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14화
28장 B급 임무(1)
“후우…….”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은 반쯤 감겨 쉽게 떠지지 않았고, 잠기운이 계속 쏟아졌다.
체력 스탯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회복력도 올라갔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숙취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았다.
마나로 숙취를 태우면 편안하지만, 아무래도 술은 취하기 위해 먹는 거니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얼마나 마셨더라.’
김세아와 1차에서 밥을 먹고 나서, 2차로 술집에 갔다. 거기서 한창 술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때만 해도 괜찮았다.
2차가 끝나고, 다음날 임무 브리핑을 위해 헤어졌다. 김세아를 집 앞에 내려주고, 숙소에 도착해서 침대에 누웠을 때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으으으!”
팔과 다리를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짜릿짜릿한 기분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고, 나는 정신을 차릴 겸 침대에서 내려와 간단하게 씻었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문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바람에 몸이 으슬거렸고, 입이 벌어지면서 하품이 나왔다.
눈에서 찔끔 나온 눈물을 닦아내며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 메뉴로는 보통 국이 나오니 간단하게 해장을 하면 될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이모님이 떠주시는 국을 받아 TV가 있는 쪽으로 가서 앉았다. 요새 뭐가 이슈인지도 확인할 겸, 눈은 TV로 손과 입은 국으로 향했다.
“시원하다.”
옆에 있는 밥과 반찬보다는 국으로 손이 갔다. 콩나물국의 시원함이 속을 진정시켜 주었다.
-이번에 그린나래 길드에서 S급 던전 공략에 도전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한동안 멈춰 있던 S급 던전 공략이었기 때문에 그린나래 길드의 발표는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그럴 만도 했다. 던전이 생긴 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아직까지 S급 던전은 한 번도 공략되지 않았다.
많은 길드가 도전했고, 실패했으며, 다시 도전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길드들이 핵심 멤버를 잃게 되면서 길드의 근간이 휘청거렸고, 밑에서 올라오는 길드들에게 그 명성을 넘기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길드들은 S급 던전 공략을 잠시 보류했고, 더욱 강한 헌터들을 키우고 영입하며, 길드를 키우는 것에 집중했다.
이런 상황이 한참 지속되다가, 그린나래가 S급 던전 공략을 발표한 것이다.
그린나래 길드도 한국에서 1위이며, 세계에서는 6위에 오른 거대 길드였다.
당연히 세계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쟁쟁한 헌터들이 많으며, 세간에서는 이제 세계 3대 길드에 그린나래 길드가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
‘뻔하네.’
한국에서 그린나래 길드의 인지도는 길드 대항전 이후로 아이리스 길드에게 따라 잡히고 있었다.
그렇게 앞에 내세워 선전하던 이진수는 나에게 패배했고, 길드 대항전에서 준우승을 하게 되었다.
그 덕에 그린나래 길드가 기존에 누리던 혜택을 아이리스 길드가 넘겨받았다.
헌터 관련 광고나, 젊은 헌터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S급 던전 공략은 이런 상황에서 굳건히 자리 잡기 위해 꺼낸 카드로 보였다.
예전부터 계획은 했을지라도, 지금 같은 타이밍에 공략 발표를 꺼낸 것은 다분히 수상해 보였다.
뭐, 내 추측일 뿐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린나래 길드가 민심을 잡기 위해 던진 말은 아닐 것이다.
무언가 확신이 있기에 움직였을 것이다.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아직까지 S급 던전에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헌터 학교를 비롯해 이곳저곳에서 들은 정보가 있었다.
현재 전 세계에 알려진 S급 던전은 7개였다.
그중 하나가 한국에, 그것도 강원도 철원 산 깊은 곳에 있었다.
어디를 공략할지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저곳을 공략할 것이 분명했다.
지금까지 나온 A급 던전에서 S급 던전에 대한 힌트들이 나왔다. 그래서 길드들은 A급 던전을 돌며 최대한 S급 던전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하지만 나도 정보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이번 임무를 잘 끝내고, 조사단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다면 내 입지도 아이리스 길드 내에서 달라질 것이다.
아이리스 길드도 A급 던전들을 공략했고, 그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다.
임무가 끝나고 채하나에게 물어보면 정보를 알려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조사단을 하면서, A급 던전을 공략할 거고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은 이번 길드 대항전에서 우승한 아이리스 길드에 대한 내용입니다. 현재 우승을 했던 멤버는…….
TV에 내가 나왔다. 정확히는 이진수와 대장전을 하는 장면이 송출되고 있었다.
아침을 먹으러 온 사람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쏠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국물을 떠 마셨다.
이런 시선도 하도 많이 받아보니, 이젠 적응이 되었다.
“살 것 같네.”
나는 식판을 반납하고, 14팀 회의실로 향했다. B급 던전이다 보니, 임무에 대한 회의를 철저하게 하고 가기 위해 아침부터 김세아와 만나기로 했다.
남은 시간은 30분 정도, 나는 먼저 올라가 임무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테이블에 세팅했다.
세 자리에 준비하고, 내 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번 회의에는 김세아 말고 채하나도 참가하기로 했다.
원래라면 강한수가 할 일이지만 지금은 휴가를 떠난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채하나가 직접 나와 김세아의 관리를 맡았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의자에 몸을 맡기며, 휴식을 취했다.
“일찍 왔네.”
문이 열리고 김세아가 들어왔다.
역시나 나와 같은 츄리닝을 입었고, 머리에는 검은 모자를 입에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범죄자냐?”
“겨우 일어났다.”
김세아가 내 옆에 있는 자리에 와서 앉았다. 그러곤 의자에 몸을 축 늘어뜨렸다.
나도 힘들 정도였으니, 김세아도 나보다 더하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처음에 봤을 때는 열혈 공주님인 줄로만 알았는데, 친해지고 나니 별별 모습을 다 보게 되었다.
이렇게 있다가도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을 만난다면 인상부터 달라질 것이다.
화는 내지 않겠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다닐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흐음…….”
김세아는 앞에 있는 회의 자료를 손에 들었다. 그러곤 다시 의자에 몸을 축 늘어뜨렸다.
저렇게 지쳐도 자신의 할 일은 미루지 않았다. 저런 모습이 지금의 김세아를 만들었을 거다.
다시금 문이 열리고, 마지막 손님이 들어왔다.
“시작하자.”
뭐가 바쁜지 오자마자 자리에 앉고는 회의를 진행시켰다. 내가 회의를 진행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빔 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이번 14팀이 맡게 된 B급 임무는 환경 조사입니다.”
환경 조사.
말 그대로 던전 내부를 조사하는 임무였다. 이런 임무는 대부분 던전을 연구하는 던전 연구소에서 주어졌다.
임무는 어렵지 않았다. 던전 내부에 있는 모든 것들을 기록하고, 샘플을 채취하여 나오는 것이다.
“다만 이 환경이 매우 특수합니다. 저번에 길드 대항전 2차전 깃발 뺏기에 나왔던 화염 지대와 유사합니다.”
아니, 오히려 B급 던전이 모든 면에서 화염 지대보다 더욱 심했다.
“일단 사방에 마그마가 흐르고, 화산이 폭발하며 던전 내부 자체에 온도가 매우 높습니다.”
채하나는 나를 보며 날카롭게 질문했다.
“그것에 대한 대책은?”
“기본적으로 화염 저항이 달린 방어구를 지원받기로 했고, 이차적으로 김세아의 빙결 마법이 있습니다.”
아마 던전을 돌아다니는 데에는 화염 저항이 달린 방어구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럼에도 김세아에게 함께하자고 부탁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타오르는 화염 꽃이 자라는 곳은 방어구 하나만으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김세아의 마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근처에 다가갈 수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열기가 강하고 뜨거운 곳에서만 자랐다.
“총 4개의 구역으로 나눠, 하루에 한 곳씩 탐색할 예정입니다.”
“비상 대책은?”
던전에서 있다 보면, 생각 외의 일들이 벌어졌다. 저주받은 동굴에서 있었던 셔플 던전이라든가, 갑자기 던전에 맞지 않는 몬스터가 나타난다든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우리의 임무는 기본적으로 조사였다.
식물, 환경, 그곳에 있는 몬스터들에 대해 조사해야 했다. 몬스터를 조사하려면, 몬스터와 싸워야 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에게 위험한 일은 던전에 맞지 않는 몬스터가 나타나는 경우뿐이었다.
“던전 입구에 텔레포트 주문서 위치를 고정시킨 뒤, 한 장씩 가지고 있을 겁니다. 목숨이 위험한 경우 텔레포트 주문서를 사용할 겁니다.”
“만약 주문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온다면?”
채하나는 집요하게 물어보았다. 뭐 하나 그냥 넘어가는 것이 없었으며, 항상 최악의 최악까지 가정하면서 질문을 했다.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처치를 할 것이고, 힘들다고 판단되면 후퇴를 할 예정입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 각자 체력 포션과 마나 포션을 여유로 챙길 겁니다.”
“둘 중 한 명만 살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누가 남을 것이고, 누가 나올 것이지?”
둘 다 죽는 것을 제외한다면, 이건 이번 던전에서 나올 수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솔직히 밥을 먹으면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경우까지는 생각을 못 했다. 아니, 애초에 이런 상황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 둘이라면 이번 임무는 충분히 수행할 수 있으니까.
당연히 임무를 잘 수행하고 돌아오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해 보았다.
나라면 무조건 김세아를 먼저 밖으로 내보낼 것이다. 나는 혼자 남더라도 무조건 살아남아 도망갈 수 있었다.
포인트 상점이 있으니, 충분히 어그로를 끌다가 필요한 아이템을 사용하며 도망치면 됐다.
그러나 이걸 대놓고 이야기할 수 없어, 적당히 둘러댈 만한 것을 고민했다.
“제가 남고 오유성이 먼저 나갈 겁니다.”
내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김세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표정을 보니, 꽤나 깊게 고민을 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저는 빙결 마법을 사용해 제 몸을 지킬 수 있지만, 오유성은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남고, 오유성이 지원을 요청해 다시 저를 구조하러 오는 게 맞습니다.”
내가 다른 해명을 하기도 전에 채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고민하던 것을 털어버렸다.
어차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고, 김세아의 말로 인해 잘 넘어가게 됐으니.
“B급 임무가 가장 사망률이 높고, 임무 수행률이 가장 떨어져. 그 이유를 알고 있어?”
“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김세아도 이것에 대해 아는지 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 너희가 알고 있다시피 B급 임무를 수행할 때 헌터들이 가장 자신감이 붙기 때문이야. C급 임무들을 겪으며, 경험을 차곡차곡 쌓았고, 실력 면에서도 큰 성장을 이뤘을 테니까.”
한마디로 자만에 빠지기 쉽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B급 임무와 C급 임무의 수준은 차원이 달라져. 그러니까 최대한 안전을 유의하면서 임무를 수행해야 해.”
“알겠습니다.”
“예.”
1부 회의는 이렇게 끝이 났고, 점심을 먹은 뒤 다시 회의를 하면서, 내가 준비했던 공략에 대한 취약점을 보완했다.
경험 많은 채하나의 조언으로 회의 시간은 엄청나게 단축되었다.
“그럼 장비부터 수령하고, 내일부터 고생해.”
채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나는 김세아와 함께 장비실에 들러 장비를 빌렸다.
화염 저항 옵션이 달린 방어구 세트를 빌렸고, 포션류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내일 보자.”
“그래 들어가라.”
* * *
“후으…….”
너무나도 뜨거운 열기에 목이 타들어 갈 것 같았다. 급하게 마나를 끌어올려 보호하지 않았다면 식도가 녹아내릴 뻔했다.
그만큼 던전 안의 온도는 높았다.
뒤이어 김세아의 마법이 내 주변을 감쌌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정면에 펼쳐진 던전을 쳐다보았다.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겠는데?”
내 말에 적극 동감한 김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선발 조사 자료와는 너무 달라.”
기본적으로 던전이 생기면, 선발대가 투입되어 간단한 것만 조사했다.
그것을 넘겨받은 조사단이 던전을 정밀하게 조사를 하게 되는데, 우리가 넘겨받은 자료와 우리의 눈에 보이는 던전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다.
아예 다른 곳 같았다.
“일찍 끝내긴 글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