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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역대급 수련-117화 (117/177)

# 117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17화

28장 B급 임무(4)

화구 안에서 가스를 토해내며 이글거리고 있는 마그마가 보였다. 분수 형태로 자그마한 폭발들이 일어났다.

무엇보다 온도가 달랐다.

조사를 끝낸 두 구역과 화산의 밑 부분의 온도와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의 온도는 큰 차이가 났다.

내 주위에서 열기를 막아주던, 김세아의 아이스 베리어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점점 약해지는 배리어 사이로 열기가 침투했다.

“좀만 기다려.”

뒤에서 올라온 김세아가 아이스 베리어를 강화시켰다. 이전보다 더욱 두툼하고 단단하게 강화된 베리어는 열기를 완벽하게 차단해 주었다.

내 옆으로 다가온 김세아가 화구 쪽을 쳐다보니 가벼운 탄성을 내뱉었다.

“아.”

마그마로 가득 찬 화구의 중심.

그곳에는 조그마한 섬처럼 생긴 암석이 있었다. 그 위에 영롱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꽃봉오리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타오르는 화염 꽃.

내가 찾던 재료를 발견했다. 이렇게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특수한 재료이기 때문에 항상 사진 자료로만 접해왔었다.

“이동하자.”

타오르는 화염 꽃을 찾아 기분은 좋았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타오르는 화염 꽃은 봉오리에서 꽃이 피었을 때 진정한 의미가 있었다.

‘좀만 기다려.’

지금은 봉오리 안에 숨어 있었다.

벌어진 봉오리를 보아하니 거의 꽃이 피기 직전인 것처럼 보이긴 했다. 아마 내일 정도면 완전히 피어날 것 같았다.

“그래.”

김세아가 미련 없이 돌아섰다. 그리곤 나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화염 꽃은 김세아에게 별 효과가 없었다. 화염 속성이니만큼, 불을 다루는 헌터들에게 효과가 뛰어났다.

우리는 분화구 주위를 둘러보며 밑으로 내려갔다. 다른 두 구역을 돌 때 보다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세 번째 구역은 커다란 화산 두 개가 끝이었고, 그중 하나를 끝냈다. 다른 화산도 들렀지만, 그곳에는 타오르는 화염 꽃이 없었다.

결국엔 마지막 날, 처음 갔던 화산에 들러야 했다. 애초에 내가 이 B급 임무를 받은 것은 타오르는 화염 꽃을 얻기 위해서였으니까.

“돌아가자.”

이제 하루만 지나면, 임무도 끝났고 내가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있었다.

* * *

쿠우웅!

쿠우웅!

바닥에서 울리는 강력한 진동에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다. 땅의 균열이 더욱 심해지면서 갈라지고 있었다.

나는 자세를 낮추고, 검을 꺼내 들었다. 뒤에 있던 김세아도 베리어를 강화시키면서 자세를 낮췄다.

“그놈인 것 같은데?”

김세아가 확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 생각에는 나도 동감이었다.

‘근데 왜 안 보이지?’

이렇게 지진이 일어난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꾸준히 일어나고 있었다.

혹시나 드라칸일까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 정도 덩치라면 이런 던전에서 숨어 있을 만한 곳도 없었다.

잠시 뒤에 지진이 멈추고, 고요한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어제 조사를 마친 세 번째 구역에 있는 화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항상 피어오르는 연기지만, 어제와 색깔이 달랐다. 회색 연기에서 지금은 아주 새까만 검은 연기가 뒤섞여 나오고 있었다.

화산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의미는 곧, 타오르는 화염 꽃 또한 봉오리에서 꽃이 핀다는 소리였다.

나와 김세아가 있는 곳은 네 번째 구역 중 마지막 구역이었다. 그리고 조사 구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후우. 일단 빠르게 마무리 짓자.”

“그래.”

나는 옆에 있는 암석을 밟고 위로 올라갔다. 네 번째 구역은 거대한 암석들이 박혀 있었고, 그 틈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위로 올라와서 보니 약간은 미로 형식처럼 되어 있었다. 옆에선 김세아가 얼음 기둥을 만들어 위로 올라왔다.

나는 암석과 암석을 넘어다니면서 이동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파이어 골렘이었다.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붉은 빛과 함께 불길로 뒤덮여 있었다. 기존에 알고 있는 골렘보다는 조금 작은 편이었고, 각진 돌이 아닌 얇은 돌이라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

콰아앙!

파이어 골렘의 주먹에서 나온 파이어 볼이 내가 밟고 있는 암석에 부딪혔다. 나는 무너지는 암석 위로 도약했다.

“김세아 부탁할게.”

나는 근처에 있는 암석 위에 안착했고, 뒤에 있던 김세아가 아이스 스피어를 만들었다.

쐐애액!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아이스 스피어는 파이어 골렘의 핵에 명중했다. 순간, 얼음이 퍼지며 파이어 골렘이 얼어붙었다.

“뒤!”

김세아가 나를 보며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숙이며, 뒤에서 날아오는 파이어 볼을 피했다.

마나 탐지를 사용하고 있기에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다시 도약했다.

콰아앙!

콰아앙!

소리로 어그로가 끌리니 잠자고 있던 파이어 골렘들이 눈을 떴고, 나를 향해 파이어볼을 사용했다.

나는 암석을 타고 내려가 앞에 있는 파이어 골렘을 반으로 갈랐다.

쐐애액!

그리고 그 뒤에 있던 두 마리의 파이어 골렘을 향해 아이스 스피어가 박혔다.

나는 앞으로 달리며, 검을 휘둘렀다. 김세아의 마법으로 지원을 받으며, 근처에 있던 파이어 골렘들을 완전히 전멸시켰다.

“후우…….”

이곳에 조사를 온 뒤 처음으로 격렬하게 움직였다. 가볍게 숨을 고르며 주위 상황을 살폈다.

사방은 돌조각으로 가득했고, 근처에 더 이상 몬스터들은 없었다. 김세아가 옆으로 다가왔고 나는 돌 조각 하나를 챙겼다.

쿠우웅!

쿠우웅!

다시 한번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다. 김세아가 서 있던 곳이 완전히 갈라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중심을 잃어버린 김세아가 갈라진 땅 사이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크윽!”

나는 빠르게 움직여 김세아의 손을 잡았다. 그러곤 가볍게 땅 위로 끌어올렸다.

“괜찮냐?”

“조금 당황하긴 했는데…… 괜찮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 약간은 당황했던 김세아의 표정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김세아가 던전에 들어간 것이 한두 번도 아니고,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할 수 있지만 베테랑답게 자신을 컨트롤했다.

쩌저적!

땅은 쉴 틈 없이 갈라지고 있었고, 우리가 있는 곳도 안전하지 못했다. 침착한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본 김세아가 내 팔을 잡아 댕겼다.

“꽉 잡아.”

나는 고개 끄덕이며, 김세아의 손을 꽉 잡았다. 내 옆에 있는 김세아에게서 강렬한 마나의 파동이 일어났다.

마나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김세아의 머리카락도 하얗게 물들었다. 그와 함께 우리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얼어붙고 있었다.

‘따뜻하네.’

온 주위가 얼어붙고, 냉기가 풀풀 휘날리는 것이 보였지만 내가 있는 곳은 따뜻했다. 아마도 김세아와 잡고 있는 손 때문일지도 몰랐다.

쿠구구궁!

바닥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울림이 지속되었고, 나는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붕괴되고 있었다. 그 무너져 내리는 곳 사이로 얼음들이 보였다.

그리고 얼음으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움직였다.

“흡!”

갑작스러운 중력과 함께 부유감이 찾아왔다. 내 한쪽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와아…….’

나는 김세아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런 내 눈빛을 봤는지 김세아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다시 시선을 밑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거대한 얼음 용이 있었다. 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날개부터, 모든 것이 용의 판박이었다.

다른 점은 온몸이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의 마법을 사용하다니, 길드 대항전 이후에 김세아가 많은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어제 갑자기 깨달은 게 있어서 연습했는데 생각보다 잘 되더라고.”

아직까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진짜 용처럼 보일 것 같았다.

“대단하다.”

어제 얻은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이런 것을 만들어내는 김세아가 이제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았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밑에 상황을 지켜보았다. 현재 두 개의 화산 중 하나가 터지고 있었다.

타오르는 화염 꽃이 없던 그 화산이었다. 화산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사방으로 화산재 퍼지고 있었다.

분화구에서 터져 나온 마그마는 온 땅을 덮으려는 기세로 빠르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안 돼.’

타오르는 화염 꽃이 있던 화산에서도 폭발의 조짐이 보이려 하고 있었다.

“저기로 갈 수 있겠어?”

“갈 수는 있지만, 가까이는 못가.”

“그 정도면 충분해.”

김세아가 만들어낸 얼음 용은 속도를 올렸다. 빠르게 날아가는 중에 김세아가 입을 열었다.

“타오르는 화염 꽃 때문이지?”

“맞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전에는 먼저 대답할 필요가 없어서 얘기하지 않았지만, 물어본 이상 거짓말할 생각은 없었다.

김세아가 물어본다면 어느 정도는 얘기해 줄 생각이었다. 내 표정을 보던 김세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자세히 묻지는 않을 게.”

“고맙다.”

화산 쪽으로 다가가자 얼음 용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더불어 김세아의 머리카락도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김세아는 빠르게 이동해 화산의 중간 부분에 용을 안착시켰다. 나와 김세아가 땅에 발을 딛는 순간, 용은 사라졌다.

나는 마나를 끌어올려 몸을 보호했다. 열기가 느껴지지만 큰 피해를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옆에 있던 김세아는 포켓에서 마나 포션을 꺼내 마셨고, 나에게 아이스 베리어를 만들어주었다.

나는 열기가 가시는 것을 확인하고, 앞으로 달렸다. 분화구가 있는 곳까지 도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저기 있네.’

이전에 보았던 암석은 보이지 않았다. 팔팔 끓어오르는 마그마 위에 영롱한 빛을 내는 꽃 하나가 피어 있었다.

김세아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저기까지 갈수 있겠어?”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두려웠다. 한 치의 실수라도 생겼다가는 마그마에 잠겨 죽을 수도 있었다.

이곳은 던전이었고, 나는 마그마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김세아의 마법을 두르고, 내가 가진 기술을 사용하여 꽃을 챙기고 돌아와야 했다.

그 모든 과정에서 실수란 있어서는 안 됐다. 그냥 시간을 미루고, 비싼 돈을 번 다음 재료를 구입해도 됐다.

‘최대한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 적어도 다다음 투기장까지는.’

그러나 발칸은 최대한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투기장에 관해서 발칸의 말은 틀린 적이 없었다. 항상 내가 해야 할 것만 알려주었다.

이번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발칸은 조언을 해주었고, 나는 투기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어차피 이번에 재료를 구하지 못한다면, 다다음 투기장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해야만 해.”

내 굳은 결심에 김세아가 입술을 잘근 씹더니,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내 주위로 강력한 마나가 느껴지며, 엄청난 냉기가 서성였다. 몸이 약간은 떨릴 정도의 냉기가 느껴졌다.

나는 마나를 끌어올려 냉기를 막았다.

“고맙다.”

이 정도의 아이스 베리어라면 마그마 위에서 굴러 다녀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다음에 내 부탁도 들어줘야 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분화구의 안쪽을 달리다가 땅을 박찼다. 엄청난 도약과 함께 허공을 날았지만, 타오르는 화염 꽃이 있는 곳까지는 아직 거리가 남았다.

나는 마나를 발쪽으로 보냈다.

허공을 박차며 다시 한번 도약했고 타오르는 화염 꽃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타오르는 화염 꽃을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으시겠습니까?]

나는 수락을 눌렀고, 영롱한 빛이 나던 화염 꽃이 사라졌다.

아공간 주머니에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나는 다시 마나를 발쪽으로 보내며 허공을 박찼다.

몸 안에 있던 마나가 쭉쭉 빨려 나갔고, 김세아의 옆에 도착했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쓰러졌다.

“크윽…….”

근육들은 사정없이 떨려왔고, 마그마를 건너며 약해진 아이스 베리어 사이로 침투한 열기가 느껴졌다.

내 옆쪽으로 다가온 김세아의 얼굴에도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빠르게 체력 포션을 꺼내 마시고, 내가 가지고 있던 마나 포션을 반쯤 마신 뒤에 김세아에게 건넸다.

이제는 돌아가기만 하면 됐다.

짧은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골을 흔들리는 몬스터의 포효가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

“크와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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