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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33화 (133/177)

# 133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33화

33장 모여드는 투사들(2)

서걱!

앞에 있는 투사까지 해서 S급 마석을 얻기 위해 필요한 킬 수를 모두 채웠다. 이제 투기장에서 결투를 진행한 뒤 위로 올라가면 됐다.

“저기 대립 중이네요.”

백소교가 가리킨 방향은 투기장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산발 머리 투사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 흉흉한 기세를 풍기는 투사들이 여럿 다가오고 있었다.

“다 왔네.”

“저희도 갈까요?”

이제 남은 투사들은 투기장에 모두 모였다. 이곳에서 결판을 내야만 했다. 산발 머리 투사를 처치하고, 투기장에 들어갈 때가 된 것이다.

“아니.”

나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우리가 아니어도 산발 머리 투사를 잡을 수 있다면 나서지 않는 것이 좋았다. 백소교도 충분히 강해졌고, 무리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면서 많은 투사를 처리했고, 그중에는 고인물 투사도 하나 있었다. 그렇게 전투를 하면서 이곳까지 도착하자, 고인물에 대한 분노는 어느 정도 사그라져 있었다.

‘이제 남은 고인물 투사는 저놈 하나.’

산발 머리 투사가 아마 이 섬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 초록 상자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도 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강함을 확신하는 산발 머리 투사에게 섣불리 덤비는 것은 위험했다. 내가 가장 얻고 싶었던 무력화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력화만 있었다면, 제일 먼저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마 나였을 것이다.

나는 근처에 있는 바위 위에 앉았다. 백소교 내 옆으로 다가와 똑같이 앉았다.

“일단 지켜보자.”

“음…….”

최소한 저들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싸우는지 확인하고 들어가도 늦지 않았다. 분명 산발 머리 투사에게 다른 투사들의 시선이 몰린다면, 몰아치는 신입 투사들 사이에서도 배신을 하는 놈이 나올 것이다.

“어?”

“어?”

신입 투사들이 먼저 움직일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산발 머리 투사가 먼저 움직였다. 그가 손을 휘젓자, 투기장 입구에 검은 돌이 바닥을 뚫고 올라왔다.

검은 돌은 입구를 막아버렸고, 투사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산발 머리 투사가 몸을 움직였다.

쩌적!

콰가가강!

하늘에 드리운 먹구름과 함께 강력한 천둥번개가 투기장 주위로 떨어졌다. 산발적으로 떨어지는 천둥번개는 투기장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그러나 몇 번의 전투를 거친 신입 투사들은 천둥번개를 가볍게 피해내거나 막아냈다. 오히려 천둥번개 속에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발 머리 투사에게 달려든 신입 투사들의 무기에서 마나가 일렁였다. 뒤에 남아 있던 투사는 마나를 일으켜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냈다.

주위는 먹구름으로 인해 어둡게 물들었고, 천둥번개가 내리치면서 주위를 밝혔다.

폭풍이 휘몰아치며 산발 머리 투사에게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근처까지 다가온 신입 투사들의 강력한 공격까지 가세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한 방에 끝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산발 머리 투사는 웃고 있었다.

신입 투사들의 다양한 병장기들이 산발 머리 투사의 몸에 닿으려고 할 때 빛이 번쩍였다.

그들의 병장기는 서로 다른 투사들을 향했다. 애초에 목표였던 산발 머리 투사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빨라.’

나는 산벌 머리 투사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번개와 같은 움직임과 함께 뒤에 있던 마법을 사용하는 투사에게 이동해 있었다.

그 속도가 이형환위와 맞먹을 정도로 매우 빨랐다. 산발 머리 투사는 가장 거슬리는 마법을 처리하기 위해 오른쪽 주먹을 움켜쥐었다.

검게 변한 주먹에서 광이 흘렀다.

“엘레멘탈 버스터.”

하지만 검은 주먹을 직면하기 직전, 마법을 사용하는 투사가 준비된 마법을 사용했다.

쿠구궁!

먼저 바닥이 움직이며 갈라지고 있었다. 산발 머리 투사는 잠깐 휘청거렸고, 바닥에서 화염 폭발이 터져 나왔다. 정확히 산발 머리 투사가 있는 자리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퍼어엉!

그러나 마법은 끝나지 않았다. 사방에서 생성된 아이스 스피어가 폭발이 일어난 지점으로 쇄도했다. 2차 공격으로 인해 산발 머리 투사가 있던 자리에는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

다음은 바람 칼날이었다. 초록빛이 나는 참격이 검은 연기 속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바닥에서 올라온 돌들이 거대한 무덤을 만들었다.

“하아, 하아…….”

마법을 사용한 투사는 매우 지쳐 보였다. 한 번의 사용으로도 지칠 만큼 강력한 마법이었다.

“죽은 걸까요?”

백소교가 무덤을 보며 나에게 물었고,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니.”

남들이라면 충분히 죽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무덤 안에서 느껴지는 마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마나 탐지에는 아주 미약한 마나가 느껴졌다.

‘스킬인가.’

다른 사람들은 산발 머리 투사가 죽어 마나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마법을 사용한 투사 또한 그렇게 생각했는지 투기장을 향해 걸어갔다.

투기장 입구를 막고 있던 검은 돌도 갈라지며 부서졌다. 그 주위로 신입 투사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이 무언가 얘기를 하려고 할 때, 한 투사가 투기장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투사 하나 역시 투기장으로 들어갔다.

“저 새끼들!”

“차라리 잘 됐어. 가장 강한 놈들 두 명이 들어갔으니까.”

“나는 만만하다는 건가. 지금 죽여줘?”

“의미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보이는데. 지금 딱 8명 남았으니 사이좋게 들어가자고.”

투기장의 입장 시간은 금방 돌아왔다. 결투가 빨리 끝났는지, 10분이라는 시간이 나타났고 빠르게 줄어들었다.

다음에 들어갈 투사들을 정하고 있을 때 무덤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법을 사용한 투사가 이 자리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갈라진 무덤 사이로 쓰러져 있는 산발 머리 투사의 모습이 보였다. 쿨럭거리며 미약한 숨을 쉬고 있는 산발 머리 투사의 모습을 8명의 신입 투사가 동시에 목격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산발 머리 투사를 죽이는 자가 그의 힘을 가질 수 있고, 그 힘이 있다면 투기장에서 확실히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대로라면 8명의 투사들이 모두 전멸할 것이다. 최소한 두 명은 남겨놔야 했다.

“가자.”

“다 죽이게요?”

“아니, 두 명은 살려야지. 우리 둘 다 위로 올라가려면.”

몸에 마나를 끌어올리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러면서 정면에 일어나는 일을 주시했다. 이미 두 놈 정도는 구하기 힘들어 보였다.

먼저 달려든 두 명의 투사가 쥐고 있는 검과 도가 산발 머리 투사의 심장에 박히려고 할 때, 다시 한번 번쩍임이 일어났다.

검과 도를 피한 산발 머리 투사가 검게 물든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

퍼어엉!

허공에서 일어난 폭발과 함께 두 명의 투사가 뒤로 날아갔다. 다시 번쩍이는 속도로 이동한 산발 머리 투사가 확실하게 끝을 맺었다.

“뭐야!”

“이 새끼 자기만 올라가려고 속임수를 쓴 거야?”

“미친.”

콰아아앙!

산발 머리 투사가 휘두른 검은 주먹을 내가 정면에서 맞받아쳤다. 황금빛이 나는 마나 블레이드가 검은 주먹을 막아냈다.

“크루퍼를 죽였군.”

생각 외로 산발 머리 투사는 내가 죽인 고인물 투사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잘 아는 사인가?”

“당연하지. 내가 매번 가지고 놀았거든.”

먹구름이 모여드는 것을 보고 나는 몸을 뒤로 뺐다. 내가 있던 자리에 번개가 내리꽂혔고, 산발 머리 투사가 앞으로 몸을 날렸다.

챙!

검은 주먹 또한 금의 기운 같은 스킬인 것 같았다. 내가 가진 황금빛 마나 블레이드에 베이지 않는 것을 보면 강력한 스킬이 분명했다.

“뒤를 조심해야지.”

산발 머리 투사의 뒤로 백소교가 나타났다. 채찍처럼 화려하게 움직이는 백소교의 연검이 산발 머리 투사를 향해 쇄도했다.

많은 양의 암흑 화살 또한 산발 머리 투사를 향했다. 나는 움직임을 막기 위해 앱솔루트 배리어를 사용하고 산발 머리 투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황금빛으로 물든 거대한 참격이 십자가 형태로 날아갔다.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위력의 폭발과 함께 산발 머리 투사의 몸이 비틀거렸다. 내가 참격을 날림과 동시에 팔을 붙잡았기에 도망갈 수가 없었다.

내가 배리어로 충격을 흡수한 반면 산발 머리 투사는 내 공격과 더불어 백소교의 공격까지 감당해야 했다.

“쿨럭.”

죽은피를 토해내는 산발 머리 투사가 검은 주먹을 휘둘렀다.

펑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나는 배리어가 끝나는 타이밍이었기에 뒤로 물러섰다.

행동에 제약이 풀린 산발 머리 투사가 투기장으로 향하고 있는 신입 투사들을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1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 투기장의 문이 열린 상황이었다. 저들은 위로 올라가기 위해 산발 머리 투사에게서 신경을 끄고 투기장을 향해 달려갔다.

두 명이 투기장으로 들어가 버렸고 다시 네 명의 신입 투사가 남았다. 산발 머리 투사는 그쪽에서 시선을 돌려 나와 백소교를 쳐다보았다.

“너희 둘은 다른 녀석들과 조금 다른 것 같군.”

“그게 무슨 소리지.”

산발 머리 투사의 말에 백소교가 대답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산발 머리 투사가 백소교를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다.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게 완벽한 팀플레이를 하는 것 같아서 말이지. 멀리서 이곳을 지켜 볼 때도 같이 있었고.”

“당연하지. 우린 같이 올라갈 거니까.”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산발 머리 투사는 입술을 깨문 채 얼굴에 어둠이 가득한 네 명의 투사를 보며 우리에게 말했다.

“그래. 너희 같은 투사들을 항상 봐왔지만, 최악의 상황이 오게 되면 그런 협력 관계는 무너지게 마련이지.”

“…….”

“그리고 이 층의 진행자는 이런 상황을 매우 좋아하더라고.”

산발 머리 투사는 우리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러곤 번쩍이는 빛과 함께 사라졌다. 나는 그가 사라지는 것을 보자마자, 속도를 올려 신입 투사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남아 있는 네 명의 투사들을 모두 죽이면, 다음 층에 올라가기 위해서 나와 백소교가 붙어야 했다.

‘그렇겐 안 돼지.’

나는 검을 빼들고 황금빛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었다. 동시에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내리치며, 신입 투사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번개와 함께 다시 모습을 드러낸 산발 머리 투사의 검은 주먹에 다른 신입 투사 한 명이 죽었다. 코앞에서 일어난 연쇄 폭발로 그냥 죽어버린 것이다.

산발 머리 투사는 정말 번개와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다시 한번의 번쩍임과 함께 나타난 그는 남아 있던 신입 투사 한 명의 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백소교 지켜!”

나는 남은 한 명의 신입 투사라도 지키기 위해 백소교를 보냈다. 그리고 황금빛 마나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삭!

극한으로 올린 나의 속도에 산발 머리 투사는 반응하지 못했다. 내 몸은 산발 머리 투사의 뒤에 나타났고, 잠시 뒤 산발 머리 투사의 몸에 황금빛 십자가가 터져 나왔다.

퍼버벅!

온몸이 사정없이 꺾이며, 산발 머리 투사의 몸이 쓰러졌다.

[인간 ‘크리스’를 죽였습니다.]

[스킬 ‘번개의 춤(A)’를 얻었습니다.]

산발 머리 투사가 잡고 있던 투사는 구하지 못했다. 이미 죽어버렸기 때문에 살릴 수가 없었다.

나는 바닥에 걸터앉아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체력적으로 지친 나머지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투기장에서 결투가 끝나고, 1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백소교에게 다가갔다.

“저놈을 데리고 가.”

“당신은요.”

“나는 다음에 올라가도 돼. 내가 가진 힘이라면 아무나 한 명 데려가면 되니까.”

나는 머뭇거리는 백소교를 투기장으로 밀어 넣었다. 신입 투사 한 명까지 들어가니, 투기장의 문이 닫혔다.

“하아.”

이 섬에 이제 남은 투사라고는 나밖에 없었다. 나는 뭘 할까 하다가 일단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움직였다.

근처에 있는 나무에서 사과를 따서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콤한 육즙과 아삭아삭한 식감을 즐겼다.

‘진행자…….’

분명 내가 이러고 있는 모습도 진행자는 보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은 진행자의 손가락에서 움직였으니까.

마치 꼭두각시처럼.

그리고 진행자는 항상 관객들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밑에 있던 투기장에서도 관객들이 있었고, 나는 튜토리얼에서 관객들이 보내는 포인트를 받았다.

그러나 이 포인트는 나만 받는 것이었다. 백소교에게 이것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모른다고 했다. 그녀는 정말 말 그대로의 힘을 얻었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투기장에서 레이드를 할 때도 진행자는 계속해서 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힘이라는 것은 이 투기장에서 매우 중요했다. 진행자 또한 관객들에게 이 힘이라는 것을 받는다고 백소교가 알려주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관객들을 모으기 위해, 진행자들이 움직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당할 수만은 없지.’

나는 남은 사과를 마지막으로 베어 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행자를 골탕 먹이면서도,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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