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13화
27장 성장형 무기(3)
채하나의 귀찮아 보이는 표정을 보곤 집무실에서 나왔다. 내가 건넨 목록에 대해서는 채하나도 오케이를 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구하기 쉬운 것은 그냥 제공받기로 했고, 가격이 조금 나가는 것들은 일정 부분에 대한 비용을 내가 감안하기로 했다.
그것만 해도 나에겐 이득이었다.
재료를 찾고, 가서 사고, 없으면 구해야 하는 귀찮음을 줄였고, 무엇보다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이제 구해야 할 것은 몇 개 남지 않았다.
타오르는 화염 꽃과 S급 마석, 그리고 특수 재료에 들어갈 세 가지 재료만 구하면 됐다.
그중에서도 타오르는 화염 꽃은 구할 확률이 높았고, S급 마석도 구할 방법은 확실했다.
이제 어떤 특수 재료를 사용할 건지 정해야 했다. 특수 재료로 인해 내가 만들 검의 특성이 결정될 테니까.
“음…….”
좀 더 깊게 생각을 해보기 위해, 나는 1층에 있는 길드 카페로 갔다. 항상 먹던 아메리카노를 챙겨 구석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먼저, 김세아에게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다. B급 임무를 수행하려면 한번 만날 필요가 있었다.
스마트폰을 꺼낸 김에, 이어폰을 꽂고 발칸을 불렀다.
“발칸.”
요즘 따라 정말 바빠 보였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얘기해 주고 있진 않지만, 지금도 내 말을 못들은 건지, 자기가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발카아아안-”
일부러 말을 끌었다. 그러자 발칸이 뒤돌아보며 나를 쳐다보았다.
-왜 부르지?
“성장형 무기에 넣을 특수 재료 추천하는 거 있어?”
-특성?
“그래.”
발칸은 잠깐 자리에 앉아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곤 나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다시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반복했다.
-보통 성장형 무기를 추천할 때, 그 사람에게 맞는 성향을 추천한다. 한 방 한 방 크게 터뜨리는 사람은 치명타나 증폭을 추천하고, 빠른 속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가속이나 경량화를 추천하지.
“…….”
-맷집이 뛰어난 사람은 강화나 변화를 추천하고. 사람마다 맞는 특성이 있고, 되도록 그 특성에 맞추지만…… 음…….
발칸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넌 모르겠다. 뭐하나 특출나게 뛰어난 부분이 없어.
나는 발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이진수를 꺾고, 마나 블레이드를 사용할 정도로 강했다.
그리고 내 표정을 읽었는지 발칸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네가 약하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지. 균형이 너무나 잘 잡혀있다. 그래서 네가 가진 것을 더욱 잘 끌어낼 수 있지. 힘이면 힘. 속도면 속도. 체력이면 체력 특출나게 내세울 만한 게 없다는 이야기다.
“근데?”
-가장 추천하기 힘든 게 너 같은 유형이다. 딱히 추천해 줄 만한 특성이 없다. 어떤 특성도 너랑 잘 어울릴 테니까.
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 그만큼 칭찬의 효과는 뛰어났고, 나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칭찬을 이렇게 돌려 얘기하는 발칸의 모습이 순간 귀여워 보였다. 그러나 내 표정을 본 발칸의 얼굴이 바뀌었다.
-그런 식으로 쳐다보지 마라. 그리고 균형 잡힌 게 좋기도 하지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힘이 뛰어난 사람이 사용하는 증폭과 네가 사용하는 증폭의 효과는 다르다. 만약 둘이 같은 수준이라면 네가 질 거다.
“…….”
-그러니까 잘 선택해라. 그나마 추천해 줄 거라곤 증폭 정도가 있겠군. 지금 네가 사용하는 육체 강화와 잘 맞을 거다.
육체 강화는 발칸이 알려준 기술이다.
몸에 마나를 흘려보내 일시적으로 육체적인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
내가 자주 사용하기도 하니 증폭이란 특성을 머릿속에 담아두었다.
“그래. 하던 거 해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발칸은 이미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저번에도 물어봤지만, 뭘 하고 있는지 얘기해 주지 않았다.
아마도 이 스마트 폰에서 나갈 방법을 찾은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에 대한 연구 중일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인터넷 창을 열고, 랭커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요새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
1위부터 20위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나는 하나씩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며 정보를 추렸다.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상세히 읽으면서 내려가니 내가 몰랐던 것들도 많았다.
특히 14위에 있는 김진우가 다른 의미로 대단했다. 가지고 있는 특성은 C급도 되지 않는데 랭커 14위였다.
‘미친…….’
C급 특성을 끌어올려 A급으로 만든 것도 아니었고, 처음 C급 특성을 받은 그대로 현재까지 그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14위에 이름이 올려져 있는 것은 김진우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 때문이었다.
투구부터 시작해서 갑옷, 장갑, 부츠, 망토, 그리고 마지막 검까지 하나하나가 수십억을 호가하는 장비들이었다.
그리고 세트 효과까지 있어, 모든 효과를 합친 능력은 어마어마했다.
김진우가 저런 어마어마한 장비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대부호의 딸과 결혼했기 때문이었다.
정확한 이유나 사유는 모른다.
오로지 당사자만 알뿐, 나머지 커뮤니티에 나와 있는 것들은 그냥 작성자의 생각일 뿐이다.
그렇게 20위의 랭커를 보고, 해외에서 유명한 각국의 랭커들도 조사했다.
생각보다 많았지만, 오랜만에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힘을 얻기 전에는 매일같이 했던 것이 공부였으니까.
“하아…….”
모든 것을 조사하고 나니 문제 하나가 생겼다.
얼추 내가 가지고 싶은 특성들을 추렸다. 그러나 이 특성을 가지고 있는 재료가 어떤 것인지 몰랐다.
내가 알아낸 특성들은 장비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었다.
성장형 무기 제조서를 꺼내 다시 읽어보았다. 특수 재료라고 적힌 칸 밑에 아주 조그마한 글씨로 ‘감별’ 스킬을 통해 특성을 알아볼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스킬 ‘감별(E)’을 구매하셨습니다.]
이 스킬의 사용법을 확인해 보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을 꺼내 감별을 사용했다.
[오유성의 스마트폰]
내구도 40/100
+특성 : 영혼 각인(S)
“호오…….”
처음 사용했을 때 느낀 것은 신기하다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특성이었다.
아무래도 저 특성에 적힌 것이 특수 재료로 사용되었을 때, 검에 붙는 특성인 것 같았다.
영혼 각인.
내가 가진 스마트폰의 특성이었다. 옆에는 S라는 등급이 표시되어 있었다.
내가 본 최고의 등급이었다. 아마 저 영향으로 인해 발칸이 내 스마트 폰으로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검으로 가져간다면…….’
아마 에고 소드가 될 것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유일한 에고 소드의 주인이 되겠지만, 에고 소드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다음 책상이나 컵에도 사용해 보았다. 간단한 정보만 나왔고, 쓸 만한 특성은 하나도 없었다.
‘사람에게도 가능한가?’
내 건너편에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는 네 명의 헌터 중 오른쪽에 있는 여성에게 감별을 사용했다.
[박애리]
[Tip. 스킬의 등급을 올리세요.]
이름 이외에 정보는 뜨지 않았다. 나는 대상을 바꾸어 그녀가 차고 있는 활에 감별을 사용해 보았다.
[그레이온 활]
[Tip. 스킬의 등급을 올리세요.]
이번에도 이름만 확인되었을 뿐 자세한 것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감별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했다.
[스킬 감별(E)가 감별(D)가 되었습니다.]
[스킬 감별(D)가 감별(C)가 되었습니다.]
[스킬 감별(C)가 감별(B)가 되었습니다.]
내가 얻고자 하는 특성들을 하나같이 뛰어난 것들이었다. 고작 저 여성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조차도 감별을 못 하는 상황에서 그런 재료를 선별한다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과감한 투자를 했다.
그리고 그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감별을 사용했다.
[그레이온 활]
내구도 : 80/100
공격력 : +53
민첩 : +12
적중률 : +10
+특성 강화(D)
아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정보가 눈에 보였다. 이 정도라면 꽤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스킬이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준비는 끝났네.”
재료도 얼추 구했고, 특수 재료를 선별한 감별 스킬도 얻었다. 이제 당장에 할 것은 B급 임무를 돌면서 타오르는 화염 꽃을 구하는 거였다.
띠링!
나는 스마트 폰에 있는 화면을 쳐다보았다. 아까 오늘 만날 수 있냐고 김세아에게 보낸 메시지의 답장이었다.
-Ok.
아주 짧고 간단했다.
***
나는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부탁하는 입장이니, 내가 김세아를 찾아가는 게 당연했다.
“여기 있습니다.”
나는 카드로 계산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쌀쌀한 밤공기를 마시며, 근처에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김세아의 추천 맛집이었다.
안에 들어가니, 김세아가 먼저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나는 외투를 벗으며, 김세아가 있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빨리 왔네.”
“나도 방금 도착했어.”
주문은 김세아가 알아서 했고, 나는 컵에 물을 따라 마셨다. 가운데에 불판이 있고, 종업원이 고기를 가져다주었다.
마블링이 뛰어난 한우였다.
치이익!
종업원이 고기를 불판 위에 올려 직접 구워주었다. 김세아는 나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찬혁은?”
“어. 잠깐 머리 식힌다고 여행 갔다.”
김세아의 표정이 약간은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술잔에 술을 따랐다.
“잘하겠지.”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찬혁도 우리와 함께 하면서 많은 성장을 했고, 멘탈 적인 부분도 단단히 단련했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우리가 알던 이찬혁의 모습으로 돌아올 게 분명했다.
“드셔도 됩니다.”
종업원이 빠지고, 나와 김세아는 고기를 집었다. 나는 앞에 있는 소금장에 찍어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부드럽게 씹히면서 육즙이 터져 나왔다. 소고기의 맛을 음미하며, 김세아와 술잔을 마주쳤다.
“크으. 여기 정말 맛있다.”
“많이 먹어.”
어느 정도 배가 찼을 때, 나는 김세아를 부른 용건을 꺼냈다.
“부탁이 있어.”
“간단한 일이야?”
“아니,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음…….”
용건을 꺼내기도 전에 김세아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이번 휴가 때 세운 훈련 계획이 걸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 가벼운 한숨을 쉰 김세아가 나를 쳐다보았다.
“얘기해 봐.”
“조만간 임무 하나를 맡을 것 같은데 네 도움이 필요해.”
예상 밖의 부탁이었는지, 김세아가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아마 뒷내용을 듣게 된다면, 한 번 놀랄 것이다.
“휴간데 무슨 임무?”
“자세한 건 얘기하기 힘들고. B급 임무를 받게 될 것 같은데, 네가 있어야 돼.”
혼자서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채하나가 절대 불가를 외치며, 김세아를 데려오라고 했다.
김세아와 함께 하지 않는 다면, 내가 원하는 B급 임무를 받을 수 없었다. 다른 B급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내가 원하지 않았다.
“B급 임무?”
“어, 같이 하자.”
김세아의 입에서는 당연히 오케이가 나올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기를 집었다.
“미안.”
툭.
내가 집었던 고기가 떨어졌다. 나는 떨리는 눈빛으로 김세아를 쳐다보았다. 당연히 수락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절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던 김세아가, 박장대소를 하며 눈에 눈물이 고였다.
“장난이야.”
“아이…….”
나는 떨어진 고기를 다시 집어 먹으며, 술잔에 가득 찬 술을 마셨다. 앞에서는 김세아가 웃으며, 젓가락질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채하나에게 김세아의 허락을 받았다는 문자를 보냈다.
띠링!
스마트 폰을 보고 있었는지, 채하나에게 빠른 답장이 왔다. 내일 모레 B급 임무 일정을 시작하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김세아를 보며 말했다.
“내일 모레 임무 시작이야.”
여전히 웃고 있는 김세아를 보며 외쳤다.
“그만 웃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