남았다. 나는 몸을 돌려 뒤에 남은 투사를 바라보았다.

똑같은 거인족이지만 이쪽이 좀 더 밸런스가 있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투사는 자신이 죽인 시체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초록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독인가.’

투사는 단검을 들어 자신의 손가락 끝에 상처를 냈다. 그러자 초록색 피가 뚝뚝 떨어졌다. 오크의 피 또한 초록색이지만, 그런 것과는 달랐다.

저 놈이 떨어뜨리는 피는 독이었다. 이번에 얻은 스킬인지, 가지고 있던 스킬인지 모르겠지만, 독은 꽤 위험했다.

내 몸이 만독불침도 아니었고, 독 저항력이 있을지도 장담하지 못했다. 육체적 능력이 강해진 거지, 저항력이 강해진 것은 아니니까.

“안 오게? 그럼 내가 가지.”

투사는 단검으로 상처를 하나둘 늘려 나갔다. 그러면서 투사의 몸에서 흐르는 피가 점점 많아졌다. 온 몸이 초록 피를 뒤덮였을 때, 투사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난 숨을 참으며 앱솔루트 배리어를 만들었다. 혹시나 공기 중에 퍼지는 독이 있을까 싶어, 사전에 차단했다.

지금의 나에게는 근접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넘치는 마나로 번개의 춤을 사용했다. 하늘에는 먹구름들이 빠르게 찾아들었고, 응층된 번개들이 번쩍였다.

그리고 이내 투사를 향해 다수의 벼락이 떨어졌다. 나는 배리어 안에서 번개의 춤을 계속 사용했다. 그리고 간간이 파이어 볼도 사용하면서, 투사가 나에게 접근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늘에서는 번개가, 땅에서는 파이어 볼이 투사를 몰아쳤다. 휘몰아치는 마법 공격에 독을 사용하던 투사는 속수무책이었다.

지금까지 얻은 스킬들로 막아보고, 쳐내보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나는 마나가 무한이라 스킬을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반면에 저 투사는 모든 것이 한정되어 있었다. 체력과 마나 모두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거기다 단검으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냈기에 체력은 더 빨리 줄어들고 있었다.

“끄아아악!”

제대로 적중한 번개에 의해 투사는 비명을 질렀다. 몸은 파르르 떨고 있었고, 독기에 찬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정말 살벌한 눈빛이지만, 저런 눈동자를 처음 보는 것이 아니었다. 이곳까지 올라오면서, 현실에서 몬스터를 잡으면서 수없이 봐왔던 눈이었다.

저런 눈은 이제 나에게 아무런 느낌조차 주지 못했다. 나는 묵묵하게 마법을 사용했고, 투사의 목숨을 끊어버렸다.

“사…… 살…….”

목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 죽인 투사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것보다 조금 더 얇고 가는 목소리였다. 죽은 줄 알았던 다섯 명의 시체가 있는 곳에서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아주 미세하게 숨을 쉬고 있는 투사의 모습이 보였다. 백소교만큼이나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백소교가 동양 미인이라면, 이쪽은 서양 미인이랄까.

주머니에 있던 열매 하나를 꺼내 투사의 입에 즙을 짜냈다. 빨간 액체가 흘러나와 투사의 입으로 타고 들어갔다.

‘체력 회복에 좋지.’

한 달이라는 시간을 지내면서 알게 된 열매였다. 체력 회복에 뛰어난 성능으로, 마치 체력 포션을 먹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졌다.

내가 투사를 살리는 이유는 별다를 게 없었다. 내 계획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열매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완전히 감겨져 있던 눈이 반쯤 떠져 있었고, 이를 악문 채 눈을 굴리고 있었다.

“어?”

그리고 내 쪽을 보며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표정을 보고 빠르게 몸을 돌렸다. 그녀가 지은 놀라운 표정은 나를 보아서가 아니었다.

나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마나 탐지에서 느껴지는 적은 없었다. 내가 죽인 투사들은 확실히 마무리 지었고, 주위에 시체에서도 이 투사를 제외하면 살아 있는 투사는 없었다.

‘뭐지?’

완전히 뒤를 돌았을 때, 어딘가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짧은 단검을 손에 쥐고 있었고, 바로 내 앞에 서 있었다.

낯은 익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남자는 단검을 휘둘렀고, 나는 미처 반응하지 못해 단검에 베였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피가 흐르고 있었다.

“흡!”

순간, 내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방금 전 전투로 인해 쌓인 피로로 인해 몸이 버티지 못했다. 동시에 몸 안에 충만했던 마나의 기운도 사라졌다.

바닥에서 차가운 기운이 올라왔다. 몇 번의 움찔거림 끝에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 상태로 저 녀석과 싸우는 것은 힘들었다.

지금 나는 검을 드는 것조차 벅찼고, 고작 몸을 힘겹게 움직이는 것이 다였다.

‘무력화인가…….’

이곳에서 일어난 전투에서조차 나오지 않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저 남자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지였다.

“고맙다.”

남자는 나를 보면서 웃었다. 다짜고짜 고맙다는 소리를 하니,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이 든 단검을 쓰다듬던 남자가 다시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아.’

저 모습을 보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 섬에 처음 들어와서, 진행자에게 불공평을 논하던 남자였다. 그 남자의 모습과 지금 내 앞에 있는 남자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네가 반쯤 죽여 놓은 늑대 새끼에게서 좋은 걸 하나 얻었지.”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서 누가 죽였나 싶었는데, 이놈이 죽였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시작부터 약한 모습을 보였고, 제일 먼저 도망갔으니까.

“은신이라는 스킬인데 성능이 좋더라. 원래는 한 달 전에 죽이려고 했는데 기회가 생기지 않아서 참고 기다렸지. 그 뒤에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몰랐는데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이야.”

은신 스킬.

아마 내 마나 탐지에도 걸리지 않았고, 기척조차 느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아 S급으로 보였다. 거기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초록색 상자가 있는 곳에서도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마지막 상자에서 저놈이 무력화를 얻었다는 뜻이었다.

남자는 단검을 들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네놈을 죽이고 저 여자만 데려가면 나도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겠지. 아니, 좀만 즐기다가 가도 되려나.”

숨만 붙어 있던 투사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남자가 단검을 위로 들었다. 그러고는 역으로 쥐어 날이 나에게 향하게 만들었다.

나는 왼손을 들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남자를 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미안. 그냥 죽어주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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