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역대급 수련-118화 (118/177)

# 118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18화

28장 B급 임무(5)

몬스터의 괴성이 들리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일어났다.

몸이 뻣뻣해지고, 괴성으로 인해 골이 흔들렸다.

“으윽!”

나는 이를 악물며,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체력과 마나가 거의 바닥인 상태라 충격이 더 컸다.

김세아의 표정은 나보단 괜찮아 보였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김세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괜찮아?”

“어.”

나는 포션의 효과를 느끼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소름이 가라앉고, 머릿속이 진탕되던 느낌도 사라졌다.

“퉤!”

목을 타고 넘어온 피를 뱉어냈다. 소매를 들어 입가를 쓱 닦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몬스터의 괴성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어디서 났는지 들었어?”

정신이 없던 나머지, 괴성을 듣긴 했지만 소리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완전 가까이서 들린 것 같은데.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자.”

김세아가 잔뜩 경계한 채,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김세아의 말처럼 몬스터가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크게 들렸었다.

그러나 주변에 괴성을 내뱉은 몬스터로 추정되는 드라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쿠구구궁!

바닥에 진동이 울리고, 우리가 서 있던 화산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구쳤고, 폭음과 함께 분화구에서 마그마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뛰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달렸다. 마그마가 흐르는 속도도 빨랐지만, 마나를 끌어올린 내 육체의 스피드가 더욱 빨랐다.

바람을 가르며 불로 된 숲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나는 마나 탐지를 사용해서 주위의 몬스터를 체크했다.

‘없어?’

확인되는 몬스터가 없었다. 좀 더 멀리까지 탐지를 사용했지만, 역시나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았다.

“뭐해?”

김세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잠깐 멈춘 사이에도 마그마는 흐르고 있었다.

“이상해. 몬스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

“일단 피하자.”

코앞까지 다가온 마그마가 보였다. 동시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텔레포트 주문서가 떠올랐다.

진작 사용했으면 될 것을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가서 지금에야 떠올릴 수 있었다.

“주문서 사용하자.”

내 말에 김세아가 품에서 주문서를 꺼냈다. 나도 품에서 주문서를 꺼내 마나를 흘려보내며 찢어버렸다.

찌이익!

주문서가 찢어지며 흰빛이 흘러나왔고, 나와 김세아를 덮었다. 눈을 뜨고 있지만, 새하얀 빛으로 인해 앞이 보이질 않았다.

약간의 부유감 이후, 하얀빛이 사라졌다.

내가 지정해 놓았던 장소로 무사히 이동했다. 기존에 우리가 있던 화산은 마그마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붉게 타오르는 산처럼 보였다.

타오르는 화염 꽃도 구했고, 네 곳의 구역을 모두 돌아다니며 조사를 하는 임무도 끝이 났다.

이제 포털을 타고 돌아가기만 하면 끝이었다. 나는 몸을 돌려, 포털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뭐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원래라면 있어야 할 포털이 사라졌다. 분명 이곳은 내가 직접 작업한 곳이 맞았다.

파헤친 흙 자국들이 보였고, 발밑에서도 마나가 느껴지고 있었다. 화산에서 시선을 돌린 김세아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김세아 역시 포털이 없는 것을 보고는 굳은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이게 뭐야?”

“흠…….”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했다. 던전은 항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친절하게 따라와 주지 않았다.

저주 받은 동굴에서는 미로형 던전의 구조가 바뀌는 셔플 던전이 있었고, 이외에도 던전마다 특별한 함정들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포털이 사라지는 데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었다.

첫 번째는 보스 몬스터가 깨어날 경우다. 이럴 때는 보스 몬스터를 죽여야만 현실로 돌아가는 포털이 나타났다.

두 번째는 포털이 이동하는 것이었다. 기존에 있던 곳에 포털이 사라지고, 다른 곳에서 포털이 나타났다.

어떤 알고리즘으로 이동하는 것인지는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아니야.’

첫 번째의 경우에는 조건이 있었다.

마법을 다루는 보스 몬스터.

보스 몬스터 중에서도 마법을 강력하게 다루는 몬스터가 포털을 일시적으로 무효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헌터가 보스 몬스터를 죽이면, 무효화 되었던 포털이 다시 나타나는 방식이었다.

지금의 던전에서는 마법에 뛰어난 보스 몬스터가 아니었다. 보스 몬스터의 확률이 가장 높은 드라칸은 마법이라고는 조금이라도 사용할 수 없는 몬스터이니까.

“아마도 포털이 이동된 것 같다.”

“그러게. 보스 몬스터의 짓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니까. 네 말이 맞겠네.”

그러나 이제와서 다시 모든 곳을 돌아보는 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내가 찾아볼게.”

김세아가 바닥에 앉았다. 그러곤 눈을 감은 채 마나 탐지를 사용해서 포털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

내가 해도 되지만, 이미 김세아가 먼저 시작을 해버렸다. 나는 검을 들고 김세아의 앞에 섰다.

혹시 모를 몬스터들의 공격에서 김세아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지금 있는 곳은 완전히 오픈된 평지였고, 눈에 띄기 쉬운 곳이었다.

그때, 화산에서 마그마가 폭발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폭발로 하늘 위로 붉은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검을 앞으로 겨누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검을 타고 흘러나간 마나가 사방으로 퍼지며, 푸른 방벽을 만들어냈다.

흔히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베리어라는 기술을 검으로 해낸 것이었다. 이것 또한 발칸과의 혹독한 훈련 속에서 체득할 수 있었던 기술이다.

이 기술은 그나마 배운 것 중에 사용하기 쉬운 편이었다. 보호막 위로 마그마가 떨어졌고, 나는 깔끔하게 막아냈다.

“찾았어.”

뒤에서 앉아 있던 김세아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포털이 어디 있는지 찾았음에도 표정이 안 좋다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정면에 보이는 화산을 쳐다보았다.

아마도 저기에 포털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지금 터지고 있는 화구 쪽에 포털이 있어.”

김세아가 얼음벽을 만들어냈고, 나는 검에서 마나를 거두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그마도 이제는 거의 없었다.

“가는 거야 어렵진 않으니까.”

말 그대로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김세아가 아이스 드래곤을 한 번 더 만들어낸다든가, 아이스 베리어를 사용해 마그마를 직접 밟고 이동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려면 김세아의 마나가 충분해야 했다.

던전을 조사하기 위해 가져온 포션은 각자 체력 포션 한 개와 마나 포션 한 개씩이었다.

그리고 내 것과 김세아 것을 모두 마신 상태였다. 나는 포인트 상점에서 포션을 추가로 두 개씩 구매했다.

한 세트를 김세아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거 챙겨놔.”

“아까 먹은 거 아니었어?”

“혹시 몰라서 여유분 챙겨놓은 게 있었어.”

“너는.”

나는 품에 있는 세트 하나를 꺼내 보여주고는 다시 집어넣었다. 이제 준비는 확실하게 끝났다.

던전이 우리를 가지고 놀려 하고 있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내가 있는 한 당해주지 않을 것이다.

나와 김세아는 앞으로 달렸다. 일단 아이스 드래곤을 만드는 것은 김세아에게도 너무나 큰 부담이기에 최대한 아낄 예정이었다.

“크와아아아아앙!”

아까 들었던 괴성이 다시금 들려왔다. 이번에는 거리가 먼것도 있고, 마나를 이용해 빠르게 몸을 보호했기 때문에 큰 피해가 없었다.

“나타났다.”

“젠장!”

포털이 있는 화산, 그 화구에서 드래곤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 다음 앞다리 두 개가 나와 화구 끝부분을 잡고 상체를 끌어 올렸다.

한 방에 올라온 몬스터는 붉은 비늘을 가지고 있었으며,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드라칸…….”

“저기 있었네.”

나는 냉정하게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드라칸의 비늘은 드래곤과 비슷해서 웬만한 도검이나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 그것이 끝이었다.

물론 육체적인 부분에서도 뛰어나지만, 저항력이 뛰어난 비늘을 제외한다면 다른 보스 몬스터들에 비해선 약한 편이었다.

드라칸은 화구 위에 자신의 몸을 올리고, 꼿꼿하게 목을 세운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봤음에도 절대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저 오만함 가득한 얼굴을 뭉개 버리고 싶었다.

나는 신중하게 김세아를 보며 말했다.

“우리 둘이 힘을 합친다면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무모한 계획이다 싶으면 포털만 보고 이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저놈 잡자.”

김세아도 손이 근질거렸는지, 드라칸을 보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나도 드라칸과 붙어볼 생각을 하니, 아드레날린이 끓어 올랐다.

“오케이. 안전 수칙 잊지 말고. 한 명이라도 다치면 잡는 것은 포기. 퇴각을 우선시하는 거 알고 있지?”

“알고 있어.”

우리는 동시에 앞으로 달려나갔고, 김세아는 아이스 베리어를 강화시켰다. 나는 검을 들고, 몸에 마나를 퍼뜨리며 속도를 올렸다.

화구 위에서 고고한 눈빛으로 우리를 내려다보던 드라칸이 입을 벌리며 괴성을 질렀다.

“크와아아아앙!”

쐐애액!

드라칸의 벌어진 입으로 김세아의 아이스 에로우가 쇄도했다. 조금 떨어진 거리임에도 아이스 에로우에서 느껴지는 힘은 강했다.

“크륵!”

그러나 드라칸의 입에서 흘러나온 브레스에 아이스 에로우가 녹아내렸다. 김세아가 그것을 보고는 피식 웃고 있었다.

잠시 멈춰 선 김세아가 거대한 아이스 에로우를 만들어냈다. 이전 것보다는 10배 이상 강력한 마법이었다.

아이스 에로우가 날아가는 것을 보며, 나도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눈 깜짝할 새에 화산 밑 부분을 지나 중간 부분까지 올라섰다.

“후우.”

김세아가 날린 회심의 일격은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드라칸의 날카로운 이빨이 아이스 에로우를 씹어버렸고, 안에서 나온 브레스의 열기에 녹아버렸다.

나는 김세아가 오는 시간을 벌기 위해, 검에 마나를 흘리며 검을 휘둘렀다.

한 번의 도약과 한 번의 검격으로 드라칸의 목을 노렸다.

검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드라칸의 목을 공격했다.

하지만 마나가 흩어지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드라칸은 가소롭다는 듯 몸을 돌리며 꼬리를 휘둘렀다.

허공에 떠 있던 나는 꼬리를 피하기 위해 검을 들었다. 허공 도약을 해도 되지만, 마나를 너무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아꼈다.

챙!

내가 들고 있던 검에 드라칸의 꼬리가 부딪쳤다. 그 충격으로 나는 바닥에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콰아앙!

내 발이 닿는 순간, 땅이 움푹 파였다. 꼬리로 받은 충격을 바닥으로 보낸 결과였다.

아무래도 마나 블레이드가 아닌 이상 유효타를 먹이긴 어려워 보였다. 아직 남은 포션이 있기에 나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검에 마나를 흘려보내며, 정신을 집중했다. 검에서 빠져나가던 마나가 모이며, 은은하게 푸른빛을 내기 시작했다.

검의 형태를 만들어낸 마나 블레이드를 들고, 나는 앞으로 달리며 다시 한번 도약했다.

몸을 회전시키며 드라칸의 목을 노렸다.

서걱!

마나 블레이드의 강력한 기운에 드라칸이 몸을 뒤로 빼면서,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베이는 감촉을 느꼈고, 실제로 드라칸의 목에서는 내게 베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

‘통한다.’

나는 바닥에 착지했고, 화구에서 내려온 드라칸이 빠르게 달려와 꼬리를 휘둘렀다.

자세를 숙여 꼬리를 피하고, 빈틈을 노려 검을 아래에서 위로 그어 올렸다. 내 공격으로 인해 화가 난 드라칸이 브레스를 내뿜었다.

나를 향해 집중적으로 날아오는 브레스는 뒤에 도착한 김세아가 막아주었다.

축축하고 뜨거운 물이 밑으로 떨어졌고, 빠르게 증발했다.

“시간을 끌어서는 답이 없을 것 같다. 화염 속성인 드라칸인 만큼 여기선 우리가 불리해. 빠르게 정리해야 돼.”

내 외침에 김세아가 잠시 자리에서서 품에 있던 마나 포션을 꺼내 마셨다.

“그럼 환경을 바꾸면 되지. 조금만 버텨줘!”

마법을 준비하는 김세아에서 시선을 돌리고, 나 또한 품에서 마나 포션을 꺼내 마셨다.

몸 안에 충만하다 못해, 넘치려고 하는 마나를 느끼며 드라칸을 쳐다보았다.

아까와는 달리 분노한 듯 우리를 노려보는 드라칸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눈 깔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