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32화
33장 모여드는 투사들(1)
초록색 상자.
철창 안에 있는 상자를 꺼내기 위해서는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손을 뻗어서 잡기는 내 팔이 너무 짧았다.
요행을 부리는 것은 힘들어 보였고,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데 잠겨 있었다. 열쇠 구멍이 있지만 주위에 보이는 열쇠는 없었다.
“안 되나?”
나는 검을 휘둘러보았다. 챙 소리와 함께 검이 튕겨져 나갔다. 생각보다 단단해서, 마나를 이용해 다시 휘둘렀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단순한 철로 만든 철창이 아닌 모양이었다.
아마 뒤져본다면 이곳에서 열쇠를 찾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밑에서는 이미 투사가 입구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와서 나와 백소교를 찾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검을 잡아 마나를 끌어올렸다. 내가 가진 최강의 기술을 사용해 볼 수밖에 없었다.
마나 블레이드라면 저 철창을 베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수준 차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지만, 내 실력이면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우우웅!
검에 마나를 응축시키자, 푸른빛이 진동하며 검 주위를 감쌌다. 나는 검을 들어 가볍게 휘둘렀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두른 검은 철창을 베어냈다. 정확히 절반 정도가 베였으며, 나는 다시 한번 휘둘러 완벽하게 철창을 잘라냈다.
“후우.”
윗부분을 잘랐으니 이제 아랫부분을 자를 차례였다. 남은 마나를 이용해 완벽하게 철창을 잘라냈다. 바닥에 떨어진 철 기둥이 굉음을 내며 구르고 있었다.
마나 블레이드를 해제시키고, 남은 마나를 확인했다. 남아 있는 마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마나 블레이드를 한 번 휘두를 수 있을 정도의 양만 남았다.
고인물 투사와 만나기 전에 초록 상자에서 좋은 것을 얻어야 했다. 그 상자에서 나오는 것이 고인물 투사를 대적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어디 보자.”
내가 만들어낸 틈으로 들어갔다. 크기가 작아서 몸을 욱여넣어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초록빛이 나는 상자 앞에 섰다.
쿠구구구구궁!
거대한 진동이 일어났고, 머리 위로 돌가루들이 떨어졌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바닥도 갈라지며 균열이 일어났다.
나는 빠르게 초록 상자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초록빛이 흘러나와 내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무한 마나(S)를 얻었습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무력화였다. 그것만 있으면 확실하게 고인물 들을 사냥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분명 가장 원하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요정이 말했다.
‘무한 마나?’
말 그대로 무한한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이게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아직 감이 오지 않았다.
거기다 바닥이 갈라지고 있어 추락에 대비해야 했다. 올라온 높이가 상당해서, 이곳에서 무방비하게 떨어진다면 위험했다.
나는 앱솔루트 배리어를 사용했다. 몸에 있는 마나가 훅 하고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처음 사용했을 때와는 느낌이 확연히 달라졌다.
원래라면 대량의 마나가 사용되면서, 몸에 있는 마나가 훅 빠지는 것이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도 마나 무한이라는 스킬 때문인 것 같았다.
‘하나도 안 보이네.’
바닥이 무너져 내리고, 내 몸은 부유감과 함께 밑으로 떨어졌다. 큼지막한 돌부터 시작해서 작은 돌가루까지 함께 떨어지다 보니 시야도 잘 보이지 않았다.
쿠웅!
앱솔루트 배리어가 바닥에 부딪혔다. 보호막 덕분에 상처 하나 없이 바닥에 착지할 수 있었다. 배리어는 자기 역할을 마친 채 사라졌고,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백소교 함께 걸어 들어온 길이 보였다. 그리고 뒤쪽으로는 두 개의 갈림길이 있었다. 그중 오른쪽 길에 거칠게 움직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나의 통로에도 거대한 주먹 자국들이 보였고, 천장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금빛 주먹 투사가 이곳에 들어온 것 같았다.
‘위험해.’
나는 몸을 돌려, 오른쪽 길로 달려갔다. 파이어 볼을 사용해 시야를 밝히고, 안전구역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챙!챙!
백소교와 금빛 주먹 투사가 싸우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파이어 볼을 들면서 앞으로 달려나갔고 거대한 공터가 나타났다.
화르륵!
파이어 볼을 금빛 주먹 투사에게 날리며, 백소교의 옆으로 다가갔다. 온몸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고, 호흡이 거칠었다.
반면에 금빛 주먹 투사는 멀쩡해 보였다. 내가 날린 파이어 볼은 가볍게 사라졌다. 금빛 주먹 투사는 호흡 또한 고르게 쉬고 있었다.
“또 네놈이냐.”
“아까랑은 좀 다를 거다.”
내 뒤에 백소교를 세우고, 검을 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마나를 끌어올렸다. 순간, 내 몸에서는 파란 열기가 피어올랐고, 강렬한 기세가 흘러나왔다.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에 금빛 주먹 투사가 약간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각오해.”
금빛 주먹 투사는 이 자리에서 내 손으로 직접 죽일 것이다. 무력화가 없다는 것은 매우 아쉽지만, 아직 시간은 남아 있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 금빛 주먹 투사를 처리하고, 무력화 스킬을 얻게 된다면, 산발 머리 투사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투기장으로 올라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해줄 테니까.”
나는 말을 마친 뒤, 빠르게 움직였다. 마나로 인해 몸이 한층 가벼워졌고,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마치 이형환위를 사용하듯 잔상을 남기며 금빛 주먹 투사 앞에 섰다.
삭!
검에 어린 마나 블레이드가 금빛 주먹 투사의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그러나 금빛 주먹 투사의 몸에서 흘러나온 금빛이 충격을 상쇄시켰다.
“네놈이 사용하는 거, 그것도 내가 가져야겠군!”
금빛 사자가 튀어나와 내 주위를 포위하며 다가왔다. 하지만 마나 블레이드가 있는 이상 녀석들은 나의 발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마나 블레이드를 휘두르자 금빛 사자가 잘려나갔다. 그리고 그 충격을 직격으로 맞았는지 금빛 주먹 투사가 휘청거렸다.
“쿨럭.”
금빛 주먹 투사의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번에 얻은 스킬이 생각보다 좋다고 느꼈다. 무한 마나이다 보니, 강력한 마나 블레이드를 무한정 사용할 수 있었다.
거기다 육체적 능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으니, 지금 상황에서는 사기적인 스킬과도 같았다. 그러나 심적으로 지치는 것은 회복이 되지 않았다.
정신적인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처리해야 했다. 나는 지면을 박차며 허공으로 도약했다.
금빛 주먹 투사의 주먹에서 금빛이 터져 나왔다. 허공으로 쏘아 올린 금빛 주먹은 하나로 합쳐지며, 거대한 용의 형상을 만들었다.
저것을 보니 김세아의 아이스 드래곤이 떠올랐다.
“저걸 베면 드래곤 슬레이어인가.”
나는 마나를 발로 보내며, 허공에 서 있었다. 이런 식으로 서 있으려면, 정말 미세한 마나컨트롤 까지 신경써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넘치는 마나를 계속해서 보내면, 허공에서 유지하는 것도 쉽게 할 수 있었다.
“죽어라!”
금빛 주먹 투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거대한 용을 나에게 보냈다. 나는 허공에 서서 거대한 금빛 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검을 들어,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마나 블레이드와 함께 마나가 터져 나와 거대한 참격을 만들었다. 참격은 그대로 거대한 금빛용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끝이다.”
허공을 박차고 밑으로 빠르게 내려갔다. 동시에 휘둘러 진 검과 함께 내 몸은 금빛 주먹 투사의 뒤에 착지했다.
“컥!”
금빛 주먹 투사의 단말마와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케사족 ‘크루퍼’를 죽이셨습니다.]
[스킬 ‘금(金)의 기운’을 획득하셨습니다.]
나는 금(金)의 기운에 대한 설명을 유심히 읽어보았다.
금의 기운은 파괴력을 올려주고, 기본적인 회복력을 올려준다. 거기다 마나와 함께 사용할 수 있었다.
우우웅!
다시금 사용한 마나 블레이드에 금의 기운을 흘려보내자, 금빛 마나 블레이드가 만들어졌다. 이전보다 파괴력이 강한지는 지금 확인해 볼 수 없지만, 흘러나오는 기운은 확실히 강해졌다.
기운을 거둬들인 뒤에 백소교가 있는 곳으로 갔다. 바닥에 앉아서 쉬고 있던 백소교는 내가 다가가자 놀란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방금 뭐예요?”
“초록 상자를 얻었어. 아주 좋은 걸 주더라고.”
“좋겠네요.”
나는 백소교에게 손을 뻗어 자리에서 일으켜 주었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빨리 움직여야 했다.
이제 슬슬 투기장으로 모여들 것이다. 산발 머리 투사가 죽게 된다면,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투기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혹시라도 늦게 가게 되어 우리 둘만 남게 되는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 움직여야 했다.
투기장까지 이동하면서 잡을 수 있는 고인물을 잡고, 얻을 수 있는 초록색 상자를 얻어야 했다.
“아직 안 간 투사가 있네.”
마나가 무한이다보니 마나 탐지를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범위 또한 이 섬 정도는 가볍게 아우를 수 있었다.
‘암흑 화살을 쏘던 투사.’
아마도 그 투사가 절벽 위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투사 한 명이 움직이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어떡할 건데요.”
“당연히 잡아야지.”
나는 동굴을 빠져나갔고, 틈 밖으로 출렁이는 파도가 보였다. 미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백소교가 옆으로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전 여기 있을게요.”
“아니. 같이 올라갈 거야. 내가 제압을 할 테니까 네가 마무리해.”
위에 있는 투사의 스킬을 내가 가진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활용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있는 것으로도 나는 충분히 강했다.
비록 무한 마나 스킬 하나의 차이지만, 그 차이는 매우 컸다. 오히려 백소교가 더욱 강해져 나를 서포트 해주는 게 전략상 이득이었다.
“꽉 잡아.”
나는 백소교의 허리춤을 잡고 틈 밖으로 도약했다. 마나를 발로 보내며, 허공을 박차며 위로 올라갔다. 초반에는 약간 휘청거렸으나 금세 적응했다.
빠르게 절벽 위로 올라가자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투사가 보였다. 동시에 후드 주위로 수백 개의 암흑 화살이 나타났다.
나는 앱솔루트 배리어을 사용했다.
팅! 팅! 팅!
수백 개의 암흑 화살은 앱솔루트 배리어에 모두 튕겨 나갔고, 나는 앞으로 몸을 날렸다. 오른손에 있는 검에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었다.
금의 기운까지 더해진 강력한 마나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마나 블레이드에서 나간 참격이 후드 투사의 오른팔을 향해 날아갔다.
푸른색의 은은한 배리어가 후드 투사의 주위에 생겼다. 그러나 내 참격은 그대로 배리어를 잘라내며 투사의 오른팔을 앗아갔다.
피하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정직한 공격이었지만, 후드 투사는 내 실력을 간과했다.
후드 투사의 앞에 도착하고, 내 몸이 회전하며 남은 왼팔을 베었다. 피가 솟구치고, 백소교의 연검이 후드 투사의 심장에 박혀 들면서 전투는 끝이 났다.
“이거 완전 사기네요.”
백소교가 자신의 스킬을 보며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마나 탐지에서 투사들이 모이는 것을 확인했다. 초록색 상자에서 능력을 얻은 투사들이 산발 머리 투사를 처리하기 위해 모이는 것 같았다.
“가자.”
S급 마석을 얻으려면, 투사들을 좀 더 처리해야 했다. 산발 머리 투사의 전투에서 숫자가 줄기 전에 움직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