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16화
28장 B급 임무(3)
“음…….”
나는 나무에 새겨진 발자국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내 얼굴만 한 발톱이 나무를 파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움푹 파인 흔적 위에 섰다.
“일단 모형부터 뜰게.”
옆에 있던 김세아가 마나를 움직였다. 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흔적 위로 흘러갔다.
쩌저적!
나무 위로 얼음이 생성되었다. 얼음은 점점 늘어나며 흔적을 가득 메웠다. 흔적을 꽉꽉 채운 얼음 덩어리에서 한기가 올라왔다.
‘대단하네.’
사방에서는 불길이 솟구치고 있었고, 기본적인 온도 또한 높은데도 김세아는 편안하게 마법을 사용하고 있다.
오히려 김세아의 얼음 마법으로 인해. 주변의 기온 자체가 뚝 떨어졌다.
김세아는 나무에 생긴 흔적과 자신이 만든 얼음 덩어리를 분리했다. 떨어져 나온 덩어리를 보니 위화감이 살짝 들었다.
거대한 발톱이 나와 김세아의 머리 위로 올라왔고, 그림자가 지며 주위를 어둡게 만들었다.
그 정도로 발은 컸고, 날카로운 발톱이 살벌하게 느껴졌다.
이대로 가져가기에는 크기가 너무 컸고, 김세아는 자신이 만든 마법을 유심히 쳐다본 뒤에 얼음 발톱을 없애 버렸다.
차가운 결정이 눈처럼 내리며, 강렬한 불길에 녹아버렸다. 김세아의 마법이 강해서 그런지, 나무에 있는 불길이 꺼져가고 있었다.
“안 가져가게?”
보통 저런 거대한 흔적을 발견했을 때,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은 두 개가 있었다.
주문서를 사용해서 흔적을 저장시키는 방법과, 김세아처럼 직접 마법을 사용해 모양을 뜨는 방식이 있었다.
비슷한 방법이지만, 주로 첫 번째 방법을 사용했다. 모든 사람이 김세아처럼 모형을 뜰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모형을 뜨면 보통 크기를 축소해서 직접 가지고 나갔다.
사람이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단순한 기억으로 다시 만들 경우 정보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 가져가도 돼.”
김세아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더니 김세아가 마법을 사용해 직접 보여주었다.
다시 그림자가 드리웠고, 머리 위로 거대한 얼음 발톱이 나타났다. 김세아는 그것을 흔적 위에 그대로 올려놓았다.
딱 들어맞았다.
“그래.”
정보 수집은 끝이 났다. 그러나 이 정도의 발을 가진 몬스터라면 크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근처에 있을 수도 있었다.
‘확인해 보자.’
나는 발에 마나를 집중한 채, 허공으로 점프했다. 엄청난 도약과 함께 나는 거의 날다시피 하늘로 올라갔다.
공중에서 오래 머무를 수 없기에 주위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눈에 띄는 거대한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슈우욱!
부유감과 함께 나는 다시 나무 위로 떨어졌다. 마나를 이용해 몸을 가볍게 만들어 충격을 최소화시켰다.
“안 보이네.”
“어떻게 할래. 좀 더 돌아볼까?”
확실히 어제보단 이른 시간에 조사가 끝이 났다. 조금 더 둘러보아도 상관은 없지만, 급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이런 대형 몬스터, 또는 레이드급 몬스터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그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돌아가서 대비책을 준비해 오자.”
“그래.”
우리는 던전을 나와 아이리스 길드로 이동했다. 열심히 수집한 것들을 챙긴 뒤, 차에서 내렸다.
“난 오늘 수집한 것들 넘길게.”
내 말에 김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손가락으로 밑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난 연구실에 먼저 가 있을게.”
“그래.”
삐빅!
카드를 찍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 다음, 임무 관련 업무를 해주는 임무 담당실로 가서 샘플들을 넘겼다.
“어제 보낸 곳으로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여직원이 간단한 하게 적을 서류를 내밀었다. 나는 거기다 우리가 맡은 던전과 임무 코드를 적은 뒤, 넘겼다.
밖으로 나온 다음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빠르게 밑으로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지하 4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고, 기다란 복도가 나왔다. 복도 중간중간 여러 개의 문이 달려 있었다.
지하 4층은 오직 연구실만 있었다. 아이리스 길드에서는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마석을 이용한 연구도 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하고, 몬스터들의 시체를 해부하기도 했다.
여러 개의 연구실이 있지만, 김세아가 있는 곳은 구현실이었다. 나는 복도를 따라 걷다가, 구현실이라고 적힌 문 앞에 섰다.
‘구현실.’
몬스터의 흔적을 가지고 원형을 구현하는 곳이었다. 오늘 수집한 흔적의 주인을 알고 싶어서 찾아왔다.
이곳에 흔적을 넘기면, 기존의 데이터와 비교해서 최대한 원형에 가까운 몬스터를 만들어냈다.
그중에는 기존의 있던 몬스터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날 수도 있었다.
끼이익!
안으로 들어가자 김세아가 연구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옆으로 슬쩍 다가갔다.
“얼마나 걸릴까요?”
“음…… 3시간에서 4시간 정도는 걸릴 겁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따라오시죠.”
연구원을 따라 이동했다. 옆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대한 공간이 나왔다.
중앙에는 거대한 공간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큰 테이블이 보였다. 특별한 장치들이 온 사방에 달려 있었다.
“저 위에 올려 주시면 됩니다.”
연구원이 테이블 중앙을 가리켰다.
김세아는 연구원의 말에 마법을 사용했다. 흔적에서 모양을 뜬 얼음 발톱을 테이블 중앙에 올려놓았다.
그 뒤에 연구원이 기계 쪽으로 가서 이것저것 누르기 시작했다. 나와 김세아는 옆에서 연구원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우리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린 연구원이 입을 열었다.
“돌아가셔도 됩니다. 처리되는 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간단한 묵례로 인사를 한 뒤에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회의실로 이동했다.
“정리하는 게 더 힘드네.”
나는 자리에 앉아 보고서를 작성했다. 조사 임무 같은 경우에는 임무를 수행하는 모든 헌터가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누군가 잘못 봤을 수도 있고, 나는 봤지만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한 것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겠지?”
항상 보고서를 쓰는 것이 일상이었던 김세아는 빠른 속도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먼저 작성을 끝낸 김세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먼저 간다.”
“아, 내일은 연구원이 보내준 자료 확인하고 이동하자. 길드로 와.”
“오케이.”
김세아가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갔고, 나는 자리에 남아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채하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부탁한 거, 네 숙소로 보내놨다. 내일 아침이면 도착할 거야.
나는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낸 뒤, 보고서를 마무리 지었다.
* * *
띵동!
회의실로 올라가기 위해 간단하게 씻고 나오니 누군가 숙소 벨을 누르고 있었다.
나는 수건으로 머리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문을 열었다.
“네,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열린 문 사이로 내 몸체만 한 박스가 보였다. 그것을 배달한 택배 기사의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날씨가 더운 것도 아닌데 꽤 무거웠던 모양이었다. 하긴 경량화 마법이 걸려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 기준에서는 무거울 수도 있으니까.
“제가 들게요.”
약간은 울상을 지으려는 택배 기사의 얼굴을 보며, 나는 문을 완전히 열고 나갔다.
목에 수건을 걸고, 앞에 있는 박스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문은 알아서 닫혔고, 나는 박스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아이리스 길드에서 구매했으니 사기를 당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혹시 모르기에 감별을 사용해서 아이템을 확인했다.
“문제없네.”
박스에 있는 아이템들을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동안 모인 포인트로 업그레이드를 했기에 자리는 충분했다.
박스를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회의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김세아가 도착해 있었다.
“자.”
김세아가 건네는 자료를 받았다.
자리에 앉아 차근차근 내용을 확인했다. 주된 내용은 몬스터의 크기와 대략적인 생김새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구현으로 만들어낸 몬스터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들이 적혀 있었다.
“이거 내 눈이 이상한 건가?”
나는 대략적인 생김새가 그려져 있는 페이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김세아가 그것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안 이상해. 네가 본 게 맞아.”
“완전 드래곤 판박이네.”
구현실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 만들어낸 몬스터는 드래곤이었다. 강력한 마나와 인간을 초월하는 마법을 가진, 반신이라고 불리는 몬스터.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까지 실제로 드래곤이 나타난 적이 없었다. 우리가 있는 곳은 S급도 아닌 B급 던전이었고, 드래곤이 나올 리가 없었다.
나는 드래곤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몬스터를 떠올렸다.
“드라칸인가 보다.”
“나도 보면서 그 생각했어. 그 당시에 주변에서 마법을 사용한 흔적도 없었고, 드래곤이 있었다면 분명 그 기세가 드러났을 거야.”
드라칸.
드래곤과 상당히 유사하게 생긴 짝퉁 몬스터였다. 드래곤과 비슷한 모습을 가졌지만 날개가 없었고,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나타나면 잡기 어렵겠어.”
그렇지만 닮은 점도 있었다.
일단 가죽이 단단하고 저항력이 매우 뛰어났다. 그리고 육체적인 면이 뛰어나 속도가 매우 빠르고, 힘이 강했다.
“어차피 정보 수집이 목적이니까. 붙을 필요는 없지.”
김세아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임무를 수행 중이었고, 그 임무에 드라칸을 잡아야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그리고 구현실이 백 퍼센트 맞는다고 할 수도 없어서, 막상 드라칸이 아닌 다른 몬스터가 나올 수도 있었다.
“맞아.”
나는 가방을 챙기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출발하자.”
* * *
“이번엔 저긴가?”
“어.”
포탈을 기준으로 왼쪽의 두 구역은 끝이 났다. 오늘 조사를 시작할 세 번째 구역은 화산이 있는 곳이었다.
여전히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갈라진 틈에서 마그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마 세 번째 구역도 쉽게 끝날 것 같았다. 분화구가 있는 부분에는 나무나 돌 등 시야를 가릴 만한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 밑에는 불길도 치솟고 있었고, 나무나 돌들도 가득했다. 마나 탐지를 사용해서 몬스터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가자.”
김세아가 먼저 앞으로 달렸고, 나는 뒤이어 따라갔다. 불길이 있는 곳에서 하마 몬스터가 불길을 삼키고 있었다.
그러다 앞서 달리던 김세아와 눈이 마주쳤다.
몸을 돌린 하마가 자신의 몸에 불길을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검을 뽑으며 외쳤다.
“뒤로.”
김세아가 속도를 늦췄고, 내가 추월하여 앞으로 달려가면서 검을 휘둘렀다. 마나가 담긴 일격에 하마가 반으로 갈라졌다.
콰아앙!
가벼운 폭발과 함께 하마가 불타올랐다. 시체를 지나쳐 계속해서 달렸다.
이전 구역에서 본 몬스터들이 나왔고, 나는 앞장서서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나는 속도를 좀 더 끌어올렸다.
검을 잡고 있는 손이 약간 떨렸다.
앞에 있는 몬스터가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조금 전 몬스터를 탐색하기 위해 사용한 마나 탐지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정확히 분화구가 있는 곳에서 강한 느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나 탐지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확인해 본 결과, 몬스터는 아니었다.
아마도 저 위에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후우…….’
가장 먼저 분화구에 오른 다음,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내려올 계획이었다.
나는 길을 만들었고, 김세아와 함께 빠른 속도로 분화구가 있는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김세아의 얼음 마법이 있음에도, 주위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뜨거움.
그것을 이겨내며 나는 분화구에 올라섰다. 내가 느낀 것은 틀리지 않았다.
마그마가 끓고 있는 화구 안에는 정확히 내가 원했던 것이 있었다.
타오르는 화염 꽃.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