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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26화 (126/177)

# 126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26화

31장 이변(1)

“여기서 만나네요?”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무복녀가 인사를 했다. 처음에 봤을 때는 표정 자체가 없는 줄 알았는데, 저런 미소를 보일 줄은 몰랐다.

“후우…….”

피한다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마주치고 말았다. 마나를 아끼기 위해 마나 탐지를 중간중간 사용하다 보니, 무복녀의 위치가 헷갈렸다.

‘다른 투산 줄 알고 찾아온 건데.’

나에게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검을 한 번 섞은 사이라 그런지 싸울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먼저 나를 공격한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검을 잡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서로 이름도 모르네요? 제 이름은 백소교라고 해요.”

마치 나를 아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이런 표정을 지을 리가 없었다.

이름이나 생김새를 봐도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현실에서는 연검을 저 정도 수준으로 다루는 사람이 없었다.

“오유성이다.”

“으음. 듣던 거와는 조금 다르네요.”

백소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몸에서 마나가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강렬한 기세가 백소교를 향했다.

“나를 알아?”

백소교는 내 기세에 영향을 받지 않는 듯, 가벼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제 스폰서에게 들었어요. 당신의 스폰서와 친하다네요.”

나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다른 스폰서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은 바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알 필요가 없었다.

내가 할 것만 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었고, 다른 투사들을 만난 일도 극히 드물었다. 심지어 이곳에 오기 전에도 발칸은 다른 스폰서에 관한 이야기는 한 적이 없었다.

‘필요가 없다는 거지.’

발칸은 항상 투기장에 필요한 정보만 주었고, 알려주지 않았다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백소교의 말은 아주 조금 나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발칸과 친한 스폰서가 있다는 것이 가장 궁금했다.

정말 친한 사이인지, 아니면 악연 관계인지.

“내 스폰서를 알고 있다고?”

“그래요. 하이클래스에 소속된 발칸 맞죠?”

백소교는 정확하게 발칸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내 눈꼬리가 움직이는 것을 본 백소교가 팔짱을 끼며 으쓱거리고 있었다.

나는 마나를 거두고 입을 열었다.

“나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쪽 스폰서는 과묵하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 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성격이라고 하던데요. 저도 듣고 싶지는 않았는데 제 스폰서가 유독 수다스러워서요.”

나보다 발칸을 더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 수다스러운 스폰서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발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우가 무슨 사이라도 되나?”

“음…… 협력 관계가 되면 어떨까요? 제 스폰서도 당신의 죽음을 바라지는 않아서요.”

“당신 스폰서에 대해서 듣고 싶은데.”

“뭐, 상관은 없는데……. 일단 좀 움직일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평야 쪽이었고, 남들의 이목이 끌리기 쉬운 곳이었다.

조금만 안으로 더 들어가면 숲 지대가 나와서 몸을 숨기기에는 용이했다. 우리는 일단 대화를 멈추고 숲으로 들어갔다.

“제 스폰서의 이름은 루이예요. 얼마나 말이 많은지, 조용하던 제가 이렇게 말이 많아졌네요.”

“발칸이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진 않았을 텐데.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루이 또한 하이클래스 소속이거든요.”

하이클래스 소속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하이클래스는 하나의 기업 같은 느낌이었고, 발칸이나 루이는 각각의 투사를 맡는 담당자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앞에 있는 백소교 또한 나와 같은 소속이라는 뜻이었다. 담당자, 즉 스폰서만 다를 뿐 한 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이인 것이다.

“그럼 우리 말고 또 하이클래스 소속이 있는 건가?”

이 질문에 백소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곤 루이와 발칸 이외에 다른 스폰서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어때요. 이번 투기장에서 같이 협력하는 거?”

“좀 더 생각해 보지.”

백소교에게서 많은 것을 들었지만, 아직 내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단은 혼자 다니는 게 더 편했다.

옆으로 다가온 백소교도 아쉬워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기본적인 실력이 뒤처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 마나가 섞인 기세를 버텨낸 것을 보면 확실히 강자였다.

“마지막도 거절하면 그땐 저도 더 이상 제안하지 않아요. 자꾸 거절당하면 저도 마음에 상처를 입거든요.”

기분 좋은 눈웃음과 함께 백소교가 먼저 달려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나 탐지를 사용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다수의 인원이 감지되었다. 아마 투기장이 근처에 있는 모양이었다.

그곳을 확인하고 분위기를 살핀다면, 백소교의 마지막 제안에 대한 답도 명쾌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마나를 끌어올리며, 백소교가 달려나간 방향으로 움직였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자, 숲 냄새가 코를 통해 들어왔다.

시원한 바람과 상쾌한 풀냄새가 머리를 맑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빠르게 달리던 도중 나무에 달린 열매가 보였다.

동그랗게 생겼으며 붉게 물들어 있는 열매였다. 나는 잠시 속도를 늦추고 열매가 달린 나무 앞에 섰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사과였다. 나는 손을 들어 나무에 달린 사과 하나를 떼어냈다. 가볍게 사과를 돌리자 알아서 뚝 하고 떨어졌다.

‘이런 곳에 사과가?’

요정의 말 이후로 모든 것에 대해서 의심하다 보니, 이젠 사과가 있는 것조차 수상해 보였다.

투기장에서 배고픔을 느끼는 층이 있었고, 느끼지 못하는 층이 있었다. 그런데 먹을 것이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이곳은 배고픔을 느끼는 층이었나 보다.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이곳에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사과를 먹을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손가락으로 겉 부분을 눌렀다.

그러자 과즙이 흘러나와 손을 타고 흘렀다. 나는 다시 이동하면서 시간을 두고 손을 지켜보았다.

혹시나 독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일단 손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고, 이번엔 혀끝으로 과즙을 살짝 찍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을 쟀다. 역시나 1분가량의 시간이 흘렀지만 몸에서 이상한 반응이 올라오지 않았다.

정말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방법은 직접 먹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투기장도 다 와 가고, 무슨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때에 파악해 볼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주머니에 사과를 집어넣었다. 아공간 주머니를 사용할 수 없기에 보관할 곳이 주머니밖에 없었다.

‘물?’

3m 정도 떨어진 곳에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렸고, 가까이 다가가니 물이 아주 맑았다.

밑으로 내려가는 쪽을 보니 시냇물이 넓이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아마 조금 더 밑으로 내려가면 바다와 이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요정이 이곳은 섬이라고 했으니까.

챙!

콰아아앙!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마법으로 인해 불길이 치솟는 것이 보였다. 한곳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사방 곳곳에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어디로 갈까.’

나는 좀 더 강한 마나가 풍기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강한 녀석을 처리하는 것이 내가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는 거였다.

특히나 이렇게 정신 없을 때에 확실하게 처리해야 했다. 나는 지금 무기도 없고, 스킬 하나 없이 단단한 육체 하나만 가지고 있으니 불리한 점이 많았다.

몸을 가볍게 하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가볍게 나무 위를 타고 움직이며, 두 명의 투사가 싸우고 있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검과 검의 싸움이었다. 한 명은 인간이었고, 다른 하나는 몬스터였다. 개의 머리를 하고 있는 몬스터로서 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현실에서는 이미 공략이 완료된 몬스터로 헌터 학교에서 놀을 공략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모두 배웠다.

놀은 점점 인간 투사를 몰아붙였고, 인간 투사는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인간 투사가 이겼을 경우에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 싸움에서 지게 되면 그대로 끝이니까.

이미 놀을 상대하고 있는 자세부터가 인간 투사에게 불리했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대로 놀의 승리였다.

무슨 스킬을 가져갔는지 모르겠지만, 놀은 상당히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나무 위에서 몸을 날리며 놀에게 다가갔다.

퍼엉!

오른 주먹에서 터져 나온 마나가 놀을 가격했다. 뒷걸음치던 놀의 검에서 마나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찌릿 하는 느낌과 함께 내 왼쪽 어깨가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바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놀의 검이 한 끗 차이로 내 왼쪽 어깨를 지나갔다. 전투에 돌입하면서 사용한 미래를 보는 눈 스킬의 위력이었다.

‘진짜 좋은데.’

놀의 공격이 어디로 올지 느껴지니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처럼 육체적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마나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능숙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가볍게 움직이면서 몸을 풀고는 놀을 정리했다. 그러곤 놀이 가지고 있던 스킬을 얻었다.

[놀 ‘울라’를 처치하였습니다.]

[스탯 ‘마력 랭크 3’을 얻었습니다.]

나에게는 아무런 쓸모없는 스탯이었다. 마력은 마법사에게 유용하지, 나 같은 근접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별 효과가 없었다.

바닥에 떨어진 검 두 개를 주워서 비교를 했다. 확실히 놀이 들고 있던 검이 조금은 더 내구도가 높아 보였다.

이제 무기도 생겼으니, 적극적으로 움직여볼 만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싸움 사이에서 유독 투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숲이 끝나면서 돌들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언덕이 보였다. 그 주위로 다양한 생김새를 한 투사들이 빙 두르고 있었다.

아마도 언덕 위에 투기장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좀 더 들어가지 않고, 떨어진 거리에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숲에 가려졌던 시야가 완전하게 드러났다. 돌로 이루어진 언덕 위에 콜로세움 같은 구조물이 있었다.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 콜로세움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다.

아마도 서로 들어가지 않는 것을 보면, 이미 들어간 두 명의 투사들이 결투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기 적혀 있네.’

콜로세움의 정문 위로 타이머가 보였다. 아직 결투 중이다 보니 0으로 적혀 있었다.

나는 시선을 내려 주위에 있는 투사들을 확인해 보았다. 저곳에 서 있다는 것은 다들 자신이 있다는 소리와 같았다.

하지만 다들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어디서 기습해 올지 모르는 공격을 경계하느라, 극도의 긴장 상태였다. 무기나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항상 하고 있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기에 쉽게 뒤로 빼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등을 보이는 순간, 저곳에 있는 투사들에게 노려질 테니까.

‘끝났다.’

타이머에 10분이 새로 생겨났고, 방금 1초가 줄어들면서 타이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언덕 위는 더욱더 긴장 상태로 돌입했다. 나는 이번 타이밍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나무에 편하게 걸터앉아 언덕 위를 쳐다보았다. 언덕 위에 있는 투사들이 어떤 무기들을 들고 있는지, 주위에 있는 마법들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마침내 10분이라는 시간이 모두 흐르고, 콜로세움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렸다.

“내가 먼저야!”

“어딜 들어가!”

“큭큭. 다 죽이고 들어가 주지.”

투사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먼저 들어가기 위해 싸우고 있을 때, 하늘에서 거대한 전격이 내리쳤다.

콰과과과광!

돌로 된 언덕이 파여 나갔고, 심지어 몇몇 투사들은 죽기까지 했다. 주위에 있던 투사들은 부상을 입은 채, 뒤로 빠졌다.

번개가 내리친 자리.

검은 그을음이 가득한 곳에서 누군가가 자세를 일으켰다. 목까지 내려오는 수염과 산발 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낡아 빠진 천조가리를 두르고 있었다.

입맛을 다시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투사들을 보며 외쳤다. 그 외침은 내 귀에도 정확히 들렸다.

“이번 신입들은 나를 얼마나 즐겁게 해줄지 기대가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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