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
나 혼자 역대급 수련 112화
27장 성장형 무기(2)
성장형 무기.
맨 처음 발칸에게 이 무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무척 당황했다. 처음 들어보는 종류의 무기였고, 어떻게 생긴 무기인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성장형 무기니까, 성장을 한다는 것 같은데 대충의 의미만 알 뿐,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말 그대로다. 성장형 무기는 사용자의 경험과 마나를 먹으면서 강해진다.
“그러니까. 어떻게 강해지는 건데?”
현실에 존재하는 장비 중, 특별한 조건만 맞춘다면 사용자를 강해지게 만드는 장비들이 몇 있었다.
피를 대가로 버서커화되는 피의 저주를 받은 검.
몸 안에 마나를 모두 소멸시켜, 육체적인 능력을 극한으로 올려주는 천칭의 도.
병장기를 사용하면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현자의 망토.
이것 외에도 꽤 많은 장비가 있었다. 이 무기들 대부분은 랭커들이 가지고 있었고, 그들의 능력을 더욱 증폭시켜 주었다.
-으음…… 성장형 무기가 어떻게 성장할지는 오로지 사용자의 몫이다. 사용자의 모든 정보를 취합해, 가장 효율이 좋은 형태로 모습도 바뀌니까.
“빨리 만들어 보는 수밖에 없겠네.”
역시나 설명을 들어도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만들기로 선택을 했고, 5만 포인트를 사용해서 구매했다.
나는 손에 들린 제조서를 꺼내 들었다.
[성장형 무기 제조서 (검)]
전 차원에서 가장 이름이 드높은 대장장이, 가람의 모루족 ‘아이파’에게 보내는 의뢰서이다.
필요한 재료를 모두 모은 뒤, 제조서를 찢으면 정상적으로 의뢰가 진행된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무기를 제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달라진다.
“음…….”
설명부터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전 차원에서 유명한 대장장이에게 무기 제조를 맡긴다니, 살짝 기대되기 시작했다.
어떤 무기가 나올까.
나는 밑에 있는 나머지 부분들을 읽어보았다. 그곳에는 내가 모아야 할 재료들이 적혀 있었다.
[기본 재료]
기본적인 검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재료이다.
철×5㎏
플로닉스×5㎏
아루멘타×6㎏
타오르는 화염 꽃×1㎏
S급 마석×1ea
…….
[특수 재료]
이곳에 들어가는 재료로 인해 검의 특성이 결정된다.
(비어 있음)
(비어 있음)
(비어 있음)
“후우…….”
목록을 모두 확인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가벼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여기에 적힌 재료들은 분명 현실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대부분은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구하기 조금 까다로운 것들이 있었다.
S급 마석부터 시작해서, 타오르는 화염 꽃은 B급 던전에서나 구할 수 있었다. 화염 꽃이 자랄 만한 곳은 몇 군데 없을뿐더러, 쉽게 구할 수 없기에 희소성이 강했다.
그 외에도 자잘한 것들을 구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다. 이제는 헌터 패스가 생겨서 용병 일도 하다 보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
나는 다시 포인트 상점을 열었다. 포인트만 있다면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이니, 저러한 재료들도 무조건 있을 것이다.
가장 구하기 힘든 S급 마석을 검색했다. 현실에서도 S급 마석을 구하려면 서울에 있는 빌딩 하나 정도는 가볍게 팔아야 했다.
[S급 마석]
비용 : 10,000,000p
약간이나마 기대해 보았지만, 역시나였다. 아직 체력이나 민첩은 랭크 7로 올리지도 못한 상황에 천만 포인트까지 모으는 것은 어려웠다.
다음은 타오르는 화염 꽃을 검색했다.
[타오르는 화염 꽃]
비용 : 1,230,000p
이것도 무리였다.
나는 과감하게 포인트 상점을 닫았다. 그러곤 제조서를 쓰윽 바라보았다.
저것을 사는데 든 5만 포인트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내 주먹은 부들부들 떨렸다.
제조서를 샀음에도 무기를 만들 수가 없었다. 원하는 재료를 구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특수 재료.’
거기다 특수 재료라는 칸에 들어갈 3개의 재료도 준비해야 했다. 그 재료가 앞으로 내가 만들 검의 특성이 된다고 적혀 있었다.
흡혈을 가진 재료를 넣으면 아마도 버서커나 흡혈을 가진 특성이 부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럼 저 3개의 재료도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 아무거나 집어넣을 순 없으니까.
결국, 또 돈이 문제였다.
모든 재료를 어렵게나마 구할 순 있지만, 그것을 구매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 돈을 모을 수는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최대한 그 시간을 줄이고 싶지만, 당장에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여기서 골머리 썩혀봐야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다음 투기장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다음 투기장까지 남은 시간 168시간 38분 20초.]
“발칸. 이 성장형 무기, 다음 투기장에 꼭 필요해?”
-아니.
발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곤 무언가 바쁘게 움직이면서 등을 돌린 채 입을 열었다.
-다음 투기장이 끝난 뒤, 그다음부터 필요하게 될 거다. 사실상 당분간은 그렇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진 않을 테지만, 성장형 무기는 말 그대로 성장을 할수록 강해지는 무기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성장할 시간이 없다면 그냥 네가 가진 검보다 조금 좋은 정도뿐일 테니까.
S급 마석을 빠르게 구하는 것이, 시간적인 단축으로 이루어질 것 같았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에서 S급 마석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다 저번에 발칸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발칸. 다음 투기장, 뭔가 특별하다고 했지?”
-그래. 이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 될 거다.
다음 투기장에서는 다른 투사들과 함께 진행된다고 했다. 그리고 9층에서 얻은 티켓별로 다른 혜택이 주어진다고 했고, 나에게는 가장 좋은 프리미엄 티켓이 있었다.
“보상도 특별해?”
-기본적인 것 이외에 추가적으로 원하는 것 하나를 얻을 수 있을 거다.
“그럼 그때 성장형 무기를 달라 해도 되는 거잖아?”
-불가. 보상에도 기준이 있다. 되도록 원하는 것을 얻게 되겠지만, 실질적으로 바로 효과가 드러나는 무기류나 장비류는 등급에 제한이 있을 거다.
운은 띄워봤지만,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은 이다음 질문이었다.
“그럼 그게 아니라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거지?”
-그래. 이쪽 세계에서 팔면 엄청난 가격에 팔리는 S급 마석 같은 것도 얻을 수 있을 거다.
내 속마음을 읽었는지, 정확히 꼭 집어서 대답을 하는 발칸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케이.”
* * *
채하나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아직 조금 남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에는 몸이 먼저 움직였다.
당장 어딜 가긴 힘들었고, 나는 성장형 무기를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세웠다.
지금 당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은 제외하고, 당장 구하기 힘들거나, 가격이 비싼 것들을 추리고 총금액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산정하고 있었다.
띠링!
-올라오란다.
메시지 소리가 울리고, 발칸이 그 내용을 읽어주었다. 나는 스마트 폰과 계획을 짜던 수첩을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그러곤 채하나가 있는 집무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와.”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뭔가 조금은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을 캐치해 낼 수 있었다.
먼저, 책상에 쌓여 있던 업무 서류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책상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창문에 달린 커튼이 달라져 있었고, 안에 있는 장식용 물건들도 싹 다 바뀌어 있었다.
“앉아.”
채하나는 평소처럼 차를 준비했다. 표정이나 목소리를 보아서는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았다.
나는 먼저 자리에 앉아, 가죽 시트가 깔린 의자에 몸을 맡겼다. 푹신한 게 하나 사고 싶은 욕망이 들게 만들었다.
채하나 또한 준비된 차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자리에 앉았다. 나는 찻잔을 들어 향을 맡았다.
향긋한 냄새를 맡고는 입에 한 모금 머금고 풍미를 즐겼다. 원래는 이런 것도 못했지만, 다 채하나 덕분이었다.
한동안 일 처리와 보고를 하기 위해 자주 들렸고, 그때 채하나에게 차를 마시는 방법을 배웠다.
“후우. 일단은 하기로 했으니까 말리지는 않겠어. 하지만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행동해.”
채하나 같이 유능하고 경험 많은 사람의 충고는 언제나 환영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채하나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러곤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서류 뭉치를 테이블로 가져왔다.
마나를 이용해 마법을 사용하다 보니, 직접 일어나지 않아도 서류 뭉치들이 알아서 내 쪽으로 날아왔다.
그 서류가 어떤 것들인지는 채하나가 먼저 설명해 주었다.
“일단 B급 임무 3개를 수행해야 돼. 거기 있는 건 네가 할 만한 것들로 골라본 B급 임무들이야. 거기서 3개만 골라.”
나는 두툼한 서류 뭉치를 내려다보았다.
잘 풀리려 하니 이렇게도 풀리는구나 싶었다. 나는 B급 임무 목록에서 던전의 주요 환경만을 확인하며, 서류를 넘겼다.
끓어오르는 용암지대도 있었고,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타버린 숲 등 다양한 던전들이 있었다.
내가 고르는 것을 보던 채하나가 한쪽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뭐해?”
“고르고 있습니다.”
“환경들이 하나같이 화염 계열이잖아. 그런 거 말고 속성 안 타는 곳들로 찾아봐.”
B급 임무에서도 좀 더 어려운 게 있었고, 좀 덜 어려운 것들이 있었다. 거기다 임무를 수행하는 헌터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졌다.
특히나 던전의 환경이 중요했다.
마법 계열의 헌터들은 4원소를 주로 다루고, 그 이외에 파생된 계열의 마법을 다루는 헌터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속성들은 대부분 상성이 존재했다.
불과 얼음, 빛과 어둠, 땅과 바람은 상극이었다.
상극에 해당하는 던전에 들어갈 경우, 마법 계열의 헌터들은 다른 헌터들 보다 임무의 난이도가 내려갔다.
나 같은 병장기를 사용하는 근접형 헌터들은 무기나 장비에 속성이 붙어 있지 않은 이상, 일반적인 던전이 가장 무난했다.
“구할 게 있습니다.”
빠르게 서류를 정리하고 5건 정도의 임무를 추려냈다. 추린 임무를 자세히 읽어보고, 타오르는 화염 꽃이 나올 만한 조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배운 적이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었다. 최대한 조건에 맞는 것을 다시 추려 2개의 임무를 선택했다.
“일단 이거 두 개로 하겠습니다.”
“그래.”
채하나도 나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한 모양이었다. 내가 건넨 임무를 받아 한번 쓱 훑어보았다.
나는 수첩에 적힌 내용을 떠올리며, 또 구하기 힘들었던 재료를 떠올리며, 제쳐 놓은 임무들을 다시 보았다.
내용을 모두 확인한 채하나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혼자 할 수 있겠어?”
혼자 가도 되지만, 이왕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받는 것이 좋았다. 더군다나 지금 내게는 B급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재료를 구하는 것도 중요했다.
“데려가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김세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세아는 수 속성에 테두리 안에 있는 얼음 속성의 마법사니까,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예.”
“지금 휴가 아니야? 너야 지금 조사단에 들어가야 하니까 임무를 수행하는 거고, 김세아의 허락은 구한 거야?”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김세아라면 이 임무를 같이 수행해 줄 것이다.
내 부탁이라면 거절하지 않는다기보다는 훈련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 임무만큼 좋은 훈련이 없었다.
거기다 B급 임무이니 김세아는 무조건 찬성일 것이다. 이찬혁이 휴가를 가게 되어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나와 김세아면 충분했다.
스마트 폰을 꺼내 들어 김세아에게 전화했고, 3초 만에 통화가 끝났다.
물론, 김세아는 나와 함께 하기로 했다.
채하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곤 어이없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B급 임무. 아니 네가 조사단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이리스 길드에선 전폭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야.”
“저번처럼 효과 좋은 포션 말입니까?”
“그건 당연하고, 이외에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해. 길드장님의 명령이니 웬만한 것은 모두 들어줄 거야.”
“아이템 재료 같은 것도 됩니까?”
“그런 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가능할 거야.”
저번에도 비싼 체력 포션을 마음껏 사용했다. 이번 역시도 내게 생긴 혜택을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최대한 챙길 생각이었다.
나는 조용히 품에서 수첩을 꺼냈다. 그러곤 내가 필요하다고 적은 재료들을 찢어서 채하나의 앞에 내밀었다.
“이거 전부 필요합니다.”